삼척항(정라항)에서 북상하는 새천년해안도로 바닷가의 소망의 탑(아래 그림1),
비치조각공원(아래 그림2)이 깔끔하다.
특히 새천년(millennium)의 소망을 담은 탑은 절로 종교적이게 한다.
그래서 사람을 종교적 동물(religious animal)이라 했나.
삼척(옛후진)해수욕장과 테마타운을 뒤로 하고 수로부인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삼국유사(卷第二 紀異)의 수로부인(水路夫人)을 토대로 하여 임해정(臨海亭)을
복원하고 해가비(海歌碑)를 세웠단다.
신라33대 성덕왕 때 강릉태수(江陵太守)로 부임차 가던 순정공(純貞公)이 바닷
가에서(당시 溟州) 점심식사중에 일어난 설화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바닷가 천길 높은 곳에 활짝 피어있는 철쭉꽃을 꺾어올
자를 찾으나 아무도 응하지 못한다.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인이 부인의 말을 듣고 그 꽃을 꺾어 꽃과 함께 가사(歌
詞)를 지어 부인에게 바친다.(獻花歌)
다시 이틀을 가다가 또 바닷가 정자에서 점심을 먹는데 홀연히 해룡이 나타나서
부인을 데리고 바다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다른 한 노인이 "여러 입이 쇠도 녹인다는 옛말이 있는데 이 바다에 사는 짐승이
어찌 중구(衆口)를 두려워하지 않겠소. 당장 이 경내의 백성으로 하여금 노래를
지어 부르며 몽둥이로 언덕을 두드리게 하면 부인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순정공이 노인의 말대로 하니까 용이 바다에서 부인을 데리고 나와 바친다.
그 때 백성이 부른 노래가 '해가'다.
海歌
龜乎龜乎出水路(구호구호출수로)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
掠人婦女罪何極(약인부녀죄하극) 남의 아내 앗은 죄 얼마나 큰가
汝若悖逆不出獻(여약패역불출헌) 네 만약 어기고 내 놓지 않으면
入網捕掠燔之喫(입망포략번지끽) 그물을 던져 잡아 구워 먹으리라
노인의 헌화가
紫布岩乎邊希 (자포암호변희) 붉은 바위 끝에
執音乎手母牛放敎遣 (집음호수모우방교견) 잡고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吾肹不喩慚肹伊賜等 (오힐불유참힐이사등)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花肹折叱可獻乎理音如 (화힐절질가헌호리음여)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동해시로 접어들면 바로 촛대바위(아래 그림4)로 알려진 추암해수욕장이다.
정동진이 한양 궁궐의 정동이라면 여기는 남한산성의 정동이란다.
요즘, 이름난 곳을 중심으로 위도 경도를 많이 들먹인다.
전라남도 장흥은 한양 궁궐의 정남이라며 정남진이라고 홍보한다.
중강진과 궁궐과 장흥이 경도상으로 일직선상이라나.
(위 그림들은 2007년 1월 검정고무신의 동해종주때 산지기님의 글에서 전재)
망상해수욕장의 변천사가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띄엄띄엄 농가가 여름이면 민박집으로 둔갑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서 농가마다 빨래줄에 수영복들이 줄줄이 널려 있다.
피서객들은 논밭둑을 타고 한가로이 해수욕장에 드나든다.
해수욕장에서 멀찍이 떨어진 도로를 달리다가 이런 광경들을 본다.
현 동해고속국도가 일반도로였고 해수욕장에 붙어있는 지금의 7번국도는
소로(小路)에 불과했던 때의 일이다.
사통오달 길에 현대식 전문민박집에서 관, 장, 모텔, 호텔은 물론 리조트,
컨벤션센터까지 들어섰고, 오토- 캠핑 에리어도 따로 있다.
편의시설은 물론 여가문화시설로 고래화석박물관(아래 그림1)까지 있다.
피서와 관광중에도 지구의 역사, 생물의 변화 등 자연학습을 하라고.
시각적으로는 참 멋진 정경인데 카메라를 통해서는 실망 뿐이다.(아래 그림2)
하얀 거품을 내뿜으며 날름거리는 파도를 밀어보내는 쪽빛 바다와 눈부신 백사장,
울창한 송림이 동쪽 끝에서 차례를 이루고 오른쪽 무릅 위에는 철도가, 왼쪽 어깨
너머로는 고속국도가 달린다.
그 사이에 7번국도가 중심을 잡고 있으니 어찌 멋지다 하지 않을 수 있는가 마는...
정동진이 눈부시다.
한양 궁궐의 정동이고,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라있고,
인기드라마의 촬영지, 모래시계공원, 타임스토리, 썬크루즈리죠트, 조각공원(아래
그림2) 등등...
특급 관광지다.
연인들이 모여들기 가장 적합한 곳이란다.
그러나 아래 그림1은 무얼 고발하는가.
정동진의 이면이다.
난개발과 시설의 무리한 난립, 불친절과 바가지 상혼 등은 차치하고.
등명해변을 떠나 처음 들른 곳이 강릉의 6. 25남침사적탑이다.(아래 그림1)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도 있다.
1950년 6월 25일, 38선 전역에서 남침을 개시하기 1시간 전인 새벽 3시에 북한군은
이미 남쪽 해상으로 침투하여 이곳에 상륙했다는 것.
이 때 발생한 민간인 희생자들의 넋도 위로하기 위해서 함께 세웠단다.
사적탑에 이어 괴상한 물체가 나타났다.(아래 그림2)
저건 건물인가 조형물일까.
얼핏 파리의 뽕삐두센터 건물을 연상케 했다
비탈을 올라서서 넓은 터(75.000평)의 이런저런 입물들(立物)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껴질 때까지는.
이 테마파크는 하슬라아트월드, 저 괴물은 하슬라뮤지엄호텔이란다.
'하슬라아트월드'는 강릉의 신라때 지명 '하슬라'+'Art World'(예술세계)의 합성어.
4명의 예술가가 3년여의 각고 끝에 2003년 10월에 오픈했다는데, 과정을 중시하는
예술가들이 만들어가는 테마파크라 할까.
"과정도 예술행위"라고.
'등명락가사'(燈明洛加寺: 아래 그림3)는 괴물체에 다름 아닌 하슬라뮤지엄호텔과
대조된다.
신라27대 선덕여왕이 정승에 올리려 하였으나 거부하고 승려가 되었다는 진골(眞
骨)의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세운 절이 많기도 하다.
여기 락가사도 그가 '수다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하였는데 이조 승유정책의 제물이
되었다가 부활했단다.
분단국가 국민의 궁극적 소원은 통일이다.
통일이야 말로 지상(至上) 과제다.
그러나 통일공원과 통일 간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안보의식도 통일에는 공헌력이 없다.
그러니까 관광상품일 뿐이다.
퇴역하여 전시중인 저 함정이(아래 그림1) '전북함'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는 게 없다.
폐어망에 걸려 기능을 잃은 잠수정(아래 그림2)과 임무수행에 실패한 그 군인들.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사건 아닌가.
그들에게는 억세게 운이 나빴지만 우리에게는 억세게 운이 좋았다.
이같은 One man's meat, another man' poison의 관계를 지양하고 Win-Win관계가
성립됨으로서 비로소 오는 통일이 진정 바람직한 통일일 것이다.
평해대로는 890리길이다.
그중 동해의 경치 좋은 바닷길은 여기 안인진리(安仁津)까지 330리다.
안인진에서 바닷길은 끊기고 마니까.
20리길 강릉을 지나면 내륙 산간길이 양근(楊根: 현 양평) 한하고 이어진다.
편안하고 어진(安仁) 사람들의 마을이 편치 않은 듯 하다.
안인이라 해서 거칠고 모진 세파가 비켜가겠는가.
어항도(아래 그림1), 길도 마을도(아래 그림2, 3) 말끔하게 포장되었고 겉으로는
께끗하고 깔끔하나 예전에 비해 삭막할 뿐이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없어 냉기가 온 마을을 덮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렵살이 만난 한 촌로가 옛 안인역터라고 가리켰으나 어쩐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띠가 많아 뙜마을이라는 강동면 모전리(茅田)가 표석(아래 그림)대로 살기 좋은 마을일까.
남강로(강동면소재지~강릉시내)와 도로사정만으로 평한다면 분명히 그렇다 할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