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은 적은데 씀씀이는 커져 20만~30만원
빚이 고금리 대출로 20대 파산신청 5년 새 29% 증가
파산 법정에 선 청춘들
“대출을 받으면 안 된다 안 된다 생각하는데도 대출금이 없으면 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매일 바보같이 휴대전화 게임에 팔려 ‘현질(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사는 것)’을 하고 스포츠토토에까지 손대게 됐습니다.”
개인 파산·회생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에 최근 한 20대 직장인이 제출한 진술서의 일부 내용이다. 이 직장인은 “추가 대출을 1300만원 받았는데 월 변제금이 72만5000원, 이자가 40만원”이라며 “한 달에 180만원을 버는데 거기서 적금 넣고 변제금에 이자까지 낼 수는 없다”고
법원에 개인 회생을 신청했다.
또 다른 20대 직장인은 “여자친구가
생기면 같이 하고 싶었던 여행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재미있는 곳에 놀러 가고 선물도 사주려 돈을 지출했다”며 “그러다 보니 돈 씀씀이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이 직장인은 감당할 수 없는 빚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법무법인의 문을 두드렸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줄던 개인 파산·회생 접수 건수가 올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17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 1~5월 개인 파산 접수 건수는 1만919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늘었다. 연령별로는 20대의 증가세가 최고였다. 청년 경제 활동을 연구하는 시민단체 내지갑연구소가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대 파산 접수 건수는 지난 5년간 29.1% 증가했다.
중앙일보가 개인 회생·파산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으로부터 20대 6명과 30대 1명 등의 진술서를 받아보니 이처럼 가벼운 씀씀이가 수십만원 빚이 되고 휴대폰깡(휴대전화를 개통하는 조건으로 현금을 받는 대출)을 하다 대부업체 대출로
이어지는 20대 파산 루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친구들과
술자리로 돈이 더욱 궁하니 스포츠토토 또는 불법토토와 같은 장외 파생상품에 빠져 수백만원을 잃은 뒤, 결국 20~30% 이자를 내는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거나 휴대폰깡에 손을
대는 식이다.
김용석 변호사(법률사무소 해내)는 “가정형편이 받쳐주지 않는 대학생들은 학자금에 월세·생활비까지 충당하니
빚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쌓이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회생 신청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당장 20만~30만원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휴대폰깡에 손을 대다가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중략)
온라인 법률 카페에도 한 순간의 실수로 파산·회생을 신청한 사연들이
올라온다. 한 30대 직장인은 “20대 후반 하루종일 휴대전화 도박에 빠져 빚이 3300만원에 달했다”며 “개인 회생을 신청해 매월 94만원씩 36개월 갚는 조건으로 변제를 받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빚을 갚느라 직장 일을 끝내고도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버린
청춘의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고 전했다.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청년들이 ‘내구제(‘나를 구제한다’는
뜻으로 일반 대출이 아닌 휴대폰깡 등으로 돈을 마련한다는 뜻)’ 대출 등을 이용하다 보니 부채의 질이
안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산 전문 최옥환 법무사는 “20대들은 처음에 200만~300만원 대출을 받을 때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본인 소비를 줄이지 않으니 결국
카드 돌려막기를 해 이자가 더 높은 대출 상품에 손을 댄다”고 말했다.
20대 파산 증가는 무분별한 소비 패턴이 주된 원인이라기보다는 경기
침체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선인 신용회복위원회 서울중앙지부장은 “가족 사업이 망하거나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를 당해 빚을 못 갚아 상담을 받으러 오는 20대도 있다”며 “수도권에 살면 월세에 통신비,
식비와 같은 물가가 비싸다 보니 수십만원을 돌려막다가 빚이 금세 수천만원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2018년과 2019년
두 해 연속 전년 대비 10% 이상 오른 최저임금으로 20대의
일자리가 줄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취업준비생 이정진(24)씨는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점심 피크시간이나 아침 출근 시간 2시간만
따로 하는 일이 많고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더라도 면접 뚫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기사원문: http://naver.me/FWLsRvT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