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이소룡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어린 시절 저는 그의 영화 팬이었고, 그래서 연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TVB 훈련반 두 선생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저는 연기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임려진 감독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저를 어린이 프로그램(주: <430 제트기>) 진행자로 발탁해 주셨지요. 또 첫 단편드라마에 출연하게 해 주신 이첨승 감독님께도 감사 드립니다. 최초로 저를 무협드라마(주:<개세호협>)에 출연시켜주신 유가호 감독님께 감사 드립니다. 저에게 첫 대형 영화(주:<벽력선봉>) 출연의 기회를 주신 이수현 감독님께도 감사 드립니다. 제가 연기하는 데에 많은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은 만자량, 이력지, 오맹달씨에게도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대회측에도 감사 드리고, 마지막으로 관중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지난 4월 21일 진행된 제 21회 홍콩 금상장 시상식에서 <소림축구>로 최고 영화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7개 부문의 상을 휩쓴 씽예, 주성치(저우싱치이)가 밝힌 수상 소감이다. 데뷔 후 10여년 동안 50 여 편의 영화와 10편의 TV 드라마에 출연한 주성치는 연기 생활 최초로 쏟아진 상복 앞에서 흥분된 어조로 '최고' 보다는 '최초'를 떠올렸고, 자신의 연기 활동을 도와주는 '벗'들에게 감사를 돌렸다. 주성치의 팬으로서 이런 수상소감을 접하게 되면 그의 '인간 됨됨이'를 짐작(!)하게 해 주기 때문에 한편으로 몹시 흐뭇해 지지만 사실 그의 인터뷰 기사들을 보면 오래 전부터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주성치는 '영화란 혼자서 하는 작업이 아니며, 연기자 개개인의 개성이 어우러진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늘 강조해 왔다. 그래서 그는 지난 10여년 동안, 같은 배우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촬영해 오고 있고 손발이 잘 맞는 감독군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관계를 기반으로 완성된 주성치 작품들이 계속 흥행가도를 달려 왔기 때문에 홍콩 영화계의 배우들과 스텝들은 언제든 주성치가 보내는 러브 콜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이젠 아시아로 넓혀졌겠지만….). 그리고 주성치는 자신의 영화를 빛낼 배우와 감독들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이들이 모여 아시아 최강의 코믹 영화 패밀리, 주성치 군단을 이루고 있다. 1. 코미디 사상 최강의 파트너 - 오맹달 오맹달은 주성치의 이웃 주민으로 TVB 연기생 동기이기도 하다. <천장지구>에서 유덕화의 친구로 나왔을 때 그는 인상이 너무 강해서 조폭 영화에, 그것도 악역에 적합한 배우처럼 보였는데 그와 주성치가 콤비를 이룬 영화를 보면 이런 생각은 완전히 사라진다. 여러 장르의 영화를 통해 다져진 그의 연기력을 기반으로 오맹달이 보여주는 과장된 코믹 연기는 선이 가늘고 왜소한 주성치와 대조적인 모습으로 주성치의 부족한 부분을 완벽히 메워주고 있다. 특히 <파괴지왕>에서 주성치의 사부로 나와 '무적 풍화륜' 을 가르치는 그를 보면, 주성치와 오맹달이 영화 속에서 이루는 조화를 확인하게 된다. 오맹달은 주성치의 강점을 더욱 부각시켜주는 역- 그러니까 잔꾀를 부리다가 늘 자기가 판 함정에 스스로 빠지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래서 <식신> 같은 영화에서 악당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맹달은 <톰과 제리>의 고양이 '톰' 처럼 미워할 수 없는 존재이다. 주성치와 오맹달은 10여년을 함께해 왔기 때문에 안 좋은 얘기들도 심심찮게 나오는데, 이를테면 둘이 싸웠다, 결별했다 등등의 소문이다. 그러나 <소림축구>와 주성치의 금상장 수상소감은 앞으로도 이 둘이 만들어낼 코미디 영화가 많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어 팬들을 기쁘게 한다. (오맹달은 예전의 '스타덤' 기사를 참조하세요->바로가기) 2. 주성치의 사랑 - 장민, 매염방, 막문위, 장백지, 그리고 조미 주성치는 영화를 찍을 때 특정 여배우와 오랫동안 같이 작업을 한다. 성룡의 영화가 여배우들에게 '찍기엔 너무 힘든' 액션들을 요구하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한 여배우들이 큰 맘 먹고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주성치의 영화에선 '망가지기' 때문에 여배우들의 결심을 필요로 한다. 드라마 <황제의 딸>로 스타덤에 오른 조미의 경우엔, 처음에 <소림축구> 섭외를 받았을 때 망가진다는 이유로 매니저들이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미가 '주성치 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혀 성사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영화에서 참 많이 망가져 준다. 이렇게 망가지는 것의 전신은 단연코 막문위이다. <식신>에서 막문위는 모든 사람에게 손가락질 받는 추녀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녀의 지고지순한 마음으로 인해 결국 주성치와 사랑을 이루게 되는데, 조미는 <식신>에서의 막문위와 같은 컨셉이지만, 막문위가 다소 터프한 여걸이었던 반면에 다소곳한- 정말 '태극권'을 사용하기에 딱 맞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막문위와 함께 <소림축구>에서 상대편 용병으로 콧수염을 달고 등장하는 장백지는 <희극지왕>을 통해 크게 알려진 여배우이다. 이전의 주성치 파트너들과는 달리 장백지는 젊고 솔직하고 거침없는 철부지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전까지 주성치와 오래 작업을 한 장민의 경우를 보면 <무장원 소걸아>같은 시대물에서 '바보온달'같은 주성치를 구원하는 평강공주의 캐릭터로 나온다. <도학위룡>도 마찬가지로, 그녀는 항상 주성치보다 강하고 똑똑하며 심지가 굳다. 이후 <심사관> 등에서 주성치의 아내 역할로 나온 매염방은 덤벙거리지만 주성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애교 많은 푼수 역할을 보여주는데, 이는 막문위가 조미로 바뀐 것처럼 오군여가 매염방보다 먼저 선보인 캐릭터이다. 차이가 있다면 오군여는 다소 예쁘지 않은 푼수 역할이었다. 이렇게 여배우들을 봐도 주성치가 보여주는 코믹 캐릭터의 성격들을 짐작하게 한다. 평강공주형 가인, 푼수 아내, 터프한 여걸,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철부지, 조용한 도인(?) 등 조금 모자란 듯도 싶지만 마음이 여리고 착하며 특별한 재능을 가진 캐릭터 - 그것이 바로 주성치가 보여주고 팬들이 아끼는 영화 속 캐릭터인 것이다. 3. 삼장법사와 트렌스젠더(?) 비디오 걸작으로 영화 팬들에게 주성치를 다시 보게 만든 작품은 다름 아닌 <서유기 그 후 500년> 시리즈이다. 이 영화는 '서유기'를 주성치 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동성서취>의 유진위가 감독을 맡고 있는데 주성치와 오랜 협의 끝에 나온 작품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이 영화를 보면 우리는 손오공(주성치)를 옭아매는 주문으로 'only you'를 닭살 돋게 불러대는 삼장법사 때문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마치 '날아라 슈퍼보드'의 삼장을 떠올리게 하는 여성스러운 태도는 <서유기> 시리즈의 후편인 <선리기연>에서 웃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주성치조차 웃게 만드는 이 배우는 바로 나가영이다. 그리고 또 한명, 주성치 영화에서 잠깐 출연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내는 사람은 코 후비는 여인. <주성치의 007>에서 수많은 후궁을 거느리고도 미모의 기생을 데려오라고 주성치에게 명령하는 황제에게 '왜?'라고 되물었을 때, 황제의 뒤 쪽에 황제를 외치며 귀엽게 뛰어오는 한 무리의 후궁들. 그리고 그 대열의 제일 앞에서 코를 파며 뛰어오는 털 많은 여인을 연기하는 배우가 바로 이건인이다. 그는 항상 주성치의 영화에 잠깐 출연하는데, <소림축구>에서도 조미를 꾸며주는 미용실 주인으로 나온다. 이렇게 갑자기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영화의 긴장감을 늦추고 관객들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그 모습만 보고도 웃을 수 있게 해 준다. 주성치 사단의 중요 인물로, 곡덕소나 이력지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지만 우리가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인물들을 우선 살펴 보았다. 사실 이런 조연급 배우들을 얘기하기 전에 <소림 축구>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주성치는 국내에서 흥행하기 힘든 배우였고, 비디오로도 매니아들에게만 잘 나가는 코미디 배우였다. 그러나 얼마 전 내한을 계기로, 그의 팬들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주성치 본인조차 놀랄 만큼 확인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한 영화 잡지에선 그의 불성실하고 변덕스러운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통역자에게 확인한 바로는 원래 스케줄 그대로 움직인 것이었다고 하는데, 누가 잘못한 것인지 원….) 하지만 주성치는 그저 웃기는 영화의 코미디 배우로 기억되어서는 안될 무엇인가가 있다. 그는 홍콩의 수많은 배우와 배우 지망생들에게서 희극적인 요소를 이끌어내는 연출자이며,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이 희극을 통해 드라마보다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도록 연기하고, 그를 보는 관객들에게 눈물보다 아픈 웃음을 줌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스타이다. 그리고 이런 특별한 무엇인가가 주성치 사단들로 하여금, '망가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와 같이 작업을 계속하게 만드는 요소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극장에서 주성치와 함께 주성치 사단들이 만들어내는 희극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아주 유쾌하게 말이다. |
-------------------------------------------------------------------------------------
감독, 주성치를 말한다.
[특집 검열] 홍콩산 족구 노총각 검열보고!! 2002.5.11.토요일 딴지 영진공 잔인한 4월, 어느 화창하던 날. 영등포구 번지 없는 안가에 자리잡은 영진공 수뇌부. 그 직속 공안 9과 아지트에 한 통의 첩보가 '떵그렁' 효과음과 함께 도착했다. 그 내용인즉슨, 이제 한 달도 채 안 남은 사발배 세계 족구 대회를 대비해 한국족구의 내공을 진일보시킬 극비 프로젝트가 국가 중요 관계 기관장 합동 회의 형식으로 모처에서 진행되었다는 첩보였다. 시절이 하 수상하다보니, 본 공사 공안 9과는 그 극비 프로젝트가 졸라 궁금 했더랬다. 본 공사 이젠 별걸 다... 졸라 궁금해 한다. 그래서 영진공 수뇌부 직속 공안 9과 과학수사대 CSI 팀이 밀도 있게 추적해낸 결과, 베일에 싸인 홍콩청년(사실 앳된 얼굴과는 달리 벌써 나이가 40줄에 접어들었단다) 하나가 당 극비 프로젝트의 중심인물임을 밝혀냈다. 그 이름 모를 홍콩총각은 천년 소림의 비기를 족구에 접목하는 데 성공했고 금번 사발배 세계 족구 대회를 기념할 겸, 한중친선도 할 겸 해서 비밀리 국내에 잠입, 일단의 우리 젊은이들에게 신비의 족구 기술을 전수하고는 바람과 함께 홀연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 족구 기술이 얼마나 절묘하고 출중했던지 전국 예비역 2년차 족구 대표팀과 일 대 다구리로 족구경기를 벌이고도 가볍게 승리했단다. 공만 보면 발이 근지럽다는 대한민국 예비역들과의 맞짱에서도 손쉽게 이겨버린 신비의 홍콩 족구 총각. 이미 눈치 깟겠지만... 그는 바로, 지난 십 수년간 온 세상 화교동네를 황당무계, 쌈마이, 엽기지존, 절치부심의 도가니탕으로 몰아넣었던 바로 그, 그 이름도 찬란한 희극지왕. 주.성.치.(일명 씽짜이, 씽예, 저우싱치이)였던 것이다. 그럼! 주성치, 과연 그는 누구인가? 1962년 생인 그는 우리나이로 방년 40세이다. 홍콩경찰무비 전문 배우 이수현의 <벽력선봉>에서 조연으로 영화에 데뷔했지만 우리나라에는 당시 홍콩에서 흥행기록을 세운 <도성>으로 그 빛나는 존함을 알리기 시작했다. <도성>은 당시의 유행하던 카지노무비에 코믹을 가미해 선풍을 일으킨 작품인데, 카지노 장에 입장할 때 주성치가 연출한 '슬로우 모션'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이자 세계 영화계에 한 획을 긋는 대(大) 코미디언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적어도 본 우원은 그렇게 평가한다. 평소에 그랬던 것처럼 아님 말구... 주성치는 영화에 데뷔하기 전 몇 편의 티비 드라마(오맹달은 그의 TVB 연기생 동기며, 그 동기 중에는 양조위도 있었다고 한다)와 <340 제트기>라는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를 맡는 등 긍긍전전하던 연기인생을 보냈다. 이렇듯 주성치의 재치와 순발력은, 타고난 재주에다가 아마도 어린이 프로에서의 종종 통제불능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어야 했던 경험들에 일정정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초기작이라 할 수 있는 <도성> 때부터 주성치 무비의 몇 가지 특징인 엽기적 상황연출, 황당무계한 이야기전개, 어처구니없는 대사, 언제나 얼굴을 디미는 패밀리들의 반복출연, 그리고 스토리 전반을 면면히 흐르는 서민적 체취 등은 시작되었던 셈이고 이게 그만의 독특한 코미디 스타일로 흐르게 되었다. 허접하다, 황당하다, 터무니없다, 말도 안 된다...가 칭찬이 되는 영화. 흔히 '모레이 터우'라고 불리우는 새로운 형식의 코미디 장르를 만들어 낸 주성치. 그는 정형화된 이야기의 전개나 평범한 상황묘사에는 별 관심이 없다. 상황은 왜곡되고 이야기의 전개는 어디로 흘러가는지 산만하기 그지없다. 또 폭력성의 수위 역시 대단히 높아, 거의 <톰과 제리> 수준의 무차별 폭력이 난무한다. 쌍코피 터지거나 멍드는 건 기본이고, 팔다리 부러지는 것도 예사다. 엽기성 또한 오바이트 정도는 귀여운 축에 속한다. 또 모든 영화를 통해서 반복되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연기는 큰 차이가 없이 일정하다. 그래도 좀 일목 요연하게 주성치 영화만의 코미디 특징을 따져 보자면... 첫째, 무엇보다 주성치 그만이 가지고 있는 묘한 캐릭터에 승부가 있다. 보통 명(名) 코미디언의 영화는 배우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슬립스틱 재주나 독특한 재담스타일로 승부를 걸기 마련이다. 이와 달리 상황코미디의 경우는 배우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정작 작가의 상상력이 더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주성치의 코미디는 얼핏 봐서 그의 재주가 돋보이거나 특이한 능력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주성치도 짐 캐리처럼 얼굴 근육의 환골탈태를 매우 많이 구사하긴 한다만 자유자재로 움직인다기보다는 도리어 가학적인, 자학적인 연출을 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한다. 즉, 고무인간같은 얼굴근육을 가졌다기보다 좀더 풍부하고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이 다양한 표정을 보라! 우짰든, 그것만으로 코미디배우 주성치를 설명하긴 곤란하다만 그렇다고 그의 코미디가 상황에만 의존하는, 스토리가 강한 코미디라는 것도 아니다. 홍콩에는 그의 영화를 흉내낸 작품들도 많다. 심지어 <천왕지왕 2000(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무비 되겠다)>같이 그가 직접 찬조출연하면서 도와준 작품도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전혀 주성치스럽지 않다. 이렇듯이 그의 코미디는 상황에서 오는 기묘함에만, 혹은 개인기에 의존한 코미디에만 기대는 성격의 것은 아니다. 다만 그의 무비 속에는 그 이상의 설명하기 힘든 어떤 '묘함'을 가지고 있다. 둘째, 주성치 군단으로 일컬어지는 그의 '패밀리'의 팀워크가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요 반복되는 재미가 쏠쏠 쌉싸름하다. 코미디의 테크니꾸 중에 반복 기법이란 게 있다. 흔히 같은 말이나 같은 행동을 여러 번 하면서 관객의 기대심리를 충족시켜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방법인데 업계에서는 이 반복이 세 번 이상되면 관객이 완전히 알아차리고 그나마 일곱 번까지는 재밌고, 여덟 번부터 열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주성치 패밀리덜은 십여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볼만하다. 참말로 이상시럽게도 말이다. 만약 오맹달과 그 일당들이 주성치의 영화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얼마나 썰렁할까. 주성치 영화 초창기의 늘 아름다운 여인으로 나오는 장민, 그녀의 라이벌 여인 오군여, 주성치의 실제 여자친구로 소문도 났던 막문위, 삼장법사 나가영, 잊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 '코딱지 디비는 미인' 이건인꺼정 호화군단의 절묘한 팀워크는 역사상 최고, 최장의 하모니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래서 오맹달과 주성치가 서로 마주보고 대사를 치는 장면을 보노라면 어떻게 저리 죽이 잘 맞을까 신기하기까지 하다. 셋째, 늘 주성치의 팬들은 요절복통의 난장판 장면보다 <서유기(월광보합, 선린기연의 연작으로 된 작품)>의 고독하기 그지없는 마지막 장면이나, <무장원 소걸아>에서 개밥을 먹는 장면, 그리고 이번 <소림축구>에서 쓰레기 넝마를 들고 다니는 그 모습... 그런 약간은 우울하고 진지한 장면을 명장면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그런 진지한 모습을 아주 짧게 던지고 말지만, 보는 이들은 그래서 더 가슴 따뜻하게 그의 영화를 즐기게 된다. 보충썰 풀자면 주성치는 골 때리는 괴짜라거나 정신없는 사이코 기질로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한 마인드로 영화를 구성한다는 거고, 바로 이점에서 웃음의 묘미가 배가된다. 본 우원, 주성치의 영화들이 순전히 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에서만 나왔다곤 보지 않는다. 홍콩코미디의 황당무계함과 특유한 몸놀림의 절묘함은 이전에도 없던 게 아니다. 특히 '허관창'의 <미스터 부>시리즈나 '대머리 마카'의 <최가박당>시리즈에서 보여준 홍콩코미디의 형식을 보노라면 분명히 주성치 영화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영화는 아니란 걸 말해준다. 여기서 하나 더 보태기. 주성치의 진정한 맛은 그런 형식적인 테크닉보단 본 공사가 주목하고 이미 언급했듯이 그의 진지한 서민의식이다. 그것이 마지막 네 번째 특징이자 핵심되겠다. 물론 그는 이제 엄청난 돈을 번, 홍콩의 재벌 급 대(大)스타다. 그러나 우리의 <도성>은 홍콩dream을 안고 중국본토에서 넘어와 살았던 평범한 촌놈의 초심을 잃지 않고 있으며, 또한 홍콩의 시민들도 바로 그의 그런 모습에 즐거움과 공감대를 가지고 함께 웃고 즐기는 것이다. 참, 한가지만 더 야그 해보자. 그의 영화가 최근작으로 오면서 더더욱 강하게 어필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사회의 강압적 도덕율같은 '허위 의식'들을 짭짤하게 씹어대고 있다는 거다. <희극지왕>에서 성공한 후 장백지를 배신하려 한다든가, 또 <식신> 에서 자신을 구해준 여자가 졸라 못 생겨서 고민하는 등 사람들 밑바닥에 있는 이기적인 욕망을 살살 긁는 재미, 도덕이나 윤리 같은 거 때문에 짓눌려 있던 인간적인 혹은 이기적인 욕망을 코메디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재주를 보여준다. '그래도 영화는 그러면 안 돼...'그럴 것 같은데도 그는 기냥 해버린다. 김히선이나 류시웬이 현실에서 뭔 짓을 해도 화면 속 그들에게 우리가 맥을 못추는 건, 영화 속 가상현실의 룰을 우리도 지켜주기 때문이다(그래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만). 그러나 주성치는 그런 엄중한 불문율까지 쌩까며 개무시한다. 그런 모습은 보기에 따라서 졸라 섬뜩하다. 인간의 진짜 모습을 풀어주는 거, 그래서 그는 진짜 코미디언이 되어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이번 개봉영화 <소림축구>에서도 예의 그 모습은 여전하다. 하긴 그의 마인드가 어디 가려나. 주성치가 직접 제작, 감독, 주연을 겸했고 그의 찰떡궁합콤비 오맹달, 요즘 홍콩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여배우 조미, 막문위, 장백지(그래 맞다. <파이란>의 장백지다. 그녀들의 무지막지한 변장술에 놀라지들 마시라)까지 얼굴을 비춘다. 당 영화가 기존 그의 영화와 다른 점 하나만 좀 집고 넘어가자면 영화 속에 수도 없이 난사되는 컴터특수효과들이다. 그간의 황당하고 터무니없던 개그가 당 영화에선 CG효과로 많이 대체되었다. 팬들의 입장에선 이것을 어떤 식으로 평가할 것인가에 개인별로 차이는 있겠다. 근래 CG나 각종 특수효과로 점철된 영화를 보면서 느끼듯, 그런 특수효과가 내용과는 동떨어져 겉도는 효과라면, 비록 특수효과 자체의 실감이 헐리우드 수준의 실감이라 할지라도 보는 이의 감상은 <용괘리>, <천사몬> 등의 어설픔과 다름 아님을 알 것이다. 그럼 <소림축구>는? 특수효과 자체의 모양새는 너무 높아진 관객의 눈썰미에 만족스럽지 못한다손 치더라도(주성치의 팬이라면 그럴리야 없겠지만서두) 그 자체가 재밌다. 예를 들어 소림사를 배경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무술동작을 펼치다가 곧 현대의 마천루와 도시인들로 바뀌는 장면이나, 주인공 씽씽이 엄청난 거리의 벽을 두고 공차기 연습을 하는 장면은 <진주만>식의 특수효과와는 전혀 다른 목적과 의미를 지닌다. 이런 점에서 특수효과라는 것이 절대 별다른 볼거리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영화자체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의 보조수단으로 철저히 복무해야 한다는 거, <소림축구>는 그 당연한 기본은 갖추고 있다 본다. 그리고 기존작품들과는 다르게 CG가 많다고 해서 예전의 씽예 영화의 플롯에서 크게 변한 것은 없으니 너무들 걱정마시라. <소림축구>의 현란한 씨쥐 장면 잘난 영화와 못난 영화, 잘 만든 영화와 못 만든 영화,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 이 간단한 자문에 대한 본 우원 뻔한디 뻔한 멍청한 대답도 제대로 할 자신이 없다, 씨바. 다만 그저 '영화는 보는 이의 것이다'라는 공염불을 금과옥조 삼아 어느 누가 어디서 뭔 지랄을 하건 자기 눈을 믿는 게 최고라는 말은 할 수 있다. 요즘 잘 나가는 <스파이더 맨>의 샘 레이미, 고딩 때 시내 모 비디오방에서 그 샘 레이미의 <이블 데드>를 함께 보던 친구 놈이 '저거, 저거... 저놈들 미친놈들 아이가'하며 개거품을 물던 게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뿐이던가. 감명 깊은 영화를 말해보래서 페럴리 부라더즈의 <메리에게 뭔가 거시기한 게 있다>라고 농삼아 가볍게 낑꿔 넣었더니 그때부터 친구덜 보는 눈에 색안경이 보태지더라. 그렇다. 주성치의 대다수 작품과 대부분의 장면들 역시, 여간해서 머리에 남겨두기 힘든 줄거리, 한도가 없는 오버와 난장판의 퍼레이드이다. 또한 범작과 졸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영화도 있다. 모 인사의 말대로 주성치의 영화는 함부로 남에게 권할 수 있는 종류의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뭐, 솔직히 강요하고 싶은 생각도 엄따. 그러나 정말 별 생각 없이 실컷 웃어보고 싶을 때 만날 수 있고, 아주 잠깐이나마 쓸쓸한 그의 뒷모습을 보며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뒤돌아 씩 웃으며 내일은 좀 더 좋은 날일 거라고 희망도 다독거려주는 이웃집 노총각... 그래서 우리덜은 주성치를 좋아하는지 모른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알게 모르게 그의 비디오가 40편 이상 나와 있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사실이다. 절대 강요는 안 하겠다. 그러나 직접 보고 확인하는 수고가 보태지지 않는다면 이따우 디비기 기사가 뭔 소용이겄냐. 개인적으로 그에게 바라는 아주 작은 소망 하나를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씽예여, 앞으로도 더더욱 심하게 날뛰어주시게나. 딴지 영진공 전방우 검열우원 버디(<a href="mailto:yibuddy@hanmail.net">yibuddy@hanmail.net</a>) |
첫댓글 모아둔 주성치 관련 글 몇개 올려봅니다.
주성치영화 어렸을 때 꽤 많이 봤었는데....... 주성치가 한때는 제 이상형이기도 했었죠.ㅋ
그는....아직도 제 이상형 이랍니다..ㅋㅎㅎ
예전에 볼살 통통하게 귀여웠던 시절이 그리워..
나의 개그 사부이죠. 정말 좋아합니다. 제일위에 주인도 같이껴있네요... 선리기연에서 이쁘게나왔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