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4시간 정상회담
우발적 충돌 방지 체계 구축키로
바이든 '중요한 진전' 강조했지만
대만.반도체 문제 대타협은 없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년 만에 다시 만나 군사 소통 채널 복원에 합의하고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자는 데 뜻을 모았다.
전략적 경쟁 관계를 완화하기 위한 대타협은 나오지 않았지만 악화 일로였던 미-중 갈등은 당분간 '관리 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두 정상은 15일 오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근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만나 4시간가량 회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머리발언에서 '우리는 경쟁이 충돌로 향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고,
시 주석 역시 '충돌과 대립은 양쪽에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는 회담 뒤 두 정상이 미.중 방위정책조정협의와 해상군사통신협정에 따른 군사 분야 소통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국은 국방장관, 합참의장, 태평양 전구 사령관, 함선 지휘관에 이르기까지 군사 정책 및 남중국해.대만해협(동중국해) 등지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협의하는 체계를 재구축하기로 했다.
1998년 도입된 해상군사통신협정에 따른 회담은 2020년 이후 중단됐고,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뒤엔 모든 군사 소통 채널이 완전히 끊겼다.
정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오후 5시 20분에 나선 단독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시 주석은 우려 사항이 생기면
'전화기를 들고 서로 연락하기로 했다.
이는 중요한 진전이다'라며 정상 간 소통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그밖에 기후변화 대응에 협력하고 인공지능(AI) 규제를 논의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와 중동 상황도 논의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이란의 도발적 행위를 자제시킬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미.중 갈등의 핵심 현안인 대만 문제나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의 공급망 재편 작업에선 양쪽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이 대만의 (내년 1월 총통) 선거 과정을 존중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시 주석이 중국이 2027년이나 2035년에 군사행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미국 쪽 보도에 대해 '그런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자료를 보면, 시 주석은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이고,
대만 무장을 중단하며, 중국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해야 한다'며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 작업을 둘러싼 이견도 여전했다.
시 주석은 미국이 '중국의 정당한 이익에 엄중한 손해를 가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제재를 해제하고 중국 기업들에 공평하고 공정하며 차별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이에 대해 '미국은 앞으로도 우리의 안보를 훼손하는 데 미국의 첨단 기술이 사용되지 못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맞섰다.
한편, 이날 북한에 대해선 깉은 논의가 이워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핵에 대한 유일한 언급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는 백악관 보도자료 내용 뿐이었다. 워싱턴 베이징/ 이본영 최현준 특파원
미.중 '전술적 휴전' 택했지만, 대만.수출통제엔 양보 없어
대선 앞둔 바이든, 경제난 시진핑
'소통' 강조하며 관계 안정화 합의
AI.기후.마약문제 등 협력도 지속
'핵심 이슈' 갈등 불씨는 여전
시진핑 '미 제재로 중국 이익훼손'
바이든 '중, 대만선거에 개입 말라'
'오해나 의사소통 오류를 막기 위해 당신과 내가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경쟁이 갈등으로 바뀌지 않게 해야 하고 책임감있게 이를 관리해야 한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미,중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다.
두 나라 국민들을 이롭게 하고, 인류 진보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만난 미.중 정상이 회담 머리발언에서 강조한 것은 세계를 이끄는 두 개 대국의
'책임감'과 '직접 소통의 중요성'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의견이 늘 일치한 것은 아니지만, 대화는 늘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이며, 유용했다.'고 말했고,
시 주석 역시 오랜 인연을 강조하며 '중-미는 지난 50년간 결코 부드럽게 향해하지 않았지만, 우여곡절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갔다'고 화답했다.
세계 질서에서 가장 중대한 의미를 갖는 미-중의 전략적 경쟁 관계와 관련해 두 지도자가 개인적 인연까지 거론하며
'안정'을 추구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 양쪽 갈등은 숨고르기로 합의하면서 일단 양쪽 갈등은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번 회담 결과를 한마디로 줄이면 '미-중이 충돌 방지를 위해 서로 책임감을 갖고 소통하며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단절된 군사.소통 채널이 복원되고, 양국 협력이 필요한
인공지능(AI)
기후
마약 대책 등에서 워킹그룹을 만들어 협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양국 간 전략 경쟁의 두 핵심 이슈인 '대만 문제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공급망 재편'에 대해선 서로의 이견만을
확인했을 뿐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악화됐던 양국 관계가 '펠로시 사건' 이전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물론, 이 역시 적은 소득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월 집권 직후부터 인류가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사이의 변곡점 위에 있다며 중국과 전략 경쟁을
강화해왔다.
중국과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투자 제한 등의 정책을 쏟아냈다.
안보 측면에서는 대만해협.남중국해 위기가 고조됐고, '기구 사건' 등으로 앙금은 더 깊어져갔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1년 전 대면 회담 뒤로는 토오하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양국 정상들이 직접 만나 관계 안정화를 약속하며 두 대국 사이에 '끼인' 한국 등은 다소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번 회담 성공을 위해 미국은 회담장 선정에도 무게를 실었다.
'파일롤리 에스테이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25km 떨어진 곳으로, 금광 재벌이 100여년 전 만든 주거지다.
역사 유산으로 관리되는 이곳은 방 56개를 갖춘 건물에 넓은 정원을 두고 있다.
21개국이 참가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만남이지만,
별도의 중요한 회담임을 강조하면서 시 주석을 예우하려는 모습을 보았다.
각각 참모 12명이 배석한 확대회담과 오찬까지 한 점도 마찬가지다.
미.중이 '전술적 휴전'에 나선 것은 양쪽이 마주하고 있는 안팎의 도전이 크기 떄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대선을 1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두 개의 전쟁을 간접 수행하고 있다.
이 사안들에 대응하기에도 벅찬대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하거나 중국이 러시아.이란 등과 대놓고 밀착하면
큰 전략적 낭패를 맛볼 수 있다.
급한 대로 내년 11월 대선 때까지는 대중 관계를 '관리'하려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3연임을 확정한 시 주석의 상황도 엇비슷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났는데도 경제 회복이 더딘 가운데 부동산 경기는 침체하고 있고, 청년실업률은 수치조차 발표할 수 없는 정도로 치솟고 있다.
'디리스킹'(위험 완화)을 내세운 미국의 수출.투자 통제 등 압박이 강화되면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
시 주석이 16일 미국 기업인들을 대거 만찬에 초청한 것도 투자 축소 움직임에 대응하는 노력이다.
중국으로서는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등 미국이 주도하는 포위 전략의 예봉도 무디게 만들어야 한다.
휴전엔 동의했지만, 양국 모두 상대한테 갖는 본질적 불만은 가시자 않았다.
시 주석은 '미국이 수출 통제와 투자 심사, 일방적 제재를 지속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따졌고,
미국은 중국이 내년 1월 치러질 대만 대선에 개입하지 않을까 경계를 꺾지 않고 있다.
결국, 핵심 쟁점에서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 한 미-중 사이 갈등의 파고는 언제든 다시 높아질 수 있다.
워싱턴 베이징/ 이본영 최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