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컷 패스트 볼`에 대하여....|

[야구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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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타자한테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몸쪽으로 순식간에 파고 들다가,우타자에게는 가운데로 들어오다가 바깥쪽으로 방향을 틀어버린다. LG 타자들은 맥을 못췄다. 맞혀야 파울 아니면 내야땅볼이다. 8월31일 수원에서 열린 현대-LG전의 모습이다. 이날 현대 선발 피어리는 ‘컷 패스트볼(cut fastball·약칭 커터)’로 불리는 구질로 LG 타선을 농락했다. 피어리는 이 공 하나로 무릎 부상 회복후 최근 8연승을 내달렸다. 올 초 ESPN이 메이저리그 감독 단장 스카우트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메이저리그 대표 구종 1위로 뽑힌 바로 그 구질,컷 패스트볼. 대체 어떤 공일까.

▲ 언터처블(Untouchable)!

컷 패스트볼은 한마디로 직구와 슬라이더를 섞어놓았다고 보면 된다. 김시진 현대 투수코치는 “스피드는 직구와 슬라이더의 중간,꺾이는 각도는 슬라이더의 절반”이라고 말했다. 직구보다는 느리고 슬라이더보다 빠르지만 각은 크지 않다는 얘기. 커터는 슬라이더 그립의 끝쪽을 비켜 잡아 중지를 이용해 직구처럼 찍어 누르듯 뿌리는 것이 기본. 하지만 투수마다 그립과 던지는 방법이 모두 다르다. 우완투수의 경우 커터를 던지면 우타자 바깥쪽으로 공 2∼3개 정도 급작스럽게 휘면서 살짝 떨어진다. 이것이 커터를 언터처블로 만드는 이유다. 이순철 LG 감독은 31일 경기 패배 후 “타자들이 피어리 공 윗부분만 쳐대니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우타자 박경수도 “정말 치기 어렵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 마리아노 리베라와 커터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 마무리로 꼽히는 마리아노 리베라는 커터의 마술사다. 리베라가 던지는 구질은 단 두 개. 흔히 직구라 불리는 포심패스트볼과 커터가 전부다. 이 두 구질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했다. 전업마무리로 돌아선 데뷔 3년째(97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무려 278세이브(시즌 평균 39.7세이브)를 기록했다. 리베라의 직구 최고 구속은 97마일(156㎞), 커터 스피드도 최고 95마일(153㎞)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구인지 커브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광속 커터인 데다 우타자 바깥쪽으로만 휘는 것이 아니라 몸쪽으로도 꺾여 ‘언터처블’ 자체다. 리베라의 투구모습을 중계로 자주 봤다는 LG 박용택은 “똑같은 폼으로 계속 던지는데도 공은 왼쪽 오른쪽으로 막 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 국내 일인자는

용병 피어리를 제외하고는 토종선수 중에는 아직까지 없다. 롯데 손민한이 비교적 잘 던지는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SK 좌완 김경태도 최근 호투 중인 것이 커터를 구사하기 때문이지만 위력은 피어리에 못미친다는 평가다. 이외 두산 이경필이 실전에서 가끔 던지고,LG 김광삼이 불펜에서 던지는 정도지만 미미한 수준. 반면 미·일 프로야구에서는 커터를 못 던지는 투수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승엽도 일본 진출 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 포크볼과 커터로 무장한 일본 투수들을 공략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투수들도 배우려는 움직임은 일고 있다. LG 장문석은 “좌타자한테 써먹기 위해서라도 올시즌 끝나면 익혀볼 작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