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은 부활절을 맞아 교회 성가대에서 '축복'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자원자가 없어서 어쩌다 어쩌다
내가 성가 앞부분의 예수님 파트(마음이 가난한자는, 애통하는자는...) 솔로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전날 경인교대 이학주 선생님과 술을 마시고 밤 2시가 되어 잠이 들어서 늦잠을 자고 말았다.
아는 형이 부천의 작은 교회에서 지휘를 하기 때문에 나는 수원 동쪽 끝 영통에서 수원 서쪽 끝 화서역까지
9시 20분까진 도착해야 한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아침 9:00. 정말 눈이 떠진게 용하다. 예수님이 날 깨웠으리라.
머리 겨우 감고 서둘러 옷을 입고서 아파트 1층 주차장의 와사비 붕붕에 올라탔다.
차에 올라탈 무렵 시동거는 소리가 들려서 반사적으로 옆을 봤더니 주차구역을 꽉채우고 있는 산타페만 있을 뿐,
운전자는 없었다.
늦었지만서도 30초 정도 소심 엔진예열을 하고 나서 서서히 차를 후진했다. 산타페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서.
그 짧은 거리가 10m는 되는 듯 느껴졌다.
한 번 더 후진해서 차를 꺾은 다음에 직진해서 나가는 순간 왼쪽시야에 뭔가 들어왔다가 확 사라지는 듯 해서
나도 모르게 핸들을 우측으로 틀었다.
"쿵!"
뭔가에 받힌듯 했다.
그 짧은 순간에 세가지 생각이 났다.
'아까 시동소리의 정체가 이거였구나'
'늦었는데 빨리 가야 하는데 사고라니..'
'아이, 천천히 후진해야지 그렇게 갑자기 후진하면 어떡하나..'
나는 차에서 내려서 차의 우측 후미를 살펴보았다. 바퀴울 부분과 범퍼가 긁혔다.
상대방 차량은 검은색 레조였다.
운전자가 나한테 다가오더니
안보여서 받았단다. 미안하단 말도 없었다.
아마 먼저 미안하다고 하면 내가 피해보상이라도 바랄까봐 그랬나보다.
나는 충분히 주차된 차량과 간격을 두고 직진을 한 것이고 그 차는 한번에 빠른 속도로 후진을 했기 때문에
거의 그쪽의 과실이 분명하다. 내가 반사적으로 차를 우측으로 틀었기에 30cm 정도 긁힌게 다행이었다.
" 후진하실 때는 주위를 보고 천천히 하셔야 하는데 그렇게 갑자기 차를 쭈욱 빼시면 피할 길이 없지요"
" 이번에 그냥 넘어갈테니, 아저씨도 다음에 이런 경우 생기면 상대방을 그냥 보내주세요"
아저씨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서로 목인사를 한뒤 그냥 자기 차로 간다.
솔직히 그 순간 눈앞에 돈이 아른 거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3-4cm만 긁혀도
도색하는데 견적이 30만원 정도는 훌쩍 넘는다. 더군다나 내 차는 바퀴부분의 울과 뒷범퍼가 같이 긁혔기 때문에
견적이 더 나온다. 측면을 받혔겠다 이판에 차량 휠의 방향도 정렬하면 딱이다.
가해자가 되어 상대방 차를 긁은 경우
보험으로 해결하자니 보험료가 올라간다. 사고가 미약해서 올라가지 않더라도 3년?마다 할인되는 혜택을 못받게 되니
SUV같은 경우는 보험처리하면 실손해액이 7-80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내가 아는 형도 현금 30만원에
그냥 합의해 주고 말았다. 좁은 골목길에 불법주차한 그 차가 너무 얄미웠지만서도...
이면도로에 불법주차한 차량의 과실은 10%에 불과했다.
만약 내차가 새차거나 2-3년된 차라면 나도 보험처리 했겠지만,
이미 내 와사비 붕붕은 올해로 만 8살이 되거니와 그동안 살짝 받고 도망간 차량,
애한테 주의주지 않아서 문 확 열어 긁어놓아서 잔 흠집이 많다.
사실 어떤 때는
'어디 한 번 걸리기만 해봐라. 그동안 못받은 보상 다 받을테니...'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를 보면 사소한 접촉사고가 무슨 작은 로또라도 되는 양
무리한 합의를 요구하고 드러눕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는 사람이라면 창피해서 하지도 못할 요구들을
한 번 보고 안 볼 사람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챙길 것은 다 챙기려고 한다.
물론 가해자가 자기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뻔뻔하게 구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인간의 불완전성을 긍정한다면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해서
너그러운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대했으면 좋겠다.
비록 내가 늦깎이 초등교사 2년차지만,
사랑받은 아이가 사랑하게 되고,
배려받은 아이가 배려받게 된다는 것은 매일의 삶속에서 경험하는 만고의 진리다.
오죽했으면
예수님도 그 유명한 주기도문에서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자를 사해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사해주옵시고" 라고 기도 했을까?"
그만큼 자기 잘못에 대해 신께 용서를 구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너그럽지 않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신께서도 인간에 대한 용서를 전제조건으로 달지 않았을까?
엄마한테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칭찬은 커녕 '바보'아니냐고 한다.
그래도 좋다.
최소한 내가 눈앞의 돈보다는
마음속에서 울리는 진실의 떨림에
내 인격이 공명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으니...
첫댓글 사고 가해자에게 해방의 기쁨을 선물하셨군요. 대신 제가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진실의 떨림에 공명하는 심령 즉 성령의 소리에 감응하는 자이니 참된 그리스도인의 면모를 보며 각박한 세태에 귀감으로 삼겠습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내준 것은 잘한 일이라 생각되는군요. 돈은 손해일지 몰라도 덕을 베풀었으니 칭찬받을 만한 일이로군요. 그 후에 교회에는 제 시간에 잘 들어갔는지.. 주일 전날 밤에 술을 마신 건 좀 자제할 일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그런 아쉬움은 드는군요.
죄송한 말씀,,,답답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고난주간에 그것도 부활주일에 찬양 중에 솔로를 담당한 분이 두시까지 하신 일을 글로 올리시는 것은 좀 그러네요.
맞는 지적이십니다.
참 이상하네요..한국기독교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가르치는것으로 알고 있는데요...이상우님께서는 술을 당연히 마셔도 되는것처럼 생각하고 계시는것 같습니다. 성경에는 분명히 술을 take 하지 말하고 되어 있는 줄 압니다만,,,,,,,
고난의 주간에 술을 마신 것에 대해서는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술자체의 위험성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술안마시는 사람에게 강요도 하지 않습니다만, 술의 문제는 절제속에 자유를 동반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에서 술을 마시지 말라고 했다면 예수님이 술꾼이란 소리를 들을 이유는 없었겟지요.
이상우님의 생각이 술을 허용한다면 저도 할 말이 없습니다만, 성경 어디에도 술을 마셔도 된다는 말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몸은 거룩한 성전입니다. 하나님의 성령이 거하는 거룩한 성전에 술을 붓는 행위가 정당한지는 저도 의문이네요? 예수님이 술꾼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구절이 어디있는지 궁금하군요? 과연 예수께서 술을 많이 마셔서 술꾼이라는 소리를 들었는지, 아니면 비유인지는 문맥을 통해서 판단하면 되는 것이구요..
이상우님이 "술꾸ㅡㄴ"은 아닌듯 합니다만은~, 주영님 그 염려를 내려 놓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 분별할 만할낍니다. 평강~!
주영님/ 디모데에게 포도주를 사용하라는 바울의 권면은 있지요^^
그리고 참고로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붙인 별명이 '먹보에 술꾼'이었지요^^
잘 하셨수다! 찌그러지진 않았구뇽? 고거이 저어기 고쳐야겠다면~장안평에 "손판금"하는 양반한테 가서 3만원에 부분칠 해달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봐서는 기냥 붙달린 미니페인트 사서 칠한다음에~, 한 일주일 지난 연후에 광택 빠다로 닦은 다음에 왁스메기면 매끔할낍니다. 그래 해 보이소! 술 야그는 말라꼬 하누? 은혜도 안되게 말입니다. ㅋ
ㅎㅎㅎ 웃고 갑니다.
간만에 웃나 봅니다.
술 야그는???....글께 말입니더...이상우 형제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더.....ㅋㅋㅋ
정직함이 장점이죠?
커밍아웃이 장점...쓰잘데 없는얘기를 붙이는것은 단점...ㅋㅋㅋㅋ
이상우 형제님처럼 차량경미 피해자인경우에는 저렇게 돌려 보내면 안됩니다.....일단 바쁘니깐두루 사진 찍어놓구[차량넘버.가해자인적사항:이름.주민번호] 연락처 받은후 연락한다고 하세요....며칠후 식사 시간 맞춰 약속 시간 잡고 식사를 하세요...밥 사 주면서 복음을 전합니다....주님을 영접하면 그깐 수리비 양보한다고 하세요....99% 회심의 길로 간다는.....ㅎㅎㅎ
기발합니다. 복음을 위하여 매진하심이~, 그러나~
대단한 아이디어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