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의 불찰로 팬여러분들을 비롯 프로야구 종사자 등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점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이 같은 글을 써야 한다는 것에 평생을 야구에 몸담아 온 저로서는 참담한 마음을 가눌 수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가 김지영 선수의 헬멧을 친 것은 제자에 대한 애정이 깃든 ‘사랑의 매’였습니다. 물론 상상외의 결과가 도출됐고 그에 따라 팬여러분들의 우려를 낳게 한 것에 대해서는 모두 저의 잘못과 불찰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어떤 변명을 늘어 놓아도 제가 잘못한 부분은 가려질 수 없음을 말입니다.
여러분들도 야구장에서 가끔 목격하셨던 광경이겠지만 선수들의 헬멧을 치는 것은 체벌이라기 보다는 지도자가 독려하는 애정의 한 표현이며 훈련이나 경기에 집중하라는 의미의 행동입니다.
저 또한 야구를 시작하던 어린시절부터 선배 지도자들로부터 자주 받았던 애정 표현이었고 제가 코치시절에도 선수들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자주 이용했던 방법이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히려 저는 이 같은 표현을 받으며 “더욱 열심히 해야 겠다”는 마음을 굳히며 훈련에 임했었고 그 결과 오늘의 이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같은 방법과 의미가 저의 행위에 대한 모든 것을 정당화시키거나 합리화 시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는 애정 표현의 한 방법이었고 무의식중에 행한 일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지영 선수측에서 당 구단 홈페이지를 비롯 여러 사이트에 글을 올려 주장하는 ‘폭력’이니 하는 것들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었음을 밝혀드립니다.
당시 상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지난 8월 17일이었습니다. 8월초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어 8월 4일부터 13일까지 단 1경기만을 치른 가운데 8월 16일 잠실 두산전까지 4연패의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16일 경기를 마치고 서울 올림픽파크텔 숙소에서 코칭스태프 회의를 갖고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향상시키기 위해 경기전 훈련시간을 1시간 늘리고 특타 및 게임배팅 등 실전위주의 훈련을 실시키로 결정했습니다.
이어 17일 광주에서 오후 2시 전체 1군 선수단이 참가해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타자들의 경우 이건열 타격코치의 지도아래 미리 편성해 알려준 4개조로 나뉘어 특별타격훈련에 들어갔고 투수들의 경우 김봉근 투수코치 지도로 외야에서 워밍업에 들어갔습니다.
훈련 시작후 선수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훈련을 시작했지만 고참급 선수에 속하는 김지영 선수가 자신이 들어갈 위치를 찾지 못하고 후배 선수들에게 “나는 어디에서 배팅을 하느냐”고 물었고 저는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됐습니다.
때문에 저는 김지영 선수를 불러 “고참선수가 방금전에 알려준 훈련위치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정신차려라”고 말하면서 배팅케이지 옆에 세워져 있던 배트의 중간부분을 잡고 김지영 선수의 헬멧을 3차례 정도 가볍게 때렸습니다.
이후 김지영 선수의 머리에서는 피가 났고 곧바로 의무트레이너의 응급조치후 팀 지정병원인 한국병원으로 후송해 찢어진 머리부분을 6바늘을 꿰멨고 X레이 촬영과 CT촬영을 받았습니다.
진료 결과 담당의사로부터 특별한 이상은 없다라는 소견을 경기를 마친 후에 들었습니다.
이후 저는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좋지 않아서 실시한 특별훈련 첫날인데 고참선수가 후배들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좋지 않아 정신차리고 야구에 전념하라는 생각에서 머리위의 헬멧을 가볍게 때렸는 데 그렇게 될 줄을 몰랐다. 아마 나에게 殺이 내린 것 같다”며 이상윤 수석코치와 팀 매니저에게 “김지영 선수를 만나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치료에 전념한 뒤 훈련을 열심히 하라”고 전달해 줄 것을 지시했습니다.
선수를 지도하는 운동세계에서 선수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지도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지도자가 우왕좌왕하는 선수를,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선수를 보며 그냥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3일 후인 지난 8월 20일 김지영 선수는 치료를 받고 저를 찾아와 “감독님, 괜찮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심경을 밝혔고 저는 “그래, 머리는 괜찮느냐. 다른 의도는 없었다. 고참선수가 후배들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좋지 않아서 헬멧을 때렸는 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네가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다. 모든 것을 잊고 다시 야구에 전념하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이후 김지영 선수는 9월 1일까지 약 15일간 한국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느라 훈련에 불참했습니다. 9월 2일부터 10일까지 9일간은 재활군에 편성돼 기본훈련 후 한국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11일부터 17일까지 8일간은 정상훈련을 받아오는 등 평상시처럼 생활을 해 왔습니다.
상황 발생후 1달이 지난 지난 9월 17일 밤늦게 김지영 선수 장인되시는 분께서 구단에 전화를 주셨고 저는 다음날 장인과 김지영 선수를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며 “그때 일은 죄송하게 됐습니다”고 간곡히 사과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이후 다음날 갑자기 김지영 선수가 “더 이상 야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장인께서 “3주 진단이 나왔다. 사람을 병신을 만들어놨으면 책임져라.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달라”며 합의금을 요구해 왔습니다.
사실확인결과 진단은 2주였습니다. 물론 진단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날 저녁 경기 때문에 팀 매니저를 보내 사과의 말씀을 전했고 장인께서는 “합의금 2억원을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경기를 마치고 제가 직접 영산포에 살고 있는 장인을 찾아 뵙고 다시한번 사과의 말씀을 전하며 “지난 2000년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구단차원에서 정리할 선수였지만 심성이 착하고 다른 선수들이 보고 배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구단에 재계약을 요청한 선수였다”며 “어찌됐건 이번 일로 제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김지영 선수 연봉에 상응하는 위로금을 드리겠습니다. 또한 야구를 그만둔다면 지도자 자리도 물색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장인께서는 줄곧 “짤릴 선수를 안짤리게 해 줘서 고맙다. 말년에 훈장을 달아줘서 고맙다. 이번 일로 김성한 감독에게 감사하고 얘들에게 집이나 한 채 사줘야 되겠다”며 “당신은 유명인이니 2억원에 합의하지 않으면 인터넷과 기자회견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일을 만천하에 알리겠다”며 협박성 발언들을 늘어 놓았습니다.
이후 저를 비롯해 팀 매니저 등이 전화와 만남을 몇차례 더 가졌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지난 9월 24일 경기를 마치고 밤 10시 30분에 김지영선수의 장인이 살고 있는 나주 영산포로 찾아가 다시 한번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김지영 선수가 야구이외의 다른 분야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야구를 계속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며 저희 구단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것도 다시 한 번 고려해 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번 건과 관련, 장인께서 말씀하신 합의금이 아닌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김지영선수의 1년치 연봉을 위로금으로 드리겠다. 26일까지 통보 기다리겠습니다”라고 이야기를 마치고 귀가했습니다.
하지만 25일 새벽 2시께부터 구단 홈페이지와 각 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저와 관련된 갖가지 글이 올라옴에 따라 심히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일을 겪으며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당초 처음 이문제가 생겼을 때 저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조용히 해결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적당히 덮어두기 위해 합의금을 준다는 것 자체가 저로서는 하고 싶지 않은 행동이었습니다.
앞으로 야구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도자들과 앞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을 후배들에게 지도를 목적으로 행한 행동에 대해 합의금을 주고 해결한다는 선례를 남겨야 되겠습니까.
저는 최근 밤잠을 자지 못하고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최악의 경우가 발생해도 위와 같은 일로 합의금을 준다는 것은 안될 일이라는 생각을 굳혔습니다. 때문에 저는 이번 일로 받을 모든 것을 감수할 생각입니다.
팬여러분 끝까지 저의 두서 없는 글을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팬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