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과 시스템 ]
포스트잇(Post-it)의 탄생 배경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1968년에 스펜서 실버(Spencer Silver)가 비행기 제작에 쓸 정도의 강력한 접착제를 개발하려다가 우연히 반복적으로 붙였다 뗄 수 있는 포스트잇을 개발했다는 얘기 말입니다. 하지만 쓰리엠의 내부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스펜서 실버의 실패한 접착제가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혁신 제품으로 재탄생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스펜서 실버가 비행기 접착제 개발에 실패하고 몇 년 후 쓰리엠의 또 다른 연구원이었던 아서 프라이(Arthur Fry)는 쓰리엠 사원용 골프장에서 동료로부터 실버가 만든 실패한 접착제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쓰리엠의 사원용 골프장은 직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 요소 중의 하나였습니다. 골프장에서의 대화는 쓰리엠의 또 다른 시스템 요소인 ‘기술포럼’으로 이어졌습니다.
쓰리엠의 직원이 강연자로 나서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누는 ‘기술포럼’에서 스펜서 실버가 금속 접착제를 만드는 데 실패한 사례를 직접 발표했고 그 자리에 프라이가 있었습니다. 스펜서 실버는 자신의 실패한 접착제에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확신했고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된 상태에서도 자신의 실패한 아이디어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실패한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는 그에게 동료들은 미스터 퍼시스턴트(Mr. Persistent)라는 별명까지 붙여 주었습니다.
스펜서 실버가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도 실패한 접착제에 계속 매달릴 수 있었던 것은 쓰리엠의 또 다른 급진적인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쓰리엠은 엔지니어가 근무시간의 15퍼센트를 기발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 사용하도록 허용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구글, 아이데오 등 많은 기업이 채택하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제도였습니다. 쓰리엠은 단기적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 발전을 위한 시스템을 선구적으로 설계했던 것입니다.
스펜서의 실패 이후 6년이 경과한 1974년, 프라이는 일요일 아침에 교회 예배에서 찬송가 페이지를 찾다가 문득 실버의 접착제가 떠올랐습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에 성가대 연습을 하면서 일요일 예배 때 부를 찬송가를 미리 표시해 두기 위해 종잇조각을 해당 페이지에 끼워 두었었는데 종잇조각이 날아가 버린 것입니다. 프라이는 실버의 실패한 접착제가 이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프라이는 곧바로 접착제 샘플을 구해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실버의 실패한 접착제를 포스트잇으로 만들기 위해 프라이는 종이의 접착제가 일관되게 끈적이도록 개선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는 불투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쓰리엠의 경영진은 소량 생산을 통해 시제품을 출시했지만 대중들의 초기 반응은 미적지근했습니다.
프라이는 전략을 바꾸어 동료들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동료들에게 제품을 한 묶음씩 나눠주고 사용량을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동료들의 포스트잇 사용량이 점점 늘어나 1인당 연간 20묶음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확신에 찬 쓰리엠은 마침내 1980년부터 집중적인 마케팅을 시작했고 포스트잇의 신화가 그렇게 완성되었습니다.
시스템은 의미 있는 ‘전체’를 형성하기 위한 일련의 요소로서 시너지 효과를 통해 부분의 합보다 더 큰 성과를 창출합니다. 인간이 만들었든, 자연이 만들었든 모든 시스템은 부분 간의 관계를 통해 특성이 드러납니다.
가령, 다이아몬드와 연필심은 탄소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부분은 동일합니다. 다이아몬드와 연필심의 차이점은 부분(탄소) 사이의 관계에서 결정이 됩니다. 다이아몬드의 탄소 구조는 삼각형 매트릭스이고, 연필심의 탄소 구조는 이동이 가능한 육각형입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다이아몬드는 단단하고 연필심은 무르다는 상이한 특성이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쓰리엠은 호기심이 넘치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이들을 불러 모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경계를 넘나드는 시도를 하도록 충분한 자원과 여유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실패를 장려하고 축하해 주었습니다. 혁신은 한 명의 고독한 천재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부분의 합보다 전체를 더 크게 만드는 시스템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혁신이 일어납니다.
(사)지역산업입지연구원 원장 홍진기 드림
첫댓글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혁신은 한명의 고독한 천재가 만어 내는것이 아닙니다 부분의 합보다 전체를 더 크게 만드는 시스템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혁신이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