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번 없이 뛴 6·25전쟁 영웅 예우정책 적극 모색
입력 2023. 06. 02 17:32
업데이트 2023. 06. 04 13:34
국방부, 비정규군 공로자 초청 간담회
2021년 관련법 제정, 정식 보상 시작
부부 유격대원 등 2181명 공로자 인정
“명예 회복하고 자긍심 높여드릴 것”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열린 6·25 비정규군 공로자 초청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재호 기자
6·25 정전 70주년을 앞두고 6·25전쟁 비정규군의 활약과 희생을 재조명하고,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위해 정부가 발전시켜야 할 사항에 대한 현장 의견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방부는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임천영 비정규군 공로자 보상심의위원장과 함께 비정규군 공로자와 유족, 관련 단체장 등 17분을 초청해 애국헌신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오찬 간담회를 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오영대 국방부 인사기획관, 손식 육군특전사령관을 비롯해 국가보훈부 보훈단체협력관, 국방부 병영정책과장, 6·25 비정규군 보상지원단장 등도 함께했다.
국방부는 지난 2021년 4월 13일 ‘6·25전쟁 전후 적 지역에서 활동한 비정규군 공로자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6·25 당시 민간인 신분으로 적 지역에 침투해 첩보수집과 유격활동 등을 하신 분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공로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
행사에는 법 시행 후 약 1년6개월간 비정규군 공로자로 인정받은 2181명 중 여성 첩보대원, 한 집안 5형제 중 생존자, 부부 유격대원, 부부 첩보원의 아들이신 국가유공자, 부자 유격대원 등 각별한 사연을 가진 숨은 영웅들이 초청됐다.
행사에서는 △신 차관과 임 위원장 인사말 △참석 공로자 소개 △6·25 비정규군 활약 영상 시청 △보상 업무 경과 및 계획 보고 △비정규군 보상 및 예우정책 현황과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한 자유 토의 등이 진행됐다. 특히 지난 2020년 비정규군 보상법률을 대표 발의한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이 축사를 보내 6·25 비정규군 보훈예우 정책의 발전을 응원했다. 행사 후 참석자들은 전쟁기념관으로 이동해 국방부 의장대의 의장 행사와 6·25 기념관실을 관람하기도 했다.
신 차관은 이날 “나라가 어려울 때 군번도, 계급도 없이 적 지역에 침투해 군인도 할 수 없었던 위험천만한 임무를 수행하신 데 대해 국방부를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면서 “자라나는 미래 세대가 애국 헌신하신 분들이 ‘국가의 영웅’임을 알게 하고 그 숭고한 정신을 공유할 수 있도록 교육·홍보 강화와 사료 보존 등 비정규군 예우정책을 적극적으로 살피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도 “비정규군 공로자를 한 분이라도 더 찾고 공로를 인정받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공로자 대부분이 85세 이상 고령자임을 감안해 신속한 보상으로 이분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자긍심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유격군총연합회 박충암 회장은 비정규군 공로자를 대표해 “젊은 나이에 오직 조국을 수호하고 고향을 수복하겠다는 신념으로 유격부대에 입대했다”면서 “여러 작전을 펼치며 피 흘린 전우와 살아남은 전우의 고귀한 희생을 70년 지난 지금이라도 인정해 오늘과 같은 행사를 마련해준 국방부와 보상법률이 제정될 수 있도록 힘써주신 한기호 의원께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6·25 비정규군의 헌신을 기억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법률상 비정규군 공로금 신청기한은 오는 10월 16일까지다. 국방부는 신청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전방위 홍보를 통해 더 많은 공로자와 유족이 신청하도록 노력하는 한편 국가보훈부, 지방자치단체, 전우회 등과 협력해 숨은 공로자·유가족을 찾을 계획이다.
더불어 비정규군 공로에 대한 국민 인식 향상을 위해 6·25 간 활동 및 성과에 대한 △군 내외 교육 △비정규군 공로증서 발급 △뚜렷한 전투공적이 있을 경우 무공수훈 건의 등을 추진해 공로자분들이 합당한 존경과 보답을 받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숨은 영웅들의 특별한 사연들
특전사 창설요원 김인식 옹·101세 이찬순 옹…‘역사가 한자리에’
켈로부대원 부모 대신 참석 이성훈 옹
뒤늦게 참전유공자 등록된 정금수 옹
“죽을 고비 넘긴 보답…기쁘고 감사해”
동키부대원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101세 이찬순 옹이 초청 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한재호 기자
이날 6·25 비정규군 공로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공로자들은 각기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이성훈 옹은 인천상륙작전의 발판인 ‘팔미도 탈환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켈로부대원 고(故) 이철 씨와 여성 켈로대원인 고 최상렬 씨를 대신해 행사에 참석했다. 이옹의 부모님인 이들 부부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실제 주인공이다. 이옹은 1976년 육군 장교로 임관해 최전방 일반전초(GOP)에서 소대장으로 복무 중 1977년 비무장지대(DMZ) 작전 중 지뢰폭발 사고로 양측다리 부상을 입어 국가유공자가 됐다.
8240유격부대 출신인 김인식 옹은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창설요원으로 특전사의 살아있는 역사다. 김옹은 6·25가 한창이던 1951년 평안도 초도에서 8240유격부대 예하 동키(Donkey) 부대에 입대해 비군인 신분으로 평안도 일대에서 다양한 작전을 펼쳤다. 특히 동키12부대 참모장, 정보과장 등을 지내며 작전 지휘와 첩보수집 능력을 인정받아 정전 후 육군 장교로 임관했다. 이후 1958년 특전사의 모체가 되는 ‘제1전투단’ 창설 준비 요원으로 활약했으며, 1969년 특전사 창설 요원 70여 명의 특수전 교육을 도맡아 수행했다.
행사 참석자 중 유독 눈에 띄는 공로자는 무려 101세 나이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자리한 이찬순 옹이었다. 이옹은 1950년 12월 뜻있는 반공청년들과 구월산 유격부대에서 작전을 펼치던 중 동키부대에 입대했다. 그는 전쟁기간 인민군으로 위장해 황해도 초도와 구월산을 왕복하며 수집한 첩보를 보고하고 유격작전을 펼쳤다.
정금수 옹은 비정규군 보상지원단을 통해 비정규군 공로자로 인정받고 참전유공자로 등록됐다. 정옹은 1952년 11월 8240유격부대 예하 토치라이트부대에 입대해 강원도 속초 일대에서 공중·해안침투와 첩보수집 등의 교육을 받고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유격작전을 벌였다.
그는 정전 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원양어선을 타고 해외에서 살아오다가 전우들과 연락이 두절돼 참전유공자 신청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비정규군 보상에 관한 뉴스 자막을 보고 공로금을 신청했고, 70년 동안 간직해온 8240부대 제대증과 당시 상황 진술 등이 단초가 돼 비정규군 공로자로 인정받게 됐다.
정옹은 “6·25 중 적 지역에서 전투하며 죽을 고비를 넘긴 지난 시간에 대한 보답을 이제라도 받을 수 있게 돼 기쁘고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글=임채무/사진=한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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