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이언트] 13
씬1. 삼일빌딩 앞 (밤)
(강모가 물끄러미 앉아 있다. 그 옆에서 시덕이 안타깝게 강모를 보고 있고... 그 위로...)
- 인서트
(어린 미주와 강모의 여러 모습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대합실에서 노래하는 모습...
신발을 손에 들고 강모 등에 업힌 채 노래를 부르는 모습... 잃어버린 미주를 찾는 강모의 애타는 모습 등등...)
- 다시 현실
(어느새 강모의 눈시울이 붉다)
시덕 : 그만 집에 가자.
강모 : ...
시덕 : 이번 달 말에 분명히 다시 올 거야. 그땐 만날 수 있을 거다.
강모 : ... (울음 삼키는데)
씬2. 미주 방 안
(미주가 엎드려서 설레는 마음으로 일기를 쓰고 있다)
미주 : (E) 오빠가 날 찾고 있는 게 분명하다.. 강모 오빠일까, 성모일까? 서울 한 복판에 내 가족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너무 너무 뛴다... 다음번엔 꼭 삼일빌딩 앞에 나와 줄 거지? 오빠...
씬3. 어느 공원 (낮)
(성모가 벤치에 앉아 물끄러미 생각에 잠겨 있다. 어린 미주 또래의 여자아이가 풍선을 들고 다가오다가... 아이가 풍선을 놓친다.
그 풍선이 성모 쪽으로.. 성모가 얼른 풍선을 잡아 여자 아이에게 주며...)
성모 : (부드러운 미소) 여깄다.
아이 : 고맙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간다)
(성모, 한참을 여자 아이 뒷모습에서 눈을 못 뗀다)
성모 : (눈물 고여서) 우리 미주도 딱 저만 했었는데...
씬4. 골프클럽 필드 안
(조필연이 멋지게 드라이버 샷을 한다. 조민우와 정연, 황태섭이 있고.. 나이스 샷..! 박수들을 치는데...
뒤이어 나오는 황태섭, 지기 싫은 표정이 역력하다. 잔뜩 겨누다가 힘껏 휘두르는데... 손에서 빠져서 멀리 날아가는 골프채...
캐디들이 수군거리며 웃고...)
태섭 : 이런, 젠장..! 이까짓 걸 왜 비싼 돈 들여가며 치는 거야.
필연 : 한 번 더 치시죠.
태섭 : 아닙니다. 난 그냥, 산책삼아 따라 다니죠.
(네 사람이 걸어 나온다, 캐디들이 뒤따라오고...)
필연 : (걸어 나오며) 지금쯤 홍기표가 넋이 빠져 있을 겁니다.
태섭 : 그렇겠죠. 나한테 거금을 들여서 사 논 땅이 쓸모가 없어졌으니...
민우 : 곧 정부에서, 강북에 있는 명문 사립 중고등학교들을 강남으로 이전 시킨다는 계획입니다.
태섭 : 그거 아주 잘 됐구만..! 땅 값 올리는데 교육만큼 좋은 것도 없지.
민우 :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가 사둔 역세권 땅에 아파트를 지어도 미분양 사태는 절대 없을 겁니다.
필연 : ... (흡족해서 웃는)
정연 : ...
씬5. 동, 필드 안 / 클럽하우스
(정연이 스윙하려는데... 그 옆에 민우가 다가온다. 정연, 휙 째려보며)
정연 : 신경 쓰이게 왜 자꾸 따라와요?
민우 : 지금 그 공, 내 공이에요.
(정연, 공을 살펴보고는 민망해서 물러나고...
그 일각 클럽 하우스 안.. 강모가 정연과 민우의 모습을 보고 있다.
민우, 멋지게 공을 때린다. 정연과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강모, 무거운 표정으로... )
씬6. 클럽 하우스 안
(조필연과 황태섭, 민우, 정연이 식사를 하고 있다. 그 옆 테이블에 강모가 혼자 앉아서 밥을 먹고 있고...)
필연 : 어때요, 황회장... 이렇게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으니까,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태섭 : (건성) 예...
필연 : 우리도 이쯤에서 마무리 짓는 게 어떻겠소?
태섭 : ...? (보면)
필연 : 민우와 정연양과의 결혼 문제 말입니다.
(정연, 놀라서 민우를 본다. 강모, 밥 먹다 놀라서 보는데)
태섭 : 국장님, 그 문젠...
필연 : 우선 약혼식이라도 해두는 게 좋겠는데... 정연양 생각은 어때요?
정연 : (당혹) 죄송합니다. 국장님... 전 오늘 처음 듣는 얘깁니다.
필연 : ...? (태섭에게) 아직 얘기도 안했습니까?
태섭 : 요즘 하도 경황이 없어서...
필연 : 설마, 나와 사돈 맺는 게 싫은 건 아니시겠죠?
태섭 : .... (정연을 본다)
정연 : ... (굳어진 채)
필연 : 곧 공천 발표가 날 겁니다. 오병탁 의원이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 했어요.
이 두 사람만 맺어지면, 그거야 말로 정계와 재계의 완벽한 결합이 아니겠소?
정연 : ... (민우를 노려본다)
민우 : .. (무표정)
필연 : 조만간에 안사돈까지 만나서 상견례를 하도록 합시다.
(강모, 숟가락을 놓는다. 억장이 무너질 듯이...)
씬7. 보석 경매장
(루비 세트가 앞에 놓여 있다. 진행자가 앞에 나와 있고... 돈 많은 부인들이 각자의 번호 푯말을 들고 모여 있다.
복자가 곁에 있고, 남숙과 양명자가 나란히 앉아서 서로 견제하듯...)
남숙 : (푯말 들고) 오십 오...
여자 1 : (푯말 들고) 육십...
명자 : 육십 오...
남숙 : (곧바로) 칠 십...!
진행자 : 칠십 만원 나왔습니다. 더 부르실 분 안 계십니까?
명자 : (힐끔 남숙을 보더니, 잠시 갈등하다가) 팔십..!
진행자 : 자, 팔십..! 팔십 만원 나왔습니다.
남숙 : ... (명자를 흘겨본다)
진행자 : 더 없습니까? 없으면 팔십 만원에...
남숙 : 백만 원..!!
복자 : (놀라서, 만류하듯) 사, 사모님..
진행자 : 백..! 드디어 백이 나왔습니다. 더 드실 분 안계시죠?
명자 : ..! (놀라서 남숙을 본다)
남숙 : ... (여유만만, 해 볼 테면 해봐)
진행자 : 축하합니다. 버마 산 최고급 루비 세트..! 삼십칠 번 사모님께 낙찰됐습니다..!!
(명자, 남숙 쪽을 흘겨보는데.. 남숙, 비웃듯이 씩 웃어 보이며...)
씬8. 경매장 밖
(승용차 대기해 있고... 남숙이 거들먹거리며 나온다. 보석 세트를 든 복자가 따라 나오고..
대기해 있던 염재수가 얼른 차 뒷문을 열어주는데...)
명자 : 정식 어머니..! (다가온다)
남숙 : ... (보는데)
명자 : 이럴 줄 알았으면 싸게 구입하게 그냥 놔둘걸...
남숙 : 그깟 백만 원... 푼돈인데요, 뭐..
명자 : 대학 어디 나오셨어요?
남숙 : (기분 나쁘다) 그건.. 왜 물어요?
명자 : 마침 우리 모임에 멤버가 한명 빠졌는데... 대학을 나와야 자격이 되거든요.
남숙 : (굳어진다) 됐어요. 전 여자들 모여서 수다 떠는 거, 딱 질색이에요.
명숙 : 어머... 우리정도 되는 사람들이 수다 떨겠어요? 남편들 내조 삼아서 사회봉사활동 하는 거니까 걱정 마세요.
남숙 : 저도, 고아도 데려다 키우고, 사회봉사 활동 할 만큼 하거든요?
명숙 : 그럼 더 잘 됐네. 모임에 나오세요. 제가 추천할 게요. 그럼, 나중에 봐요? (간다)
복자 : (걱정스럽게) 어떡해요? 사모님, 중학교 밖에 안 나오셨잖아요.
남숙 : 시끄러, 이 여편네야..! 저 여자가 내가 대학 안 나온 거, 모를 거 같아?
(명자 쪽을 흘겨보며) 백여시 같은 게, 내 염장을 질러?
씬9. 대륙건설 로비
(골프를 마친 태섭과 정연이 들어서고 있다. 그 뒤를 강모가 따라 오는데...)
태섭 : 어떻게 생각 하니? 민우하고 약혼 하는 거...
정연 : (단호하게) 저, 싫어요.
태섭 : .. (걸음 멈추고 본다)
정연 : (딱 부러지게) 이 결혼, 정략적인 거잖아요. 아버지들 노름에 놀아나고 싶지 않아요.
강모 : ... (안도하는 모습)
태섭 : 그래도.. 조민우가 싫다는 말은 안하는 구나.
(태섭, 돌아서서 간다. 정연, 대꾸 없이 보는데... 강모, 뭔가 불안하다)
씬10. 만보건설, 회장실
(태섭과 영국이 있고... 민우가 들어선다)
태섭 : 앉게... 자네한테 섭섭한 소식을 전해야겠어.
민우 : .. (본다)
태섭 : 정연이가 자네의 청혼을 거절 했어. 아버님한테 그렇게 전하게.
민우 : 회장님께선, 제가 사위로 맘에 안 드십니까?
태섭 : 나? 나야 뭐 정연이가...
민우 : (OL) 정연씨 마음..! 제가 돌려놓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태섭 : .. (본다) 쉽진 않을 거야. 정연이 고집은, 나도 못 꺾으니까..
민우 : 그럼, 그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인사하고 나간다)
영국 : 정연이가 좋다면, 정말 조필연과 사돈을 맺을 생각인가?
태섭 : 그 작자는 맘에 안 들지만... 조민우가 탐나는 건 사실이야.
씬11. 만보 건설 기획실
(모두 퇴근한 사무실 안... 정연, 막 가방을 들고 일어서는데... 민우가 들어온다. 마주 보는 두 사람..)
민우 : 회장님한테 얘기 들었어요.
정연 : (까칠하게) 집안끼리 혼사 얘기 오가는 거 알고 있었죠?
민우 : 내가 먼저 아버지한테 얘기했어요. 정연씨랑 결혼하고 싶다고..
정연 : ..? (본다)
민우 : 호텔에서.. 나랑 키스하는 꿈, 꾼 적 있지? 그거, 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
정연 : ..!! (크게 놀란다) 뭐? 설마..?
(정연, 민우의 뺨을 때리려는데 민우, 정연의 손을 낚아채더니 확 끌어당긴다. 거칠게 입을 맞추는데..!!
정연, 민우를 확 밀치고 노려본다)
민우 : 오늘도 꿈이라고... 악몽이라고 생각 할 건가?
정연 : ... 나한테 왜 이래?
민우 : 그걸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민우, 정연을 끌어안는다. 정연, 밀어내려는데 민우, 더욱 힘줘서 끌어안으며)
민우 : 너 때문에 미치겠다. 어떻게 하면... 날 좋아해 줄래?
정연 : ...!! (놀란 채)
(민우, 포옹을 풀고 정연을 본다. 정연, 멍하게 보는데... 민우의 얼굴이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정연, 표정이 차가워지더니 민우의 뺨을 후려친다)
정연 : 내가 바보, 숙맥으로 보여? 정략결혼, 성사시키려고 연극하고 있는 거, 내가 모를 거 같아?
민우 : .... (자존심 상해서, 본다)
정연 : 두 번 다시, 나한테 결혼 얘기 안 들리게 해.
(정연, 돌아서 간다. 민우, 그런 정연을 노려보는데서...)
씬12. 달리는 차 안
(강모가 운전을 하고 있다. 정연, 무거운 표정으로 조수석에 타고 있고...)
정연 : 강모야... 너 누굴 사랑 해 본 적 있니?
강모 : ... (본다)
정연 : 하긴, 중학교 때부터 널 지켜봤지만.. 연애하는 거 못 봤으니까...
강모 : ...
정연 :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 체했나? 속이 답답하네..?
강모 : ... (왠지 불안하다)
씬13. 로열클럽 안
(무대 위.. 여가수가 피아노를 치고 있고, 경옥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홀 안 일각에서 강모와 정연이 맥주를 마시며 경옥 쪽을 보고 있고... 일각에서 경자가 속상한 듯 강모 쪽을 보고 있다)
경자 : 어휴, 저것들이 정말 연애 하나?
(노래가 끝나자 박수와 환호소리... 경옥, 우아하게 답례 인사를 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데...
경옥, 지배인과 함께 정연 쪽 테이블 앞을 지나치려다가 정연을 보더니 놀라서 멈춘다.
정연과 강모가 이상하게 보다가...)
정연 : 노래, 잘 들었어요. 너무 멋지세요.
경옥 : ...! (그제야 정신 차리고) 고, 고마워요.
지배인 : 들어가시죠, 사장님.
(경옥, 지배인과 함께 지나쳐 간다. 뒤돌아서 힐끔 정연을 보며...)
정연 : (이상한 듯, 보고) 저 여자가 여기 사장님이야?
씬14. 동, 사장실
(들어서는 경옥, 마음 급하게 서랍을 꺼내더니 사진 한 장을 꺼내 본다. 대학교 앞에서 찍은 정연의 모습...)
경옥 : (사진 보며) 정연아...
(경옥, 떨리는 손으로 담배 케이스를 열더니 담배를 입에 물려다가...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담배를 던져놓고 황급히 무대 의상을 벗는다)
씬15. 동, 홀 안
(정연이 맥주를 벌컥 벌컥 마시고 있다)
강모 : 무슨 술을 그렇게 마셔요?
정연 :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터져버릴 것 같아.
강모 : ... (보는데)
(이때, 옷을 갈아입은 경옥이 지배인과 다가온다. 정연을 보다가...)
경옥 : 저 자리로 술 가져 와.
지배인 : 홀에서 드시게요?
(경옥, 대꾸 없이 정연을 등지고 테이블에 앉는다. 뒷자리의 정연을 의식하는데...)
정연 : 내가 회사, 이어받으면 우리 엄마 좋아 하겠지?
경옥 : ...
정연 : 울 엄마... 어딘 가에 살아 있기나 할까?
강모 : 분명히 잘 살고 계실 거예요.
정연 : 엄마가 나 낳을 때, 지금 나보다도 더 어렸어. 어린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한테 속아서 배신까지 당했는데..
정말 잘 살고 있을까?
경옥 : ...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정연 : 그런 게 남자들이 말하는 사랑이야.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결혼? 난 그딴 거 필요 없어. 하루빨리 내 힘으로 회사, 경영하는 것만 생각 할 거야.
(정연, 술 마신다. 강모, 그런 정연을 씁쓸하게 본다. 뒤쪽의 경옥, 눈가가 흥건한 채...)
씬16. 황태섭 집 마당 (밤)
(인사불성으로 술에 취한 정연이 강모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선다)
정연 : 여기가 어디야? 여기 어디냐구..!
강모 : (마음 졸이며) 조용히 좀 해요. 식구들 다 깨겠어요.
정연 : (게슴츠레 본다) 강모야... 야, 이강모...
강모 : 저 어디 안 도망가요. 얼른 들어가요. (부축하려는데)
정연 : (와락 껴안는다) 도망가면 너 죽어?
강모 : ...
정연 : (껴안은 채) 가만 안둔다구.. 도망가면...
(강모, 정연을 그대로 어깨에 들쳐 메고...)
씬17. 동, 정연 방
(정연을 침대에 눕히는 강모... 이불을 끌어다가 정연에게 덮어준다. 정연, 잠이 든 채...
강모, 물끄러미 정연을 보다가..)
강모 : 나한테 누굴 사랑해 본적 있냐고 물었지? (본다) 내가 사랑한 사람... 바로 너야.. 황정연...
정연 : ...
강모 : 첫 고백인데... 비겁하게 너 잠들었을 때 해서 미안해. 하지만.. 언젠간 당당하게... 니 앞에서 사랑한다고 말 할 거야.
그때까지.. 절대 다른 남자한테 가지 말고 기다려 줘...
정연 : ... (잠이 든 채)
씬18. 동, 욕실 안
(민우가 웃통을 벗고 면도 중이다. 거울을 보는데... 그 위로)
정연 : (E) 정략결혼, 성사시키려고 연극하고 있는 거, 내가 모를 거 같아?
-인써트
정연 : 두 번 다시, 나한테 결혼 얘기 안 들리게 해.
- 다시 욕실
(민우, 손바닥으로 거울을 친다. 오기어린 표정으로...)
씬19. 로열클럽, 사장실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경옥.... 이때, 지배인이 서류를 들고 들어온다)
지배인 : (서류 내민다) 황정연씨에 관한 기록입니다.
경옥 : .. (집어 들고 본다)
지배인 : 그동안 황정연씨는 만보건설 기획실에 입사해서...
경옥 : (사무적으로) 보고할 필요 없어. 나가 봐.
지배인 : 저, 사장님... 정연 양과는 무슨 관계이신지..
경옥 : (차갑게) 개인적인 질문 좋아 하지 않는다고 했을 텐데?
지배인 : 죄송합니다. (인사하고 나가고)
경옥 : ... (서류를 읽어 본다)
씬20. 오병탁 사무실 안 (다음날 낮)
(조필연과 민홍기가 마주 앉아 있다. 긴장감이 감도는 실내.. 자신만만하게 서로를 노려보며...
이때, 오병탁과 한명석이 들어선다. 조필연과 홍기, 자리에서 일어서면)
병탁 : 뭔 놈의 회의들을 그렇게 길게 하는 거야? 다들 앉아. (앉는다)
좌중 : .. (자리에 앉고)
병탁 : 이봐, 조국장...
필연 : (기대감) 예, 위원장님.
병탁 :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자네가 민국장한테 양보를 해야 할 것 같아.
필연 : ..!! (놀라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병탁 : 당 수뇌부에서 민국장을 공천하기로 결정이 났어.
홍기 : ..!! 고맙습니다.
필연 : 위원장님...!
병탁 : 다음 공천 때는, 내가 책임지고 조국장, 자넬 추천하겠네.
필연 : (노려보며) 이번 공천심사 기준이 뭡니까?
병탁 : 우리끼린데 뭘 더 감추겠어? 이번 공천은 철저하게 실적위주로 평가했네.
필연 : 실적이라뇨?
병탁 : 그동안, 민국장이 건대협을 통해서 기부한 국가발전기금, 자네쪽 하고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많아.
필연 : .. (굳어진 채)
홍기 : 너무 실망하지 말게. 다음 선거 땐 내가 자넬 밀어 줄 테니까...
(조필연이 탁자를 손으로 탁 치면서 일어서서 나간다)
병탁 : 저 사람이?
홍기 : 내버려 두십시오.
병탁 : 그건 그렇고... 지하철 공사는 어떻게 됐어?
명석 : 지금 대륙건설이 심한 자금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별 이변이 없는 한, 만보건설이 맡아서 시행하게 될 겁니다.
병탁 : (홍기에게) 자네, 공천만 받으면 끝이 아냐. 선거에서 이기려면 말썽 많은 홍기표하고 손 끊어야 돼?
홍기 : 잘 알고 있습니다, 위원장님.
씬21. 조필연 집, 거실
(조필연과 황태섭, 고재춘, 주영국이 술을 마시고 있다)
필연 : (술잔으로 탁자를 내려치며) 이것들이, 죽어라고 사냥을 해다 줬더니 이제 와서 날 버려?
태섭 : 국장님께서 공천을 못 받게 되셨다니, 저도 좀 놀랐습니다.
필연 : 일이 이렇게 됐으니, 황회장께서 날 아주 확실하게 밀어줘야겠소.
태섭 : .. (술 마시려다가, 본다)
필연 : 난 이대로 못 물러납니다. 민홍기와 같은 지역구에서, 무소속으로라도 출마 할 거요.
태섭 : 국장님..
필연 : 어차피 놈은 돈이 없을 테니까, 온 사방 천지에 금가루를 뿌려서라도 민홍기 그놈을 깔아뭉개야겠소.
태섭 : (술잔을 내려놓고) 저 사업하는 사람입니다.
필연 : (본다)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오?
태섭 : 투자 가치가 없는 사업에 돈을 쏟아 부을 순 없습니다.
필연 : ...!! 지금 뭐라고 했소? 투자 가치가 없어?
태섭 : 막말로 이번 선거전에서 지기라도 한다면... 우리 둘 다 망하자는 거 아닙니까?
필연 : (눈빛) 당신 사업이 이만큼 성장한 게 누구 덕인지 벌써 잊었소?
태섭 : 제 말뜻을 잘못 이해하셨군요. 무리하게 헛돈 쓰느니, 차라리 훗날을 도모하는 게..
필연 : (탁자, 내려치고, 버럭) 황회장..!!
태섭 : ...
필연 : 당신... 아이들 혼사 문제, 차일피일 미룬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소?
태섭 : ... (보다가) 오늘 좀 취하셨습니다. 다음에 다시 말씀 드리죠.
(황태섭과 주영국이 나간다. 조필연, 노려보면서 술잔을 비운다.
주방 쪽에서 과일 쟁반을 들고 나오던 명자, 화난 표정으로...)
씬22. 동, 마당
(황태섭과 주영국이 걸어 나온다)
태섭 : 뭐? 사방 천지에 금가루를 뿌려? 아니, 내 피 같은 돈을 제집 뒷간의 거름으로 아는 거야, 뭐야?
영국 : 나중에 괜찮겠지? 독이 아주 바짝 올랐던데...
태섭 : 공천 못 받으면 끝이야. 지 놈이 무슨 수로...
(이때, 조민우가 들어선다. 태섭, 얼른 입을 다물고...)
민우 : 벌써 가시는 겁니까?
태섭 : 들어가 보게. 자네가 아버님을 많이 위로해 드려야 할 거야.
(황태섭과 주영국이 나간다. 민우, 보는데)
씬23. 거실
(필연, 술잔을 집어 던진다. 와장창 깨지는데... 민우, 들어서다가 놀라서)
민우 : 무슨 일이에요?
필연 : 국회의원 공천이구, 니 혼담 문제고 다 깨졌다.
민우 : ...!! (놀란다)
명자 : (깨진 유리잔 치우며) 당신 취했어요. 술 그만 드세요.
필연 : 민우, 너... 황회장 모르게 대륙건설 몰아붙여. 빠른 시일 내에 부도를 내게 하란 말이다.
민우 : ... (본다)
재춘 : 국장님, 무슨 복안이라도 가지고 계신 겁니까?
필연 : 날 물 먹인 놈들한텐 대륙건설 홍기표 회장이 폭탄이야.
내 예상대로라면, 분명 그동안 상납했던 내역을 적은 장부를 가지고 있을 거다.
민우 : ..! (놀라서) 홍회장이 비밀 장부를 사용하게 하잔 말씀이세요?
필연 : 난 그런 류의 인간들을 잘 알아. 궁지에 몰리면 틀림없이 자폭이라도 하려 들 거야.
재춘 : 하지만, 우리까지 위험해 질 수도 있습니다.
필연 : 내가 던질 수 있는 마지막 승부수다. 재춘이 넌 지금부터 홍기표를 감시해.
재춘 : 알겠습니다, 국장님.
필연 : (이를 갈 듯) 민홍기, 황태섭.. 네 놈들이 어떤 꼴을 당하는지 두고 봐라.
민우 : (무거운 표정)...
씬24. 대륙건설 회장실
(홍기표가 혼자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김실장이 급히 들어서며...)
김실장 : 큰일 났습니다, 회장님..! 어음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기표 : ...!! 뭐?
김실장 :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금융가에 악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씬25. 한옥집, 마루
(홍기표가 마루에 앉아서 초조하게 백파를 기다리고 있다. 상 위에 놓인 신문에 지하철 노선 변경에 관한 타이틀이 보인다.
홍기표, 기분 나쁜 듯이 신문을 접는데.. 이때, 장부를 든 경옥이 들어선다)
기표 : 어르신께서는...?
경옥 : 용무가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 하세요.
기표 : 제발 이번 한번만 더 날 좀 도와주시게.
경옥 : ... (장부를 펼쳐본다)
기표 : 지하철 공사만 빼앗기지 않으면, 우린 틀림없이 재기 할 수 있어.
경옥 : (장부 보며) 대륙건설, 이자 갚는 날은 이달 말이에요.
기표 : 이보게, 유사장..!
경옥 : 아시잖아요. 줄땐 후하고 받을 땐 철저한 게 어르신 영업 방침인 거..
기표 : 지금 어디 계셔? 내 직접 어르신을 만나서...
경옥 : 이달 말까지 이자 못 갚으면, 담보로 잡힌 땅, 단 한 평도 못 건지게 될 거예요.
기표 : 자네 정말 나한테 이럴 건가?
경옥 : 안녕히 가세요. (일어서서 들어간다)
기표 : ... (이를 악물듯이)
씬26. 동, 안방
(백파가 손에 바둑책을 들고 바둑판에 돌을 놓으며... 경옥이 들어와 앉는다)
백파 : (돌 놓으며) 저 사람, 살려 줄 생각이 영 없는 거냐?
경옥 : 원칙에 어긋나잖아요.
백파 : 니가 황태섭을 다 도와주고... 딸이 무섭긴 무섭구나..
경옥 : ..! (본다)
백파 : 어젯밤에 혼자 우는 소리, 다 들었다. 정연이라고 했던가?
경옥 : ...
백파 : 끊을 인연이면 연연하지 않는 게 좋아. 어렵게 치유한 상처가 또 도질라.
경옥 : ... (눈물 고인다)
씬27. 백파 집 문 밖
(승용차가 서 있고... 홍기표, 힘없이 나온다. 소태와 김실장이 있고..)
기표 : 민홍기 국장하곤 연락 됐어?
김실장 : 전혀 연락이 되질 않습니다.
기표 : 이 인간이 증말..!! (소태에게) 지금 당장 남산으로 가..!
소태 : 나, 남산요? 갑자기 남산은 왜..?
김실장 : 중정으로 가시겠단 말씀이십니까?
씬28. 중정건물 안
(계단으로 내려오는 성모와 찬성.. 이때, 입구 쪽이 소란하다.
홍기표가 헌병 복장의 경비요원들과 실랑이 중이다)
기표 : 대륙건설 홍회장이라면 아실 겁니다. 그러지 말고 연락만 좀 해 주십시오.
경비 : 자꾸 이러시면 좋지 않습니다.
기표 : 민국장님 만나기 전까지, 나 여기서 한 발 짝도 못 물러납니다.
경비 : 끌어 내..! (경비들이 홍기표를 끌어낸다. 기표, 끌려가며)
기표 : 홍회장이라면 아신다니깐요..!! 연락만 좀 넣어 주세요..!!
성모 : ... (그런 홍기표를 보는데)
씬29. 인근의 다방 안
(홍기표가 혼자 초조하게 앉아 있다. 이때, 들어서는 민홍기... 잠시 홍기표쪽을 노려보다가 다가와 앉고)
기표 : 국장님..!
홍기 : 당신 미쳤소?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찾아 와?
기표 : 저 좀 살려 주십시오. 이대로 두면, 우리 회사 부도나고 맙니다.
홍기 : (감정 참으며, 낮게) 내 말 똑똑히 들으시오, 홍회장. 내가 지금 누굴 도울 상황이 아니야.
당신 때문에 나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기표 : (정색) 나.. 때문이라고요?
홍기 : 지하철 노선이 왜 갑자기 바뀌었는지 알아? 당신이 너무 설치고 다니니깐, 조필연이하고 황태섭이 공작을 한 거요, 알겠소?
기표 : (냉소) 그게.. 다 내 탓이란 겁니까?
홍기 : 당신, 지금처럼 계속 이렇게 나대면, 망해도 곱게 못 망해. 알겠소? 자중하란 말이오, 자중..!
(일어선다) 그리고... 다신 나 찾지 마시오.
(민홍기, 밖으로 나간다. 찻잔을 드는 홍기표의 손이 떨린다)
기표 : 자중? (쓴 웃음) 나보고... 곱게 망해달라고?
씬30. 홍기표네 집 거실
(어깨를 늘어뜨리고 들어서는 홍기표... 집 안에 온통 빨간 차압 딱지들이 붙어 있다. 미주가 정자의 휠체어를 끌고 다가오고...)
정자 : (놀란 기색이 역력하고) 여보...
기표 : (넋이 나간 듯 주변을 둘러본다)
정자 :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이 차압 딱지들, 다 뭐냐구..?
기표 : (다가와 휠체어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는다) 당신, 나 믿지?
정자 : ... (눈물 고인 채 본다)
기표 : 믿어, 안 믿어?
정자 : 당신 못 믿었으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기나 할 것 같아?
기표 : (손을 잡는다) 나...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당신 사랑해...
정자 : ...
기표 :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놀라거나 불안해 할 것 없어.. 그냥... 지금처럼 나만 믿으면 돼. 알았지?
정자 : ...
미주 : ... (애처롭게 보는데)
씬31. 호텔 바 안
(민우와 정식 바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다)
정식 : 어쩐 일이냐? 니가 날 다 찾아오구...
민우 : 니 동생 말이야... (본다) 정연씨, 어떤 사람이냐?
정식 : ...! (표정 굳어지며) 너 혹시... 우리 회사 탐내고 있냐?
민우 : (본다)
정식 : 내가 널 모를 것 같아? 니가 정연이 같은 애 관심 가질 리 없어.
민우 :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정식 : 걔 엄마, 작부 출신이야. 그래서 그 기집애 성격이 그 모양이구.
민우 : (인상 쓴다) 정식아... 말 좀 조심해 줄래?
정식 : 뭐?
민우 : 나, 정연씨하고 결혼할 생각이야.
정식 : ..!! (놀라서) 뭐? 결혼?
민우 : .. (술 한모금 마신다)
정식 : 야. 너... (말문 막히다가) 니가 정연이를 마누라 삼든 식모 삼든, 내가 알 바 아니지만.. 만보건설, 그거 내거야. 알아?
민우 : .. (픽하고 웃는데)
정식 : (멱살 잡으며) 너 지금 비웃었냐?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그거야?
민우: (멱살 잡은 손을 천천히 풀어내며) 참 이상해... 넌 신경이 하나도 안 쓰이는데, 왜 이강모가 자꾸 신경에 거슬리지?
정식: 이 자식이 정말 죽으려구...!
민우 : (본다) 야, 황정식... 너 내 친구야. 내가 친구하고 회사 경영권 놓고 싸울 놈으로 밖에 안보이냐?
정식 : ... (보는데)
민우 : (지갑에서 수표 몇 장을 꺼내놓는다) 집 나와서 돈 없지?
정식 : ... (노려보는데)
민우 : 나중에 니가 회사 물려받으면, 그땐 나한테 고마워 할 거다. 우리 만보건설... 내가 최고로 키울 거거든.
정식 : ... (표정 풀어진다)
민우 : (어깨를 툭툭 치며) 간다. (밖으로 나간다)
정식 : (수표를 집어 들며) 하긴... 저런 놈, 밑에 두는 것도 괜찮지..
씬32. 만보건설 전경 (다음날 낮)
씬33. 기획실장실
(민우가 창밖을 바라보는데... 노크소리와 함께 정연이 자료를 들고 들어온다.
민우, 그대로 창밖을 응시하며...)
정연 : 회사 아파트 청약 광고, 시안입니다.
민우 : ... (눈길 한번 안주고) 거기 두고 나가요.
정연 : .. (눈치 보며) 저.. 신문사 기자하고 미팅 있는데요.
민우 : 정연씨가 알아서 하세요.
정연 : 제가요?
민우 : ...
정연 : 알겠습니다.
(정연, 밖으로 나가다 뒤돌아보면... 민우,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정연, 밖으로 나가려고 문고리를 막 잡는데...)
민우 : 니가 날 믿든 안 믿는 상관없어.
정연 : ...! (멈칫)
민우 : (창밖 보면서) 내가 널 사랑하니까...
정연 : ...!! (놀라서 돌아본다)
민우 : (여전히 뒤돌아 선 채) 절대 너 포기 안해.
(정연, 짧은 순간 흔들리는 감정.. 민우 보다가 밖으로 나간다.
민우, 단호한 표정으로 밖을 응시한 채...)
씬34. 커피숍 안
(정연이 멍하게 혼자 앉아서 기자를 기다리고 있다.
강모가 들어서서 정연을 발견하고는 다가온다. 손에 든 자료 내밀며)
강모 : (손에 든 자료를 내밀며) 이거 맞죠, 아가씨?
정연 : 미안해... 정신이 없어서 정작 중요한 걸 놓고 왔네?
강모 : 근데, 기자는 아직 안 왔어요?
기훈 : (E) 미안합니다. (다가온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
정연 : 아니에요, 저도 금방 왔어요. (자료 내밀며) 저희 회사 아파트, 청약광고 시안이에요.
기훈 : (자료 받아서 보는데)
강모 : ..! (기훈을 보고는) 선생님?
기훈 : ..?
강모 : 저 강모예요, 이강모.
기훈 : 너? 야, 이강모..!
정연 : ..? (보는데)
씬35. 신문사 편집부 안
(몇몇 기자들이 일을 하고 있는 사무실 안... 강모와 윤기훈이 들어선다. 고려일보 신문사 로고가 보이고..
강모, 주변을 둘러보는데 윤기훈이 겉옷을 벗어서 의자에 걸치며..)
기훈 : 앉아. 신문사 첨 와보지?
강모 : .. (앉는다) 선생님, 기자 되셨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저 때문에 학교 그만 두신 거 같아서 내내 마음에 걸렸었는데...
기훈 : 여기서도 언제 잘릴지 몰라. 내가 쓰는 기사들을 위에서 아주 싫어하거든.
강모 : (미소) 선생님은 여전하시네요.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기훈이 수화기를 들고..)
기훈 : 예, 고려일봅니다.
기표 : (F) 거기.. 윤기훈 기자님 계십니까?
기훈 : 제가 윤기훈인데요. 누구시죠?
기표 : (F) 전, 건설사를 경영하는 홍기표라는 사람입니다.
기훈 : 홍기표..? (하다가) 아, 대륙건설 홍기표 회장님..!
강모 : ..? (기훈을 본다)
씬36. 홍기표네 집 서재
(기표가 혼자 전화중이다. 책상 위에 반쯤 비워진 양주병이 놓여 있고..)
기표 : (수화기를 들고) 윤기자님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씬37. 신문사 안
기훈 : 잠깐만요. (수첩을 꺼내 받아 적으며) 예,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그럼, 저녁때 뵙겠습니다.
(수화기 놓고, 강모에게) 어, 미안...
강모 : 홍기표 회장이 무슨 일인데요?
기훈 : 홍회장 알아? 아.. 강모 너, 만보건설에 있다고 그랬지? 만나자는 걸 보니 기사거릴 하나 제보할 모양이야.
강모 : 제보요?
기훈 : 그건 그렇고, 넌 요즘 어때?
강모 : ... (생각)
씬38. 중정, 국장실
(성모가 와 있다. 조필연과 단 둘이...)
성모 : 이젠 그만 감찰국으로 돌아오겠습니다.
필연 : 아직은 아냐. 계속 민홍기 곁에 있어.
성모 : 더 이상 민국장을 감시할 이유가 없질 않습니까?
필연 : 그 말... 나와 민국장과의 게임이 끝났다는 뜻이냐?
성모 : ... (본다)
필연 : 다들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이 게임 아직 안 끝났어. 곧 전세가 뒤집어 질 거다.
성모 : ..! (의미심장하게, 본다)
(이때, 고재춘이 급히 들어선다)
재춘 : 국장님..! 지금 홍기표가 고려일보 기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필연 : ..!! 고려일보? 기자가 누군데?
재춘 : 정치부, 윤기훈이란 기잡니다.
필연 : 윤기훈이?
성모 : 가끔 골치 아픈 기사를 써서 우리 정보국에서 주시하던 잡니다.
필연 : ... (잠시 생각하다가) 홍기표 모르게, 그 기자란 놈만 잡아들여.
재춘 : 알겠습니다, 국장님. (나간다)
성모 : 무슨 일입니까?
필연 : 일석이조란 말 알지? 날 우습게 여기는 놈들이 두 놈이야. 민홍기와 황태섭...
그 두 마리 참새가.. 곧 내가 던진 돌멩이에 피를 흘리고 쓰러질 거다.
성모 : ... (뭔가를 직감한다)
씬39. 호텔 커피숍
(윤기훈과 홍기표가 만나고 있다)
기훈 : 말씀해 보세요. 중요한 제보라는 게 뭡니까?
기표 :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심호흡) 혹시... 국가발전기금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기훈 : ..!! (놀라서 본다)
기표 : 요점만 말씀드리죠. 제가 건대협 회장으로 있는 육년 동안, 분기별로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국가에 비밀 자금을 상납했습니다.
기훈 : (잠시 주변을 살피고는) 누구에게 전달했습니까?
기표 : 중앙정보부, 민홍기 국장입니다.
기훈 : 생각보다 엄청난 일이군요. 증인이나, 증거가 있습니까?
기표 : 상납한 내역을 담은 장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훈 : ..!!
기표 : 그 장부만 세상에 공개되면... 연루된 자들은 물론, 이번 정권까지 무너지게 될 겁니다.
기훈 : 홍회장님도 무사치 않을 겁니다.
기표 : 세상을 더럽히는데 일조한 죄라고 생각하고, 달게 받을 작정입니다.
기훈 : ...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기표 : 꼭 이 사실을 세상에 알려주십시오. 나한테서 돈을 걷어간 놈들... 권력에 빌붙어서 기생충처럼 자기 욕심 채운 놈들...
하나같이 다 이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것들입니다.
기훈 : 장부는 가지고 나오셨습니까?
기표 : 아뇨, 장부는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기훈 : 이렇게 하도록 하죠. 설령 장부가 있더라도, 이 정권에서 그런 기사는 검열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제가 야당 쪽과 접촉해서 협조를 구하겠습니다. 그런 다음에 기사를 터뜨리는 겁니다.
기표 : 제가 아는 야당 국회의원이 한분 계십니다. 저도 그분과 협의하겠습니다.
기훈 : 그럼, 비자금 장부는 내일 이 자리에서 건네받는 걸로 하죠.
기표 : 알겠습니다.
(그 일각, 중정 요원 두어 명이 신문을 보며 홍기표 쪽을 주시하고 있다)
씬40. 호텔 앞
(윤기훈이 걸어 나온다. 택시를 잡으려는데 승용차가 다가와 선다. 차에서 내리는 고재춘...)
재춘 : 윤기자님이시죠?
기훈 : ..? 누구...?
(이때, 뒤따라 나온 요원 두 명이 양쪽에서 기훈의 팔을 잡더니 강제로 승용차에 태운다)
기훈 : 당신들 뭐야? 무슨 짓이야..!
(기훈, 승용차에 태워지면 고재춘과 요원들이 타자마자 출발하는데..)
씬41. 중정, 취조실
(고재춘이 마주 앉아서 윤기훈을 취조중이다. 요원 두 명이 있고..)
재춘 : 말해, 홍기표 만나서 무슨 얘기 했어?
기훈 : 이 봐요.. 나, 대한민국 기잡니다. 아무리 중앙정보부라도, 무고한 기자를 함부로 잡아들여도 되는 겁니까?
재춘 : (탁자를 내리친다) 당신, 죽고 싶어..!!
(이때, 조필연이 들어선다)
필연 : 기자 분한테 무슨 무롄가?
재춘 : ... (얼른 일어서서)
필연 : (자리에 앉는다) 저 아시겠습니까?
기훈 : ..? (본다)
필연 : 신상정보를 안 봤으면 저도 못 알아 뵐 뻔 했습니다.
기훈 : .. (유심히 보고는) 조민우, 아버님?
필연 : 기억하시는군요. 제 아들놈 은사님이셨는데, 이런 곳으로 모시게 돼서 죄송합니다.
기훈 : (반갑다) 무슨 오해가 있던 것 같습니다. 절 내보내 주십시오.
필연 : 조사에 협조만 해주시면, 당장이라도 나가실 수 있습니다.
기훈 : 이미 제가 아는 건 다 말씀드렸습니다.
필연 : 윤 선생님... 아니, 윤 기자님... 처음부터 질문을 다시 드리죠. 홍기표 회장이 혹시 장부 얘기 안하던가요?
기훈 : (뜨끔 한다) 자, 장부라니요?
필연 : 했습니까, 안했습니까?
기훈 : 전 도무지 무슨 말씀인지...
(필연, 기훈의 뺨을 후려친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필연 : 거꾸로 매달아...! 한 시간 내로 안 불면 물 고문시키고, 그래도 안 불면 전기고문 해.
(기훈에게) 내가 장담하지. 오늘 하룻밤이면.. 너 평생 온천치 못한 정신으로 살게 될 거다. (나간다)
기훈 : 미, 민우 아버님..!
재춘 : (머리채를 휘어잡는다) 지하실로 끌고 가..!!
씬42. 선술집 안 (저녁)
(돼지갈비집이다. 석쇠 위로 고기가 익고 있고... 강모와 소태, 시덕이 술을 마시고 있다)
소태 : 요즘 우리 회장님, 제정신이 아니다. 하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으니 나라도 안 미치고 못 배기지...
강모 : ... (뭔가 골똘히 생각)
소태 : 야, 너... 내 자리 확실하게 봐주는 거지? 대륙건설 망하면 나, 갈 데도 없어.
강모 : ... (생각하는데)
소태 : (고기 먹으려다가, 시덕에게) 고기 좀 뒤집어 임마. 다 타잖아.
시덕 : 어휴, 씨... 니가 처먹을 거, 니가 뒤집어.
소태 : 근데, 이 돼지고기 같은 놈이...
시덕 : 뭐? 이게 그냥 확..!
강모 : 시덕아, 일어나자. 갈 데가 있어.
씬43. 주택가. 윤기훈 집 앞 (밤)
(강모와 시덕이 대문 앞에 서 있다. 아기를 등에 업은 윤기훈의 아내가 나와 있고..)
강모 : 아직 안 들어 오셨다고요?
아내 : (걱정스럽게) 예, 신문사에서도 하루 종일 찾던 모양인데...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거든요.
강모 : ... (생각)
아내 : 내 정신 좀 봐.. 우선 들어오세요.
강모 : 아닙니다. 나중에 선생님 계실 때 다시 찾아뵐 게요.
아내 :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아내, 집 안으로 들어가고... 강모와 시덕이 걸어 나온다)
강모 : 뭔가 이상해... 오늘 분명히 홍기표 회장 만난다고 하셨는데..
시덕 : 어디 가서 술이라도 한잔 하시나부지 뭐...
(이때, 골목 맞은편에서 지프차가 다가와 선다. 차에서 내리는 윤기훈...)
시덕 : 어? 저 분 선생님 맞지?
(뒤따라 내리는 조필연...
강모, 조필연을 보자 얼른 시덕의 뒷덜미를 잡아채더니 몸을 숨긴다. 그쪽을 살피는데...)
씬44. 동, 골목 일각
(윤기훈의 얼굴이 말짱하다. 그러나 식은땀을 흘리며... 조필연이 마주보고..)
필연 : 진작 협조해주셨으면 험한 꼴을 안 당하셨을 거 아닙니까.
기훈 : .. (노려본다)
필연 : (옷깃을 바로 해주며) 우리 애들이 얼굴을 안 건드려서 다행입니다. 내일 예정대로 홍기표를 만나십시오.
나머지는 다 우리가 알아서 할 겁니다. 제 말뜻 아시겠죠, 윤 선생?
(필연이 차에 타자 지프차가 출발한다.
기훈, 돌아서서 몇 걸음 옮기다가 가슴에 통증이 있는 듯 비틀대며 벽을 짚는다.
이때, 강모와 시덕이 달려오고)
강모 : 선생님..!!
기훈 : ...! (놀란다)
(기훈, 갑자기 기침을 해대더니 입가가 피로 흥건하다)
강모 : (놀라서) 선생님..!! (시덕에게) 얼른 댁으로 모셔.
기훈 : 아니다... 우선, 어디 가서 숨 좀 돌려야 할 것 같아.
강모 : 걸으실 수 있으세요?
씬45. 포장마차 안
(윤기훈과 강모, 시덕이 앉아 있다. 기훈, 국물을 조심스럽게 후루룩 마시고는 길게 한 숨 내쉬는데..
강모, 그런 기훈을 물끄러미 보다가)
강모 : 아까 그 사람들, 중정 사람들인 거 알아요.
기훈 : ...! (본다)
강모 : 홍기표 회장하고 관련된 일이죠? 대체 무슨 일이에요?
기훈 : 넌 이번 일에 끼어들지 마.
강모 : 선생님..!
기훈 : 괜한 일에 목숨 걸지 말란 말이야..!
시덕 : ..! (놀란다)
강모 : 사람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심각한 일인가요?
기훈 : 제발 그만하자... (소주를 마신다)
강모 : ... (보는데)
씬46. 스튜디오 복도
(막 촬영이 끝난 분위기.. 스텝들이 조명기며 카메라들을 옮기며 오가고 있고...
민우와 정연이 서류 봉투를 들고 들어오며..)
민우 : 정주리씨가 이미 혜성건설과 계약 성사 단계란 소리 있어요.
정연 : 어떡하든 맘 돌려놔야죠. 우리 회사 아파트 이미지에 정주리씨가 딱 맞는다고 생각해요.
씬47. 동, 분장실
(세련된 원피스 차림의 여배우가 앉아 있고... 미용사가 머리를 손질해 주고 있다. 매니저가 그 옆에 서서...)
매니저 : 만보건설 기획 실장이라는 사람이 찾아 왔는데요?
여배우 : (눈 치켜뜨며) 피곤하게... 당장 돌려 보네.
매니저 : 네.
(이때, 민우와 정연이 불쑥 들어온다)
매니저 : (입구를 막아서며) 아니, 여기까지 들어오시면 어떡합니까?
민우 : 잠깐만 주리씨 좀 만날게요.
여배우 : ... (거울로 민우를 보더니, 급 호감) 들어오시라고 해.
매니저 : 네?
여배우 : (일어서서 돌아본다) 아파트 광고 모델 건이라고 하셨죠?
민우 : 네.
여배우 : .. (민우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정연 : ... (여배우와 민우를 번갈아 보는데)
민우 : (E) 건배...
씬48. 술집 룸 안
(민우와 여배우, 정연이 건배를 하고 있다. 여배우와 민우, 원샷으로 마시고... 정연, 잔 내려놓는다)
여배우 : 아으 써... 나 술 잘 못 마시는데... 조실장님, 내가 만보건설 모델 수락한 거 실장님 때문인 거 아세요?
민우 : 그래요? 영광입니다.
여배우 : 오늘 한번 실컷 마셔 봐요. 실장님이 끝까지 저 책임져 주실 거죠?
민우 : (부드러운 미소) 그럼요. 맘 놓고 드세요.
정연 : ... (기가 찬 듯, 민우를 보는데)
여배우 : (유혹하듯) 그럼, 한잔 더 따라 주실래요?
민우 : (미소 지으며 따라 준다)
씬49. 동. 화장실
(정연, 거울 보며 손 씻으며...)
정연 : 조민우가 웃는 걸 다 보네. (거울 보며, 민우 흉내 내듯) 그럼요, 맘 놓고 드세요...
(손에 물기 확 털고는 손수건 꺼내 닦는데)
씬50. 동, 복도 / 룸 안
(문이 조금 열려 있고... 정연이 다가와 문 밖에서 막 들어가려는데)
여배우 : 여직원 보내면 안돼요?
정연 : .. (문 앞에서 멈추고)
여배우 : (가까이 다가가 앉으며) 조실장님하고 단둘이 술 마시고 싶은데...
민우 : ... (미소)
여배우 : 우리, 딴 데로 옮겨서 마실까요?
민우 : 그건, 곤란합니다... (본다, 차갑게) 그 여직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거든요.
여배우 : ..!! 네?
민우 : 그리고 내가 그쪽한테 잘해 주는 거, 그 여자가 주리씨를 꼭 모델로 쓰고 싶어 해서예요.
난 그 쪽이 아니라도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여배우 : 뭐라고요? 기가 막혀서..!
(여배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간다. 정연이 입구쪽에서 민우를 보는데..)
민우 : 기분 잡쳤다. 우리끼리 마실까?
정연 : ... (내심 기분 좋고)
씬51. 홍기표네 집 전경 (다음 날 낮)
씬52. 동. 서재
(책상 위에 서류 가방이 놓여 있고... 양복차림의 홍기표가 비밀장부를 훑어보고 있다. 빼곡하게 적힌 상납 내역들...
기표, 잠시 장부를 내려놓고 한숨을 내쉬며 고민한다.
이때, 노크소리가 들리며 미주가 들어서고...)
미주 : 부르셨어요, 회장님?
기표 : 미주야..
미주 : 예, 회장님...
기표 : 지금 날 도와줄 사람은 미주 너 밖에 없다.
미주 : (놀라서) 예?
기표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라. 미주 넌 똑똑하니까.. 내 말뜻을 금방 알아들을 거야.
미주 : (겁먹고) 무슨 일인데요..?
씬53. 동, 마당
(서류가방을 든 홍기표가 나온다. 미주가 따라 나오고.. 홍기표, 대문 앞에서...)
기표 : 내가 한 말, 꼭 명심해야 된다. 미주, 너 잘 할 수 있지?
미주 : (당차게) 예, 회장님. 걱정 마세요.
(기표, 미주의 어깨를 다독여주고는 대문 밖으로 나간다)
미주 : 다녀오세요. (대문 닫고, 잠시 생각하다가 들어간다)
씬54. 동 거실
(미주, 막 들어서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미주 : (수화기 들고) 네, 한남동입니다. (사이) 회장님, 나가셨는데요?
씬55. 중정, 성모 방
(찬성이 와 있다. 성모, 수화기 들고...)
성모 : 언제 나갔습니까?
미주 : (F) 방금요.
성모 : (급하게 수화기 놓고) 한 발 늦었다. (급히 일어서서) 우리가 먼저 가서 홍회장을 막아야 돼.
찬성 : 이미, 감찰국 직원들이 나가 있을 겁니다.
성모 : 지금 가면 홍회장이 도착하기 전에 막을 수 있어.
(성모, 나가려는데 조필연이 들어선다)
필연 : 마침 있었군. 오랜만에 점심이나 같이 하지.
찬성 : .. (눈치 보며)
성모 : ... (난감하게)
씬56. 호텔 커피숍 안
(윤기훈이 초조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기훈, 주변을 둘러보면 몇몇 자리에 고재춘과 중정 요원들이 앉아 있고... 기훈이 그들과 시선을 마주치는데...
이때, 가방을 든 홍기표가 들어서더니 윤기훈에게 다가온다)
기표 : 제가 좀 늦었습니다.
(기표, 가방을 탁자 위에 올려놓는 순간 기표의 손을 잡는 고재춘...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며...)
재춘 : 같이 좀 가셔야겠습니다. (가방을 빼앗으며) 데려 가.
(기표, 놀라서 윤기훈을 본다. 기훈, 고개를 떨어뜨리는데..
홍기표, 고재춘들에게 끌려 나가고... 자책감에 고개 숙인 기훈 앞에 누군가가 다가온다.
윤기훈이 고개를 들고 보면 강모다)
기훈 : 강모야..?
강모 : (앉는다) 이제 저한테 다 말씀해 주세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기훈 : 내가 말했지? 너, 이번 일에 끼어들면 위험해...
강모 : (답답한 듯) 선생님..! (강렬해진 표정에서)
씬57. 만보건설 전경 (낮)
태섭 : (E) 그게 무슨 말이야?
씬58. 동, 회장실
(강모가 와 있다. 태섭과 주영국이 있고...)
태섭 : (놀라서) 홍기표가 중정으로 끌려가다니?
강모 : 건대협을 통해서 상납한 비밀장부 발각됐답니다.
태섭 : 뭐? 비밀장부? 그 인간이 장부를 적어 놨단 말야?
강모 : 예, 회장님.
영국 : 건대협에서 상납한 거라면, 회장님도 위험하질 않습니까?
태섭 : (내심 불안하지만) 설마, 지들이 걷어가 놓고 우리까지 잡아들이겠어?
강모 : ... (뭔가 불안하게)
씬59. 중정, 취조실
(고재춘이 탁자 위에 가방을 놓는다. 잠금 장치에 비밀번호가 필요한 가방이다. 홍기표와 조필연이 마주 앉아 있고..)
필연 : 가방 열어.
기표 : 대체 왜 그러는지 이유나 좀 압시다.
재춘 : 어서 열어, 새끼야..!!
(기표, 잠시 조필연을 노려보다가 비밀번호를 맞추더니 가방을 연다. 가방 안에 들어 있는 두툼한 서류뭉치...
조필연이 얼른 집어다가 살펴보는데... 이내 표정이 굳어지며 기표를 노려본다)
필연 : 이거, 다 뭐야?
기표 : 보면 아시지 않습니까? 지하철 인근의 땅 값에 관한 정보들입니다.
필연 : 뭐?
기표 : 부동산 투기에 관한 기사를 쓴다길래, 갖고 있는 자료들을 좀 넘겨주려던 건데 뭐가 잘못됐습니까?
필연 : ..!!
재춘 : ... (놀라서, 얼른 서류들을 펼쳐보고는) 국장님?
필연 : 장부 어딨어?
기표 : 장부라니요? 설마 우리 집 가계부를 말씀하시는 건 아니실 테고..
필연 : (노려본다) 어디 한번, 해보자 그건가?
기표 : ... (지지 않고 보는데)
필연 : 이 작자네 집 다 뒤져..!
재춘 : 예, 국장님..!!
씬60. 홍기표네 집 안
(- 침실.. 중정 요원들이 구두 발로 장롱이며 책상 서랍을 마구 뒤지고 있다.
- 서재 안... 책을 마구 헤집으며 장부를 찾는 요원들...
- 거실안... 고재춘과 다른 요원들이 집을 헤집으며 난장판을 만드는데...)
미주 : 아저씨들 누구예요..! 남의 집에서 뭐하는 짓이냐구요..!!
(재춘, 도자기를 집어 들더니 냅다 바닥에 던져 깨뜨린다. 쓰윽 발로 확인해 보는데 정자가 휠체어에 앉은 채 재춘을 잡는다)
정자 : 내 남편 지금 어딨어요? (매달리며) 그 이, 지금 어딨냐구..!!
(재춘, 정자를 뿌리치면 정자, 휠체어 밖으로 굴러 떨어진다)
미주 : 사모님..!! (달려가서 안는다) 괜찮으세요, 사모님?
(이때, 다른 요원들이 거실로 몰려나오며)
요원 1 : 집 안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재춘 : ... (정자에게 다가가고) 장부 어디다가 숨겼어?
정자 : 난 그딴 거 몰라요..!
재춘 : 그 장부 없으면 당신 남편 죽어, 알아?
정자 : ..!! (놀란다)
재춘 : 남편 살리고 싶으면, 장부 찾아서 가져 와. (가려는데)
정자 : (바짓가랑이를 잡는다) 우리 그이..! 그이는 무사한 거죠? 그쵸?
씬61. 중정, 지하실
(홍기표가 비명을 지른다. 기표의 양쪽 귓불에 전기 집개가 물려 있고... 전기 고문중이다.
그 옆에서 김실장이 겁에 질린 채 보고 있고... 조필연이 다이얼을 돌려서 전압을 낮추면 기표, 기진맥진 한 채...)
필연 : 더 피 말라서 죽기 전에, 어서 불어.
기표 : ... (게슴츠레) 장부 같은 거.. 없다고 그랬잖소...
(조필연, 싸늘하게 보다가 다이얼을 올린다. 기표, 온 몸이 감전되며 비명 지르는데...)
필연 : 말 해..! 장부 어디다가 숨겼어..!!
(기표, 고통으로 몸부림치다가 축 늘어진다. 필연, 다이얼을 돌려서 전기를 끄고... 요원이 기표를 살피고는..)
요원 : 기절했습니다.
필연 : (김 실장을 싸늘하게 본다)
김실장 : (겁에 질린 채) 사, 살려 주십시오.
필연 : 장부가 있다는 걸 들은 적은 있나?
김실장 : ... (주저한다)
필연 : 너도 전기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나?
김실장 : 회, 회장님이... 장부에 관해서 말씀한 적이 있었습니다.
필연 : 어디다 뒀는지는 모르고?
김실장 : 하늘에 맹세코, 전 정말 모릅니다.
필연 : 묶어.
요원 : 예, 국장님..!
(요원들이 김실장의 귓불에 집개를 물린다)
김실장 : (공포에 질려서) 전 정말 모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씬62. 중정, 복도
(민홍기와 엄가, 성모, 찬성, 몇몇 요원들이 서슬 퍼렇게 다가온다. 복도를 지키고 있던 다른 요원들이 민홍기들을 가로 막는다)
홍기 : 비켜.
요원1 :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엄명입니다.
홍기 : 엄명? (정강이를 걷어찬다) 누가 감히 명을 내려..!!
필연 : 내가 내렸네.
(조필연과 요원들이 다가온다. 두 패거리들이 맞선 채로...)
홍기 : 홍회장, 왜 잡아 들였어?
필연 : 비리를 캐내서 척결하는 건 우리 감찰국 소관이야. 자넨 정보국 일이나 잘 하면 되지 왜 여기 와서 설쳐 대?
홍기 : (얼굴 가까이, 낮게) 너, 정말 왜 이래..? 있지도 않은 장부를 찾아서 뭘 어쩌려고?
필연 : 있는지 없는지는 두고 봐야지.
홍기 : 있으면..?
필연 : 몰라서 묻나?
홍기 : 미쳤군... 스스로 니 무덤을 파고 있어.
필연 : 그 무덤에 누가 파묻히는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홍기 : (이를 갈 듯 노려보며) 어디 한번.. 니 맘대로 해봐.
(홍기, 돌아서서 나간다. 성모, 잠시 조필연과 시선 마주치고는 따라가는데...
이때, 고재춘이 다가온다)
재춘 : 이 잡듯이 샅샅이 뒤졌지만, 집에는 없습니다.
필연 : ... (생각)
재춘 : 이미 외부로 빼돌린 것 같습니다.
필연 : 지금 당장 건대협 회장들을 잡아 들여.
재춘 : 예?
필연 : 황태섭을 포함해서 한 놈도 빠짐없이 몽땅 다..!
재춘 : 알겠습니다. (간다)
필연 : ... (눈빛)
성모 : (보는데)
씬63. 만보건설 로비
(황태섭이 들어선다. 그 뒤 쪽으로 강모가 따라 들어서고...
황태섭과 함께 있는 강모의 모습과 조필연과 함께 있는 성모의 모습...
네 사람이 동시에 한 화면으로 정지되면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