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철새의 경고 메시지
-잘못해도 시인하지 않아. 사과할 필요도, 고칠 필요도 없는 사회-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임인 년(壬寅年) 국운에 대해 역술인들이 풀어 본 주역은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온다. 순풍에 돛단 격이다. 도약과 변화를 시도하는 해다’라고 긍정적인 면을 신년 화두로 던진바 있다.
양의 기운보다 여자(음)의 기운이 강한 해이며 북한의 무력시위, 미‧중과의 마찰, 새로운 전쟁의 전운이 감지되며 재난이 염려되는 한 해로 해석했다.
그렇게 희망과 염려를 가슴에 담고 살아 온 임인 년 한해는 겨울을 깨고 봄을 맞기 까지 선거판으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했다.
그 티끌은 양 등분되어 남‧북이 갈라진 국토와 함께 민심도 토막 나누기를 했다.
전라도 지역의 극심한 가뭄과 포항제철마저 두 달간이나 가동을 멈춰 세웠던 홍수로 자연과의 전쟁을 통해 기후변화를 체감했던 여름나기였다. 그러나 정치적 풍향계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보다는 잊혀져가던 인물의 재등장과 삐걱거리는 정부 조직의 혼란으로 그야말로 뒤죽박죽, 허겁지겁, 엉겁결에 보낸 한여름 밤의 꿈이었다. 그렇게 어김없이 찾아 온 가을은 낙엽보다도 먼저 158명의 피어나는 꽃씨들을 떨어지게 한 이태원의 참사가 한해의 말미를 장식했다.
조선개국의 태조 이성계가 무학 대사(1327-1405, 박자초, 경남 합천출신)를 조선의 왕사로 봉했듯, 2022년은 천공의 존재감이 풍선처럼 등장한 해이기도하다.
무학 대사가 새 도읍지를 개성에서 한양으로 천도하듯 6백년 왕궁인 경복궁을 용산으로 천도했고 용산 르네상스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무학 대사는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계룡산, 천안과 수원을 지나 청계산과 관악산은 있지만 강이 없는 과천을 버리고 결국 강을 건너서 만난 노인이 일러준 ‘여기서 십리만 가보라’는 말에 따라 남산과 안산, 인왕산이 있는 경복궁 자리를 택하게 됐다.(노인을 만났던 곳에서 십리를 더 가보라는 곳이 왕십리로 불리게 되었다)
반면 경복궁에서 용산으로 자리를 옮기게 한 천공은 “용산이 힘을 쓰려면 용이 여의주를 들고 와야 한다. 용은 최고의 사람이고, 여의주는 법”이라면서 “용산 미군기지는 문화기지로 만들어야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문화를 일으킬 장소를 마련해야한다” 라고 4년 전인 지난 2018년 정법시대 강의를 통해서 설파했고 그것이 실행된 것 같다고들 한다.
무학은 잔 수에 밝고 이성계는 대세에 밝은 인물이라고 평하고 있다.
어느 농부를 보고 무학은 3년 안에 부자가 된다고 말하고, 이성계는 부자가 살던 곳이 폐허가 된다고 말했다. 3년 후의 그 곳은 폐허가 되어있었다.
부자가 된 농부는 그곳을 떠나버렸고 결국 집터는 폐허가 된 것이다.
무학은 부자가 되는 수만을 읽었고 이성계는 부자 이후의 거동까지 읽었기에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어디까지 해석하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시시비비가 갈라지게 된다. 그래서 천공과 대통령은 어느 정도의 수를 읽고 헤아리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저물어가는 임인년에 대해 교수회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935표 중 과반수를 넘긴 476표(50.9%)로 선택했다.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篇)」의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에서 따온 성어로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는 뜻이다.
잘못했으면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사과할 필요가 없고, 고칠 필요도 없는 시대의 역행이 우리사회에 유행처럼 번져있다. 2위는 윤리가 보다 엄격하고 공정하게 적용되길 원하는 욕개미창(欲蓋彌彰)이지만 이점도 오늘날에는 반드시 짚고 가야 할 과제이다.
올해의 환경쟁점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온실가스저감 등에 대한 위기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행의지는 전혀 작동되지 않았고, 최근에서야 정부는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점검 범정부 기구를 탄생시켰다.
지난 9월에는 포항지역의 집중 호우로 포항제철이 가동이후 최초로 2개월간 가동을 멈춰야한 반면, 전남 광주의 동복호와 주암댐은 가뭄으로 식수마저 공급하기 어려워졌다.
에너지에서는 원전확대가 중심을 잡고 있지만 핵폐기물에 대한 대응에서는 중‧장기적 전략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을 한다고 태양광에만 몰입했던 폐해에 대한 정책의 설계도 미흡했다.
상수도 현대화사업이 마무리되고 2차 현대화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규제강화와 분리배출과 물질재활용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시작한 해이다. ESG경영에 대한 초조함에서 기업들은 그린워싱으로 위장해가고 방향성에서도 체계정립을 하지 못한 해이다,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에 대한 대응전략의 미흡, 재난안전의 안정적 정책기반 마련, 지하수 오염을 가속화하면서도 당당히 사업을 유지했던 영풍제련소에 대한 정부의 철퇴, 시멘트의 유해성이 밝혀진 해이며, 철새들의 보호와 AI조류독감에 대한 주의, 활성탄 등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원천적인 원료에 대한 긴급수급물자 지정, 석면피해자와 가습기 피해자등에 대한 국가적 보호와 지원에 대한 방향설정, 사라져가는 기술전문가들의 양성 대책과 교육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조성, 스마트산업의 현실과 방향설정, 인구감소와 환경 분야 전문가 양성, 고령화 사회에서의 환경전문가들의 활용방안, 재생에너지의 새로운 전략수립, 각종 인증제도의 신뢰성 회복 등이 거론된 한 해였다.
멸종위기의 야생생물들은, 눈물도 흘리지 못하고 떨어져 죽은 철새들은, 병들어 가는 땅과 말라가는 강물과 융단폭격을 한 홍수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경고하고 방향성을 예시해주고 있다.
혼돈과 갈등, 치기 적이고 서로 상처만 주고 자아성찰을 하지 못한 한해를 되돌아보며 4차 자연혁명의 시대를 감지하는 출발선으로 등가 선을 긋고 싶다.
(환경경영신문, www.ionestop.kr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 환경경영학박사, 문화평론가 김동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