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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새벽 한시 어둠을 뚫고 신나는 마음으로
영화 와일드를 보았어요 주변에서, 매체에서 좋은 영화란 평은 있었지만...
기대이상이었습니다. 음악과 스토리구성과 절묘하게 어울러져 이어가는 흐름,
거의 1인극이다시피한 영화를 지루함없이 역활과 하나되어 이끌어 가는 배우,
인생의 여정과 너무 닮은 pct 여정,
영화가 던져준 애착과 분리, 사랑과 자유, 함께 함과 스스로 서기란 주제가
깊은 감명을 주었어요
샘들께 꼭 보시길 추천 드리고 싶네요
아래는 글이 좋아 다른 카페에서 옮겼어요
스크랩> 황혼이 머문자리는 아름답습니다.- 다음카페.
영화 <와일드>는 '악마의 코스'라 불리는 미국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완주한 스물여섯 살 미국 여성 셰릴 스트레이드의 실제 이야기다.
특히 셰릴을 온몸으로 연기한 리즈 위더스푼이 빛난다.
엔딩 크레딧이 오르고 스크린에 한 여자가 등장한다.
영화 ‘와일드(Wild)’의 실제 주인공인 셰릴 스트레이드(리즈 위더스푼)이다.
실화라니 놀라워 탄성이 절로 나온다.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미국의 서부를 종단하는
극한의 도보여행을 26살 여자 혼자서 4,286km를 걸은 것이다.
주인공은 셰릴이 아니라 배낭이 아닐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녀의 몸무게보다 무겁다. 셰릴이 바동거린다. 배낭과의 한판 대결이 벌어지는 첫 장면.
그녀가 뒤로 벌러덩 거리면서 안간힘을 쓰고 일어나니 그제야 배낭은 등에 붙었다.
휴, 한숨을 내쉬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차를 얻어타고 목적지로 향한다.
그녀는 연간 125명만이 평균 152일에 걸쳐 완주한다는 PCT(Pacific Crest Trail)를
단 94일 만에 해낸다. 셰릴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만 도전하지 않았다.
그녀는 2개의 코스를 동시에 지나갔다. 눈에 보이는 PCT와 눈에 보이지 않는
과거가 그것이다. 후자는 주먹을 휘두르는 아빠. 엄마의 피멍이 든 얼굴을
눈물로 닦아주는 어린 셰릴이다. 이후 엄마 바비(로라 던)는 암으로 죽는다.
그녀는 생각하기도 싫은 과거의 상처에 아파하고 위안을 얻기도 한다.
셰릴에게 조언하는 엄마의 명대사가 뭉클한다
"나는 항상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만 살아왔어. 언제나 누구의 딸, 엄마, 그리고 아내였지.
나는 나 자신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
"엄마가 네게 가르칠 게 딱 하나 있다면, 네 최고의 모습을 찾으라는 거야.
그 모습을 찾으면 어떻게든 지켜내고."
그리고 나침반이 되어 준 엄마......
셰릴의 내비게이션이 되어주지 못한 엄마가 뒤늦게 딸의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자식에게 '빠른 길'을 가르쳐주진 못했지만 이제라도 '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돕는다.
생전의 엄마가 삶을 대하던 태도가 바로 나침반이다.
엄마가 늘 지어 보이던 낙관과 긍정과 용기의 미소가 곧 딸에게 나침판이 된다
"이젠 엄마가 자랑스러워했던 딸로 돌아갈 거야."
이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꼬박 94일을 걷는 동안, 셰릴은 엄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을
상상의 나침반으로 만들어 꼭 움켜쥐고 있다.
덕분에 그녀의 삶이 길을 잃지 않는다. 덕분에 새로운 길을 찾아낸다.
셰릴은 혼자서 모든 것을 감내한다. 옆에서 손을 잡거나 등을 밀어주는 동반자는 없다.
젊은 남자 셋이서 PCT에 도전하는 경우와 비교되는 모습이다.
중도에 포기한 남자도 있었다. 그녀의 고통은 피로 물든 양말을 벗고 발톱
뿌리를 뽑고 소리 지르는 장면에서 절정에 달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어떻게 그 긴 시간을 이겨냈을까 싶다. 그것은 기록이었다.
외롭고 두려운 자신을 다독일 수 있는 유일한 친구다.
위기 앞에서 수도 없이 바뀌는 감정과 맞닥뜨리는 표정이나 어린 소년의
노랫소리를 듣고 무릎 끓고 오열하는 모습은 놓칠 수 없는 장면이다.
이 영화에서는 왜 배낭을 주인공으로 생각하는가? 그것은 배낭이 마치 그녀의 인생과 같기 때문이다.
셰릴은 처음부터 끝까지 배낭을 버리지 않았다. 그 누구도 대신 짊어질 수 없는 그녀만의 인생인 것이다.
하지만 엄마를 잃고 마약과 섹스에 탐닉하던 시절은 방황이었다.
왜냐하면 방황은 목적이 없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방황의 끝을 자살이 아니라 자신을 찾겠다는 선택은 탁월했다.
마침내 종착지에서 셰릴의 벅찬 얼굴은 과거를 딛고 오늘의 문턱에 오른 모습이다.
이제 그녀가 짊어진 인생이란 배낭(봇짐)은 미래가 될 것이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은 길을 잃는다. 그때, 헤매고 넘어지고 미끄러지며
자신의 두 발로 직접 걸어온 흔적만이 온전히 나의 길로 남을 터이니.
내비게이션만 '따라 가는' 인생보다는 나침반으로 '찾아 가는' 삶이 더 튼튼하다는 걸
영화 <와일드>에서 알려준다. 나에게 그런 나침반 같은 누군가가 있다는 것.
내가 누군가의 나침반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뭉클하고 가슴 벅찬 행복인지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여행은, 그리고 이런 여행 영화는, 감동이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도착지에 세릴이 사물함에 써어 넣어 놓는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 <에밀리 디킨슨> 등의 시 구절도 인상적이다 |
첫댓글 너무 너무 좋은 영화..영화가 끝나고 난 뒤 생각이 많아 지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