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토양 그리고 지구의 녹색 외투라 할 수 있는 식물들 덕분에 지상에서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다. 식물들은 생명계를 구성하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일부로서 식물과 대지, 식물과 식물, 식물과 동물 사이에는 절대 끊을 수 없는 친밀하고 필수적인 관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번창하는 ‘잡초 제거제 산업’을 볼 때 식물들에 대해 우리는 즉각적인 이용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식물만 키우고자 하는 편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서부 지역에서 세이지를 없애고 초지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분별없는 생각 때문에 파괴된 풍경의 가장 비극적인 예를 볼수 있음. 수백만년전 로키산맥의 융기로 생성된 지역=>겨율이면 산정상에 눈보라와 초원에 높은 눈, 여름이면 가뭄과 건조한 바람=>키 작은 관목인 세이지가 그 지역 적합 식물로 자리잡음=>이런 환경에 적응한 동물들, 산양과 세이지뇌조=>화학제초제를 통한 세이지 박별사업으로 원래 제거 대상이 아니었던 버드나무들도 사라져 그에 따라 송어와 비버들도 같이 사라지는 등 지역 생태계가 파괴됨. 어떤 일을 계획할 때에는 그 주변 역사와 풍토을 고려해야만 한다. 자연식생은 그 환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생물이 벌이는 상호작용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세이지 숲의 무차별 농약 살포에 항의하는 시민들과 연방정부 담담자들이 토론에서 정부 담당자들은 들꽃에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며 살충제 살포를 반대한 한 노파의 이야기에 대해 터무니없고 우스운 일이라고 비웃음. 그러나 목축업자에게 초원을 찾아다닐 권리가 있고 나무꾼에게 벌목할 권리가 있듯이 이 노인에게는 들꽃을 즐기는 것이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권리이기도 하다.
식물들은 야생꿀벌을 비롯해 꽃가루를 날라주는 곤충들의 생활 근거지이기도 하다.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이런 곤충들에게 의존한다. 농작물들과 야생식물의 가루받이를 부분적으로 또는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바로 곤충이다. 잡초가 없는 농지를 만들기 위해 화학물질을 사용해 관목과 잡초를 제거하다 보니 꽃가루를 날라주는 곤충의 마지막 성역이 파괴되고 생명과 생명을 연결해 주는 결합도 깨지고 말았다. 장기적으로 식물 개체군을 조절할 수 있으며 제초제의 무차별 살포를 막을 수 있는 ‘선택적 살포’라는 안전한 방식이 존재함. 선택적 살포는 직접 처치를 통해 제거하고자 하는 관목만 제거하고 다른 식생들은 보존하는 것. 실험을 통해 이 방식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지역 생태계가 안정되고 적어도 20년간 화학물질을 뿌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짐.
초식동물이나 가축이 보통 때는 먹지 않던 풀인데 살충제가 뿌려진 후에는 이 풀을 먹으려 달려드는 일이 보고되는데 이 제초제에 비소처럼 강한 독성이 들어 있을 경우 심각한 재앙을 초래함.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화약약품이 식물의 대사 작용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화학약품이 식물의 당분을 일시적으로 증가시켜 동물들에게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생물학적 방제법은 원치 않는 식생을 조절하는데 효과적. 놀라운 예는 캘리포니아의 클래머스(고추나물) 제거법. 유럽이 원산지인 고추나물은 1929년 목장 일대에 10만 에이커, 1952년에는 250만 에이커를 점유하게 됨. 유럽에서는 이 식물을 먹고사는 곤충인 딱정벌레들이 존재했기에 그런 문제가 존재하지 않음. 1948년 원산지에서 이 딱정벌레를 잡아다 매년 수백만 마리씩 풀어놓는 방식의 방제법을 북미 최초로 시도함. 1959년 고추나물이 예전의 1퍼센트대로 감소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함.
7장. 불필요한 파괴
조류 관찰자, 정원에서 즐거움을 찾는 교외 거주자, 낚시 사냥을 즐기는 사람들, 야생동물 보호주의자들에게서 단 1년일지도 탐조 활동의 즐거움을 빼앗는 것은 그가 지닌 합법적인 기쁨을 박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천 또는 수백만 에이커 단위로 살충제를 뿌리는 곤충 방제 사업이 실시된 지난 10여년간 개인 또는 집단 살포는 계속 증가했고 미국 야생동식물의 치사율은 기록적인 수치에 도달함. 1959년 미시간주 남동부 2만7000에이커 상공에 알드린이 살포. 공식적인 이유는 정당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채 사업이 시작된 ‘왜콩풍뎅이 방제’. 동부지역이 비교적 합리적인 풍뎅이 방제에 나섰음에도 중서부 일대에서는 이 풍뎅이가 성가신 해충 정도가 아니라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적으로 받아들임. 그래서 왜콩풍뎅이를 없애기 위해 사람, 가축, 야생동물 들을 위험에 빠뜨릴수 있는 가장 유독한 화학물질을 사용함. 모든 화약약품 중 중독성이 가장 강한 알드린을 선택한 것은 풍뎅이 방제에 적합해서가 아니라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시와 카운티 위생국 책임자는 새들의 죽음은 ‘다른 물질’ 때문이며 알드린에 노출되었들 때 느끼는 목과 가슴의 통증 역시 ‘다른 원인’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디트로이트의 이런 상황이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났지만 화약약품을 사용해 왜콩풍뎅이를 없애야 한다는 압력은 여전히 계속됨. 일리노이주 블루 아일랜드에서는 새의 80퍼센트가 희생되었다고 보고함. 그럼에도 1960년 농무부 담당자는 의회 위원에 출석해 살충제 살포를 사전 협의할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의 제정에 반대함.
풍뎅이와 전쟁을 벌이기 시작한 이래 고양이를 키우는 농장을 찾아보기 힘들어짐. 고양이는 모든 종류의 살충제 특히 그중에서도 디엘드린에 민감한데 자바 중부에서는 고양이가 너무 많이 죽는 바람에 고양이 가격이 2배로 뛰기도 하고 베네수엘라에서는 비슷한 방제사업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 고양이가 희귀동물이 됨. 그러는 동안 이 화학물질은 더욱 독성이 강한 알드린으로 변환되었는데 메추라기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그 독성은 DDT의 100~300배에 이름.
8년간에 걸쳐 방제 사업이 실시되는 동안 생물학적 연구조사를 위해 제공된 금액은 6000달러에 지나지 않음. 반면 연방정부는 방제사업을 위해 37만5천달러를 사용함. 연구조사에 사용된 금액은 화학방제 사업에 지출된 모든 금액의 1퍼센트 가량에 지나지 않음.
1945년 극동지역에서 기생충이 수입되어 풍뎅이에 치명적인 병을 일으키면서부터 그 수가 감소하기 시작함. 1920년과 1933년 사이에 이 풍뎅이의 서식지를 조사한 전문가들은 자연 방제를 가능케 해줄 육식곤충과 기생곤충 34종을 동양으로부터 수입함. 또한 풍뎅이과 곤충에 영향을 미치는 박테리아성 병원균은 풍뎅이 유충에 흡수되어 그 혈액속에서 무한 증식하여 유충을 흰색으로 변화시키는 일명 유화병을 일으킴. 1939년 이병을 확산시켜 해충을 방제하는 사업이 시작됨.
비용이 얼마가 들든 즉각적인 결과를 원하는 사람들은 의문의 여지없이 화학 살충제를 사용할 것이다. 다른 한편에는 한두철을 기다리더라도 유화병을 이용한 조금 더 확실한 자연 방제법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화학물질 살포에 의한 총체적인 파괴라는 진짜 비용을 고려하고 효과가 즉각적이지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욱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결과를 감안하여 균형감 있는 방제가 필요함.
8장. 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
오랜 기간동안 느릅나무에 농약 살포, 불개미 퇴치를 위한 대규모 농약 살포 등으로 “사실상 새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상한 지역”이 나타남.
새들에게 닥쳐올 비극적인 운명의 사례로 울새에 관련한 이야기.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울새의 출현은 기나긴 겨울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함. 울새는 물론 다른 새들의 생존은 나무와 숙명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수많은 도시의 거리, 광장, 대학 캠퍼스 등에 웅장한 녹색아치를 만들어 주는 느릅나무는 대부분이 병충해 때문에 고통받고 있음. 네덜란드느릅나무병은 1930년경에 합판을 만들기 위해 유럽에서 들여온 느릅나무 목재에 숨어서 미국에 들어옴. 이병은 균류로 인해 발생하는데 나무의 수관에 침투한 병원균이 수액을 타고 나무 전체로 퍼진다. 느릅나무 껍질에 사는 딱정벌레는 이 병을 다른 나무에 옮긴다. 느릅나무병을 막기 위해서 매개체인 딱정벌레를 없애는 살충제 방제 방법이 자주 사용됨.
살충제를 뿌리는 사람들은 그 약품이 새에게는 무해하다고 강조했지만 울새들은 살충제와 직접적으로 접촉했다기 보다는 ‘생물학적 증폭기’ 역할을 하는 지렁이들을 먹음으로써 간접적으로 중독됨. 치명적인 중독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울새를 멸종으로 이끄는 또 다른 요인이 있는데 불임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모든 새에게 드리워져 있음. 불임은 농약과 잠재적 접촉 범위 내에 있는 모든 생물에게로 확대됨. 농약 살포지역과 비살포 지역을 비교 연구한 결과 울새의 치사율이 최소 86~88퍼센트라고 보고.
지렁이처럼 땅속에 서식하는 생물을 먹이로 삼는 조류와 포유류 들이 울새와 비슷한 운명에 놓여있음. 땅에서 먹이를 구하는 새중 20종 이상이 대량으로 죽었다는 보고가 있음. 그들의 먹이는 지렁이, 개미, 애벌레 등 토양생물인데 이들 모두가 살충제에 중독되어 있었음.
위스콘신 주의 화이트피시 만에 1000마리가 넘게 돌아오던 휘파람새가 느릅나무에 약제를 뿌린 후인 1958년에는 겨우 2마리만 발견됨.
많은 연구를 통해 해충 억제 측면에서 새들이 여러모로 중요하다는 사실일 밝혀짐. 예를들어 딱따구리는 가문비나무에 사는 해충의 수를 45~98퍼센트 감소시킬 정도로 천척이며 박새와 겨울 철새는 자벌레를 잡아먹어 과수원을 보호해 준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의 조절 능력은 화약약품에 흠뻑 젖은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음. 살충제가 해충뿐 아니라 그 천적인 새들로 함께 죽이기 때문. 살충제가 뿌려지고 얼마 후에는 벌레들이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벌레 수를 조절해줄 새들이 없다. 결국 살충제는 새를 죽이지만 그렇다고 느릅나무를 살리지도 못한다.
1930년경 이 병에 걸린 목재가 뉴욕항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뉴욕주는 가장 오랫동안 무릅나무병에 시달려온 지역임. 그런데 뉴욕주가 병의 확산을 막는데 가장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는데 이는 뉴욕주의 농업기술센터가 약제 살포를 권장하지 않은 점이 중요함. 병 발생 초기에 뉴욕주는 엄격한 환경관리에 중점을 두고 병에 걸렸거나 감연된 나무들은 신속히 옮기거나 제거함. 뉴욕의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으로 느릅나무병을 관리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강조함.
병 때문에 느릅나무가 사라진 지역에서는 신속하게 묘목을 심어 죽은 나무를 대체하려는 계획를 실행하고 있음. 동식물 집단이 건강하게 유지하는 열쇠는 영국의 생태학자 찰스 엘턴이 말한 ‘종 다양성 유지’에 있다. 겨우 한 세대 전만해도 넓은 지역에 한 종류의 나무만 심는 것이 커다란 재앙을 몰고 오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따라서 모든 도시의 거리에는 느릅나무가 심어졌고 도시의 공원에도 똑 같은 나무들이 점찍듯이 들어찼다. 그러나 오늘날 느릅나부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그와 함께 새들도 죽어가고 있다.
새들과 함께 여우 등 야생동물에도 피해를 입히는데 이는 살충제의 독성이 씨앗을 먹는 새들에서 포유류나 육식 조류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을 따라 퍼졌기 때문으로 생각됨. 화약약품 제조업체가 실행하는 실험은 쥐, 개, 기니피그 같은 일반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할 뿐 야생동물종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새와 물고기에 대해서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를 성가시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생물이라고 생각되면 ‘박멸하는’ 습성이 점점 더 널리 퍼지고 있다. 그러면서 새들은 독극물의 부수적인 목표가 아닌 직접적인 목표가 되어버렸다. 농부들은 달갑지 않은 새를 쫒기 위해 파라티온 같은 치명적인 화학물질을 살포함. 파라티온이 살포된 캘리포니아 주의 과수원에서는 한달전에 살충제를 뿌린 나뭇잎을 손질하던 인부들이 쓰려져 쇼크상태에 빠졌다.
9장. 죽음의 강
1953년 캐나다 뉴브런즈윅 해안의 미러미시 강, 출생 연어들이 대서양에서 자신이 태어난 강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는 시기. 그해 캐나다 정부는 미러미시 강 북서쪽 수계에서 가문비나무벌레를 제거하기 위해 대규모 약제를 살포. 펄프와 제지 산업에서 중요한 발삼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기존의 수천 에이커가 아닌 수백만 에이커의 숲에 약재를 살포. 약제 살포가 계속되면서 하천 환경이 완전히 변해서 연어와 송어의 먹이가 되는 수중곤충이 사라짐. 방제 사업이 이루어진 모든 지류에서 어린 연어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됨.
물고기의 떼죽음에 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1955년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원인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내부와 그 주변에 뿌려진 살충제. 삼림국 관리들은 “1에이커당 1파운드의 DDT는 안전하다”는 조언을 따랐지만 많은 조사지역에서 수중곤충을 비롯해 하천 밑바닥에 사는 동물군의 개체수가 평상시의 10분의 1수준으로 감소함. 낚시가 가능한 물고기의 수가 80퍼센트나 감소함.
모든 물고기가 단시간 내에 바로 죽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죽어가는 경우가 단시간 내에 죽는 경우보다 많음. 생리학적으로 스트레스 상태에 있을 때(사람이든 물고기든) 유기체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저장된 지방을 이용하며 이런 작용으로 인해 지방조직 내에 축적된 DDT가 혈액 속으로 스며나와 치명적인 영향을 발휘하게 됨.
가장 대규모로 이루어진 농약살포 계획은 미국 남부에서 불개미를 퇴치하기 위해 수백만 에이커나 되는 지역에 살충제를 뿌린 사건. 불개비 방제가 이루어진 모든 지역에서 수중생물에게 재앙이 일어났다는 보고가 밀려듬.
최근에 벌어진 물고기 집단 폐사 중 가장 규모가 큰 사건을 1961년 텍사스주 오스틴 근처의 콜로라도 강에서 일어남. 원인은 화학공장에서 나오는 폐수. 10년동안 살충제가 뭍은 폐기물과 그 잔류물을 하수구로 흘려보냄. 호수에서 약 200키로 떨어진 지점에서도 거의 모든 물고기가 절멸했는데 혹시 살아남은 물고기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애인망을 설치했지만 걸려든 물고기는 한마리도 없었음.
굴과 조개 등에 먹이가 되는 먼지 입자보다 작은 투명한 유생들은 수면 근처를 자유롭게 떠다니며 식물성 플랑크론을 먹는다. 그런데 이런 미세한 해양식물이 줄어들면 조개류 유생들은 배를 채우지 못한다. 실충제는 이런 플랑크톤을 상당수 파괴한다.
굴과 조개의 소화기관을 비롯한 각종 조직에는 이런 유독성물질들이 축적되어 있다. 사람들은 이런 굴과 조개를 통째로, 가끔은 날로 먹기도 한다. 우리가 울새와 마찬가지롤 불길한 운명에 빠질수 있다. 울새는 직접적인 DDT 살포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 살충제 성분이 농축된 지렁이를 먹은 뒤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