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길산 시집 「거기」 출판사 추천 글 이 시인은 좀 유별나다. 도시에서 나고 도시에서 자라며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30대 초반 도시를 접고 경남 고성 산골로 들어갔다. 버스가 하루 두세 번 다니는 깊은 산골이었다. 거기서 보낸 날들이 어느덧 30년. 이번 시집은 산골 30년의 기록이다. 산골 30년의 낮과 밤을 담았고 산골 30년의 안과 밖을 담았다. 아무 연고 없이 풍매화 씨앗처럼 날려온 시인을 30년이나 품어준 산골에 바치는 헌사가 이 시집 <거기>다. 시들은 한결같이 나지막하다. 나지막하고 구부러졌다. 그래서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그래서 더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면서 속이 훈훈해진다. 가장 가까운 이와 나누고 싶은 온기를 품은 시집이 동길산 시인의 <거기>다. - 포엠포엠
「간」이 맞다. 조미료를 치긴 했는데 절제를 해서 본디의 재료 맛을 살뜰하게 살렸다. 풀과 나무와 빗소리로 버무린 산중의 조촐한 상차림에 입속이 개운하다. 간은 자연과 나의 간격이기도 하고, 일상과 비일상의 거리이기도 하다. 나아가면 유와 무의 경계선이 아득히 펼쳐지기도 하겠다. 시는 그 점이지대를 사는 자의 가난한 영토다. 시인은 그래서 제도화된 언어를 통해 늘 언어 너머의 세계와 교감한다. 발화의 궁극이 침묵과 여백을 향해 있을 때 희미하게 존재하는 것들의 신호음이 가청권 바깥으로부터 들끓는 일상의 자리로 파문을 일으킨다. 동길산의 시는 그 잔잔한 물결이다. 시내의 징검돌을 딛듯 나는 말을 짚는다. 건너뛸 때 위태롭지 않도록 자상하게 간격을 당긴 돌들인지라 품은 뜻에 걸려 넘어질 염려는 없다. 그러나 과잉 친절이 독법을 지루하게 할 수도 있는지라 자연의 숨결을 따라 물이끼가 끼도록 부러 내버려두었다. 방법적 방임이라고나 할까. 아마도 시인에게 시를 쓰는 일은 언어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다가 언어와 언어 사이를 비집고 드는 부재와 무한 혹은 명명할 수 없는 비의에 한없이 겸허해지면서 자신의 참견을 삼가고 아득한 배경으로 물러나 있는 일이 아닌가 한다. 후학을 배려하고자 시인이 궁리 끝에 따로 뽑아준 「새는」, 「여백」, 「매실」, 「거기」, 「사람의 일」을 나는 한국시의 가장 외롭게 빛나는 별자리에 올려놓겠다. - 손택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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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길산 1960년 부산에서 나서 부산에서 자랐다. 1989년 무크지 《지평》으로 등단했으며 1992년 경남 고성 대가면 산골로 들어갔다. 지금은 산골과 도시를 오가며 지낸다. 산골 사는 30년 동안 시집 『꽃이 지면 꽃만 슬프랴』 등과 시·산문집 『어렴풋, 당신』, 산문집 『우두커니』 등을 내었다. 『거기』는 등단 35년 일곱 번째 시집이다. 2020년 김민부문학상을 받았다. |
시인의 말 · 8 part. 1 새 새는 · 13 여백 · 14 새소리 · 15 금 · 16 아침 · 17 저기 · 18 한 점 1 · 19 한 점 2 · 20 한 점 3 · 21 둑길 그림자 · 22 당신 · 23 새의 눈물 · 24 part. 2 나무, 꽃, 풀 매실 · 27 거기 · 28 저녁의 질감 · 29 최고의 말 · 30 백 마디 말 · 31 빗금 · 32 한쪽 · 33 건성 · 34 미안한 마음 · 35 잎 · 36 잎의 역설 · 37 눈빛 · 38 오솔길 · 39 향나무 · 40 어느 물가 · 41 은행 · 42 나무를 심다 · 43 모종을 심다 · 44 그래서 · 46 내 안의 꽃 · 47 낙엽 1 · 48 낙엽 2 · 49 초록에서 초록으로 · 50 한겨울, 내 바깥을 보다 · 51 나 어느 때나 · 52 part. 3 비 물잎 · 55 간격 · 56 비는 내리다가 · 57 빗방울 1 · 58 빗방울 2 · 59 빗물 · 60 빗물 냇물 · 61 눈길 ― 김학수 ‘눈’ 사진을 보며 · 62 낫질 · 63 그 마음 · 64 비 오고 · 65 저수지 · 66 part. 4 산골 개굴개굴 · 69 영하 · 70 삼한사온 · 71 보름달 1 · 72 보름달 2 · 73 봄 · 74 산의 소리 · 75 스와니 강물 · 76 미세한 하루 · 77 북소리 · 78 땀 · 79 사실은 · 80 낮별 · 82 괘씸한 놈 · 83 뭐든 ― 기후위기 1 · 84 바짝 ― 기후위기 2 · 85 반딧불이 · 86 물안개 · 88 이 한밤 · 89 눈 수술 · 90 단추 하나 · 91 물을 끓이다 · 92 가까워 보이는 · 93 훈기 · 94 주저앉다 · 95 잔돌 · 96 뒤로 걷다 · 98 모퉁이 · 99 통유리 · 100 그림자 · 101 간 · 102 사람의 일 · 103 저 푸른 초원 위에 · 104 시인의 산문 산골의 보름밤 / 동길산(시인) · 107 |
시인의 말 낯설지 않으면서 낯선 맨 앞에 나는 새 맨 처음 우는 새 낯설지 않으면서 낯선 2024년 봄 -동길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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