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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건조한 데다가 발열 기구의 사용이 잦은 겨울은 1년 중 화재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계절이다. 애초에 불이 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최선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시에 닥쳐오는 화재 위험에 대처하기 역부족이다. 화재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진압이다. 얼마나 빨리 대처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는 크게 달라진다. 화재 사고의 상당수가 가정에서 발생하지만 의외로 소화기를 비치한 집은 많지 않는다는 사실. 크고 무거운 데다가 관리가 까다롭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소화기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이번 기회에 나와 가족의 안전을 위해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알쏭달쏭한 소화기의 종류
소화기 종류를 분사 방식에 따라 가압식, 축압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압력게이지가 없으면 가압식 제품, 있으면 축압식 제품이다. 가압식 소화기는 노후화되면 기압이 올라가 용기가 폭발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문제 탓에 97년도 이후로는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주변에서 가압식 소화기를 발견하면 소방서에 연락해 폐기해야 한다.
소화기를 선택할 때는 화재 발생 원인을 고려해야 한다. 일반 가정이냐 공장이냐에 따라서 적합한 제품 종류는 달라진다. 크게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A급 화재(보통화재용) △B급 화재(유류화재용) △C급 화재(전기화재용) △K급 화재(주방화재용) △D급 화재(금속화재용) 등이 바로 그것. 일반 가정에 해당하는 것은 A~C급 화재다. K급 화재의 경우 일반유류와 끓는점이 다른 식용유를 위한 것인데, 집에서 사용하는 정도의 식용유 양은 일반 소화기로 진화할 수 있으므로 K형 전문 약제를 필요로 하진 않다.
소화기는 약제 종류로 구분하는 것도 가능하다. 분말, 포말, 이산화탄소, 하론, 할로겐 화합물 등의 소화기가 존재한다.
▶ 분말(ABC 소화기)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화기 형태다. 제1 인산암모늄을 주원료로 하는 분말이 가압된 가스에 의해 분출되는 구조다. A,B,C급 화재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데다가 가격이 저렴하다. 사용 방법도 간단한 편. 분사 도중 멈출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분말이 굳는 것을 막으려면 한 달에 1회 정도 흔들어주는 것이 좋고, 정상 작동 여부 확인을 위해 2~3년에 한 번 질소 압력이 적정 수준인지 점검해야 한다. 표를 따로 만들어 점검 날짜와 결과를 기록해두면 유용하다. 하지만 잘못 터지면 제거 작업이 무척 힘들고 고온다습한 환경에 취약하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삼우산기 분말 축압식 소화기
관련 제품으로는 삼우산기 분말 축압식 소화기가 있다. 가장 기본형 제품으로 방사 시간은 10~12초, 방사 거리는 4~6m다. 안전핀을 뽑고 호스 노즐을 화재 지점에 향하게 한 뒤 손잡이를 움켜쥐면 발사된다. 받침대와 거치대는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화재보험 요율을 3% 할인받을 수 있는 FILK 인증 소화기다.
▶ 포말(AB 소화기)
▲ 스파르코 레이싱용 포말소화기
포말 소화기는 황산알루미늄 용액, 이산화탄소가 혼합된 액체 약제로 구성돼 있다. 거꾸로 든 다음 흔들면 거품이 발생하고 이 거품을 분사해 화재를 진압하는 식이다. 한번 분사를 시작하면 도중에 멈추는 것이 어렵다. 불을 끄는 성능은 뛰어난 편이지만 위급 상황에 사용하기에는 작동법이 다소 까다롭다. 부식되기 쉬워 자주 점검해야 하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A, B급 화재를 진압하는 데 효과적이다. 단 누전의 위험 때문에 전기화재인 C형에는 사용이 부적합하다. 이러한 이유로 분말소화기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은 편. 가정용이나 휴대용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최근에는 관련 제품을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포말 소화기 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레이싱 전용 제품이며 가격도 어마어마하게 비싸서 살 이유가 없어 보인다.
▶ 이산화탄소(BC 소화기)
기체인 이산화탄소를 압축, 액화시켜 놓은 형태다. 화재 진압 능력이 뛰어나고, 사용 후 잔여물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량의 이산화탄소 보관을 위해선 냉각설비 및 고압용기 등을 갖춰야 한다. 이 때문에 부피가 크고 무거운 편. 냉각과 질식 작용을 통해 불을 끄는데, 이러한 특성 탓에 인체에 잘못 분사하면 동상의 위험이 있다. 이산화탄소의 급격한 방출로 인해 사용자가 질식할 가능성도 존재. 강한 압력 탓에 분사 시 큰 굉음이 발생한다. B, C급 화재 진압에는 효과적이지만 A급 화재 소화 능력은 떨어진다.
▲조경산업 CO2 소화기
조경산업 CO2 소화기는 단시간 내에 광범위한 범위의 불을 빠르게 끌 수 있는 제품이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검정품으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모두 방사한 후에 충전하면 재사용이 가능하다. 호스가 다른 제품보다 넓어 사용 시 안정감이 높은 편이다. 방사 시간 12~17초, 방사 거리 2~3m다.
▶ 하론(ABC 소화기)
A, B, C급 화재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분말 소화기보다 관리가 간편하고, 가스계 소화기 가운데 가장 뛰어난 화재 진압 효과가 있다. 별도의 점검이 필요하지 않고, 남은 약제는 재사용이 가능하다. 산소 밀도를 낮춰 불을 끄는 질식 소화 방식이다. 분말로 인한 2차 피해 역시 없다. 현존하는 최고의 소화기라는 인식 덕에 인기가 높다. 그러나 하론 1311, 하론 1211, 하론 2402 등의 주성분이 오존층을 파괴하기 때문에 신규 생산이 중단된 상황. 가격은 점점 치솟고 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하론 소화기는 2009년 12월 이전에 만들어진 가스를 주입한 것이다. 아직 물량이 존재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만나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창 하론소화기 Haron-1301
한창 하론소화기 Haron-1301은 KFI한국소방산업기술원 검정품으로 적은 양으로도 효과적인 화재 진압이 가능한 제품이다. 전기 절연성이 빼어나 전기, 통신 설비의 소화에 적합하다. 방사 시간 14초, 방사 거리 3~4m다.
▶ 할로겐 화합물(ABC 소화기)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반화재(A,B,C급)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다른 가스계 소화기와 마찬가지로 관리가 간편하고, 분말로 인한 2차 피해 걱정이 없다. 그러나 주성분인 HCFC-123 물질의 유해성 논란이 최근 불거진 상황. 이에 소방청은 관련 안전기준 고시를 개정키로 했다. 할로겐 화합물은 흡입을 통해 신체 흡수가 가능하며 공기 결핍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야외용으로 사용하는 게 적당하다.
▲ 동아화이어테크 DAF-123
관련 제품인 동아화이어테크 DAF-123는 호스 없이 바로 분사되는 것이 특징이다. 비전도성 가스계 소화 약제를 사용해 전자제품 고장을 일으키지 않는다. 단품 구매가 가능하며 받침대, 거치대, 표지판 등의 추가 구성품과 함께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방사 시간 11초, 방사 거리 3~4m다.
눈길을 사로잡는 다양한 소화기
소화기 하면 빨간 소화기 하나밖에 몰랐다면 이제 그 편견을 깨야 할 때가 왔다. 시중에는 우리 생각보다 다양한 형태의 소화기가 판매 중이다. 한 손으로 들어 올릴 수 있는 가벼운 미니 소화기부터 눈에 잘 띄는 벽걸이 소화기, 던져서 사용하는 투척용 소화기까지 가족 구성원의 특성과 상황에 알맞게 선택할 수 있다. 가정용 제품의 경우 디자인 측면에서도 많은 신경을 써 주변 공간과 잘 어우러진다.
▶ 투척용 소화기
평상시 소화기 사용법에 대해 잘 숙지하고 있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막상 화재가 닥쳐오면 공황 상태에 빠지기 쉽다. 본래 화재라는 건 예고 없이 발생하니 말이다. 잠을 자다 깬 상태라면 더더욱 그렇다. 투척용 소화기는 바로 이런 상황에 진가를 발휘하는 제품이다. 딱히 사용법이랄 것도 없이 던지기만 하면 된다. 액체형이라 탈출 시 시야를 방해하는 일도 없다. 화재가 발생해도 단시간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보일러실과 같은 공간에 미리 설치해두면 피해 규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열기에 용기가 깨져 불길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우성아이엔디 화이어매직 투척용 소화기
우성아이엔디 화이어매직 투척용 소화기는 화재 시 던져서 사용하는 액체소화탄이다. 사용방법이 무척 간단하다. 발화지점에 던지면 유리병이 깨지며 불길을 잡는다. 화재 위험이 큰 공간에 미리 설치해둬도 좋다. 온도가 90~100도로 올라가면 유리병이 자동으로 깨져 화재를 진압한다. 물과 희석해 사용하면 넓게 확산하는 화재에 대응할 수 있다. 소화기 4개와 거치대 4개, 나사못 8개로 구성된 상품이다. 개당 용량은 600mL다.
▶ 미니소화기, 성능과 보관 편의성 모두 OK
가정에 소화기를 설치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크기다. 흔히 소화기 하면 빨간색의 무겁고 거대한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자칫 옆으로 쓰러뜨렸다가 발등이라도 찧는 날이면 그 자체로 무기가 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개구쟁이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거실이 분말 가루로 뒤덮이는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소화기 분말은 빗자루, 진공청소기를 이용해도 제거가 무척 어렵다. 최근에는 이런 단점을 보완한 가정용 미니 소화기가 판매 중이다. 이들 제품은 크기는 작지만 성능은 빼어나다. 세부 제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 파이로 소화기
파이로 소화기는 거실이나 주방 등 자주 이용하는 공간 벽면에 걸어두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흰색의 깔끔한 몸체에 손잡이 부분에 원색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무게가 1.3kg에 불과해 노약자나 어린이가 사용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슬라이드 버튼을 누르면 내장된 강화액이 뿜어져 나와 효과적으로 화재를 진압한다. 최대 방사 거리는 3~4M다. LPG 가스가 아닌 질소가스여서 정기점검이 필요 없고, 난연성 ABS 소재로 제작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제품 상단의 버튼을 사용해 잠금 상태로 설정할 수 있다. 혹시 아이들이 실수로 누르더라도 분말형 소화기보다 후처리가 간편하다.
▲삼우산기 빌란떼 프리미엄 가정용 소화기
삼우산기 빌란떼 프리미엄 가정용 소화기는 언뜻 보면 소화기가 아닌 보온병처럼 생긴 제품이다. 그만큼 색상이 감각적이고, 크기도 아담한 편이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으니 몇 개 사두고 집안 곳곳에 배치해두는 것도 가능하다. 기존 소화기의 봉인 줄과 안전핀 대신 안전바를 적용했다. 덕분에 분리가 간편하고 디자인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화이트, 레드, 골드, 블랙, 핑크 5종의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 피레보 프리미엄 디자인 소화기
작은 크기와 감각적인 디자인을 내세운 다른 제품으로는 피레보 프리미엄 디자인 소화기가 있다. 이 제품은 KFI인증은 물론 유럽안전기준인 CE 인증을 취득했다. 내구성 강은 고성능 노즐을 적용해 노후화로 인한 비정상 작동을 방지한다. 색상은 총 7종. 스탠다드화이트, 핑크블로섬, 스피아민트, 엔틱브라운, 레트로오렌지, 토파즈옐로우, 핑크팝 중 취향에 맞는 색상을 선택하면 된다. 화재가 발생하면 안전핀을 뽑고 손잡이를 움켜쥔 다음 바람을 등지고 쏘아야 한다. 기능과 디자인을 두루 갖춰 개업이나 집들이 선물로도 손색이 없다.
지금까지 다양한 소화기 종류와 세부 제품에 대해 알아보았다. 모든 사고는 ‘설마’하는 마음가짐 때문에 더 크게 번지곤 한다. 나에겐 벌어지지 않을 거란 막연한 믿음 대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때. 분초를 다투는 화재 사고 앞에서 소화기 비치 여부가 생사를 가를 수도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소화기를 갖췄다면 관리 방법 역시 중요하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하되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장소를 택하도록 하자. 습기가 많은 곳은 부식을 유발하므로 건조하고 서늘한 곳을 택해야 한다. 축압식 소화기의 계기판을 수시로 점검하는 것도 잊지 말 것. 바늘이 녹색에 있어야 정상 작동하며 노란색이나 빨간색을 가리킨다면 교체가 필요하다.
기획, 편집/ 정도일 doil@danawa.com
글, 사진/ 황민교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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