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357]弘齋정조대왕7절 상림 십경(上林十景)-10수
이하=홍재전서 제1권 / 춘저록(春邸錄) 1 ○ 시(詩)
弘齋全書卷一 / 春邸錄一○詩
上林十景
乳鳩拂翅斑鳩鳴。水滿公田始課耕。
自是帝王勤稼穡。寶歧堂下告秋成。觀豐春耕
游絲粉蝶弄春晴。碧樹陰濃盡日鶯。
時鳥自鳴猶造化。仁天位育聖人情。望春聞鶯
春塘鸂䳵太生憐。草似芳茵柳似烟。
杏子宮衫繽挾路。仙香一陣豔陽天。天香春晩
水暖魚潛渚日悠。不收紅纜放蓮舟。
米家書畫如山載。贏得春風汗漫遊。魚水泛舟
漱玉淸流曲曲長。近欄山色納新凉。
濠梁自有觀魚樂。可但蘭亭遞羽觴。逍遙流觴
不須雕飾乃全天。時透香來好雨邊。
千古濂翁惟解愛。欲編花史壽其傳。喜雨賞蓮
心將夜氣較誰淸。却會東林霽月生。
堂奧蔽幽皆似晝。一天之下定同明。淸心霽月
畫鵠鳴時箭中心。雲霞步障擁仙林。
三淸物色元如許。樂與諸君醉不禁。觀德楓林
瑞日春臺法駕臨。仙人仗下簇靑衿。
誰知試院諸公筆。升降無私一乃心。暎花試士
歲色崢嶸欲暮天。騷騷輕雪也堪憐。
須臾遍灑山河去。瓊樹琪花擁後前。凌虛暮雪
상림 십경(上林十景)
유구는 날개 퍼덕이고 반구는 울어 대니 / 乳鳩拂翅斑鳩鳴
물 가득한 공전에 비로소 경작을 매기누나 / 水滿公田始課耕
본래부터 제왕들이 농사를 부지런히 힘써 / 自是帝王勤稼穡
보기당 아래서 가을 풍년을 고하였었네 / 寶歧堂下告秋成
이상은 관풍 춘경(觀豐春耕)을 읊은 것이다.
아지랑이 흰 나비는 화창한 봄을 희롱하는데 / 游絲粉蝶弄春晴
푸른 나무 짙은 그늘에선 꾀꼬리가 종일 우누나 / 碧樹陰濃盡日鶯
철 따라 절로 우는 새도 조화의 일부분이라 / 時鳥自鳴猶造化
인천 위육이 바로 성인의 마음이라오 / 仁天位育聖人情
이상은 망춘 문앵(望春聞鶯)을 읊은 것이다.
봄 방죽의 계칙새는 너무도 사랑스러워라 / 春塘鸂䳵太生憐
풀은 꽃다운 자리 같고 버들은 연기 같은데 / 草似芳茵柳似烟
행자들 궁삼 차림 어지러이 길을 끼어라 / 杏子宮衫繽挾路
늦은 봄 하늘에 선향이 한바탕 내리도다 / 仙香一陣豔陽天
이상은 천향 춘만(天香春晩)을 읊은 것이다.
물 다습고 고기 숨은 물가의 햇살 한가로운데 / 水暖魚潛渚日悠
붉은 닻줄 거두지 않고 연 캐는 배를 놓았네 / 不收紅纜放蓮舟
미가의 서화를 산처럼 싣고 다닌다면 / 米家書畫如山載
넉넉히 춘풍 아래 한만하게 노닐 수 있으리 / 贏得春風汗漫遊
이상은 어수 범주(魚水泛舟)를 읊은 것이다.
옥같이 맑게 튀어 흐르는 물 굽이굽이 길기도 한데 / 漱玉淸流曲曲長
난간 곁의 산 빛은 초가을 서늘함을 보내오네 / 近欄山色納新凉
호량엔 절로 물고기 구경하는 낙이 있으니 / 濠梁自有觀魚樂
난정에서 술잔 돌리는 풍류 정도뿐이랴 / 可但蘭亭遞羽觴
이상은 소요 유상(逍遙流觴)을 읊은 것이다.
아로새겨 꾸밀 것 없이 천성을 온전히 하여 / 不須雕飾乃全天
좋은 빗속에 수시로 향기를 풍겨 오누나 / 時透香來好雨邊
천고에 염옹만이 사랑할 줄을 알았으니 / 千古濂翁惟解愛
화사에 엮어 넣어서 오래도록 전하고 싶네 / 欲編花史壽其傳
이상은 희우 상련(喜雨賞蓮)을 읊은 것이다.
야기를 기를 마음이야 맑음을 무엇에 비교하랴 / 心將夜氣較誰淸
동녘 숲에서 갠 달이 나옴을 문득 깨닫겠네 / 却會東林霽月生
깊이 가려진 방구석도 모두 대낮 같아서 / 堂奧蔽幽皆似晝
온 천하가 정히 밝음을 같이하리라 / 一天之下定同明
이상은 청심 제월(淸心霽月)을 읊은 것이다.
과녁판이 울릴 때면 화살이 정곡을 맞히는데 / 畫鵠鳴時箭中心
운하의 장막이 선경 숲을 에워쌌네 / 雲霞步障擁仙林
삼청동의 물색은 원래부터 이러하기에 / 三淸物色元如許
즐겨 제군과 함께 취하기를 금치 않노라 / 樂與諸君醉不禁
이상은 관덕 풍림(觀德楓林)을 읊은 것이다.
상서로운 날 춘당대에 법가가 임어하시니 / 瑞日春臺法駕臨
임금님 의장 아래 수많은 유생들 모이었네 / 仙人仗下簇靑衿
누가 알리오 고시원 제공의 붓이 / 誰知試院諸公筆
오르내림에 사가 없이 한마음으로 할 줄을 / 升降無私一乃心
이상은 영화 시사(暎花試士)를 읊은 것이다.
해가 쌓이고 쌓여 저물어 가는 하늘에 / 歲色崢嶸欲暮天
소소히 내리는 가벼운 눈이 가련도 하여라 / 騷騷輕雪也堪憐
잠깐 사이에 산하를 두루 뿌리고 가니 / 須臾遍灑山河去
옥 같은 나무와 꽃이 앞뒤에 그득하구나 / 瓊樹琪花擁後前
이상은 능허 모설(凌虛暮雪)을 읊은 것이다.
[주-D001] 인천 위육(仁天位育) :
인천(仁天)은 《중용장구(中庸章句)》 제32장의
“정성스러운 그 인이며 고요하고 깊은 그 못이며 광대한 그 하늘이로다.
[肫肫其仁 淵淵其淵 浩浩其天]” 한 데서 온 말이고,
위육(位育)은 《중용장구》 제1장의
“중화를 이루면 천지가 제자리에 위치하고,
만물이 양육된다.[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焉]”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 미가(米家)의 …… 다닌다면 :
송(宋) 나라 때 미불(米芾)이 항상 배에 서화(書畫)를 가득 싣고
강호(江湖)를 유람하였으므로, 후세에 미불의 서화를 가리켜
미가선(米家船)이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황정견(黃庭堅)이 미불에게 준 시에는
“창강에 밤새도록 무지개가 달을 꿰었으니,
이것은 정히 미가의 서화 실은 배 때문일세.
[滄江盡夜虹貫月 定是米家書畫船]”라고 하였다.
[주-D003] 호량(濠梁)엔 …… 있으니 :
호량은 호수(濠水)의 다리를 가리키는데,
장자(莊子)가 친구인 혜자(惠子)와 호량 위에서 함께
노닐 적에 장자가 말하기를, “피라미가 나와서 조용히 놀고 있으니,
이는 저 물고기의 낙(樂)이네.” 하자, 혜자가 말하기를,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낙을 안단 말인가.” 하니,
장자가 다시 말하기를,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낙을 모른다는 것을 안단 말인가?”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莊子 秋水》
[주-D004] 난정(蘭亭)에서 …… 풍류 :
진(晉) 나라 때 왕희지(王羲之), 사안(謝安) 등 수십 인의 명사(名士)들이
3월 상사일(上巳日)에 회계(會稽) 산음(山陰)의 난정에 모여
수계(修禊)를 하면서 유상곡수(流觴曲水)의 놀이를 하며
시를 읊고 술을 마시며 풍류를 즐겼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5] 염옹(濂翁)만이 …… 알았으니 :
염옹은 송(宋) 나라 때의 도학자(道學者)로서 호가 염계(濂溪)인
주돈이(周敦頤)를 가리킨다.
염계는 연(蓮)이 진흙에서 나왔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깨끗하고 향기 또한 뛰어남을 사랑하여 애련설(愛蓮說)을 지어서
꽃 가운데 군자(君子)라고까지 예찬하였으므로 이른 말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