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는 보존하면서 태릉골프장을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태릉골프장 역시 그린벨트이기 때문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보존해야 한다면서 정작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태릉골프장을 택지로 활용하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정부 안팎에서 태릉골프장을 활용한 택지개발이 유력한 주택 공급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결국 강남만 보존하고 강북은 난개발하겠다는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관련 댓글 역시 ‘역시 강남’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한 네티즌은 “강남 그린벨트는 후대를 위해 지키고 강북 그린벨트인 태릉골프장은 풀겠다는 건 앞으로도 강남만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은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집 팔라면서 정작 본인들은 모두 강남에 집을 갖고 있는게 다 이유가 있었다”고 했다. ‘같은 그린벨트인데 군 소유지라고 정부 마음대로 개발해도 되는 거냐’ ‘만만한게 군이냐’는 의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국·공립시설을 활용한 주택 공급 확대를 주문하며 태릉골프장 부지를 언급했다. 태릉골프장은 국방부 소유 땅이기 때문에 수용 절차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그린벨트여서 해제 과정에서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2018년에도 태릉골프장을 택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서울시 및 국방부의 반대로 포기했었다. 당시 서울시는 “태릉골프장도 그린벨트”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다만 이번에는 대통령이 콕 집어 태릉골프장을 언급한데다, 당초 그린벨트 해제까지 검토하던 정부가 ‘그린벨트는 보존해야 한다’는 서울시 입장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이기 때문에 2018년처럼 서울시가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은 낮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주택 공급 물량 확대 방안을 논의하며 유일하게 군(軍) 소유의 태릉 골프장 개발을 특정해 언급했다. 국방부는 지난 16일 태릉 골프장 개발설이 나오자 "논의된 바 없다"며 일축했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 이후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주택 공급 물량 확대 필요성 및 시급성과 군인 복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태릉 골프장 개발을 부정하다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바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또다시 만만한 군만 건드려 일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 노원구의 태릉골프장은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었다. 서울 시내 유일의 군 골프장인 이곳은 전·현직 군 장성들이 자주 이용해왔다. 골프를 즐기지 않는 문 대통령과 달리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종종 태릉 골프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부지는 83만㎡다. 정부는 태릉 골프장을 개발할 경우 주택 1만채가량을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옆 육군사관학교까지 개발한다면 부지 면적이 150만㎡가량으로 늘어나 주택 2만채를 공급할 수 있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태릉 골프장 개발 문제에 난색을 보였던 국방부가 대통령 발언에 바로
현 정권은 최근 각종 정치·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때 국방 영역을 희생해 해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코로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해 국방 예산을 2조원 가까이 삭감한 게 대표적인 예다. 군에서는 "현 정권은 군 관련 예산과 시설을 가장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