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7. 10. 05;00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 찼고,
그 사이를 뚫고 쏟아지는 빗줄기가
제법 강하다.
느림의 미학을 1000호까지 썼고,
1001호는 무엇으로 쓸까 궁리를 하던
중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세헤라자데
(Scheherazade)' 선율이 문득 생각
났다.
1001 숫자와 관련 있는 '천일야화'는
1001일 밤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 아라비안 나이트(Arabian night)
였지.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곡 '세헤라자데'를 오랜만에 들으며
빗속을 걷는다.
꿈속을 거니는 듯,
꿈을 꾸는 듯 신비한 음악,
바이올린 등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가
묘하게 어우러져 내는 선율을 들으며,
2008년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세헤라자데 곡에 맞춰 나비의 춤사위
를 보여줬던 은반의 요정 '김연아'의
아름다웠던 연기를 떠올린다.
이 음악은 언제 들어도 신비하다.
1악장 바다와 신밧드의 배,
2악장 칼렌다르 왕자의 이야기,
3악장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
4악장은 바그다드의 축제~바다~난파~
종국을 그렸다.
< 가죽나무 >
먼 옛날 고등학교 시절 내가 전집으로
읽었던 책,
1965년 정음사에서 출판했던
아리비안 나이트 '천일야화' 전집은
출판사에 다니던 이종사촌형님이 사
주셨다.
지금 내 시력으로는 읽을 수 없는
8p의 작은 활자로 활판인쇄를 하였고,
표지는 양장제본 전집으로 고급
스러웠다.
동양문화와 전혀 달랐던 아라비안
나이트의 내용은 신비했다.
아라비아의 '샤리아르(Schahriar)
라는 왕은 젊고 어질고 지혜로운 왕
이었지만 왕비의 부정을 보고 여자를
믿을 수 없어 매일 밤마다 처녀를
데려다 동침한 후 죽이는 나날을 반복
한다.
한 대신의 딸 '세헤라지드'가 자원해서
왕의 신부가 되었고,
지혜로운 그녀는 첫날밤부터 왕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는 매일밤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왕에게 들려주고 왕은
그녀의 이야기 솜씨에 홀려 1001일
밤을 함께 보냈고,
이야기가 끝났을 때 왕이 그녀를 진심
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영원히
해로(偕老)한다는 이야기다.
몇 권인지 기억도 나지 않고, 그
전집을 다 읽었어도 세월이 많이
지나서인지 내용은 이어지지 않고
토막토막으로만 생각난다.
이럴 때 기억의 단편이라 했던가.
페르시아 시대의 설화, 신밧드의 모험,
알리바바, 알라딘, 권선징악, 어부와
마신의 이야기,
꽤 많은 분량을 차지했던 야설, 정도를
넘어선 베드신, 섹드립(red comedy),
이슬람 우월론, 양탄자 등이 가물
거리며 내 머릿속 사유(思惟)의 창고
에서 튀어 나온다.
2026. 7. 10.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