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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향의 버킷리스트
유채향이 풍기는 제주 서귀포 ‘성읍리 365가 나를 부른다.’
이곳은 내가 인생 제2막의 새로운 쉼터를 마련하기 위해 좌표를 설정해 둔 곳이다. 그 때문인지 올봄을 맞이하는 기분은 여느 해 봄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까닭은 내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제주의 유채꽃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실은 올해 초 성읍리 365 번지에 자그마한 집터를 마련해 놓았다. 몇 년 후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이곳에다 작은 오두막집을 지어 대문 양편에는 우리 집의 수호신으로 돌하르방을 한분씩 모셔두고, 뜰에는 맛과 향이 좋은 황금향 감귤 묘목도 몇 그루 심어 나의 ‘성읍오두막집’이라고 이름할 예정이다.
장래에 나의 ‘성읍오두막집’이 완공되고 성읍리에 샛노란 유채꽃이 피어날 즈음 나는 입주를 위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것이다. 입주 후 성읍오두막집이 대도시 아파트와 달리 작고 좁더라도 불평하지 않으리라. 여남은 평이면 어떠하고 열다섯 평이면 또 어떠하랴. 외관이 화려하지 않고 수수해도 개의치 않으리라.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면 함께 차 한 잔 하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면 족하리. 비록 그럴지라도, UNESCO 세계자연유산 및 세계지질공원인 제주 서귀포 한 모퉁이에 자리 잡은 오두막집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큰 만족감을 느끼리라.
입주가 마무리되면, 그동안 대도시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온몸에 찌든 해묵은 때를 성산포의 해풍에 깨끗이 날려버리고 내 영혼도 노란 유채향으로 가득 채우리라. 육신의 대청소가 마무리되고 나면 제주 해녀의 근면 성실한 삶의 모습을 본받아 볼 작정이다. 온몸에 유채향이 스며들어 내 모습이 청량하게 변하고, 감귤나무에서 황금향이 노랗게 익으며 향기를 풍길 때 나는 뭍에서 찾아오는 귀한 손님을 맞으리라.
오늘도 성읍리 365번지에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덮는 등 집 짓는 희망 속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소박하고 아담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상위에 올라 있는 큰 사업이다. 이 거대한 해외(바다 건너에 있어) 사업은 나의 ‘버킷리스트 2번’의 소망을 실천해 보고자 하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난 오래전 직장에 다닐 때부터 제주도에 작은 오두막집을 한 채 가지는 것이 꿈이었다. 넓고 좋은 집을 장만할 여력은 없을지라도 이국적인 맛이 풍기는 제주에 작은 터전을 마련하여 일정기간 머물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나의 ‘버킷리스트 3번’에 올라있는 ‘세계 일주 여행’이 경제사정, 시간 등 여러 제약 때문에 뜻대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버킷리스트 2번’ 이 이루어진다면, ‘버킷리스트 3번’도 동시에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와 그에 따른 보상 심리가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즉 가끔 국내선 비행기에 탐승하면서 해외여행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대신 느껴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라고나 할까. 남들은 작고 소박한 나의 소망에 대하여 제주의 유채꽃 같은 모습을 닮았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성읍오두막집의 꿈이 한 해라도 빨리 이루어지기를 고대한다. 그날이 오면 내가 가장 먼저 걸어 보고 싶은 올레 1길과 17길을 비롯하여 올레길 한 곳씩을 선택하여 마음껏 음미하면서 걷고 또 걸으리라. 걷다가 시장기가 돌 때면 올레 꿀빵 하나 사서 손에 들고 달게 먹으면서 걸으리라. 또 이른 아침이면 집에서 멀지 않은 성산일출봉에 올라 서귀포 바다의 장엄한 일출을 맞이하며 푸른 파도 소리를 들으리라. 여름이 찾아오면 우도로 달려가 우도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검모래 해변에서 모래찜질도 한번 해보고 싶다.
평탄한 올레길이 지루해질 때는, 성읍민속마을 뒤편에 있는 알프스 승마장에서 조랑말을 타본 후, ‘영주산 오름’에 올라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하는 시를 한 수 지어 보리라. 해 질 녘 내려오는 길에 성읍민속마을 주막에 들러 막걸리 한 사발로 목을 적신 후 ‘성읍 정의현 돌하르방’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녁을 맞이하리라.
성읍오두막집의 꿈이 이루어지면, 삼다도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낀 다음 그 느낌을 서툰 글 솜씨이지만 글로 한번 표현해 보고 싶다. 그런 다음 ‘버킷리스트 1번’에 올라 있는 ‘나의 작은 책’을 한 권 완성해 가까운 지인들에게 새봄의 선물로 나누어 주고 싶다. 평범한 나의 창작물이지만 내가 이 세상에 왔다간 가장 의미 있는 하나의 기록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버킷리스트 2번을 추진하는 요즘은 뭍에 사는 아저씨가 꿈 많은 제주 소년을 닮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하나, 난 요즘 조그마한 집터를 마련한 후 조바심과 또 다른 고민에 빠져 있다. 그 이유는 오두막집을 지을 여유자금이 잘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몇 푼씩 이 통장 저 통장에 들어 있던 예금을 몽땅 싹싹 끌어다 모두 집터 구입 비용으로 충당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희망 속에서 성읍오두막집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유채꽃의 꽃말이 가르쳐준 ‘쾌활, 명랑’이란 모드를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꿈은 현실로 이루어지겠지’ 하면서 말이다. 한꺼번에 2단계까지는 이룰 수는 없으리라. 제1단계는 집터 구입으로 만족하고, 제2단계 오두막집 신축을 위하여 지금부터 일정기간 자금을 모우는 등 준비 단계가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
‘버킷리스트 2번’ 사업의 본격 시도는 연초 불과 1개월 사이에 결정되고 진행되었다. “세상의 인연의 끈은 참으로 오묘하고, 꿈꾸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뜻이 무엇인지 실감 나게 하는 결과를 이번에 경험했다. 나의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단초를 제공해준 매개체는 ‘상록수필 2호집’이다. 지난 연말 회원들에게 배부된 상록수필 2호를 한 권 들고 이웃동네에 사는 동우회 K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찾아갔다. 상가아파트 1층 커피숍에서 다정하게 나를 맞이 해주는 K친구와 차를 마시면서 회원들의 동정에 대해 담소를 나누다가 A회원이 제주 신공항 인근에 펜션을 짓기 위해 작은 땅을 분양받았다고 하면서, 자네도 제주에 작은 집을 갖고 싶다고 했는데 A회원에게 전화 연락을 한번 해보라고 권했다. 나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꿈으로만 간직할 수밖에 없다고 하고 차를 마신 후 그 친구와 헤어졌다.
그런데 그 다음날 A회원이 안부 내용 문자를 보내온 뒤 직접 전화까지 왔다. K친구가 A회원에게 나의 제주의 관심사에 대해 얘기를 했던 모양이다. A회원은 자기가 구입한 인근에 아주 좋은 땅이 조금 남아 있는데 놓치기가 정말 아까운 땅이니 조금만 구입해 보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오늘 만나서 커피나 같이 한잔 하면서 자세한 설명이나 한번 들어 보라고 했다. 그래서 사양하지 못하고 커피나 한잔하자며 만났다. 그 일로 인해 집터 구입 계약이 성사되었다. 평소에 꿈을 가지고 K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것이 씨앗이 되었고 상록수필 2호가 매개체가 되어 나를 제주 성읍리 유채밭주인으로 안내하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상록수필 2호란 책이 인연의 끈이 되어 나를 주인으로 맞이 해준 성읍리 365로 인하여 요즘 눈에 보이지 않은 많은 에너지를 얻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번 일을 추진하면서 ‘인연 법칙이란 게 과연 무엇인지 언뜻 알 것 같기도 하고, 또 사람이 산다는 것이 진정 무엇이며, 여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문제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동안 취미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제법 바쁘게 살아왔지만 큰 이벤트가 없는 생활이었는데 이제 새로운 희망이 생겨났고 아주 큰 과제가 부여되어 활력을 주는 것 같다.
오늘도 나의 인생 과제인 유채향에 서린 ‘버킷리스트 2번’과 덤으로 찾아오게 될 ‘버킷리스트 3번’을 꿈꾸며 희망 속에서 아침을 맞는다. 지금 쯤 성읍리 돌담장 너머에는 노란 유채꽃이 탐스러운 모습으로 피어나고 있을 것이다. 성읍리 365야. 조금만 기다려다오! 머지않아 찾아갈게...
(2016.03.13.)
첫댓글 꿈이 이루어진 순간은 모구가 행복해지지요.
좋은 작품 잘 읽었습니다.
계속 버킷리스트 2, 3번도 이루어 지기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전선생님, 따뜻한 격려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꿈은 이루어지는것. 빠른 시일에 유채향 뜻을 펼치시리라 생각합니다. 최상순드림
단장님, 따뜻한 격려의 말씀에 큰 힘을 얻습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글의 흐름이 산골 시냇물 처럼 맑고 아름답습니다. 아직도 버킷리스트를 이루려 꿈꾸는 젊은 마음이 아름답습니다.
서둘지 않아도 언젠가 이루어지겠지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선생님의 늘 따뜻한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
내 고향에 크나큰 애착을 가져주어서 감사인사부터 해야겠네요. 부디 좋은 꿈 이루시기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탐라가 고향이신 회장님의 격려에 큰 힘을 얻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글을 읽고 제주도를 돌고 왔습니다. 갔다와도 또 가고 싶은곳이 제주도 입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곳에 글로 인연이 되어 꿈을 이룰 터를 마련하셨다니 부럽습니다. 글 많이 쓰시고 더 큰 꿈 이루시기 바랍니다.
박선생님, 따뜻한 격려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아직 기초 계획단계라 까마득합니다. 꿈을 한번 글로 옮겨 보았습니다.
오 선생님 우선 축하부터 드립니다. 소박하지만 인생 후반기를 신선같이 살아갈 밑자리를 잡았으니, 정말 부럽읍니다.
하루빨리 "버킷리스트 2번" 이 완성되어 한번 초청되는 영광의 꿈을 ~.....
전선생님, 따뜻한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계획이 잘 성사되어 선생님 말씀처럼 그런 기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