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빛축제
올해로 열 번째를 맞은 해운대 빛축제 행사장. 그동안의 노하우가 축적된 때문인지 설치물들은 미술작품으로 따져도 상당히 승화된 느낌이 든다. 보다 많은 탐방객들에게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전철역과 가까운 구남로 광장을 비롯하여 바다를 물고 있는 백사장까지 설치하였으니 설치비도 그만큼 늘어났을 터이다. 지난 코로나 기간에 열지 못한 때문인지 오늘 행사장을 찾은 탐방객들은 빛으로 표현된 작품들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해운대에서 빛축제를 시작하기 이전에 부산 중구청이 먼저 펼친 성탄트리축제를 난 다년간 함께 했었다. 성탄트리는 원도심 광복로를 따라 부평동과 남포동, 용두산공원까지 이어졌고 코로나 이전까지 행사는 대박을 터뜨렸었다. 외국인 젊은이들이 많이 찾았고 그들 중엔 악기나 마술도구를 지참해서 길거리 공연에 나서는 이들도 있었다. 그 무렵 맡았던 친목단체 사무실이 행사장 가까이 있었기에 6년 동안 탐방객들과 많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제 연말연시가 되면 전국 지자체들이 펼치는 성탄트리나 빛축제 행사는 점점 경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그 과열경쟁 속엔 소중한 전기에너지를 허공으로 날려 보내면서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가난시대를 경험한 노인으로선 우리가 이렇게 흥청망청 낭비해도 되나하고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때마침 신문도 유럽의 경제대국 독일이 겪고 있는 경제난 여파로 크리스마스 풍경도 많이 달리지고 있다는 기사를 싣고 있었다.
그동안 독일의 크리스마스 거리 풍경은 유독 볼거리가 많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명을 줄이고 음악을 끄는 풍경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조명설비를 후원해줄 사람이 줄어더니 설치장소가 그만큼 줄었다. 조명 없는 크리스마스 우려가 커지자 관할 구청에서 정부지원금과 민간모금에 매달렸지만 2년 전 크리스마스 때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정이나 국가나 풍요에서 빈곤으로 추락하면 그만큼 인내하기 힘들다는 교훈을 보여준다.
사는 신도시에서 해운대까지 2호선 전철은 역이 40개나 된다. 일흔 중반을 넘어서면서 몸 여기저기서 고장신호를 보내오자 아내는 남편과의 동행을 꺼리는 편이다. 저녁식사 후 둘이서 하천변을 산책하다가 전철로 귀가하자 해놓고 중간에 내리질 않았으니 해운대로 직행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었을 터이다. 오늘 백사장에 설치한 빛예술 작품을 찾은 탐방객은 다른 날보다 적어 보였다. 우린 백사장을 지나 동백섬으로 향했다.
광복로 성탄트리축제가 한창일 무렵 홋카이도 겨울여행에서 눈축제를 만났다. 일제 강제징용에 끌려간 아버지로 인해 1941년생 누나는 홋카이도에서 태어났다. 당시 이곳 광부촌도 겨울이면 자주 눈에 묻혀 고립되었다는 걸 생전의 어머닌 악몽으로 자주 떠올리셨다. 삿포로 눈 축제엔 매년 국내외에서 200만 관광객이 찾는다고 했었다. 축제가 열린 곳은 오도리공원으로 자위대를 동원하여 눈으로 만든 마을엔 기념품과 음료를 파는 상점도 있었다.
백사장 버스킹
"유일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