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과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도서 추천! 「아들에게 추앙받고 싶다」 (윤희웅 저 / 보민출판사 펴냄)
“아들에 대한 사랑과 교감을
진솔하고 유쾌하게 담아낸 이야기!”
이 책 『아들에게 추앙받고 싶다』에서 윤 작가는 아들의 성장하는 모든 과정을 유머러스하고 가볍게 풀어내지만, 그 안에는 아버지로서 느끼는 깊은 사랑과 책임감이 스며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과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때로는 서로를 지지해 주는 것이 관계에서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는지를 깨닫게 된다. 나의 존재가 아이에게 영원한 후원자이자 조언자, 그리고 언제나 믿어주는 아버지로 남기를 바라는 그 마음, 그리고 부모로서의 기쁨과 슬픔, 자부심과 연민의 감정이 얽혀 있는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고, 우리의 인생 속에서 진정한 ‘추앙받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어쩌면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슬그머니 앨범 속의 어린 자녀의 사진을 찾아볼지도 모르겠다.
<작가소개>
저자 윤희웅
나는 이야기꾼
소설 쓰는 노동자다.
저자가 이야기꾼이니, 변사 스타일로 소개해 보자! 저자는 말이야, 1969년 서울에서 농인 부모의 3남 3녀 중 네 번째 차남으로 태어났으니, 눈빛과 몸짓이 그의 첫 언어가 되었도다. 부모님의 눈빛 언어와 손짓을 흠뻑 익혀 태생부터 이야기꾼의 기질을 타고났구나. 그리하여 중학생 때 서울을 떠나 인천으로 이사 갔을 적엔, 교과서를 덮어두고 소설책을 쥐고 다니며, 연극 무대도 드나들면서 예술적 기운을 쌓았도다!
그리고 그의 나이 스물둘 되던 해, 품 안에는 백일 된 아들이 있었으니, 이제 저자는 스물둘의 어린 가장이 되었구나. 안산에서 파견 노동을 전전하던 중 마침내 율촌화학에 자리 잡아, 노동조합 활동에 힘쓰며 평양도 다녀오게 되었도다. 그러면서 세상에 관한 생각이 점점 깊어지고, 마음속 할 말이 많아지자 드디어 글을 쓰기 시작했구나.
자, 그리하여 30년 7개월 7일을 꼬박 일한 직장을 마침내 떠나니, 이제 세상 밖에서 자주 놀지 못했던 농아인,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수화로 대화도 나누고, 책도 읽고, 연극도 하고, 타로 카드도 보며 한량처럼 지내는 게 아닌가! 그럼, 이쯤에서 저자의 글공부를 살펴보자. 한국희곡작가협회 아카데미에서 희곡을 배웠고, 서울예술대학 문화예술원에서는 소설을 공부하고, 한국방송통신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 콘텐츠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니, 직장 다니며 서울까지 오가며 공부하는 고생 또한 만만치 않았겠구나.
수필 부문에서 시흥 문학상 대상(8회)을 받았고, 희곡 부문에선 근로자 문화 예술제 은상(28, 30회)과 연극 올림피아드 희곡상(21회)을 차지하고, 소설 부문에선 2019 한국소설 창작연구회 신인상과 2021 글로벌 경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으니, 오호라, 실력이 막강하구나! 그리고 지은 책으로는 「꽝수반점」(2022)이 있으니, 이야기가 여기서 끝날 리가 없다.
<이 책의 목차>
01. 아버지와 아들 사이
02. 아들의 호텔 예약 대신 해주기
03. 나는 ‘이놈’ 하며 소리쳤다
04. 건설 현장 아르바이트
05. 전쟁이 시작되었다
06. 나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다
07. 아들 군대 가는 날
08. 흔들리는 그림자
09. 정말 쇼였을까?
10. 스무 살, 그때 나는?
11. 서프라이즈(Surprise)
12. 차가운 감정의 슬러시
13. 이외수 문학 교실
14. 아들이 나보다 생각이 깊었다
15. 단역 알바 체험기
16. 오사카로 출발
17. 깐깐한 놈
18. 사과는 힘들어
19. 눈썹이 삼각형
20. 버스를 놓치다
21. 통하였다
21. 떡볶이, 튀김, 순대 세트 포장해 주세요
22. 길 잃은 고양이
23. 딩동!
24. 짭새가 아닌 경찰
25. 수갑을 차다
<이 책 본문 편지 中에서>
아들에게
아빠가 너의 이야기를 브런치에 쓰고 있다는 걸 너는 언제쯤 알게 될까? 그리고 그 글들을 읽게 될까? 비밀로 해서 미안하다. 미리 이야기했으면 너는 분명 못 쓰게 했겠지. 그래서 이름도 밝히지 않고 몰래 썼단다. 나중에 이 글들을 보게 되더라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아빠는 너의 20대를 지켜보며 참 많이 아팠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이 너무 컸거든. 만약 내가 강남의 부자 아빠였다면, 더 많은 걸 해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나는 그저 가난한 안산 아빠였지. 하지만 나는 네가 원하는 건 뭐든 해주려고 노력했어. 아빠가 노동 운동을 시작한 이유도 너 때문이었어. 네가 성인이 되었을 때, 내가 일했던 세상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노동 환경이 되길 바랐거든. 학교 운영위원을 하며 고교 평준화 운동에 참여했던 이유도 마찬가지였어. 너희들이 다니는 학교가 조금이라도 차별 없는 곳이었으면 했거든. 기억나니? 고3 때 네가 공부 안 하고 방황하던 때, 나와 함께 머리를 빡빡 밀었던 일. 너는 두 달 만에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지만, 나는 일 년이 지나서야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지. 그때 생각했어.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아빠는 강요하지 않고 항상 네 편이 되어 주겠다고. 하지만 나의 모든 선택은, 네가 태어난 이후로 항상 너를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만 기억해 줘.
1991년 6월 18일, 아빠는 판문점 근처의 GOP에서 근무 중이었어. 저녁 점호 무렵에 갑자기 엄마의 청량리 삼촌이 전화했단다. 출산을 앞둔 엄마가 위험하다고,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어. 소대장이 직접 차를 몰고 GOP 철책선에서 문산 시내까지 나를 데려다줬지. 부대원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택시비를 마련해 주었어. 그렇게 인천 길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이 넘었어. 병원 복도에서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겨우 엄마의 얼굴을 잠깐 볼 수 있었지. 그리고 다음 날 오후 2시 16분, 너는 세상에 태어났단다. 분만실 복도에 앉아있던 나에게 간호사가 너를 안고 나왔어.
“축하드립니다. 아들이에요.”
그 순간, 처음으로 너를 봤어. 작고 눈부시게 예뻤던 너를.
“안아보세요.”
하지만 아빠는 그저 너의 손을 잠깐 건드려 볼 뿐 안을 수가 없었어. 네가 너무 작고 소중해서, 잘못 건들면 유리처럼 깨질까 봐 무서웠거든. 그런 너를 바라보며 나는 다짐했어. 22살의 어린 아빠지만, 널 잘 키워보겠다고. 쓰다 보니 한없는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고 마무리할게. 어릴 적 우리 집 가훈 기억하니? ‘착하게 살자.’ 너는 무슨 가훈이 조폭 가훈 같다며 싫다고 했지. 하지만 아빠는 여전히 우리 아들이 착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그게 아빠의 작은 바람이야.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어. 정의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약자에게 따뜻하고 소수자를 이해하고, 그들을 대신해서 강자에게 당당히 맞설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너의 요즘 고민도 알고 있어. 승진 점수는 제일 높은데, 승진이 안 되는 이유가 처세술이 부족해서라고 했지?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아빠는 마음이 무척 아팠어. 세상이 아직도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싶어서 어른으로서 부끄럽기도 했고. 하지만 아들아, 너는 그런 어른이 안 됐으면 좋겠어. 앞으로도 비슷한 일들이 자주 있을 거야. 그럴 때마다 힘들겠지만, 너는 너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어. 착하고 정의로운 길을 말이야. 언젠가 브런치에서 너의 30대, 40대 이야기도 쓸 수 있을까? 아마 힘들겠지. 너는 아마도 아빠 없이 혼자서 당당히 걸어가겠지. 이 편지가 30대 너에게 보내는 아빠의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구나.
1991년 6월 19일 오후 2시 16분, 너를 처음 만난 순간을 아빠는 지금도 잊을 수 없어. 참으로 행복했어. 너를 만날 수 있어서, 내 아들이 되어줘서 정말 고맙다. 아들아, 인생은 별거 아니야. 그저 행복하게,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추천사>
이 책 『아들에게 추앙받고 싶다』는 윤희웅 작가가 아들에 대한 사랑과 인생의 경험을 통해 느낀 감정을 진솔하고 유쾌하게 담아낸 이야기다. 이 책은 단순히 아버지와 아들의 일상적인 기록을 넘어서, 세대를 초월해 나누는 감동과 교감을 독자에게 전하는 따뜻하고 묵직한 아버지의 고백이다. 이 책 속 아버지 윤 작가는 친구이자 조언자로서 아들을 대하며, 때로는 애틋함과 걱정 속에서도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때 한 드라마로 인해 우리나라에 ‘추앙하다’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작가에게 ‘추앙’이란 그저 아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아들 삶의 방향과 위안의 의미로 자리 잡는 구원 같은 존재에 대한 절대적 신뢰자가 되기를 갈망한다.
책의 여러 에피소드는 서로 다른 시기와 상황 속에서 아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쌓아왔는지를 보여준다. 그중 한 장면인 ‘나는 “이놈” 하며 소리쳤다’에서는 아들이 어릴 적 실수를 했을 때 큰 소리로 “이놈”이라고 외치던 아버지의 모습이 나온다. 아들이 성인이 되어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이 “이놈!” 소리에 대한 부담과 무서움을 털어놓았을 때, 윤 작가는 아들이 그 소리로 인해 생긴 불안함을 알고 깊이 반성하며 미안함을 느낀다. 이 장면은 아버지로서의 책임감과 후회, 자식을 위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바람을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또 다른 에피소드인 ‘아들 군대 가는 날’은 아들이 처음 입대할 때 느낀 아버지의 혼란과 걱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며 아버지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려 농담을 던지지만, 속으로는 아들의 안전과 무사 귀환을 기도한다. 입대 후 아들의 고단함과 스트레스를 엿볼 수 있는 장면에서 윤 작가는 아버지로서의 무력감을 느끼며, 아들이 어려운 군 생활을 잘 견뎌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진심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들이 성장하고 자신만의 길을 걷는 모습을 지켜보는 복합적인 감정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작가가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언제나 자랑스러움과 애틋함이 가득하다. 아들이 배우의 길을 꿈꾸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을 느끼고, 그 도전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연극 동아리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쏟아내는 아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웠지만, 그 길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부모로서의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라는 부분은, 자식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인생에서 많지 않다는 아버지의 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윤희웅 저 / 보민출판사 펴냄 / 160쪽 / 46판형(128*188mm) / 값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