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모은 주장 간의 격돌. 김지석 9단(왼쪽)이 이세돌 9단과의
25번째 대결을 이기며 킥스의 시즌 첫승을 이끌었다.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3R 1G
김지석, 이세돌
꺾은 킥스 시즌 첫승
이세돌 9단이 개막 3연패를 당했다.
고향팀 신안천일염도 3연패에 빠졌다. 이세돌 9단은 28일 밤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3라운드 1경기에서
김지석 9단에게 180수 만에 불계패했다.
랭킹 2위와 4위, 소속팀을 이끄는
주장 대결로 관심을 증폭시켰다. 공히 랭킹 69위의 '신참' 박하민에게 패하면서 구겨졌던 체면을 되살릴 수 있는 상대와의 대결이기도 했다.
2016년 9월 바둑리그에서 김지석이 승리한 이후 1년 9개월 만의 재회가 됐다. 상대전적에서 이세돌이 14승10패로 앞선 가운데 25번째
맞대결을 벌였다.
▲ 새 시즌을 2패로 출발한 전통의 두 팀. 한 팀은 3연패 늪으로 빠져야 하는
대결에서 킥스가 신안천일염에 3-2 승리를 거뒀다.
개시 1시간,
120여수까지의 AI 승부예측은 팽팽했다. 우하 공방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그곳 한 번의 부딪침에서 김지석이 득점했다. 국후 김지석은 "쉽게
타개되면서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전의를 상실한 듯했다. 오래 끌어가지 않았다. 개시 1시간 30분을 지날 무렵 졌다는 의사를
표했다.
앞서 1라운드에서 최철한 9단에게, 2라운드에서 박하민에게 졌다.
바둑리거로서 데뷔전에 나선 '체급' 차이 났던 박하민 3단에게 완패한 것은 적잖이 충격을 던졌다. 이세돌 9단의 개막 3연패는 바둑리그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시즌 개막 대국을 패한 것도 2006년에 딱 한 차례 당한 후 12년 만이다.
▲ 2010년과 2013년, 고향팀을 두 차례 정상에 올려놓은 바 있는 신안군 비금도
출신의 이상훈-이세돌 형제. 2016년과 2017년은 최하위에 머물렀다.
연초 이세돌은 기세가 폭발했다. 한중일 명인전을 우승하고 해비치배에서 커제 9단을 꺾었다. 15경기에서 14승1패를
거뒀던 시기다. 4월에는 JTBC 챌린지매치를 우승했다. 통산 50번째 타이틀이었다.
이세돌 3연패, 신안천일염 3연패
이세돌 9단은 최근 부진하다. 5월 들어 내리막이다. 갑작스럽기도 하고 가파르기도 하다. 4월까지 31승7패로 좋았던
전적이 5월 이후에 4승11패로 저조하다. 두 기간 동안의 승률을 비교해 보면 82%에서 27%로 떨어졌다. 급전직하다. 상반기를 마감한 전적은
35승18패, 66%의 승률.
▲ 한태희-강승민의 4지명 맞대결. 4년 만의 공식전 만남을 강승민 6단(오른쪽)이
컨디션 좋지 않은 한태희 6단을 돌려세웠다. 던지기 전 한태희 모습을 보고 "눈물 흘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중계석 송태곤
해설자.
우리나이 서른여섯이라는 세월의 무게 때문인지 속기 대국에서
예전의 날카로움이 보이지 않는다. 강자를 많이 만나기도 했다. 4연패를 당하다 하루 전 백령배 선발전에서 나현 9단을 꺾었으나 강호 김지석
9단에게 걸려 연승으로 치고 나가지 못했다.
주장 김지석을 앞세운 킥스는 시즌
첫승으로 연결했다. 2-3으로 두 번을 지고 나서 3-2로 신안천일염을 눌렀다. 강승민이 한태희를 꺾으면서 쉽게 승리할 것 같았으나 한상훈과
안국현에게 동점을 허용했다. 한상훈과 안국현은 2라운드에서 나란히 투혼의 반집승을 거둔 데 이어 개인 2연승.
▲ 주장전에 버금가는 중요한 일전. 불리한 형세를 순식간에 유리한 형세로 바꾼 윤준상
9단(왼쪽)이 이지현 7단을 상대로 킥스 승리를 결정했다.
2-2에서
윤준상이 이지현에게 역전승한 것이 결승점이 됐다. 1지명 김지석, 4지명 강승민, 2지명 윤준상은 맞지명 대결을 이겼다. 킥스의 힘이
신안천일염보다 강했다. 경기 후 김영환 감독은 김지석-이세돌의 맞대결은 잘된 오더라 생각했고, 약간 불만스러웠던 맞대결에서 윤준상 선수가 잘해
주었다"고 했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정규시즌은 29일 화성시코리요와 포스코켐텍이 3라운드 2경기를 벌인다. 개별대진은 박정환-최철한(11:6), 최재영-윤찬희(0:1),
류수항-이원영(1:1), 송지훈-나현(1:1), 원성진-변상일(1:2, 괄호 안은 상대전적).
▲ 균형 감각이 좋은 한상훈 8단(오른쪽)과 접근전에 강한 백홍석 9단이 붙은 장고판.
175수 만에 불계승한 한상훈이 지난시즌에 거뒀던 2승(13패)을 올해는 세 경기째에 2승1패를
기록.
▲ 첫 랭킹을 26위로 신고한 정서준 2단(오른쪽). 자기보다 세 계단을 앞질러 떡하니
자리한 퓨처스 정서준을 안국현 8단이 대마를 잡고 쾌승.
▲ "두 판을 먼저 이겨서 쉽게 갈 줄 알았는데 마지막까지 가슴 졸이면서 이겼다."
(김영환 킥스 감독ㆍ왼쪽)
"대부분이 제 또래라서 특별히 뭘 안 해도 자연스럽게 편한 (팀)분위기가 나오는
것 같다." (김지석 9단)
▲ 킥스는 지난해 전력을 그대로 보유하며 '이번에야말로'를 다짐했다. 김영환 감독이
"아프다"고 했던 백홍석 9단의 부진 탈출은 당면 과제.
▲ 이세돌 9단답지 않은 시즌 출발에 신안천일염의 초반 행보가 힘들다. 안국현ㆍ한상훈
8단의 선전은 도약 향한 밑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