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대신 파트타임’… 비자발적 선택 근로자 급증
▶ 420만명 달해 역대 최고…기업들 근무시간 줄이며 급여·보험 등 비용 절감 “대규모 해고 전조 현상”
2023/07/17
비자발적 파트타임 임금 노동자 급증이 대량 해고의 전조 현상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미시건주 이스트 랜싱에 살고 있는 로렌스 하트-하우리트씨는 최근 투잡을 뛰고 있다. 미시건 주립대학 학생 식당에서 시급 14.42달러를 받고 정직원으로 일했던 그는 주5일 근무에서 여름방학 기간 동안 주2일로 근무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해고되는 것보다는 파트타임으로 일자리를 지키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1주일 전부터 패스트푸드점에서 식기 세척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트-하우리트씨는 “아내와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솔직히 당황하고 있지만 다음달 렌트비를 제때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걱정했다.
기업들도 직원 해고 대신 근무 시간 단축을 선호하고 있다. 파트타임으로 전환하면 임금 감소 효과 이외에도 휴가를 비롯한 복리후생비도 줄이면서 직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기업주는 “직원 10명을 해고하는 것보다는 모든 직원의 근무 시간을 10%씩 단축하는 게 비용 절감엔 훨씬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전국 고용 시장에서 해고 대신 정직원(풀타임)에서 파트타임으로 전환 선택을 하는 이른바 ‘비자발적 파트타임’ 임금 노동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기업들이 고금리, 인플레이션 여파로 실적 둔화를 이유로 근무 시간을 단축해 비용 절감에 나서려는 전략적 계산과 재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해고 보다는 파트타임을 선택하는 임금 노동자들의 수요가 맞아 떨어진 탓이다. 비자발적 파트타임 임금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대대적인 정리 해고에 따른 경기 침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기업들이 실적 악화를 이유로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조치를 취하자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실직 대신 파트타임으로 전환하는 비자발적 파트타임 임금 노동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방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 6월 비자발적인 이유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미국인은 42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대비 45만2,000명이 늘어난 것으로 3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WP는 “지난달 파트타임으로 일한 미국인 420만명은 자발적으로 파트타임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며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말은 정직원(풀타임)으로 근무하고 싶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비자발적으로 파트타임직을 선택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특히 비자발적 파트타임 임금 노동자가 크게 늘어난 업종들은 대부분 서비스 업종에 집중되어 있다. 그로서리 마켓을 비롯해 이미용, 패스트푸드점 등 고객 수요에 따라 근무 시간 변동이 용이한 업종들이다. 일부 사무직에서도 비자발적 파트타임직들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이 직원들의 근무 시간 단축에 나서는 데는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WP는 지적했다. 물가 잡기 위해 지난 15개월 동안 10번에 걸친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고금리까지 겹쳐지면서 기업들의 판매 실적이 둔화됐다. 구조조정 차원에서 해고에 따른 인력 부족 사태를 피하면서 정직원이 해오던 일을 파트타임에게 맡기는 식으로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이다.
구인·구직 플랫폼 집크루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임금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최근 4개월 동안 34시간대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전문가들은 비자발적 파트타임 임금 노동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상황을 놓고 대대적인 정리 해고에 대한 전조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고용 시장의 감원 돌풍이 현실화하면 이는 경제 침체로 이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템플대학의 조슈아 매스크 경제학과 교수는 “1980년 이후 모든 경기 침체에서 비자발적 파트타임 임금 노동자의 증가 현상이 앞서 나타났다”며 “이번에도 그런 패턴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주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