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 난동 제압하려 쏜 경찰 총에 맞은 미국인…法 “2억 배상하라!”
노기섭 기자입력 2024. 4. 8. 06:57수정 2024. 4. 8. 07:00
경찰관이 맹견을 제압하기 위하여 쏜 총에 잘못 맞아 다친 미국인에게 국가가 치료비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부장 고승일)는 지난 4일 미국 국적 A(68)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약 2억9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 사건은 지난 2020년 3월 경기 평택시의 한 거리에서 발생하였다. 맹견으로 분류되는 핏불테리어가 산책 중이던 행인과 애완견을 문 뒤 근처 민가로 들어가 다른 개를 물어뜯으며 난동을 부렸고, 출동한 경찰은 테이저건을 쐈다. 핏불테리어는 테이저건에 맞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 도망쳤다. 경찰은 테이저건이 방전되자 핏불테리어를 사살하기로 하였다.
경찰은 인도에 멈추어 서 있는 핏불테리어를 향해 총을 쏘았으나 빗나갔고, A 씨는 근처 도로에서 인도로 올라서다가 바닥에 튕긴 총탄에 우측 턱 부위를 맞아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재판부는 "사고가 무기 사용의 허용범위를 벗어난 경찰관의 위법행위로 발생하였기 때문에 국가는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당시 경찰이 부득이하게 총기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고, 도비탄(발사 후 장애물에 닿아 탄도를 이탈한 탄환)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주변인의 접근을 막지도 않아 총기 사용에 필요한 현장 통제조치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경찰이 평소 테이저건 충전 상태 등을 확인할 주의 의무가 있는데도 게을리했다"고 지적하였다.
다만 재판부는 A 씨에게도 "전방을 잘 살피며 보행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9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서 총을 쏜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았으나, 지난해 10월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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