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한 알의 은유
황인찬
방어 철이라고 방어를 먹어야 한다고 나왔지만 사실 제철이라기엔 조금 이른 겨울
동네 횟집에서 회를 먹었지
맛은 없었지만 맛있다고 말했다 나를 사랑한다고 어젯밤 네가 말해준 것처럼
그러고 나니 더 할 말이 없었네
한없이 물맛에 가까운 생살을 조용히 씹으며
너의 얼굴을 바라보았지
말갛긴 참 말갛군 이 애매한 것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되나 하지만 사랑이 아니면 대체 이게 뭔가
창밖으로는 조금 이른 첫눈이 내렸고
여기 와사비 좀 더 주세요,
그렇게 말하면 와사비가 나온다
사실은 고추냉이가 아니라 겨자로 만들었다는 것을 모두 알면서도 다들 그걸 와사비라고 부르듯이
닮은 것도 괜찮아 대충 비슷해서 더 괜찮아
그런 게 은유의 가르침인지
지난밤 우리는 강변을 따라 걸었다 사람도 없고 벌레도 울지 않던 밤의 적막함 속을 걷다 보면 결국 너는 손을 잡아달라 하겠지 그걸 알면서도 계속 걸었고
가짜 와사비를 초고추장에 섞어 먹으면 새콤하고 알싸한 맛이 난다
방어를 거기 찍어 먹으면 어떡해 난 이게 제일 맛있어 이러나저러나 물맛은 지워지지 않았지만
그 맛이 참으로 말갛다는 생각
창밖에 내리는 눈은 아주 적고 작은 가루눈이었다 잠시 내리다 금세 그쳤고
거리에는 눈이 전혀 쌓이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그게 무슨 삶의 은유라도 된다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