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는 일반 파리보다 몸통도 크고 털이 많아 보기에도 징그러운데다 주로 똥무더기를 잘 찾아다닌다.
비유적으로 몹시 성가시게 구는 사람이나, 멀리서도 먹을 것을 잘 알고 달려드는 사람이나 그런 경우를 지칭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좋은 의미는 아님을 내포하고 있다. 음식에 날아드는 파리도 귀찮아 죽을 판인데 게다가 제일 싫어하는 똥까지 접두어로 붙었으니 좋을리가 없다. 똥파리보다도 더 고약한 놈은 쇠파리다. 쇠파리 이 놈은 덩치는 아주 작지만 생긴 것도 아주 야무지게 생겼는데 주로 소 등어리에 붙어서 피를 발아 먹는다. 소가 가려워서 꼬리를 흔들어 보지만 가분다리처럼 한 번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어떤 때는 지 죽을 줄 모르고 사람에게도 달겨든다.
배 탈 때 선사에서는 선원들의 복리후생비로 책을 몇권씩 사서 올려 주었다. 나는 산꼬라인이라는 송출선에 나가 있었으므로 일본 본사에서는 선기장을 위해서 일본 문예춘추 잡지를 매달 보내주었다. 문예춘추는 대중잡지여서 괘 읽을거리가 많았다. 요코하마의 어느 의사가 돈 벌이를 위해서 몰래 바이러스를 퍼뜨린 사건이라든지, 오사카의 산부인과 병원에서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자궁을 적출해야 된다며 무조건 수술을 하게 한 환자가 수가 백여명에 이르러 한 때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힌 사건도 그 잡지를 통해서 알았다.
긴 항해중에 당직이 끝나고 나면 심심해서 이것 저것 읽을 거리를 찾게 된다. 그 때 읽은 책중에 김용성씨가 쓴 중편 소설인 '리빠동장군'이 있었다. 읽은지가 하두 오래되어 스토리는 거의 잊어 버렸다. '리빠똥장군'이란 프랑스의 유명한 장군이 아니라 자신의 장군 진급을 위해 부하들을 학대하는 사람을 빗대어 부하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었다. 작가는 상명하복과 복종을 절대가치로 생각하는 군대라는 특수조직에서의 은밀한 내면을 리빠똥장군이라는 희극적인 인물을 등장시켜 적나라하게 해부한다. 서슬이 시퍼런 군사정권하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나서 가만히 있을리가 만무했다. 그는 모처로 끌려가 오지게 고통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해군에 있을 때 탔던 구축함 함장도 일종의 '리빠동장군'이었다. 그의 머리속에는 별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출동 나갔다가 진해에 들어와 부두에 계류해 있으면 한 밤중에도 짚차를 타고 불숙 나타나서 함내를 한 바퀴 돌아보고는 현문으로 나와 당직사관을 불러 지적사항이 있으면 주먹이 먼저 올라갔다. 그래서 초급 장교들 사이에는 '반경 2m 이내 접금 금지'였다. 언제 주먹이 날라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밑구멍이 깨끗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출동 나갈 때 대원들이 먹을 쌀을 100가마니 싣는다고 하면 장부에는 100가마니인데 실제로는 70가마니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30가마니는 중간에 사주장과 짜고 빼 돌리는 것이었다. 물론 부대를 운영하려면 여러가지 부대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30가마니는 너무 한 것 아닌가? 나중에 소문에 들어니 그래도 그는 해군참모총장까지 무사히 잘 마쳤다고 들었다. 운이 좋았던 모양이다.
송출선으로 나가면 배가 제3국간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고국에 들리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그래도 운좋게 한국가는 짐을 싣게 되면 선원들은 모두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로 부풀어 오른다. 마누라에게 줄 코티 딱분도 하나 사고, 떡두꺼비 같은 아들놈에게는 학용품으로 전동 연필깍기 어린 딸래미에게는 일제 기저귀 등등 가족들 선물 사기에 바쁘다. 그리하여 막상 한국에 들어오면 부풀었던 기대는 한 순간에 무너지기 시작한다. 수속을 끝내고 가족들이 세관밖에서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세관박스에서는 가방을 풀어헤치며 선물이 많네 어쩌니 하면서 시비를 걸기 때문이었다. 무사히 세관박스를 통과했다고 일이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세관 밖에는 형사, 형사 끄나풀, 헌병, 정보원 등 소위 똥파리들이 쫘악 깔렸기 때문이었다.
한번은 쿼터 마스터(갑판부 보통 선원중 항해사의 명령으로 키를 잡는 부원)가 작정을 하고 상륙할 때 삼손 나이트 큰 여행용가방 속에 화장실용 두루말이 휴지를 잔뜩 넣어 세관박스를 통과하자 주위를 살피는 척 하면서 두리번 거리다가 급히 택시를 타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어디 먹잇감이 없나 하고 기다리던 똥파리 한 마리가 자기도 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뒤따르기 시작했다. 내심 '옳다 됐다 잘 걸렸다. 한마리 제대로 낚았다'고 생각했다. 앞서 달리던 쿼터 마스터도 뒤따라 오는 택시를 보고는 운전 기사에게 더욱 속도를 내도록 다그쳤다. 뒤따르던 택시도 앞차를 놓칠세라 악설레이터를 더욱 밟았다. 그렇게 추격전을 30여분 하고는 쿼터 마스터가 택시를 세워 내렸다. 그러자 뒤따라 왔던 동파리도 차에서 내려 가방을 열어보도록 했다. 그속에는 금괴나 고가의 밀수품이 들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막상 가방을 열고보니 휴지뭉치만 나오자 똥파리는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 "미안하지만 택시비라도 좀 주시면 안될까요?" 하더란다. 그렇게 선원들의 등을 처먹는 그런 놈들에게 적선을 베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자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기업은 기업대로 어렵게 되자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젊은 직장인들조차 내집 마련의 꿈이 깨지면서 젊은이들이 영끌과 빚투로 주식에 눈을 돌리게 되자 증권사에 몸을 담았던 친구들이 너도 나도 주식투자에 관한 책을 내고 투자회사나 은행등 금융권에 몸 담았던 친구들도 배운 도둑질이라고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용어 몇개를 주워듣고는 주린이들을 현혹하기 위해 유튜브와 인터넷에 리딩방을 개설하여 '내일 급등주 받기','내일 당장 오를 주식' 등의 문자를 날리고 있는 실정이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이런 솔깃한 문구에 눈이 멀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끌려 들어갔다가는 수업료 기백만원 뿐만 아니라 애써 모은 투자금까지도 다 날리고 결국은 쪽박 차게 마련이다. 나중에사 세상에 믿을 놈 한 놈도 없다고 되네일 때는 이미 상황은 끝난 것이다. 이런 놈들도 돈 냄새를 맡고 잉잉거리며 달겨드는 똑 같은 똥파리에 불과 하다는 점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