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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탕핑 → 바이란 → 쿵이지
쿵이지 문학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최악의 실업난을 맞닥뜨린 청년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 변화와 흐름이 반영됐다.
2020년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자 중국 청년 사이에서는 ‘탕핑(躺平)’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탕핑은 ‘똑바로 드러누워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아예 더는 노력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뜻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꿈을 실현하려 애쓰는 대신 최소한의 생활만 영위하겠다는 것이다. 탕핑이 중국공산당 체제에 대한 소극적 저항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중국 당국은 탕핑이 청년층의 무기력함을 부추기는 말이라며 금지어로 지정했다.
탕핑보다 더 심각한 현상이 ‘바이란(擺爛)’이다. 바이란은 상황 악화로 자포자기하는 태도다. 원래 중국 농구 경기에서 크게 지고 있는 팀이나 선수들이 따라가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것을 뜻했다.
바이란은 지난해부터 유행이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서 탕핑은 옛말이 됐고 그보다 더 나쁜 상황을 뜻하는 바이란이 새롭게 뜨고 있다”면서 “달성할 수 없는 사회적 기대와의 싸움에서 무력함을 느낀 많은 낙담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특히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청년들은 불가능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에너지를 쏟느니 더 높은 곳을 향한 노력이나 성취도 본질적으로 포기하는 바이란을 결심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훙수에서 바이란을 검색하면 게시물 약 230만 건이 조회된다. 비리비리에서도 바이란 관련 영상이 적지 않다. SCMP는 “중립적 표현인 탕핑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것 말고는 하지 않겠다고 선택한 것으로 무해하다”며 “그러나 완전히 포기하면서 악화하는 상황조차 받아들이겠다는 바이란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주링허우 링링허우 세대는 대학 입학할 무렵 탕핑을 택했고 학교를 다니면서 바이란을 선언했으며 졸업을 앞두고 사회에 나아갈 시기에는 쿵이지에 빗댈 수밖에 없는 암울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중국공산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져 중국공산당 최대 파벌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단원 감소로 나타났다. 공청단 중앙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공청단원은 7358만 명으로 전년보다 13만2000명 줄었다. 공청단 핵심인 학생단원이 8.3% 급감했다. 기업 및 지역사회 단원은 증가했지만 유독 학생 단원만 감소한 것이다.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통제에 따른 경제 침체와 실직, 취업난 그리고 방역 완화 이후에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제 상황에 실망한 젊은층이 공산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국공산당과 정부는 연일 청년 일자리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졸업한 지 2년 미만 미취업 대졸자를 1년 이상 고용하면 고용 보조금을 1회성으로 지원한다. 많은 인력을 고용하는 기업에는 우대 대출금리를 제공한다. 중국 정부 영향력이 미치는 국유기업에는 대졸 신규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밑돌게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창업을 원하는 대학 졸업생들에게 창업 지원 대출과 이자 할인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청년 취업률 제고를 위한 ‘100일 질주’를 추진하는 중국 교육부는 청년들에게 블루칼라 직종을 택하거나 농촌으로 이주할 것을 촉구한다. 시 주석은 지난달 5·4 청년절을 맞아 중국 농업대 학생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학생들이 농촌으로 가서 일을 하며 민생을 이해하고 학문을 연마한다니 내 마음이 매우 기쁘다”면서 “새로운 시대 중국 청년은 이런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시 주석 지시에 따라 남부 광둥성은 2025년 말까지 대졸자 30만 명을 농촌으로 보내 자원봉사자 등으로 일하게 할 방침이다.
또 중국 정부는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금지한 노점상을 다시 허용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청년 일자리도 늘리고 내수도 진작한다는 구상이다. 남부 최대 도시 선전은 9월부터 지정된 구역에 노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경제 수도’ 상하이도 특정 시간 지정된 구역에서 노점상 영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점상 규제 완화 카드 역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15일 CNN은 “중국 지방정부가 실업률 감소를 위해 펼치는 노점 경제가 중국 경제를 살리는 동력이 되긴 힘들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가 고용 창출이나 안정 및 질서 유지 방법으로 젊은이게게 ‘노점상이 돼라’는 것 이상을 찾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디지털 시대 기술을 갖춘 노동자나 대학 졸업자가 노점에 힘을 쏟는다면 절망적 징후”라고 지적했다.
● 청년 불만, 공산당에 위협 될 수도
이 같은 청년 취업 대책은 해결책이라기보다 구호에 가깝다. 국유기업 고용 확대, 신규 채용 민간 기업 보조금 지급, 청년 창업자금 금리 우대 등은 과거에 나왔던 대책이다. 청년층 농촌행(行) 독려도 실망감만 키우고 있다. 취업난이 심할 때마다 귀향과 농촌 구직 활동 카드를 다시 꺼내든 데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문화대혁명(1966∼1976년) 때 마오쩌둥(毛澤東)이 노동을 통해 학습하고 농촌에서 배우라는 취지로 지식인과 학생을 강제로 농촌에 보낸 ‘하방(下放)’ 운동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많다.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실업과 취업난 해결을 위한 당국 해법은 하방뿐”이라거나 “농촌으로 가는 것은 정부가 도와주지 않아도 택할 수 있는 방법” 같은 비판 글이 속속 올라온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불만인 셈이다.
임 교수는 “젊은이들의 농촌행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면서 중국 50, 60대 이상 세대는 문화대혁명 시기를 떠올릴 수밖에 없어 필연적으로 퇴행적인 느낌을 줄 것”이라며 “중국공산당이 역사를 역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중국 사회 전반에 확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청년 불만은 중국공산당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지난달 30일 “취업난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중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일자리를 잃거나 구하지 못한 청년층이 분노하게 되면 당국에 큰 악몽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홍콩 힌리치재단 앨릭스 카프리는 중앙통신사에 “지난해 11월 백지 시위의 의미는 중국 도시에서 분출된 분노”라며 “잘 교육받은 청년층이 들고일어난다면 공산당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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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출처 中 역대 최악 20%대 실업률… 공산당에 등 돌리는 청년들 [글로벌 포커스]|동아일보 (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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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피터
2023-06-10 05:24:42
등소평이 죽을 때 중국은 절대로 미국과 대립하지 말라고 했다. 그 날이 중국이 망하는 날이라고! 이제 중국은 점점 저물어가고 있으며 이제 곧 구쏘련과 같이 수십개의 소국으로 갈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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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kj1****
2023-06-10 06:50:46
중국청년들아! 모두 합심해서 공산당을 몰아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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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청천
2023-06-10 04:35:46
누구든지 중공을 탈출하면 살것이고 남으면 죽을 때까지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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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산
2023-06-10 09:31:41
저런 중국 떼놈들에게 아부하는 민주당과 문죄인과 이죄명에게 다시 한번 더 분노를 느낀다. 중국가서 혼밥을 먹질 않나? 급이 낮은 중국대사에게 쩔쩔매는 이죄명을 보고 있으니 너무 분노 스럽다. 우리가 중국의 속국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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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Pilum
2023-06-10 07:38:13
에라이.......철 지난 사회주의로 중국을 더 발전시키겠다고? 꿈 깨라! 중국몽은 일장춘몽이다. 습근평이 떠나고 중국이 홍콩처럼 되어야 중국의 발전이 더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전에는 어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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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길
2023-06-10 09:48:34
지구상에 공산주의 하는 나라들 선전과 선동만 난무하지 잘 사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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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olee
2023-06-10 08:19:01
독재, 세뇌, 계획경제, 셰계를 향한 적대는 정권쟁취나 일시적인 위기의 모면에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결국 구소련처럼 붕괴되는 원인임을 옆나라 살면서도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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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7272
2023-06-10 07:54:51
시진핑이도 이제는 변해야 할것이다. 국민소득이 5000불 이상되면 국민들은 서서히 의식주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자유를 외치키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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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인
2023-06-10 10:18:01
우리나라도 중국몽에 빠진 사람이 있었지. 양산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개는 버리지 않고 잘 키우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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