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모두 열심히 살아간다.
편안함보다 역경을 이겨내야 더 큰 시련을 극복할 수 있다.
으례 나서는 발걸음이다. 작은놈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이어 선정릉으로 걸어 들어간다.
냄새가 다르다. 소리가 다르다. 따라서 분위기가 다르다. 이른아침부터 열기가 내려오는 따가운 햇살에 걸음아 걸음아 좀더 빨리 걸어라 발길 재촉하며 나무들만 사는 숲으로 들어왔다.
껍질이 말라 비틀어지고 터져버린 고목들이 저 높은 곳까지 날마다 물 빨아 올리고 이파리들은 증산작용하면서 우리네가 밷어내는 탄소를 받아먹고 탄소동화작용해서 꽃 피우고 열매맺고 속살 찌우며 튼실해 가고 있다.
피부가 쭈글거리는 것은 매양 마찬가지지만 저 고목들은 속으로부터 골병들고 무너져가는 우리네와는 다르다.
말라가는 피부에 이것저것 발라봐도 쭈굴거림은 같아도 실속이 없다.
그런 나무들은 간섭을 싫어한다. 우리는 입맛에 맞게 자르고 옮기고 멋대로 평가도 한다.
내버려 둬도 할 일 하는 나무들은 시원함과 차분함과 배려하는 맘씨가 고운 존재다.
도심속 숲길 걸으면 차분한 학생되고 명상의 시간 사유하는 여유 생기고 맘은 편안해지고 다리 짱짱해지는 시간들이다.
걷는 발걸음이 펌프질하며 혈과 기를 다리에서 머리까지 올려 보내고 손끝의 말초신경까지 긴장시킨다. 살아 있다는 것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목나무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다. 오늘도 경건하게 건강하게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