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21세기 오토만제국' 꿈 키운다
(출처; 조선일보, 이태훈 기자.2009.11.14)
親유럽 노선 한편으로 중동 영향력 확대 나서
불가능할 것 같던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평화협상을 중재하는 나라.
상호 적국(敵國)인 미국과 이란에서 똑같이 환영받는 나라.
매년 지중해 휴양지에 이스라엘인 50만명과 아랍인 수백만명을 함께 받아들이는 나라…. 터키다.터키가 '21세기 오토만제국'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과거의 제국들과 달리 지금 터키가 손에 든 무기는 경제와 민주주의다.
2002년 이후 집권 중인 터키 정의개발당(AKP)의 외교정책은
▲주변 국가와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경제성장과 민주화로 내실을 다지며
분쟁 조정자로 신뢰받는 강국이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터키인들은 오토만제국이 터키인 군주의 영도 아래 서로 다른 민족과 종교가 어울려 살았던 번영과 평화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AKP의 외교 정책에는 자연스레 '신(新)오토만주의'라는 별명이 따라 붙었다.
근대 터키가 건국 이후 끊임없이 유럽에 가까워지려 노력하며 서쪽을 향했다면,
AKP가 이끄는 최근의 터키는 중동의 이웃국가들을 향해 동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작년까지 7년간 터키의 중동·북아프리카 수출은 7배로 늘어 310억달러(약 36조원)에 달한다.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이란에서 알제리까지 거리에는 터키에서 만들어진 자동차가 달리고,
시장에는 식기부터 말린 무화과까지 터키 상품이 팔리며,
TV에선 대히트를 기록한 '누르' 등의 터키 드라마가 방영된다"고 보도했다.
터키는 또 자국 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게릴라를 지원해 앙숙 관계였던 시리아와 비자면제협정을 맺을 만큼 관계를 호전시켰다. 터키인 주류가 이슬람 수니파인 까닭에 소원했던 시아파 국가 이란과의 관계는 이달 초 에르도안(Erdogan) 총리가 직접 나서 "이란도 핵 주권이 있다"며 편을 들어줄 만큼 가까워졌다.
터키 현지 일간지 후리예트는 "국민 다수가 무슬림인 유일한 나토 회원국 터키의 외교적 공간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며 "터키 외교의 황금시대, '신오토만주의'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