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1-12일, 토-일요일, 맑음
충북 괴산에서 만난 별들
토요일 아침에 일찍 잠이 깨었다.
세미나가 있는 날이라 기대감 때문이리라.
아직도 철이 덜 들어서 그런지 좋은 행사가 있는 날에는
마음이 들뜬다.
일년에 한 번 전국에 흩어져 있는 문우들을 만나는 날.
이 날이 가고 나면 올 일년도 부스러기가 되어 버린다.
부산 구서동에서 미니 버스를 타고
한국아동문학인 협회 가을 세미나가 열리는
충북 괴산으로 출발하였다.
부산 회원들
기사는 소민호씨가 맡았고, 이번에 같이 가게 된 사람은
모두 17명이었다.
부산 회원은 배익천, 박 일, 박선미, 강현호, 박미경, 석영희, 공재동,
나, 남촌 김춘남, 소반 허명남, 도담 안덕자, 박지현, 손수자....
이렇게 14명이었고,
울산회원 2명 (시향 이승민, 리우 조희양)과
경주에 사는 손기원씨는 중간에 가다가 태웠다.
달리는 버스에서 바라보이는 들녘은 황금으로 출렁거린다.
보기만 해도 푸근해보이는 풍경이다.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황금빛 벌판을 바라보며 유머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여행을 하였다.
부산 문우들은 여러 가지 행사로 자주 만나는 얼굴이라
언제 만나도 부담이 없다.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여러 가지 모임을 갖게 되는데,
문학으로 맺어진 모임이 가장 오래가고 끈끈하다.
글쟁이들은 어쩌면 친척 모임보다도 문학 모임을 더 사랑할
지도 모르겠다.
소민호씨가 운전을 아주 잘해서 차는 순식간에 충북으로
접어들었다.
목적지에 가까워지니 산 경치가 동양화처럼 아름답다. 조령산도 보이고
신선봉과 마패봉도 저만큼 서 있다. 우람하게 자란 소나무들이 그림처럼
멋지게 서 있다.
고사리 마을 이화여대 수련관에 들어가기 전에 한지공장에 들러
둘러보았다. 나는 한지 제품보다는 마당에서 채집할만한
꽃씨가 없나 둘러보았다. 마침 백일홍이 보여서 몇 개 땄다.
암행어사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식당 앞 꽃밭에 벌이 보여서
벌을 잡아 벌침을 몇 방 맞았다.
그 식당 앞에서는 맨드라미가 보여서 역시 씨를 조금 받았다.
여행을 하면서 좋은 구경도 하고 꽃씨까지 받을 수 있으니 꿩먹고
알먹기와 같았다. 거기다가 벌침까지 맞으면 일석 삼조라고나 할까.
이화여대 수련관 안에서는 우산나물의 씨를 받았다.
이화여대 수련관은 숲속에 자리잡고 있고 우리 말고는
단체 손님이 보이지 않아 아주 조용하였다.
시월에는 행사가 많은데다 장소가 워낙 오지라서 회원들이
다른 해보다 적게 왔지만 모임은 더 오붓하고 알차게
진행되었다.
전국에서 온 여러 회원들을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미리 와서 준비를 하고 있던 이상배 상임이사, 이붕 사무국장,
김경옥, 고수산나, 김 경우, 조태봉, 김 진 등 집행부 임원들을
만나서 먼저 인사를 나누었고, 조금 기다리니 많은 회원들이
몰려들었다.
이상교씨의 그림
이 영, 홍종의, 김은숙, 김옥애, 김영미, 이상교, 이규희, 이윤희,
길지연, 유미희, 소중애, 김경자, 박상재, 김주현, 심후섭, 안선모,
심상우, 박정식 등... 여러 회원들을 만나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제자 황금나무 박윤규도 조금 늦게 도착했다. 언제 썼는지 윤규가
새로 나온 책을 한 권 주길래 나중에 읽어보기로 하고 고맙게
받았다.
세미나는 어떤 공부를 하느냐가 원래 목적이지만 누구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강정규 회장님의 인사말에 이어 주제 토론이 시작되었다.
나는 동화 속의 인물 창조와 작품 속의 인물 이미지를 어떻게
창조할까 라는 주제에 대해서 토론을 하였다.
사회는 이상교 선생님이 맡아 보았고, 홍종의, 김주현,
손기원, 길지연 회원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동화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이미지를 많이
쓰겠지만, 고정 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이미지와 생소한
캐릭터에도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열띤 토론을 하다 보니 6시가 되어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을 먹고 다시 강당으로 돌아와 차례대로 자신의
소개를 하였다.
가장 인상적인 소개를 한 세 사람에게 상품을 주었는데
심상우, 조희양, 김희숙 세 사람이 인상적인 소개를 했다.
심상우씨는 40대부터 60대까지 커버할 수 있는 외모를
가졌다고 하더니 소개말이 끝날 무렵, 쓰고 있던 모자를
훌렁 벗자 대머리처럼 숱이 별로 없는 머리가 드러났다.
그걸 보고 많은 회원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조희양은 작년처럼 많이 떨린다고 운을 떼더니 회장님
까지 불러서 할 말을 다 하는 바람에 웃음을 자아냈다.
소개가 끝나자 술과 노래가 질펀하게 어우러졌다.
박상재씨가 사회를 맡았는데, 노래는 단연 부산 회원들이
두드러졌다. 박 일, 강현호, 배익천, 공재동 회원의
뛰어난 노래는 많은 박수를 받았다.
술은 좁껍데기로 담은 동동주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술병이 바닥나고 회원들은 얼큰해졌다.
노래와 춤도 무르익고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었다.
모든 회원들이 돌아가며 한 곡씩 노래를 부르고
나중에는 자유롭게 불렀다.
글쓰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노래를 잘할까? 노래 못하는
회원을 찾기가 힘들었다. 글을 쓸 때는 목숨 바쳐 쓰고
놀 때는 내숭 떨지 않고 화끈하게 노는 작가들..
일이든 노는 것이든 뭐든지 열심히 해야겠지.
강당 안에서 노래와 술마시는 시간이 끝나자 10시가
넘어서 운동장으로 나갔다.
이제 캠프파이어를 하는 순서다.
캠프파이어도 하고 고구마도 구워 먹는 시간이다.
밖은 제법 추웠지만 장작더미에 불을 붙여 놓으니
훈기가 감돌아서 춥지 않았다.
우리는 불가에 둘러앉아 캠프송을 부르고 노래 잘하는
사람들의 분위기 있는 노래도 들었다.
고은별 회원은 성우 같은 목소리에다 기타까지 잘쳐서
인기를 모았는데 팝송도 아주 잘 불렀다.
여러 회원들이 밤배, 별, 사랑이여, 가곡 등을 계속
불렀다.
강정규 회장님도 성악가처럼 노래를 잘 불러서 회원들이
감탄하였다.
박윤규가 나와서 판소리 흥부가를 불렀는데, 노래가
끝나고 들어가려는 순간에 내가 감자꽃 노래를 청해서
들었다. 군고구마를 먹으며 감자꽃 노래를 들으니
군고구마가 더 맛있었다.
회원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 심상우씨가 부지깽이로
장작더미를 휘젓자 빨간 불티들이 하늘로 올라갔다.
그게 꼭 별이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전국에서 모인 많은 작가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별처럼
소중하다. 좋은 글을 쓰고 좋은 책을 펴내는 그들은
찬란한 별이다.
별들이 모인 곳이라 불티들이 더 아름답게 타올랐다.
나는 불꽃을 내며 타는 장작을 보면서 사람도 뭔가를
저렇게 열정적으로 하고 화끈하게 타올라야겠다고 생각했다.
장작은 태우지 않고 그냥 놓아두어도 비를 맞으면 차츰
썩어서 못 쓰게 된다. 기왕에 썩을 바에야 뜨거운 열과
밝은 빛을 뿜어내면서 타야 남을 이롭게 할 것이다.
미지근한 불은 바람을 맞아 뜨겁게 타올라야 밝은 빛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글은 혼자서도 얼마든지 쓸 수 있지만, 세미나에 오면
이런 뜨거운 열정을 배울 수 있고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예전에는 이런 세미나를 해도 딱딱한 공부를 마치고 나면
술이나 실컷 먹다가 잤는데, 올해는 집행부가 준비를 많이
해서 감성적인 세미나가 되었다.
이젠 우리 협회도 남자보다는 여자 동화, 동시 작가들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남자 위주의 술문화보다는 여성을
배려하는 프로그램을 짜야 하는데 올해는 잘 된 것 같다.
뜨겁게 타오르던 불꽃이 차츰 사그라지면서 세미나 첫날이
점점 깊어갔다.
밤은 깊어가는데도 회원들이 정다운 이야기는 여기서 저기서
도란도란 그칠 줄을 몰랐다. (*)
첫댓글 강샘이 아동문학회회장님이셨구낭 언제 우리도 떼거리로 몰려가 별이되어 볼까나~
우리도 머지 않아 조기 떼지어 앉아서 막걸리 마시는 날이 있을거라 믿어봅니다. 아자 파이팅~!!
^^ 즐거운 분위기로 보여요. 이상교님은 먼 발치서 몇 번 뵌 적 있는데 이렇게 마이크 잡고 노래부르시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어요.^^ 우리 선생님도 즐거우셨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