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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깃대봉 오름길. 822m의 병풍산 정상이다. 2 삼인산 정상. 사람인(人)자 세 개를 겹쳐 놓은 모습이라는 데서 연유한 이름이다. 3 만남재. 이름 그대로 등산인들이 만나 쉬었다 가기 좋은 곳이다.
- 담양부사 이석희의 <추성기(秋成記)>에는 풍수지리상 병풍산에서 좌우로 뻗어내린 능선들이 마치 지네 발을 닮아서 담양객사에 지네와 상극인 닭과 개를 돌로 만들어 세우고 재난을 막았다는 기록이 보인다. 하지만 임진왜란 때 왜적들이 없애버렸다고 한다. 고려 때는 몽고군이 침입해오자 부녀자들이 이곳으로 숨어들어 목숨을 끊기도 했다. 또 영광 앞바다로 침투한 무장간첩들이 병풍산과 추월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루트로 이용하였으며, 1967년에는 병풍산에서 공비 2명이 사살되기도 했다.
정상 조망은 지리산과 무등산을 비롯한 호남의 산들을 한눈에 훑을 수 있다. 북서쪽으로 정읍 두승산과 내장산, 그리고 입암산, 고창 방등산과 소요산, 북동쪽은 임실 백련산과 원통산, 순창 여분산과 무량산, 동으로는 담양의 추월산, 동남으로는 백이산과 무등산, 남서로 태청산·불갑산·모악산·금성산이 고개를 내민다.
산줄기는 호남정맥 백암산, 도장봉을 지나 추월산 가기 직전에서 남쪽으로 가지를 친 산줄기가 도마산과 투구봉을 지나 병풍산을 일구어 놓고, 북으로 송대봉과 장군봉, 남으로 불태산·어등산 줄기를 나눈다. 물줄기는 서쪽 황룡강, 남쪽은 영산강에 합류하여 목포 앞바다에 골인한다.
이번 산행은 필자가 회장인 호남지리탐사회 회원들과 함께했다. 병풍산에서도 겨울산행의 최적 루트인 1코스를 답사했다. 2, 3, 4코스는 광주의 노경호씨와 장성의 김환기씨의 안내를 받아 이미 몇 차례 답사한 바 있다.
삼방골 도로변 등산안내도에서 대나무밭을 지나 삼인산으로 향했다. 눈꽃이 하얗게 핀 송림을 오르면 판관 담양 우씨 묘소를 만난다. 오르막을 올라서면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고 삼인산이 우뚝 서 있다. 능선에서 남쪽 강골주차장(수복학구당)에서 오는 등산로를 만나면 병풍산과 용구산이 북쪽으로 다가온다. 미끄러운 눈길을 힘겹게 오르면 삼인산(564m)에 닿는다(삼방골에서 50분 소요). 이정표와 삼각점이 있고 조망이 좋아 남쪽 수북면, 북쪽 투구봉과 병풍산이 한눈에 잡힌다.
바윗길을 밧줄에 의지해서 엉금엉금 내려가면 울창한 송림과 완만한 능선이 이어진다. 만남재로 가는 임도로 내려서자 등산객이 제법 많다. 서쪽 산길로 올라서니 잡목길이 이어지고 급경사가 시작된다. 미끄러운 눈길의 끝에 삼각점(담양 462)이 있는 564m봉이다(삼인산에서 25분 소요). 서쪽으로 병장산과 불태산, 북쪽은 병풍산, 남쪽으로 삼인산이 다가온다.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능선이 이어지다 급경사를 내려서면 만남재다(삼인산에서 1시간 소요). 임도와 가계 쉼터가 있다. 북쪽은 한재, 동쪽은 성암주차장, 북쪽은 투구봉(신선대), 북동쪽은 병풍산 지름길의 안부 삼거리로 간다. 잡목 구간인 능선을 힘들게 오르면 암봉으로 이루어진 투구봉(신선대)이다(삼인산에서 1시간20분 소요). 10분쯤이면 안부 삼거리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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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무인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용구산 정상. 깃대봉과 불태산이 마루금을 이루었다. 2 병풍산 정상에선 거칠 것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3 깃대봉 능선에 상고대가 활짝 피어 등산객들을 즐겁게 한다. 4 하산지점의 동학농민혁명군전적비.
- 병풍산 정상이 다가올수록 뾰족하던 삼인산이 낮게 느껴진다. 반면 불태산과 병장산은 더욱 높게 보인다. 병풍산에서 만난 광주의 김성곤씨는 풍수지리상 평장리가 제일 명당이고, 두암리가 두 번째 명당이라는 의미로 “일평장, 이두암”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평장리에는 광산 김씨 시조 묘소, 두암리에는 광산 이씨의 묘소가 있다. 암릉길의 나뭇가지마다 피어난 상고대를 감상하며 병풍산 정상인 깃대봉에 닿았다(삼인산에서 1시간50분 거리). 앙증맞은 표석과 삼각점이 있는 정상에서 내려와 남강처사 묘소가 있는 너럭바위에서 오찬을 즐겼다.
- 북쪽 능선을 걸으면 송대동과 홍길동우드랜드로 이어진 이정표(3.3km)를 만난다. 뒤돌아보면 삼인산, 투구봉, 깃대봉, 불태산이 손짓한다.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능선의 철계단을 내려서면 돌탑이 있는 천자봉(옥녀봉·748m)이 마중 나온다(정상에서 30분 거리). 북동쪽으로 용구산, 서쪽은 깃대봉과 불태산, 남쪽은 삼인산과 무등산, 북쪽은 병장산·입암산·방등산이 다가온다.
동쪽으로 내려서면 남쪽 연학원(1.6km) 이정표가 있는 쪽재에 닿는다. 오름길과 씨름하다 보면 무인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용구산에 닿는다(정상에서 1시간 거리). 그런데 몽성산악회에서는 왕벽산으로 표지석을 세웠다. 노경호씨는 담양군과 장성군이 산 이름을 서로 다르게 불러 혼선이 온다고 한다. 예컨대 담양에서는 용구산 장성은 왕벽산, 천자봉 장성은 옥녀봉, 투구봉 장성은 신선대로 부른다.
동쪽으로 내려서면 소나무 능선이 아름답고 정겹다. 두 개의 헬리포트와 이름이 같은 투구봉을 지나 송림이 울창한 안부 삼거리를 만난다(정상에서 1시간45분 거리). 남쪽의 묘 2기가 있는 곳으로 내려서면 송림을 거쳐 등산로가 서쪽으로 이어진다. 신선봉 가기 전 묘소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콘크리트 임도와 쪽재에서 내려오는 길, 그리고 연학원을 만난다. 이어 동학혁명전적비를 지나 새롭게 조성된 2차선 포장도로가 있는 궁산리 전원주택 단지에 닿는다(정상에서 2시간20분 거리).
호남지리탐사회가 광주 무등산닷컴과 답사한 2코스는 이렇다. 대방저수지 건너편 약수가든에서 청소년야영장 방향으로 포장도로를 걷다가 북쪽 산길로 접어든다. 숲이 울창하고 공기가 신선하다. 전망대 바위를 지나 능선에 서면 서쪽이 천길 절벽이다. 소나무, 철쭉, 진달래, 단풍나무, 갈참나무가 어우러진 능선을 걷다가 밧줄을 잡고 작은 봉우리 세 개를 오르면 천자봉에 닿는다(송정주차장에서 1시간10분 소요). 동쪽은 용구산, 서쪽은 병풍산으로 이어진다.
소나무와 암릉이 어우러진 길을 걷다가 너럭바위와 전망바위를 만나고, 철계단과 돌문을 통과하면 멋진 바위들이 마중 나온다. 북쪽 송대봉과 홍길동우드랜드 이정표를 지나면 깃대봉으로 불리는 병풍산 정상이다(약수가든에서 2시간 소요). 남쪽의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서 병풍산이라 했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마운데미 사거리다.
안개에 휩싸였던 하늘에서 거센 비바람이 몰아친다. 서쪽은 투구봉(신선대)을 거쳐 만남재로 이어진다(30분 소요). 남쪽은 용구샘을 거쳐 만남재, 북서쪽은 한재로 간다.
미끄러운 길을 내려가다 동쪽으로 0.5km쯤 걸으면 병풍산(깃대봉) 아래 큰 바위 굴에 물이 솟아나는 용구샘이 있다. 이 샘이 영산강 발원지로 알려졌지만 <한국의 강>(저자 이형석)이나 지형도상 월산저수지 위 장군봉의 물길이 더 길다. 너덜 길을 걸어 삼거리로 되돌아 나오면 만남재에 닿는다(병풍산에서 50분 소요).
산행길잡이
○1코스 삼방골~삼인산~564봉~만남재~투구봉~정상~천자봉~쪽재~용구산~동능~투구봉~연학원~궁산리 전원주택지(5시간30분 소요, 13.0km)
○2코스 성암주차장~천자봉~정상~용구샘~만남재~564봉~삼인산~강골주차장(5시간 소요, 10.5km)
○3코스 강골주차장~삼인산~564봉~만남재~투구봉~정상~천자봉~용구산~용흥사(4시간30분 소요, 9.0km)
○4코스 성암주차장~만남재~정상~천자봉~성암주차장 (3시간 소요, 7.0km)
볼거리
수북학구당(水北學求堂) 조선시대 유생을 많이 배출한 곳으로 성종 4년(1473년)에 건립. 유생들이 수학해 진사를 많이 배출해 수북학구당의 세력을 과시하였다. 그러나 호랑이의 습격으로 한때 폐쇄되었다가 영조 45년(1769년) 창평현령 윤광현이 복원했다.
교통
병풍산 산행은 담양이 기점이다. 광주에서는 담양행 버스가 10분 가격으로 운행하여 접근이 편리하다. 전주-순창-담양 간 버스도 수시운행한다. 담양까지 온 다음에는 수북면 성남야영장행 버스를 타야 한다. 1일 3회(11시, 14:20, 16:50분) 운행한다. 산행 들머리까지는 좀 멀지만 수북면 24번 국도상에는 담양시내버스가 7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고창나들목~석정온천~백양사~수북
○88고속도로 담양나들목~수북
○호남고속도로 옥과나들목~순창~담양~24번 국도~수북면~성암야영장/강골주차장
○광주~13번 국도~수북면~성암야영장
맛집
송호횟집(061-381-6108)은 싱싱한 회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수북회관(061-382-7043)은 토종돼지를 값싸게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