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9시20분 혼자 간 극장엔 밤을 잊은 사람들이 참 많다.
가족들도 보이고 연인도 보이고 나처럼 혼자 온 사람도 보인다.
대한민국 국민 네명당 한명이 봤다는 왕의남자를 볼까 브로크백마운틴을 볼까 잠시잠깐의 망설임도
있었지만 이미 극장안으로 들어섰을 때 나는 주저없이 브로크백마운틴 표를 샀다.
동성간의 사랑을 다룬 영화란 점이 아직은 껄끄러웠지만 펑키님의 사랑을 다룬 영화란 말-사실 동성애도 사랑을 다룬 영화인데 왜 동성애 영화랑 사랑을 다룬 영화란 말이 다르게 들렸는지-이 이런 결정을 하게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영화는 브로크백마운틴-사실 이 지명이 실재로 존재하는 곳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브로크백이란 단어가 뒤를 드러내다(속내를 나타내다.)란 뜻도 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이란 산에서 한철 이뤄지는 양떼의 방목을 돌봐주던 사나이(남자라 하지 않고 사나이라 한 것은 이 두사람이 가장 남서다움을 강조하는 카우보이란 점이다. 특히 한 사람은 카우보이중에서도 가장 남성적 스포츠라 일컫는 로데오 경기 선수인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 사람이 여성의 역할을 한다.) 둘 사이에 싹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이 한철의 사랑은 이별을 전제로 하고 이후 각자의 삶을 누리던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되는데
다시 만나는 그들을 둘러싼 사회의 편견과 사랑 사이의 간극때문에 죽게된 파트너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으로 영화는 끝나게 된다.
동성이란 점을 빼면 멜로영화가 가지고 있는 모든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는 영화는 누구 말대로 사랑을다룬 영화임이 틀림없다.
브로크백마운틴에서 내려와 서로의 고향으로 돌아갈때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다는 현실에 속으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정말로 그렇게 절절한 연인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리얼한 연기에도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내 감성에는 이미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먼저 자리잡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영화를 본다는 것은 불편하다.
가장 슬픈 장면중에 하나인 이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는 커녕 우왁스런 사나이들이 보이는 눈물에 웃음까지 흘리는 관객들 또한 그런 불편함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동성간의 사랑이기때문에 폄하되거나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 영화가 말하려는 것이다.
기존에 영화들이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어떻게 작용하는 가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면
이 영화는 이성과의 결혼생활을 아주 버젓이 잘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면서 동성간의 사랑이 아닌 사람사이의 사랑으로 주제를 치환한다.
물론 주인공 중 하나는 아버지가 같고 있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동성애자라 소문난 사람에게 그 아버지가 어떻게 했는가를 직접 보고 자라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그것이 둘의 결합을 방해하고 결과적으로는 애인을 죽음의 길로 인도하지만
주인공들은 철저한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첫사랑을 그리워한다.
현실이 어렵고 따분할수록 그들에게 되살아나는 것은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이다.
첫키스의 날카로운 기억을 도저히 지워버릴 수 없었던 그둘은 일상의 따분함을 벗어나기 위해
첫사랑의 연인을 찾는다.
물론 그들의 행위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둘과 각각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는 여인들-여인들이라 하지만 영화에서는 한 여인만이 피해자로 보인다.-이다.
바람난 남편을 질투하면서도 남편을 빼앗아 간 사람이 남자란 점에서 어데고 하소연도 할 수 없이 안으로 삭여야하는 부인-결국에는 이혼을 한다.
남편을 찾아온 친구와 남편이 열정적으로 키스하는 것을 몰래 지켜본 부인의 좌절감은 자기 남편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여인의 좌절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to be continued
첫댓글 2부가 기대됩니다 ^^
대한민국 네명중 한명은 봤다는 영활 보았다면 식상-그렇고 그랬는데...어쩌다 크게 시간을 내서 봐야 했다면 탁월한 선택 이었다고 등을 두들겨 주고 싶고, 꽤 꼼꼼하게 차분하게 감상했군! 계속이 기다려 지는군.
문득 보고싶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