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년 12 월 7 일 금요일 간밤에 눈이 녹지 않았음
뉴스의 주인공처럼 눈길에 미끄러지며 교통 사고를 내고 말았다.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
요즘들어 부쩍 신중하지 못한 자신을 다시금 돌아본다.
어렴풋이 느끼기만 할 뿐 바쁜 마음에 쫓기어
심신이 안정이 되지 않는 날들이 계속 되더니
급기야 정신이 번쩍 드는 사고로 엄하게 책망을 해온다.
하고 싶은 일들은 많은데 겨울해는 짧기만 하고
빠르게 달려가는 날짜 속에 오늘도 눈을 떠보니
간밤에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다.
언제나 부지런한 아내가 평소와 달리 일머리가 어중간하다며
눈길을 아랑곳하지않고 바닷가로 생선을 사러 가자며 호들갑을 떤다.
저번에 생선사러가서 오징어만 잔뜩 사와
끼니때마다 불편을 겪던 아내의 부탁이라 흔쾌히 응하여
집에 그냥 있겠다는 아들들을 남겨두고 아내와 함께 바닷가로 출발하였다.
출발하기전에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생선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배가 들어오면 우리 몫으로 미리 생선을 짝으로 사 놓을 수 있도록 부탁하고
부지런히 출발하였다.
한번씩 이렇게 짝으로 사놓으면 조금씩 손질하고 포장하여 냉동보관해 놓으면
한참동안 반찬 걱정없이 맛있게 먹고 즐겁게 일할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무척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착하고 부지런하게 열심히 농사짓는 아들들을 잘 먹이고 싶은데
그때그떄 춘양장에서 반찬들을 살라치면 돈만 비싸게 들고
변변히 먹을것도 별로 없기 때문에 한번씩 바닷가 배에서 직접 사게 되면
싱싱하고 맛있는 생선을 저렴하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즐거움으로
가끔 한번씩 바닷가 나들이를 하는 것이다.
사고는 언제나 순간의 방심으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아내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에 취해 굽이 굽이 산길을 오르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내리막길에서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그대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핸들이 말을 듣지 않으며
차가 눈길에 쭈욱 미끄러지며 낙석 방지용 철책으로 그대로 돌진해 간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차가 방향을 잃고 반대벽 차선 철벽을 향해 그대로 돌진하는데
본능적으로라도 브레이크에 발이 갔을텐데
어쩐일인지 브레이크를 밟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에 함께 앞자리에 탔던 아내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했는데
나는 그대로 부딪치는 광경을 목도하며 차가 뒤집어지겠구나 생각했는데
쾅 소리가 나며 다리가 심하게 부딪치며 통증이 오더니
차가 빙글 도는걸 느꼈는데 앞으로 부딪치고 반바퀴 돌아
시동이 꺼지며 거짓말처럼 차가 딱 멈추고 말았다.
만약 이때 브레이크를 밟았다면 그대로 뒤집어진체 굴러버렸을 것이다...^^
다행스런 마음에 나도 모르게 바로 차에서 뛰어내려 주위를 살펴보니
우리보다 더 놀랜 도로 공사하는 직원이 경광등을 들고 허겁지겁 뛰어온다.
황급히 부딪혔던 차 앞쪽을 살펴보니 심하게 부딪힌듯 앞이 너덜너덜 하다...^^
그제서야 아내가 걱정되어 아내쪽을 살펴보니 언제나 웃음짓는 아내 답게
나를 보고 웃고 있다 ~ ^^
하긴 언젠가 서울에서 운영하는 가게가 몽땅 도둑맞았을 때에도
서툴기만한 도둑의 솜씨에 배꼽잡고 웃던 우리 부부를 보며
오히려 경비원 아저씨들과 출동한 경찰들이 어리둥절 했었으니까...^^
다행히 아내는 다치지 않고 나는 다리에만 약간의 통증이있고
차는 비록 겉은 너덜너덜 하지만 엔진은 멀쩡 하였다.
깊은 산속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핸드폰 하나 없는 우리 부부를 불쌍히 여긴
현장 직원들의 친절한 배려로 보험처리 하기로 결정하고
핸드폰을 빌려주며 잘 쓸줄 몰라 더듬거리는 풀천지의 노안을 위해
대신 전화까지 걸어주며 보험 사고처리 접수를 하였는데
자차 보험을 들지않아 처리를 해줄 수 없단다.
그제서야 십 몇년동안 사고한번 없던 경험을 살리고
나이를 먹은 차량값이 떨어지는 바람에 보험사 여직원의 친절한 안내로
올해부터 자차를 들지 않는 것이 바람직스럽단 생각에 동의하여
자차를 들지 않았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사고로 차가 너덜거리게 되었다...^^
얘기하기는 쉽고 듣기는 흥미로운 얘기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기가 막힌다...^^
깨끗이 보험을 포기하고 견적이 얼마 나올까 궁금한 채로
기다리고 있을 생선 할머니에게 사고소식을 알려
우리 몫의 생선을 사지 않도록 전화를 하려는데 전화가 안 된다.
사고가 나서 갈수는 없고 그 많은 생선을 덜컥 사놓아 버리면 서로 곤란하겠기에
두시쯤에 배가 들어온다길래 시간이 다되어 급히 전화를 하려는데
통화가 안되어 우리보다 더 안타까운 말할 수 없이 착한 현장 직원의 친절한 배려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옥방 휴게소에 들러 다시 전화연락을 시도하였다.
이제 차 사고는 둘째 문제고 싱싱한 생선 사고가 아내는 더 걱정이 되었다.
멀쩡한 부부가 걸어들어와 사고가 났는데 핸드폰이 없으니 전화한통 쓰자고 하자
마지못해 빌려주면서도 수상한 사람 취급을 하는것 같다.
몇십년 전에 버스비 모르면 간첩취급 당했는데 요즘 세상엔 핸드폰 없으면
정신나간 사람 취급받는다.
뜨악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전화기를 빌려주는 가게 여주인의 눈총을 뒤로하고
황급히 아내가 적은 전화번호 대로 아무리 전화를 하여도 없는 번호가 나오기에
차에 수첩에 있는 전화번호를 다시 확인해 보았더니 9 자 하나를 빠뜨렸다.
가게 여주인의 눈총은 더욱 심해지고 더욱 미안한 표정으로 겨우 전화연결을 한 아내가
이미 생선을 사버린 할머니에게 택배 부탁을 하게되었다.
주소를 알려주어야 하는데 적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할머니 대신
할머니 동생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그쪽으로 연락하여 택배를 가능하게 하기로 하였다.
쓸데없는 자존심이 강한 아내가 모든걸 체념하며 뒤통수가 따가운 가게 여주인의 눈총을 받으며
다시 연결을 시도하는데 이번에도 없는 번호가 나온다.
그럴리 없다며 아내는 처절하게 우겨보지만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며
계속 전화를 연결해주던 가게 여주인도 절망적인 눈총이 되어가고
다시 할머니에게 전화번호를 확인 하라며 말해 주었더니 숨이 막힐듯한 눈총을 가득히 안고
다시 할머니에게 전화하여 물어보니 공 둘이라 하였는데 아내는 02 로 적어 놓았고
할머니 말씀은 00 이었다.
오늘 아내는 평생 쌓아온 자존심을 모두 버리게 되었다.
이젠 어느정도 눈총에 면역이 되었는지 살살 웃으며 다시 한번 전화부탁을 하자
가게 여주인도 오늘의 이 기가 막힌 웃기는 사람들을 더이상 어쩌지 못하고
다시 전화를 걸어 주더니 노골적으로 핸드폰 전화비가 얼마나 비싼지에 대해
끊임없이 궁시렁거리기 시작하였다.
온갖 울화로 속이 말이 아닐 아내를 진정시키기 위하여
가게 여주인의 비위도 맞출겸 별로 먹고싶지도 않은 먹거리들을 주섬주섬 사게 되었고
전화비도 넉넉히 드릴테니 노여움을 푸시라고 입밖에 없는 말까지 해주었더니
그제서야 몸은 다치지 않았냐고 물어도 보고 자기도 일전에 큰 교통사고가 났는데
상대방의 처지가 딱하여 보험처리도 안하고 자기의 아픈 몸을 병원도 가지 않고
찜질방을 다니며 치료를 하였다며 엄청 인자한 사람처럼 입에 침을 튀기는데
이놈의 돈이 참 무섭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핸드폰이 없는 큰 죄를 지은 바람에 전화 몇 통화 빌려쓰고
전혀 먹고싶지 않은 먹거리들 바가지 값하고 비싼 전화비하고 거금을 지불하고서야
간신히 풀려나나올 수 있었다...^^
엔진만 멀쩡하지 백미러도 깨져버리는 바람에 운행하기 불편한 채로
춘양까지 간신히 와 단골 카센타에 들러 위로좀 받으렸더니
바쁜건 이해하겠는데 이곳에선 안된다며 정비공장으로 가보랜다.
고장난 차와 사고난 차들만 보고 살아서 그런지
오래동안의 인연으로 어루만져야 될 정은 보이질 않는 모양이다.
서운한 마음을 안고 마침 춘양에도 있는 정비공장에 들렀더니
다행히 사장도 마음에 들고 사장부인도 마음에 든다.
조금 잘 고쳐도 덜 고쳐도 좋고 조금 비싸도 좋고 조금 싸도 좋을 수 있는데
아픈차를 끌고 갔을 때 어루만져 줄수 있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싸게 하려고 스스로 자청하여 그 엉망인 차를 끌고
영주 폐차장까지 가서 앞뒤로 찌그러진 모든것들을 구해가지고 왔다.
다행히 영주 폐차장에 사람 좋다는 공장장 덕분에 없는게 없었다.
마음 같아선 맡기고 오고 싶었지만 월요일부터 3 일간 작업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할 수 없이 집앞에 엉망인 차를 이틀간 세워놓고 동네 사람들에게 놀림을 당하게 생겼다...^^
정말 큰일날뻔 했고 백만원 가까이 큰 손해를 보게 되었지만
오늘의 쓰린 경험을 심기 일전의 기회로 삼아 매사에 신중한 사람이 될 수있도록
고요한 마음을 잃지 않아야 되겠다.
내일은 울며 겨자먹기로 백만원이 훨씬 넘어가는 생선을 먹게되는 날이다...^^
첫댓글 백만원짜리 생선이라도 얼마나 다행입니까,맛있게 드시고 빨리 잊으세요.
백만원짜리 생선 드시러 오세요 ~ ^^ 혼자먹기 아깝네요...^^
많이 다치시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속은 상하겠지만.....
말씀 그대로 속은 상하지만 불행중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따뜻한 염려 고맙습니다...
불행중 다행입니다 의연한 사모님 모습에 또 한번 뵙고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마음고생 많이 하셨지만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꼭 한번 놀러 오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그만하시길 얼마나 다행인지요? 저도 가슴을 쓸어 내립니다.
신선생님의 염려 덕분입니다... 사고로 찾아드는 불행보다 따뜻한 위로로 젖어오는 행운이 훨씬 더 큰걸 보면 풀천지는 참 행복하기만 합니다. 고맙습니다. 더욱 신중한 삶을 살도록 노력할것입니다...
지난번 뻔순이님 사고는 사고도 아닌게지요 휴...그나마 다치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가?것 눈오는 풀천지에서 백만원짜리 생선으로 호사를 누린다 생각하셔야지요 그러나 얼마나 속이 ....놀라셨는지요
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며 그대로 철책으로 돌진해가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더군요...^^ 우리한테 날마다 베풀어지는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잃지 않도록 천둥처럼 느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까딱했으면 구름님의 따뜻함을 그만 느낄뻔 했으니까요 ~ ^^ 백만원짜리 생선이 맛은 있더군요...^^
아이고 천만다행입니다. 크게 다치지 않고 그 정도로 큰 화를 면하시었으니...저도 올 초봄이 생각이 나네요. 조수석에 앉아서 가다가 '어~~' 하면서 타고 있던 차가 가드레일 모서리를 받았을 때, 사고라는 게 이런 식으로 나는구나! 생각했지요. 응달때문에 살짝 언 도로의 약간 내리막을 달리다 차가 미끄러졌는데 머리속으로는 충분히 제동이 될 것 같았는데 어찌 할 도리 없이 차가 자동셋팅이 된 것처럼 그대로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더구만요. 그 때 맞은 편에서 어마어마한 덤프트럭이 달려오고 있었는데 타고 있던 차가 트럭쪽으로 미끄러졌다면 어찌 됐을까 지금도 아찔합니다.
마치 제 옆에 그대로 타고 계신듯한 생생한 묘사에 놀라게 되는군요...^^ 언젠가는 놀랍도록 발전한 기계들 앞에서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곧 오고야 말겠지요... 우리는 자유와 평화를 갈구 하지만 언제나 먼길을 떠나며 끝없이 바쁘기만 하나 봅니다. 생생한 격려 고맙습니다...^^
일이 있어 오랜만에 들어왔습니다. 큰일날 뻔한 사고가 있었군요. 그만해 다행이긴 하지만 많이 놀라고 속도 많이 상하셨겠어요. 그 와중에도 웃음 짓는 뻔순이님의 은근한 여유, 상상이 됩니다. 풀천지님의 다리 통증은 괜찮으신지요?
무엇보다 애들 걱정이 제일 먼저 달려오더군요. 아마 풀천지 안주인 뻔순이의 미소는 그런 안도의 미소였을 겁니다. 풀천지의 다리도 멀쩡한걸 보면 풀천지와 풀나라를 좋은 삶으로 만들어가야하는 소명이기도 하겠구요...^^ 정비공장에 차가 들어가 있으니 조금 답답하네요. 그래도 이쁜 콩들속에 파묻혀 온갖 시름이나 잊어봅니다...^^
참으로 다행이군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차량수리비를 조금 보냈습니다. 보태십시오.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이렇듯 마음을 써주시니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런지요... 보내주신 따스한 우정을 마음깊이 간직하겠습니다. 무얼로 보답할 수 있을지... 늘 건강하시고 은총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그랬군요....하마트만 큰일날뻔했심더 ...크게 다치지않으셨으니 다행임니더 ..
틀림없이 위로해주실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마운 님들 덕분에 어떠한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