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통신 1931-1935 젊은 지성을 채우는 짧은 지혜의 편지들 -버트런드 러셀 / 송은경 옮김
1부 1931년 현대 세계에는 여가라고는 거의 없다. .... 그 결과 영리한 사람은 많아졌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 지혜란 천천히 생각하는 가운데 한 방울 한 방울씩 농축되는 것인데 누구도 그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ㅡ 질투에 관하여
자신의 보편적인 법칙에서 벗어난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며, 인생사의 평범한 불운에서 신성불가침의 면책 특권을 지닌 존재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건 힘든 일이다.
ㅡ 섹스와 행복
현대인이 지닌 고민의 많은 부분은 감상적이고 무정부적 충동인 낭만적 사랑을 사회 제도인 결혼과 뒤썩어놓았기 때문에 생겨났다. 프랑스인들은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면에 있어서는 전반적으로 영어권 나라 국민둘보다 상당히 행복하다.
윤리가 요청되지만 그것은 새로운 윤리여야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시대에 존재하는 진실 그대로를 고려하는 현실적인 윤리여야 한다.
ㅡ 관광객 미스터리
내가 할 수 있는 설명은, 프랑스인은 주로 자기에게 만족 스러운 것들을 생각하며 사는 반면, 고상한 윤리적 기준의 영향을 받는 많은 미국인과 적지 않은 영국인은 주로 자기 이웃들에게 무엇이 좋을지 생각하고 산다는 것이다. ..... 그러나 사적인 기쁨이란 면에 있어서는 고귀한 도덕성이 적은 나라들이 보다 만족스럽게 산다.
현대 세계에서 가장 짜증나는 일 중 하나는 옛날보다 너무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조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비검함이 용기보다 유리한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오늘날 어떤 사람이 협력하는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사람을 사랑하거나, 두려워 하거나, 당신도 약탈품을 나누어 갖고 싶기 때문이다.
지혜란 천천히 생각 하는 가운데 한 방울 한방울씩 농축되는 것인데 누구도 그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가 매일 30분씩 부동자세로 있을 수 있다면 개인적 . 국가적 . 국제적 차원의 모든 사안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맑은 정신으로 처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불행하게도 순종은 진취적이거나 리더쉽이 있는 사람에게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은 아니다. .... 따라서 최고의 인물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않는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2부 1932년
ㅡ 두번째 크리스마스
시간은 사람들을 성숙하게 만든다고들 한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시간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며, 두려움은 사람들을 타협하게 만든다. 타협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남들 눈에 원숙해 보이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두려움을 느끼면 누군가의 애정이, 차가운 세상의 한기를 몰아내 줄 사람의 온기가 필요해진다. 두려움이라고 해서 대개 단순히 개인적인 두려움, 즉 죽음이나 노화나 빈곤에 대한 두려움, 또는 세속적인 갖가자 불행 따위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나는 좀 더 형이상학적인 두려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살다 보면 겪게 마련인 중대한 재난들, 이들테면 친구가 배신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거나 평범한 인간의 본성에 잠재된 잔인성을 발견하는 일 등을 경험하면서 우리의 영혼에 스며드는 두려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ㅡ 면화바구미의 충고
개인적 이윤이란 동기는 고장 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공공 부품의 조직화된 노력만이 세계의 경제 상황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ㅡ 즐거운 재난
만약 우리가 습관적으로 집단 정서를 느끼는 상태로 살 수 있다면 우리는 항상 행복하고, 항상 협조적이고, 항상 권태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다.
ㅡ 교육이 독이 될 때
교육이 독창적인 것 보다는 올바른 것이 중요하고, 올바른 것이란 교사의 생각에 동의 하는 것이라고 가르침으로써 자기 학생들의 독창성을 죽여바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뿐만 아니라 교육은 사람들에게 뭔가를 알아내려면 실제 세계에서 사물을 관찰할 것이 아니라 책에서 찾아보라고 가르친다.
ㅡ 나도 탐정 소설을 썼을 텐데
* 우선 정보를 얻기 위해 읽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체로 아주 어리다. 자신의 편견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읽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른바 성숙한 사람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독자들은 지식이나 자신의 의견에 대한 지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부터 도피해 상상의 세계 들어가고 싶어 한다. ... 상상의 세계로 들어감 으로써 현실을 좀 더 잘 견딜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현실 도피는 문제될 게 없다. 내가 볼 때 이 현실 도피라는 동기가 없다면 세상에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것들 대다수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내 의견은 이 동기 - 도피 욕구 -에 이끌려 독서하는 사람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ㅡ 역지사지의 맹점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자기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 외부인이 그에 관해 얻을 수 있는 지식보다 믿을 만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어떤 사물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내부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 반면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들은 언제나 내부의 판단보다는 외부의 판단을 신뢰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내가 생각하기에 답은 그 사람이느끼는 감정에 관심이 있는지, 아니면 그 사람이 행하는 행동에 관심이 있는지에 달려있다. .... * 예을 들어 영국인들이 인도에서 무지몽매함과 불관용과 미신에 맞서 문명의 빛을 전파하고자 영웅적으로 투쟁해왔다고 생각한다. 영국인이 아닌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 영국 국민들은 인도에서 권력을 즐기며 공물을 착취하는 야만적인 압제자로 보인다. 만약 당신이 인도 거주 영국인이 어떻게 느끼는지 알고 싶다면 영국인의 관점을 취해야 하고, 그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싶으면 다른 나라 사람의 관점을 취해야 한다.
* 우호적이든 비우호적이든 감정이란 것은 모두 판단을 왜곡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간에 관한 문제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나의 사랑이나 증오의 대상이 아닌 한 남들이 하는 일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으면 그들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 애를 쓰지 않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거나 증오하면서 얻게 되는 정보는 잘못된 정보이기 쉽다. 이것은 특히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관해 갖고 있는 지식에 해당되는 얘기다.
ㅡ 멀리보면 달라지는 것들
개인의 영광은 동료를 누르는 승리에 있을지 모르지만 인류의 영광은 지혜로운 공동의 목적에, 그리고 인간 본성에 담긴 고리타분한 것들과 환경을 공동으로 정복하는 데 있다. 나는 각 민족 집단이 민족적인 목표들만 추구함으로써 초래하는 역경으로 인해 머지않아 자신의 공동 목적에 대해 더 생생하게 깨닫게 될 날이 존재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는 일이다. ㅡ 우리가 가구를 사면서 생각하는 것들
* 우리의 사고와 감정 속에 존재하는, 있는 그대로의 개성은 그 핵심이 너무 희미하고 눈에 보이지 않기에 완벽한 만족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 대부분은 외부 세계에서 자기 내면 존재의 반영물을 보고 싶어 한다. ...... 어떤 사람들은 가구를 갖추는 과정을 은밀하고 개인적인 작업으로 생각한다. 개성적인 아름다움, 특히 창조자 특유의 기질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지닌 예술 작품을 수집하는 행위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보다 수줍고 소심한 자아를 가진 이들 - 현대 세계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 도 있다. 그들의 가장 큰 염원은 남들이 자신을 이웃과 정확히 똑같게 봐주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가구에서도 자기만의 취향을 표현하기보다는 정확성을 추구한다. ..... 톨스토이는 피로연을 여는 신혼부부 한 쌍에 대해 어디에선가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파티가 끝나자 두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정확하게 똑같은 파티를 치렀다는 사실을 서로 축하한다. 이런 것이 최고의 야망인 사람들은 존경을 바라는 마음보다 경멸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게 분명하다. 혹시 존경을 바란다고 하더하도, 진정 본질적인 특성이 아니라 성공적인 모방을 통해 존경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필요한 수고를 감수하는 이들이 배울 수 있는 취향은 습득할 수 있겠지만, 남들이 어떻게 내 눈에 아름답게 보이는 사물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법은 습득하지 못한다. 이웃을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의 가장 고질적인 감정 가운데 하나로 모든 성취의 적이기도 하다.
ㅡ 만족을 느끼기 위한 처방전
만약 우리시대의 폐단을 고발하고자 한다면, 과거 사람들보다 덜 만족한다는 점이 아니라 여건이 개선 되었는데도 더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나는 보람 있는 목적과 열정의 결핍 그 자체가 생리적인 원인에서 기인한다고 믿는다. 몸 상태가 아주 좋은 사람은 자기가 믿을 뭔가를 찾어내는 반면 소화 기관이나 내분비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온갖 우울한 형태의 의혹과 좌절의 먹이가 되곤 한다. 나는 우리 시대 염세주의자들에게 신체 활동과 소박하지만 건강에 좋은 식사, 장시간의 수면으로 짜인 엄격한 요법을 처방하면, 그들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온갖 것들을 깨닫고 그것들을 직접 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생각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ㅡ 비스킷은 먹고 살아야지!
대체로 남녀 모두 사적 지위를 높이거나 이웃의 존경심을 얻는 데 들어가는 지출은 거의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닌 먹고 마시는 따위의 순전히 개인적인 즐거움을 위한 비용을 포기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것들 중 하나도 성대한 장례식이다. 적어도 영국에서는 그렇다. *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다가 수치스럽게 죽기보다는 비참하게 살더라도 화려하게 떠나가를 바라는 것이다.
ㅡ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최고의 명성은 최고의 교육은 만능 교육이나 잡다한 관심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그것은 정서적으로나 비정서적으로나 집중성과 일정한 편협성을 갖추아야만 성취할 수 있다. .... 따라서 미래에는 개인적 명성이 과거보다 희귀해 지리라고 예상할 수밖에 없다.
ㅡ 진정한 도덕과 교화의 차이
사실 교화의 본질은 허위에 있다. 그것은 진정한 이유가 아닌 것에 이유를 부여함으로써 성립되기 때문이다.
의미의 도덕뿐 아니라 마음의 도덕도 존재 한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선한 행위뿐 아니라 선한 감정도 존재한다. 사람들이 선한 감정을 갖도록 하는 것은 무척 바람직하지만 설교로 그것을 이룰 수는 없다. 오히려 반대로, 죄악에 관한 믿음은 죄인을 참회로 이끌고 싶다는 핑계로 죄인을 향한 적의를 정당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죄악에 관한 믿음을 버린다면 매정함을 도덕의 망토로 위장하는 게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내가 생각한는 마음의 도덕은 주로 친절한 감정과 선한 본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런 것은 설교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으며 왕성한 소화력, 건강한 내분비선, 복 받은 환경으로부터 생겨난다.
ㅡ 바보들만 똑똑한 시대
* 세계사에는 네 종류의 시대가 있었다. . 모두가 자기는 다 안다고 생각했던 시대: 안정의 시대 - 원시시대 . 아무도 자기가 아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대: 서서히 쇄퇴하는 시대 - 기독교 발흥 이전 고대 . 현명한 사람이 많이 안다고 생각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은 아는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던 시대: 진보의 시대 - 18세기와 19세기초 . 어리석은 사람이 많이 안다고 생각하고 현명한 사람들은 아는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던 시대: 재앙의 시대 - 우리의 시대
ㅡ 매우 경솔한 인간 분류법 ** 저는 시간을 좀 더 유용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때는 절대로 책을 읽지 않습니다.
ㅡ 미소 짓는 살인자
고등 동물은 모두 기쁨을 표시하는 수단을 갖고 있지만, 기쁘지 않을 때도 기쁨을 표현하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 이것은 예의라 불리며 하나의 미덕으로 꼽힌다. 어린아이에게서 보이는 가장 당혹스러운 사실 중 하나는 그들이 기쁠 때만 웃는다는 점이다.
ㅡ 동물이 말 할 수 있다면
인간의 이익이 동물의 이익 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이유는 전혀 없다. 동물들이 우리를 박멸하는 것보다 우리가 그들을 손쉽게 박멸 할 수 있다는 것, 우리의 우월성을 주장할 수 있는 탄탄한 근거라고는 오직 이것 하나 뿐이다. 우리가 예술과 과학과 문학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우리가 훨씬 잘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래는 물 뿜기를 소중하게 여길 것이고, 당나귀는 요란한 나귀 울음이 바흐의 음악보다 훌륭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전제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 한 그들이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 결국 모든 윤리 체계는 전쟁 무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ㅡ 점성가들의 믿음
정부는 그런 믿음의 기반이 약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므로 사람들에게 올바르게 사유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런 믿음이 퇘색한다면 인류는 재앙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우리는 계속 어리석은 채로 있어야만 한다.
ㅡ 아이들은 현실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현실을 회피하는 정치인들은 현실을 회피하는 민주주의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불쾌한 사실들을 알려고하지 않는 공동체는 공동체 전체로서의 재앙을 맞게 되는 것이다.
ㅡ 아리스토텔레스를 숭배하지 않았더라면
존경이 이처럼 좋은 효과를 낳으려면 존경받는 사람들을 우리 능력 밖의 인물이 아니라 노력을 통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존재로 여겨야 한다.
ㅡ 속담...
속어의 발명가가 곧언어의 혁명가다.
ㅡ 남자들이 반바지를 ... ** 여성에 대한 남자들의 기준이 남성에 대한 여자들의 기준보다 천박하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는 미에 대한 사랑과 사회적 양심이 갈등하는 여러 측면 중의 하나 일뿐이다.
ㅡ 우리가 범죄에 끌리는 이유
문명인들은 자신의 충동보다는 유순하게 행동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문명답지 못한 행동에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ㅡ 천재가 되는법 * 비난을 하되 언제나 당신의 독자가 비난의 대상은 자신이 아닌 다른 녀석들이라고 생각하도록 비난해야 한다. 이 경우 독자는 당신의 수준 높은 경멸에 감동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비난하고 있는 대상이 독자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당신이 버릇없이 자라서 화를 잘 내는 죄를 짓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사실과 이성은 무시하고 당신만의 신화를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열정의 세계에서만 살아라 확신을 가지고 전심전력으로 그렇게 하라. 그러면 당대의 예언자 중 한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부 1933년
ㅡ 무정한 부자들 * 예외적인 특권에 의지하는 보장은 불공평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불공정을 변명할 핑계를 찾아야하는 사람은 왜곡된 도덕관념을 지닐수밖에 없다. 한편, 자유 경쟁의 승자인 오늘날의 권력자들은 경쟁이서 성공하는 수단이 되어준 각종 행위들과 무자비함의 가치들을 과대평가하고 있다.
ㅡ 명예도 과유 불급
"당신은 신사이고 명예를 존중하는 남자니까 진실을 말하지 못할 거예요." -버나드 쇼의 희곡 「그녀는 어떻게 그녀의 남편에게 거짓말을 했는가?」
많은 것들이 악하지만 불명예스럽지는 않고 어떤 것들은 미덕이지만 명예롭지 못하다. 명예의 규범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명예를 일반 도덕규범보다 강제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ㅡ 지겨운 사람에 관한 연구
남을 지겹게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들은 대화를 나누는 상대에게 신경을 쓰지 않거나, 그들 자신과 달리 상대는 그들에게 별 흥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ㅡ 민주주의위 위험성
민주주의의 즐거움은 한마디로 자기보다 높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 할 수 있는 데 있는 것이지 자기보다 낮은 사람에게 그것을 양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모든 계층과 남녀 모두를 끌어안게 되면서부터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ㅡ 강한 것을 찬양하는 시대
** 힘에 대한 찬양은, 그것이 진정이라면, 연약함의 표시이자 지배당하고 싶은 욕망의 표시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데 지쳐서 기꺼이 자기 의지를 버리고 타인에게 굴복하려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힘을 찬양하는 사람들 중에서 또 다른 유형도 있다. 바로 칼라일과 니체 유형이다. 이런 유형은 자신의 심리적 상태를 감추고 싶어하며,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 세상을 도발하는 신경증 환자들이다. 내 생각에는 D.H로렌스도 이런 유형에 속한다. 그들은 남들이 자신의 용맹함에 감동받아 자신에 대한 공격을 삼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힘을 숭배하고 설교하는 자들에게는 귀를 기울이지마라. 만약 당신이 나약하다면 그들은 당신의 위선을 부축일 것이고, 만약 당신이 강하다면 잔인함을 부추길 것이다. 당신에게 힘이 있다면 그것으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진짜이든 사기이든 힘이란 남자들이 과시할 만한 자질은 아니다.
ㅡ 인종 협오를 들여다 보며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이 없다면 인종 협오는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세상이 안정되고 누구에게나 경제적 지위가 보장된다면 이 세상에서 서로 다른 인종끼리 증오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단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는다.
ㅡ 호감 가는 사람이 되는 법
미모로 사랑 받는 일이 많다. 하지만 전혀 예쁘지 않는데도 사랑받는 이들도 많은데 이는 남자들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눈에 보이게 아부하는 것 말고도 상대의 자부심을 높여줄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상대를 좋아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애정을 받는다. ** 누군가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었을 때 그것이 애정에서 우러나왔다는 생각이 들면 우리는 고마워한다. 하지만 도덕적 신조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고마워하지 않는다. 후자가 아닌 전자의 경우에만 우리의 자존심이 고양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 그 자체로 일종의 수치심을 동반하며, 모욕하지 않으면서 돕는 유일한 방법은 애정으로 돕는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모든 이에게 똑같은 애정을 느끼는 박애주의의 이상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 애정은 더 이상 찬사를 받지 못하고 상대에게 기쁨을 주지 못할 것이다. 또한 박애주의의 신조는 따르지만 애정이 우러나오지 않는 박애주의자는 자비를 베푸는 대상의 자존심을 깎아내릴 수밖에 없다.
최선의 방법은 그들과 어울리는 순간을 즐기고, 무엇보다 그들이 과시하능 능력을 즐기는 것이다.
ㅡ 정통이라는 것은
지식인이란 이런저런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한 타당한 논거를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조교적으로 믿지는 않는 사람이다. 타당한 논거에서 나온 의견은 정서적으로 조교주의자들의 의견 보다는 통일성이 부족하다. 논거란 비당파적이어서 지금은 이쪽을 편들거나 다음 저쪽을 편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논거를 그리 유쾌하게 여기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날마다 하나의 유쾌하지 않은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하며, 자기만의 일관성으로 견해를 구축한 자는 누구도 가르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아마 그러면 정통이 가지는 적의가 줄어들지도 모른다.
ㅡ 수단보다는 목적
지나친 신중함에 반대하는 이유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일반적으로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의 취향과 욕망이 변하기 쉽다는 점이다.
목적 대신 수단을 위한 삶이 너무 지나치면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즐거움은 죽어버리고, 그럼으로써 미적 감각은 파괴된다. 지나치게 신중한 국민은 도시를 흉물스럽게 짓는다. 그들이 즐기는 것이라고는 장부를 정리하거나 술에 취하거나 둘 중 하나이기 마련이다. 신중함을 지나치게 추구해서는 문명을 즐길 수 없고, 문명을 즐기지 못하면 사람들은 난폭해지기 쉽다. .... * 편협한 목적은 정신적 균형에 치명적이다. 때로는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도 살아야지, 안 그러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다.
ㅡ 의미 있는 반항
반란은 확실하게 교정 할 수 있는 해악에 대한 저항일 때만 유익하다. 개인의 권리에 관해서 어떤 말을 해도 좋지만, 개인의 권리도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늘 제약을 받고 있다.
ㅡ 논쟁을 좋아하게 된다면
반대의견에 침묵을 요하는 대신 예절을 갖춰 철학적 냉철을 요구한다면, 우리 모두는 지금보다 성숙한 관용을 얻게 될 것이다. 그 철학적 냉정은 우리의 사회적 행동뿐 아니라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자기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끌어안지만 말고 자신의 견해가 객관적인 논쟁을 통해 방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 파악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ㅡ 규율에 관하여 * 어떤 공동체도 규율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평범한 진리다. 하지만 각 개인의 내적 규율이 강한 곳에서는 개인의 정신 상태가 무질서한 곳에서만큼 외적 규율이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 오래전에 확립된 규율이 깨지더라도 첫 세대는 그것 없이 매우 잘 해나갈 수 있다. 낡은 규율이 더는 의견을 지배하지 못하더라도 습관을 통제하는 식으로는 살아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번째 세대는 엄격한 옛 습관을 익히지 못한 탓에 조각나버라기 쉽다.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외적 규율만이 필요한 사회적 화합을 복원할 수 있다. 규율이 어느 정도 필요한 건 분명하지만 거기에는 커다란 위험이 있다. 규율은 주로 비합리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군국주의자들은 규율을 사랑한다. 규율 덕분에 복종해야 하는 합리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주민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은 양심처럼 정치인이나 군대 지휘자들에게 쉽게 조정당하지 않는 무정부적인 힘이다. 논쟁의 결과로 의견을 형성하는 공동체에서는 만장일치가 자주 나오지 않을 것이다. ..... 아마 이성이 합리적인 사람들의 공동체에서 동의를 형성할 수 있는 명료함과 설득력을 성취할 날이 올 것이다. 그 전까지는 틀림없이 비이성이 공동체의 집단적인 결정에서 자기 역할을 할 것이며, 비이성적의 빼놓을 수 없는 형태 중 하나도 외부 권위를 빌려 계속 존중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같은 존중은 이성에 해로울 것이며, 이성이 점점 강해지는 데 비례해 약해질 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좋은 세상에서는 더 이상 어떤 복종도 필요치 않을 것이다.
ㅡ 나를 사랑하는 이웃들
우리는 모두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종교가 가르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무감으로 사랑하기는 어렵다. * 확실히 그들은 어떤 의미에서 서로 사랑한다. 그들 중 한 명이 한밤중에 집을 홀랑 태워먹었다면 다른 이가 임시 거처를 제공할 것이다. 길에서 다리가 부러졌다면 도우러 달려올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공평하게 번성하는 동안에는 서로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사회적인 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나머지 모두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어쩠든 우리는 모두 왕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니 하나의 공화국에는 시민의 숫자만큼 많은 왕국이 필요하다.
4부 1934 ~ 1935
ㅡ 그건 달라
정치적인 관점에서 이기주의의 반대말은 사심 없음이 아니라 공정성이다.
공정성은 권력의 분배를 필요로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힘 있는 자들은 공정성을 요구하는 주장을 대할 때마다 간단한 반박 논리를 내세울 것이다. "그건 달라."
ㅡ 자비심에서 권력욕으로 ** 사람들은 자기 자식을 사랑하고 자기 개를 사랑한다. 넓게 봐서 그들이 자기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유 상태가 위협 받으면 그 즉시 자비심은 사라지고 사나운 투쟁 충동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자비심이 지속되고 있으면 소유가 안전한 상태에 있는 게 틀림없다.
권력은 마약이다. ..... 따라서 권력은 결코 절대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게 될 남편 및 부모의 권위에 대한 한계의 기초이다.
ㅡ 강한 것과 옳은 것은 다르다
문명화된 두 민족이 싸우면 패한 쪽이 승리자보다 아이를 더 많이 낳는 경향이 있다. ▷▷ 왜 어려울 때 출산율이 증가 할까? 위험을 느낄 때 본능적이 되는 걸까?
ㅡ 여가를 보내는 여러 가지 방법
효율적인 조직만 있다면 현대적인 생산 방식은 하루 2시간 정도 노동으로 전 세계가 편안하게 살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나머지 22시간은 뭘 해야 할까? * 물질적 상품을 생산하는 데 투자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활동으로는 유익하게 보낼 수도 없는 시간은 기술을 익히고 정신세계을 확장하고 육체적 건강을 얻는 데 바쳐야 한다.
ㅡ 무엇을 믿어야 할까
합리성은 우리가 믿는 방법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믿는 내용에서도 그렇게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어떤 사실을 증거에 따라 그리고 증거가 보장하는 만큼 확실하게 믿는 다면, 나아가 그 믿음을 견지하면서도 오류를 발견하는 데 젼혀 장애가 없도록 행동한다면, 당신은 합리적인 사람이다. 의견의 자유는 중요하다. 그것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오류를 결코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믿음도 그것을 너무 굳게 고수하는 바람에 그것을 거부하는 이들을 박해할 정도가 되면 안된다. 하지만 의견의 자유가 안전하게 지켜지는 한, 널리 인정받는 의견을 거부하기보다는 받아들인다면, 직업적인 전문가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옳을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ㅡ 진보주의자의 검열 * 사실 은폐라는 방법을 쓰는 모든 신조는 자기 신념이 타당한지 확신하지 못하고 심지어 굳건하지도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건들을 충분히 숙고하는 과정에서 진실한 것들이 진실로 떠오를 것이다.
건전한 견해라고 여겨지는 것을 아이에게 심어주는 게 목적이라고 말한다면 이에 대한 적절한 변명이 될 수 없다. ** 지혜는 현실 세계를 우리가 바라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자아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는 어린애 같은 공포로부터 생겨난다. 491
"움직임은 차가움을 이기고, 고요함은 뜨거움을 이긴다." -노자
인간의 본성이 갈망하는 작은 사회 단위들을 정부나 기업 이외의 분야에 살려두어야 하는데, 폐해가 가장 적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진기한 유행과 취미에 관한 사회 단위들이다. 504
잘못된 균형 감각이 생기는 건 어떤 종류의 진실은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의 진실은 너무 생생하게 인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506
천재성이 개인적인 것인 반면 정상적인 정신은 사회적인 것이다. 508
사회적 의례의 목적은 폭력적인 행동을 억제하는 것인데, 우리의 경우 경찰이 이런 목적에 봉사하고 있다. 격식의 쇠퇴는 대체로 문명의 발전을 나타내는 징표다. 그럼에도 과거의 예절과 우리 시대의 거친 행동을 비교할 때 감상적인 애도에 젖는 것은 피할 수 없다. 511
* 예의를 위해 진실을 희생하기로 결정했다. 진실을 위해 예의를 희생하기를 더 좋아하는 경향... ... 물론 진실과 예의 가운데 선택을 하도록 다른 이들을 몰아세우지 않는 것은 훌륭한 태도다.
*** 무슨 말을 하든지 친절한 마음이 늘 분명하게 드러나 보이는 성자 같은 사람은 관례적인 정중한 거짓말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 결코 정중한 거짓말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기 전에 더 이기적인 이유로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히 하자. 그리고 진실을 위해 친절을 희생하려 한다면, 그 희생이 진정이라는 점을 확실히 하자.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악의를 덕행으로 가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523
* 결투가 있는 곳에선 한 남자가 다른 남자를 모욕하면 영예를 얻는다. 그가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살인의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투는 야비한 태도로 이어진 반면, 이 관행을 포기한 사회에선 모욕이 신사답지 못한 행위가 되었다. 524
우리 모두가 자신이 불가해한 존재로 느껴지기를 바란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다. 우리와 닮은 사람은 우리가 원하는 그 누구보다 강력한 힘으로 우리를 지배한다. 또한 우리를 이해하는 사람은 우리를 조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예의는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하느 것만큼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척하는 데 있다. 예의가 필요한 까닭은 대개 가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남들에 대한 우리의 좋은 평가가 진정이라면 예의는 저절로 배어 나올 것이다.
* 어떤 이든 자신의 자아는 다른 이들의 자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민감하고 통찰력 있고 현명하며 심오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사람은 정말 매우 드물며, 게다가 본인이 그 소수에 속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훌륭한 예의와 훌륭한 도덕을 갖추는 데는 자기 자신을 통계적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더 좋은 수단은 없다. 527
세계는 새로운 지혜를 필요로 하지만 증오에서는 그 어떤 지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 흔들리지 않는 확신의 마지막 피난처에 의심이 쳐들어가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하까. 아마 그날이 오면 우리는 우리의 이웃과 더블어 평화롭게 사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경쟁적인 색깔로 경쟁적인 신조어를 시위하는 대신 기꺼이 서로 가설들을 비교할 것이다. 535
어느 곳에서나 땅의 소유권은 군사력에서 니온다.
모든 사람들이 인정 하듯이 불황은 대체로 심리적인 문제다. 따라서 어떤 것에 대해서든 유익하리라는 믿음이 폭넓게 확산된다면 그 결과 실제로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