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덕궁 이야기 마당 ① 「 오방진 이야기」
오방진의 아버지, 동살풀이
풍물패 터울림 이태호
87년 이래로 오늘까지 노동자 풍물장단 베스트5를 뽑아보면 이채,삼채,오방진,자진호호굿,밀양행진곡 정도가 아닐까? 그리고 오방진이 그 첫째나 둘째정도는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술 술 술맛 좋다.부어라 마셔라 술맛 좋다.’고 말 장단을 붙여서 배웠던 오방진, 언뜻 들으면 뽕짝 분위기와 행진곡을 섞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또 치기도 쉬워서 이제 막 장단을 배운 사람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장단이죠. 그런데 막상 오방진 장단의 유래와 본래 쓰임새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2회에 걸쳐‘오방진 진풀이’와‘오방진 장단’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오방진의 아버지 동살풀이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오방진-진오방진으로 이어져,씩씩한 행진곡의 느낌으로 쓰이는 오방진굿 한마당은 예전에는 마을,나라,놀이판등에서 마당의 액을 몰아내고 복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주술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처음 듣는 얘기라고요? 도대체 100년전의 일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냐고요? 하나는 장단의 유래이고, 또 하나는 동,서.남,북,중앙을 휘감는 진풀이의 흔적에서 그 유래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럼 먼저 오방진 장단의 유래부터 알아봅시다. 사실 우리가 오방진이라고 부르는 장단의 아버지는 동살풀이라는 장단입니다. 동살풀이의 장단이 뭐냐구요? 간단하게 말하면,우리가 치는 ‘덩 덩 덩덩따따 더더덩 더더덩 덩덩따따’라는 장단이 동살풀이 기본장단입니다.
그런데 왜 오방진이라고 부르냐고요? ‘양산도’라는 장단을 아시죠? 이 ‘양산도’라는 장단을 음악교과서에서는 ‘세마치’라고 부르고, ‘삼채’는 ‘자진모리,‘굿거리’는 ‘중중모리’라고 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참으로 슬기롭고 자상한 분들이셨죠. 그래서 똑같은 장단도 춤을출 때,노래를 부를 때,제사를 지낼 때,마당에서 왕창 떠들어 놀 때, 각각.다르게 이름을 붙여 주었죠.
자 이제 마을의 동제를 지내면서 당산나무를 삥 돌며,‘덩 덩 덩덩따따 더더덩 더더덩 덩덩따따’라고 쳤던 동살풀이 장단이 오방진 장단의 아버지가 되는 것이 이해 되셨죠?
오방 - 좌청룡,우백호,남주작,북현무,중앙봉황
앞에서 얘기했던 동제 장면을 당산나무가 아닌 마을공터로 옮겨오면 어떻게 될까요? 요즘같으면 무대를 꾸미고 소품을 만들겠지만 우리 선조들은 동,서,남,북,중앙의 다섯곳을 휘어 감는 오방진풀이를 전격적으로 채용하여,당산나무 못지않은 신성함을 연출하는 슬기로움을 발휘하였습니다. ‘오방’ 이는 우리 선조들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어요. 예를 들면 명당자리를 찾을 때 좌청룡,우백호,남주작,북현무,그리고 중앙봉황, 이렇게 다섯 군데를 보는데,방위뿐만 아니라 색깔까지 정해져 있습니다. 청룡,백호는 잘 아실 테니까 접어두고 다른 세 가지를 살펴볼까요? 남쪽에는 붉은색의 공작,북쪽에는 검은색의 거북이 그리고 중앙에는 황색의 봉황,이렇게 오방의 색깔과 영험한 동물을 연결시키는데요. 이것은 ‘음양오행설’의 중요한 내용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실재 당산나무가 없더라도 우리 선조들의 눈에는 오방진풀이는 당산나무 못지않은 경건함이 깃들어 있지 않았을까요. 동제의 동살풀이 장단을 판굿으로 그대로 가져와 조금 다르게 연출하는 것이 ‘오방진굿’이고,오방진굿에 쓰이는 장단이니까 본래 이름인 동살풀이로 부르지 않고 진풀이의 형태를 딴 ‘오방진’장단이라는 새 이름을 얻은 것이지요.
이제 판굿에서 오방진굿 한마당의 유래와
내용이 충분히 이해가 되셨죠?
덕덩궁 이야기 마당
오방진의 아버지 동살풀이 두번째 이야기
4월호에서는 오방진굿의 의미와 그 발생이 동살풀이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아셨죠?
지금부터 우리는 흔히 쓰이는 오방진 장단과 오방진굿의 재창조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오방진 장단은 모임에 따라 사람에 따라 대략 세종류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꠴꠵꠵꠵꠶
덩 덩 덩 덩 따 따 1-① 동살풀이 기본장단으로 우도굿을 정읍,이리에
더더덩 더더덩 덩 덩 따 따 1-② 서 직접 전수를 받은 사람들의 모임에서 간단
하게 맞추는 경우입니다.
꠴꠵꠵꠵꠶ 터울림에서 기본으로 삼고 있는 장단인데 1의
덩 덩 덩 덩 따 따 2-① 기본형에 2-③의 변형장단을 붙여 치고 있습
더더덩 더더덩 덩 덩 따 따 2-② 니다. 이 2-③의 다른 지방굿에서는 보통
당 기닥따 구궁따구궁 따 2-③ 오방진굿의 한 고비를 넘기는 사이의 변형장
단으로 사용하는 가락으로 설장구의 동살풀이 대목에 나오는 장단입니다. 그런데 이 장단의 단점은 동살풀이본래의 길이에 ½의 길이 만큼만 늘여 치기때문에 2-3의 가락을 맺는 맛이나게 치지않으면 완결성이 떨어져 조금 뭔가 모자란듯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꠴꠵꠵꠵꠶ 다음 3번 장단으로 넘어가서 3-③은 2-③를
덩 덩 덩 덩 따 따 3-① 변형,단순화한 것이고 3-④는 동살풀이의 본래의
더더덩 더더덩 덩 덩 따 따 3-② 길이를 맞추기위해 변형 장단의 하나를 추가
덩 기닥따 궁 따 궁 따 3-③ 시킨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장단의 특징은 3-
덩 다다덩 다다덩 덩 따 따 3-④ ②를 쇠가 읏 잰으로 받거나 3-③의 궁 따 궁
따를 읏 잰 읏 잰으로 쳐서 본래의 동살풀이
맛과는 조금 다른 뽕짝의 맛이 나게 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같은 장단이라도 치는 사람의 기호에따라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현재 만들어내고 있는 맛뿐만 아니라 다른 변화도 만들수 있어야 하고 다른 패에서 치고 있는 장단의 맛 또한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에서 예를 들은 세가지 장단외에도 조금씩은 다른 많은 장단들이 있습니다. 어떤 장단을 치는것이 반드시 옳다고는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장단을 배우게된 과정을 알고 갖고 있는 “맛”을 따라 적절히 강,약,장,단을 조절할 줄 안다면 더 이상 좋은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방진 장단에 대해 사소한 오해가 한가지 있습니다. 좌우도에 관한 구분인 그것인데 흔히 1,2번을 우도로 3번을 좌도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오해가 생기게 된
전과정을 이렇게 생각합니다. 80년대중반부터 현장풍물활동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어떤 지방의 장단이든 조금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조절했는데 ,초기 지원활동을 했던 사람들은 좌도굿을 배운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관계로 우도굿의 오방진 장단이 현장에 맞게 조절된 것도 좌도굿의 연장으로 이해되고 돌고 돌아 그런 오해가 생긴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제 “오방진 굿을 어떻게 재창조 할 것인가?”의 결론으로 가봅시다.
작년, 제작년 정기공연을 준비하며, 그동안 기본으로 연습해오던 판굿을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내용을 살려보려는 작업의 하나로 오방진굿을 “액막이굿” “복맞이굿”으로 다시 이름 붙이고 그에 맞는 재구성을 했었습니다. 주술적으로 의미의 오방진굿을 “오방”이라는 조금은 거리가 먼 단어보다는 내용이해가 쉬운 “액막이”그리고 보다 긍정적 의미의 “복맞이”로 다시 이름하여 복을 맞는 진지하고,신명난 몸짓을 연출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자평합니다..
그럼 예로 한 고등학교에서 만들어본 오방진굿을 봅시다. 먼저 동방에 교통사고 잘나는 횡단보도,서방에 불량배 설치는 골목,남에 시험지옥,북에 돈봉투를 그리고 중앙에는 “인간화 교육”깃발을 설치했고, 각각맞는 소품과 잡색의 연기를 정했습니다. 오방진 장단으로 시작해서 감거나 원진을 돌다가 진오방진 가락으로 다섯곳을 모두 돌며 잡색을 쫓아버리고,중앙깃발 주위에 모여 휘몰이로 맺음을 하는 굿이었습니다. 질서정연한 진풀이가 아닌 적극적이고 활발한 몸놀림과 의외의 동작(잡색을 실제로 때리는) 동작들이 재미를 더 해주는 아주 멋있는 판이었습니다. 결코 어렵지않게 준비의 과정도 촌극짜듯이 재미있게 구성하여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고, 뿐만아니라 예전굿의 형식과 내용 또한 충분히 오늘에 살린 정말 “굿”다운 과정과 결과였습니다.
뛰어난 기량과 세련된 연출은 아니어도 스스로에게 맞는 재창조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냥 말로만 재창조가 아니라 하고싶은 얘기가 풍물의 전통과 맥이닿는 흐름속에 이루어진 재창조이어서 보다 뜻깊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제가 아니라 새로이 숨쉬는 전통을 위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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