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받아야 할 자가 받게 하라
최저임금 현실화와 등록금 인하를 넘어
지난 3일,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쪽인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2012년 최저임금안으로 4320원을 제시했다. 4320원은 2011년 현 최저임금과 같은 액수로, 경총이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한 것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2009년은 삭감안 제시)
경영자 측이 꾸준히 최저임금의 동결과 삭감을 주장하는 구실 중 하나는 우습게도 “서민”이다. 올해 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을 너무 인상하면 서민이 힘들어진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고, 경영계 측에서도 물가인상과 영세사업장을 만만한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물가인상을 고려해 인상하는 것이 법적 원칙인 최저임금을 물가인상 때문에 올리기 어렵다는 것도 모순이거니와, SSM과 원하청 불공정 거래로 소규모 사업장 죽이기에 열심인 경영계가 영세사업장 문제를 최저임금 수급 노동자들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은 이윤을 위한 비용부담을 노동자에게 최대한 떠넘기겠다는 의지에 다름 아니다.
노동자에 대한 비용부담은 임금동결이라는 방식으로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 2005년 이후 대학 진학률이 85%를 넘어섰음에도 대학등록금에 대한 국가 부담은 커녕, 등록금만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2011년 가집계된 대학등록금은 국공립이 425만원, 사립이 770만원에 육박한다. 현재 대학생들은 거리에서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며 열흘이 넘게 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는 강경진압으로만 대응하고 대학도 묵묵히 적립금만 쌓을 뿐이다.
반면에 기업은 점점 더 높은 스펙을 요구하고, 이에 따른 학력인플레는 점점 격을 넘어서고 있다. 청년 실업시대로 일컬어질 만큼 취업문이 바늘구멍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전문학교나 대학원으로의 진학을 선택하고 있다. 100명 중 2.5명이 석박사인 나라, 그리고 이 모든 비용을 노동자 스스로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 이 나라의 현주소다. 오히려 그들은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
국가와 자본은 그들이 지불해야 할 것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의 현실화와 등록금 인하라는 목전의 당연한 요구들을 넘어, 받아야 할 자가 내고 내놓아야 할 자가 받아가는 구조도 뒤바뀌어야 한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노동자의 생활고, 대기업으로 인한 영세사업자의 피해, 학생들의 학습노동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통해 보상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재원은 자본이 부당하게 쌓은 재정과 투기불로소득의 환수를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
2011년 6월 7일
기본소득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