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중단', '가난한 사람을 위한 정치'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31일 소신공양(燒身供養·부처에게 공양하고자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행위)한 문수 스님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가 도심 곳곳에서 전개된다. 불교계는 "문수 스님의 유훈을 이어 가겠다"며 대규모 '4대강 사업 저지'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조짐이다.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불교연대)'는 8일 오전 서울종로구 조계사에 마련된 서울선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수 스님의 49재 막재일인 내달 18일까지를 '문수 스님 추모 기간'으로 선포, 다양한 추모 행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 스님은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뭇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우리 사회에 내린 죽비"라며 "4대강 사업 저지와 '생명 살림'을 향한 문수 스님의 큰 뜻이 우리 사회에 꽃피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은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이후, 불교계의 대응이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 "우리가 무엇을 하든, 스스로 몸을 태워 공양한 스님의 뜻에 미칠 수는 없겠지만, 스님의 유지를 되새기는 차원에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8일 조계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스님들이 문수 스님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포 용화사 주지 지관 스님,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 스님,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 ⓒ프레시안(선명수)
법륜 스님은 이어 "스님의 49재 기간 동안 단 일초도 쉬지 않고 이곳 조계사에서 릴레이 기도회를 벌일 것"이라며 불자와 시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밖에도 불교연대는 매일 오후 7시에 '생명·평화를 위한 108배' 기도를 올리고, 주말마다 천도제와 1080배 참회 정진 기도회 등의 추모 행사를 열 계획이다. 49재 막재일인 내달 18일에는 조계사에서 막재(終齋)를 봉행하고,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국민 추모제를 연다.
조계종, 뒤늦은 '종단 차원' 추모 사업 발표
문수 스님의 장례를 '종단장'이 아닌 '교구장'으로 치러 '장례 축소' 논란을 샀던 대한불교 조계종 역시 문수 스님 49재 추모 행사를 종단 차원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7일 조계종 총무원은 문수 스님의 추모사업회를 구성하고, 49재 막재를 '종단 차원'에서 봉행한다는 내용의 추모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총무원은 49재 기간 동안 전국 사찰에서 추모 법회와 심포지엄을 열고, 문수 스님이 수행했던 경상북도 군위군 지보사에 무문관(無門館·스님들이 외부와 일체 접촉을 끊고 수행하는 공간) 개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49재 막재일에는 문수 스님에게 법계(法階)를 추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계종 총무원과 불교연대는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에 대한 외압 논란과 문수 스님의 장례 문제 등으로 오랫동안 마찰을 빚어왔다. 애초 4대강 사업에 목소리를 내온 불교연대와 불교단체들은 문수 스님의 법구를 조계사로 이원하고, 장례를 조계종 중앙종단 환경위원회장으로 치를 것을 추진했으나, 지난 4일 열린 다비식은 조계종 종단장이 아닌 은해사 교구장으로 치러져 조계종 총무원이 장례를 일방적으로 축소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 불교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 ⓒ프레시안(선명수)
이에 대한 분노를 반영한 듯, 불교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은 지난 5일 불교연대 및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최로 열린 '문수 스님 소신공양 국민추모제'에서 "조계종단 수뇌부는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중단하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수경 스님은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직접 거론하며 "온갖 교활한 방법으로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의 의미를 축소시키려 한 지난 며칠간의 행위는 마구니들이나 할 짓"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도법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의 추모 사업 계획에 대해 "하루 전에 소식을 들어 아직 종단과 함께할 수 있는 부분들을 의논하지 못했지만, 마음이 모아진다면 함께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총무원과 (장례 문제를 두고) 많은 부분 삐걱거렸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