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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잼있는 농원 원문보기 글쓴이: 槻木
<알기쉬운 사상의학/제3장 사상체질을 이용한 생활섭생/9-5>
제3장 사상체질을 이용한 생활섭생
앞장에서 설명한 것으로 자기 체질을 대개 구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체질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이제 그것을 응용하는 법을 생각해 보자.
체질마다 경계해야 할 감정상태가 있고 이를 다스리는 원칙이 있다.
피해야 할 음식이 있고 적합한 음식이 있다. 체질마다 이로운 약물이 있고 해로운 약물이 있다. 병을 치료하는 원칙이 있고 건강을 얻는 장수법이 있다.
체질을 아는 것은 단순히 육체적인 건강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체질에 따라 특유한 성격적인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과 자질 그리고 성격상의 장단점을 알 수 있게 되어 원만한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꾸려나갈 수도 있다. 또 이와 같이 하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고 행동이 가다듬어지기 때문에 마음의 건강과 몸의 건강을 더불어 지킬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유의할 사항을 알게 되어 매사에 자신있게 임할 수 있게 된다.
그 이외에도 다른 사람들의 성격을 보다 깊이 알 수 있게 되어 이해심이 깊어지고 남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하는 좋은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이렇듯 체질을 구별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바는 대단히 폭넓은 것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섭생법을 알아보기로 하자.
1. 이로운 음식과 피해야 하는 음식
예로부터 의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고 한다.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서 식사가 의약에 못지 않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은 약물보다 기의 편향이 적어서, 약물에 비해서는 인체에 민감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도 체질에 따라 유리한 음식과 불리한 음식이 분명히 있으며, 비록 그 영향이 적다 하더라도 식습관이란 장기간 계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약물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체질에 맞는 음식은 최상의 보약이 될 것이지만,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은 독이 되어 인체에 차차 쌓여 병을 유발하고 건강을 해치게 될 것이다.
체질별로 음식을 구별하면, 그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과대한 장기는 기능이 억제되고 과소한 장기는 기능을 보완받아 불균형이 조정된다. 또 양인은 음성경향으로 유도되고 음인은 양성경향으로 유도되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한다.
아침마다 생즙을 먹는다면 어떤 야채를 고르는 것이 좋을까? 즐겨먹는 과일로는 무엇이 좋을까? 보약재를 고른다면 무엇이 좋을까? 특별히 해로운 음식은 없을까? 식품 선택에서 기본적인 원칙으로 삼을 만한 지침은 없을까? 누구나 흔히 갖는 희망이다.
식품 중에는, 먹어서 칼로리를 취한다는 에너지원으로서의 음식이 있고, 또 음식이 몸에 들어가서 약이 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있다.
사상의학에서 얘기하는 것은 두가지 의미가 다 적용된다. 일상적으로 섭취할 식품의 선택에 요령을 일러주는 것이기도 하고, 또 그 사람의 체질속성의 약점을 보완하는 도움이 되는 보약을 일러주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어떤 체질은 어떠어떠한 식품이 좋다고 말할때, 반드시 그것만 먹고 다른 것은 먹으면 안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그것을 위주로 하되 다른 것을 보조적인것으로 하면서 보완하라는 뜻이다.
가령 내가 평소에 늘상 먹는 음식 외에 특별한 건강식을 하고 싶다고 할 때, 그렇다면 사상의학에서 제시하고 있는 식품들 중에서 고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또 자신의 식생활을 살펴보아서 자기 체질과 너무 맞지 않는 음식을 습관적으로 많이 먹고 있다면 식생활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흔히 40대 이후에 집에서 야채생즙을 해먹는다든지 아침에 계란에다가 사과를 넣고 오렌지를 넣고 갈아서 아침마다 먹는다든지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특별한 음식을 먹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하면, 자신이 평소 먹는 음식이 무언가 부적당하고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특이한 건강식을 하는 것이 자신의 평소의 식사법을 바꾸거나 보완해서 체질을 개선함으로써 건강에 보탬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적절한 식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어떻게 정하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닭고기는 영양가가 풍부하다고 하여 누구나 즐기고 있고, 인삼을 넣은 삼계탕 같은 것은 여름철 보양으로 인기가 있다. 그러나 소양인이라면 닭고기나 인삼은 별로 환영할 만한 게 못된다. 심한 경우는 열독이 생겨 피부발진, 눈의 충혈 등을 가져올 수 있다. 이렇게 드러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소양인이라면 닭고기나 인삼을 보약삼아 장복하는 것은 권할 만한 것이 못된다. 서양의학에서는 이런 것을 특이체질로 분류하는데, 사상의학에서는 체질별로 음식선택법을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서양의학에서도 식이요법을 사용한다. 그 식이요법이란, 예를 들어 지금 내가 간이 나쁜 경우 고단백 저지방을 먹으라고 한다. 그래서 조개를 삶아 먹거나 생선을 많이 먹으라고 권한다. 그래서 서양의학에서는 식이요법 중에 간이 나쁜 사람에게 쓰는 식이요법, 고혈압이 있는 사람에게 쓰는 식이요법 등으로 구별되는데, 사상의학에서 질병 단위로 정해지는 식이요법은 없다. 어느 특수한 질병만 다루는 식이요법이 아니라 체질의 정상적인 운영을 조절하는 데 필요한 음식론이다.
대체로 음인은 차가운 것이 좋지않고 양인은 그 반대이다. 참외나 수박과 같은 한여름의 과일이나 생맥주나 사이다 같은 차가운 음료를 마시면 복통을 일으키거나 설사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은 주로 소음인이다. 소음인은 소화기능이 약하고 냉한 체질이므로 소화되기 어려운 무거운 식품이나 냉성식품은 좋지않다. 거꾸로 소화되기 쉽고 따뜻한 성질의 식품은 체질에 맞는 좋은 식품이다. 육류를 예로 들면 개고기, 닭고기 같은 것이 몸을 덮여주는 좋은 식품이다.
조리할 때는 기름을 너무 많이 넣거나 밋밋하게 하지말고, 자극성있는 조미료를 사용하여 식욕을 북돋아주는 것이 소화에 이롭다. 그밖에 음료수나 음식은 따뜻한 것을 즐기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한여름에도 냉수보다 끓인 물을 마시는 편이 낫다.
소양인은 비위가 튼튼해서 음식을 잘 소화시킨다. 한겨울에도 냉면 같은 찬 음식을 즐기고 냉수를 마셔도 탈이 나지 않는다. 소양인 아이가 아이스크림 같은 빙과류를 한겨울에 먹는다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 충치가 생길 염려는 있겠지만, 그 때문에 탈이 나는 일은 적다.
소양인은 평소 음식에 별로 구애받지 않는 편이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잘 소화시킨다. 그러나 소양인은 열이 많은 체질이므로 열을 내는 식품을 피하도록 유의 해야 한다. 소음인에게는 좋은 식품인 개고기, 닭고기, 벌꿀 따위가 소양인에게는 해로운 식품이다.
소양인은 소음인과는 달리 소화가 잘되는가 어떤가는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생랭한 음식인가 따뜻한 음식인가를 구별해서 식품을 선택한다. 음허하기 쉽기 때문에 보음하는 식품이 좋다. 곡류를 예로들면 보리, 팥, 녹두 같은 것이다.
태양인도 소양인처럼 더운 식품보다는 생랭한 식품이 맞다. 소양인은 소화기능이 원체 왕성해서 지방질이 많은 음식도 가리지 않으나, 태양인은 담백한 음식이 좋다. 지방질이 적고 자극성이 적은 밋밋한 식품이 적합하다.
태양인은 간 기능이 약하므로, 칼로리가 높고 고단백의 중후한 식품을 즐겨 먹으면 간에 부담을 주어 간염과 같은 질병이 생길 수도 있다. 태음인은 상초가 허약해서 호흡기, 순한기 계통에 병이 올 수 있는 체질이다. 대체로 몸이 비대한 편이므로 고혈압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중풍과 같은 병에 걸릴 수 있는 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허약한 폐의 기능을 보호해줄 수 있는 식품이 좋다.
지방질이 많은 식품은 좋지 않고 고단백의 중후한 식품이 어울린다. 그러나 과식하는 습관이 있어 비만이 되거나 고혈압과 변비가 되기 쉬운 체질로, 자극성있는 식품이나 지방질이 많은 음식은 피해야 하며, 태음인 식품이라 하더라도 과식을 피하고 항상 운동이나 목욕을 자주 하고 땀을 자주 내어 비만이 되지 않도록 유의하고, 특히 변비의 습관을 없애는 식생활이 필요하다.
체질별로 적합한 곡물, 육류, 해물, 야채, 과일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태양인
태양인은 기가 청평소담(담백함)한 음식이나 간을 보하고 음을 생하는 식품이 맞다. 특히 지방질이 적은 해물류나 소채류가 좋다.
- 곡류: 모밀, 냉면.
- 해물: 새우, 조개류(굴, 전복, 소라), 게, 해삼, 붕어.
- 채소: 순채나물, 솔잎.
- 과일: 포도, 머루, 감, 앵두, 모과, 송화(가루).
(해로운음식)
맵고 성질이 뜨거운 음식이나 지방질이 많은 음식은 부담을 준다.
(2) 소양인
비위(소화기)에 열이 많은 체질이기 때문에 싱싱하고 찬 음식이나 소채류, 해물류가 좋고, 음허하기 쉽기 때문에 음을 보하는 음식이 좋다.
- 곡류: 보리, 팥, 녹두.
- 육류: 돼지고기, 계란, 오리고기.
- 해물: 생굴, 해삼, 멍게, 전복, 새우, 게, 가재, 복어, 잉어, 자라, 가물치, 가자미.
- 채소: 배추, 오이, 상추, 우엉(뿌리), 호박, 가지, 당근.
- 과일: 수박, 참외, 딸기, 바나나, 파인애플.
- 기타: 생맥주, 빙과.
(해로운 음식)
고추, 생강, 파, 마늘, 후추, 겨자, 카레등 맵거나 자극성 있는 조미료, 개고기, 닭고기, 노루고기, 염소고기, 꿀, 인삼.
(3) 태음인
일반적으로 체구가 크고 위장기능이 좋은 편이어서, 동식물성 단백질이나 칼로리가 많은, 맛이 중후한 식품이 태음인 음식으로 좋다.
- 곡류: 밀, 콩, 고구마, 율무, 수수, 땅콩, 들깨, 설탕, 현미.
- 육류: 쇠고기, 우유, 버터, 치즈.
- 해물: 간유, 명란, 우렁이, 뱀장어, 대구, 미역, 다시마, 김, 해조류.
- 과일: 밤, 잣, 호두, 은행, 배, 매실, 살구, 자두.
- 채소: 무우, 도라지, 당근, 더덕, 고사리, 연근, 토란, 마, 버섯.
(해로운 음식)
닭고기, 개고기, 돼지고기, 삼계탕, 인삼차, 꿀, 생강차.
(4) 소음인
소화기의 기능이 약하여 위장장애가 오기 쉬우므로, 자극성 있는 조미료나 따뜻한 음식이 좋다. 지방질 음식이나 찬 음식, 날음식(생랭한음식)은 설사를 유발하기 쉽다.
- 곡류: 찹쌀, 차조, 감자.
- 과일: 사과, 귤, 토마토, 복숭아, 대추.
- 육류: 닭고기, 개고기, 노루고기, 참새, 꿩, 양젖, 염소고기, 양고기, 벌꿀.
- 해물: 명태, 도미, 조기, 멸치, 민어, 미꾸라지.
- 채소: 시금치, 양배추, 미나리, 파, 마늘, 생강, 고추, 겨자, 후추, 카레.
(해로운 음식)
냉면, 참외, 수박, 냉우유, 빙과류, 생맥주, 보리밥, 돼지고기, 오징어, 밀가루 음식 (특히 라면)
2. 차
우리는 전래의 차보다는 커피나 코코아와 같은 외래의 차를 많이 마시고 있다. 아마 자동판매기 따위에서 쉽게 구해 마실 수 있는데다가, 서양문물이라면 무턱대고 좋아보이는 습관들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건강을 생각해서 카페인이 많은 외래차보다 전통차를 찾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전통차라고 무조건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니 자기 체질에 맞는 차를 마셔야 하겠다.
차를 마시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서 매운 맛, 단 맛, 쓴 맛, 구수한 맛, 떫은 맛 등 즐기는 맛이 다양한데, 기왕이면 맛도 기호에 맞고 성질도 체질에 맞는 차를 집이나 직장에 장만해두고 마시면 좋겠다.
태양인에게는 모과차가 좋다. 모과차는 시큼하고 씁쓰름한 맛이 은근히 좋다. 기운이 없고 권태가 오거나 매사 의욕이 없고 피로할 때 모과차는 좋은 효과가 있다. 신경성에서 오는 소화 불량이나 두통에도 좋다. 그밖에 감잎차나 오가피차도 도움이 된다.
소양인은 구기자차가 좋다. 구기자는 맛이 달면서도 씁쓸한 맛을 내는데, 처음 마시는 사람은 별로 내키지 않는 맛일지 모른다. 그러나 소양인은 뜨거운 차 종류보다는 당근즙이나 녹즙 같은 것이 좋다. 특히 인삼차, 꿀차, 쌍화차 등은 좋지않다.
태음인은 들깨차, 율무차, 칡차가 좋다. 시중에서 파는 율무차는 보통 율무와 들깨가 섞여 있는데, 둘 다 태음인에게 적합한 곡물이므로 그것을 사서 마시면 충분하겠다. 칡은 갈근이라고 하는데, 맛이 다소 씁쓸하면서 단맛이 좋다. 해열과 발한 작용이 있어서 감기약 처방에 대표적으로 들어가는 약재이다. 달여서 차로 마셔도 되고 생즙을 내어 마셔야 된다. 생즙은 숙취에도 효과가 있다.
소음인에게는 좋은 차가 많이 있다. 계피차, 인삼차, 생강차, 꿀차, 쌍화차 등이 소음인에게 좋은 차들이다.
겨울철에 뜨거운 계피차를 마시면 발한과 구풍작용이 있어 감기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계피 15그램에 묵은 대추 5-10개와 생강 3그램을 넣어 끓이면 5, 6명이 마실수 있는 계피차가 된다. 여기에 기호에 따라 적당히 꿀이나 설탕을 넣어 마신다. 인삼차는 시중에 파는 것을 써도 좋고, 백삼이나 수삼에 대추를 넣고 달여서 마셔도 좋고, 또 거기에 꿀을 타서 마셔도 좋다.
3. 체질과 질병
병은 한 가지라도 치료법은 무수히 많다. 어떤 치료법이 어떤 사람에게는 잘 듣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는 경우는 아주 흔히 볼 수 있다. 요는 건강법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만병통치식의 방법은 있을 수 없고, 사람마다, 체질마다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흔히 체질은 변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체질개선`이라는 말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체질개선이라고 할 때의 체질이란 알레르기 체질, 선병질의 체질, 다혈질과 같은 체질을 말하는 것이고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태소음양인의 사상체질과는 관계가 없다.
사상의학에서는 체질에 관해서 세 가지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첫째, 체질은 평생변하지 않는다는 원칙 (체질 불가변의 원칙), 둘째, 네가지 체질 이외에 다른체질은 있을 수 없다는 원칙 (예외 인정 불허의 원칙), 셋째, 각자의 체질에 해당하는 약물이 아니면 쓰지 않는다는 원칙 (약물 혼용 불가의 원칙), 이 세 가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체질에 따라 생리, 병리는 물론 심성까지도 일정한 유형을 나타낸다. 따라서 질병을 치료할 때나 허약한 체질을 개선하려고 할 때도 자연물의 소산인 약물이나 식품에서 그 특징을 잘 이용하여 체질을 보완한다면 가장 훌륭한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상 체질을 이용해서 음식이나 심신의 통제 등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양생법에 대해서는, 일반 사람들도 서도 쉽게 이해할 만하고 또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체질별로 병증을 구별하고 그 경과와 예후를 판단하고 또 정확한 처방을 구하는 것은 역시 전문적인 한의사들에게 맡겨야 한다.
(1) 태양인
태양인은 소변량이 많고 잘 나오면 건강하다고 하였으니, 소변이 잘 나오다가 잘 안 나오면 일단 병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태양인이 담백하고 생랭한 음식 대신 맵고 뜨거운 음식이나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먹는다면, 식도나 위장부위에 병이 올 수 있다. 하체가 원래 허약해서 서 있거나 걷는 것을 싫어하는데, 그렇게 하체를 운동시키지 않고 버려두면 하체에 병이 올 수 있다. 또 감정적으로 쉬이 분노를 터뜨리거나 지나치게 슬픈 감정을 간직하거나 하면 간장부위에 병이 생기기 쉽다.
태양인의 체질병증으로는 열격증, 반위증, 해역증 등이 있는데 증세가 중하기 전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열격증이라는 병은 음식물을 넘기기가 어렵고 넘긴다고 해도 위까지 내려가지 못해서 넘긴 후에 다시 토해내는 병이다. 이때 식도 부위에서 서늘한 바람이 나오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이런 증세가 있으면 중병이다. 위급한 것이다. 그러나 이때에 심한 열이 있고 몸이나 배가 아프고 배가 끓고 소리가 나며 설사, 이질 등의 증상이 있는 것은 열격증이 아니다.
반위증은 음식을 삼켜 넘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먹은 후에 명치부근이 그득하여 거북하고 수시간 후에 다시 토해내는 증상이다.
아침에 먹은 것을 저녁에 토하고 저녁에 먹은 것을 아침에 토한다고 하였다. 현대 의학적으로 얘기하면 위암, 위무력, 유문협착 등의 병에서 볼 수 있는 증상이다.
해역증은 권태감이 심하고 하체에 힘이 없어 다리가 풀리고 행보를 싫어하는 병이다. 그렇다고 다리가 마비되었거나 붓고 아픈것이 아니며 오한이나 발열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리힘 자체가 없어서 행보를 못하는 것이 아니고 요척에 병이 생겨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태양인의 대변이 순조롭게 나오고 덩어리가 크고 양이 많으면 건강하다. 소변이 양이 많고 자주보면 건강하다. 얼굴 빛은 희면 좋고 검어서는 좋지 않다. 살갗은 말라야 좋고 살이 찌면 좋지 않다. 명치 밑에 딴딴한 덩어리가 있는 것도 좋지 않다. 그 덩어리가 작으면 가벼운 병이나, 클수록 중한 병이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태양인의 병리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약리도 알려진 바가 적어서 이제마는 단방약 명 가지와 처방 두 가지를 알려주고 있을 따름이다. 후세에 연구하는 사람들이 태양인은 간장질환, 소화불량, 식도협착, 식도암, 위암, 상기, 각약, 안질 등에 잘 걸린다고 하고 또 새로운 처방들을 연구하여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2) 소양인
소양인은 대변이 잘 통하면 건강한 상태이다. 대변이 잘 나오면 병이 없다고 생각해도 좋으며, 설령 약간의 병세가 있더라도 곧 치유될 것이다. 반대로 다른 증세가 없더라도 대변이 잘 나오지 않으면 병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특히 대변이 이삼일 나오지 않은 정도인데도 못 견디게 가슴이 답답하고 고통스러우면 중병이니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소음인이 설사가 멎지 않으면 아랫배가 얼음장처럼 차지는 증세를 보이는 데 비해 소양인이 대변이 오래 불통되면 반드시 가슴이 뜨거워지는 증세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나쁜 열이 내려가 배출되지 못하고 가슴에 뭉쳐버리기 때문이다.
소양인은 비뇨기, 생식기의 기능이 허약하다. 그래서 방광이나 신장등 배설기관에 질병이 되기 쉽다. 허리와 다리가 약해서 척추나 고관절 등에 이상이 생겨 요통으로 고생하는 수가 있다. 몸에 열이 많아서 여름을 타고,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면 피부에 발진이 돋는 경우가 있다.
소화기능은 좋은 편이므로 음식에 별 구애받지 않고 위장병에 걸리는 일도 드물지만, 성격이 급하므로 음식을 너무 급히 먹지 않도록 한다. 음인의 병은 진전이 느리다. 병이 진행되는 것도 느리고 낫는 것도 느려서, 병이 갑자기 악화되지 않는 대신, 이미 병세가 나타나면 그리 쉽게 낫지도 않는다. 반대로 양인은 병이 오는 것도 빠르고 가는 것도 빠르다. 급성화되기 쉬운 대신, 낫기 시작하면 빠르게 호전된다. 소양인의 병증은 화와 열로 인한 것이어서 진전이 빠르므로, 초기 병이라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도록 한다. 특히 두통이나 변비가 동반되면 유의해야 한다.
소양인의 병 상태를 파악하는 데는 대변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대변에 처음 나오는 부분은 건조하고 뒤는 다소 무르며 잘 빠져나오면 건강한 것이다. 묽은 쾌변을 한두 차례 많은 양 보고 그 뒤에 묽은 변을 누지 않으면, 병이 있다가 회복되는 것이다. 하루 한두 차례 묽은 변을 보는 정도는 병세가 악화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며, 하루 이상 변을 보지 못하거나 하루에 3--5차례 조금씩 설사를 하는 것은 장차 대변이 불통될 징조이니 좋지 않다.
소양인이 간간이 코피가 나고 침이나 가래에 피가 섞이면,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이를 토혈로 간주해야 한다. 또 입안에 차가운 침이 거슬러 올라오면 구토가 아니더라도 구토로 간주 한다. 이 두가지(구토와 토혈)는 중병에 속하는 것이니 반드시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 또 부종(붓는 것)도 진전이 빠르므로 급하게 치료해야 한다.
소양인의 병 치료에서 손바닥, 발바닥에 땀이 나면 병이 풀릴 징조로 본다. 그러나 비록 전신에 땀이 나더라도 손바닥, 발바닥에 땀이 나지 않으면 병이 낫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소양인의 병리나 약리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므로, 체질약을 사용하기 용이하다.
(3) 태음인
태음인은 땀구멍이 잘 통하여 땀이 잘 나면 건강하다. 땀이 많이 나는 것은 보통 몸이 허한 증상으로 생각하고 걱정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건강한 증거이니 안심해도 좋다. 몸이 찌뿌등할 때 운동하고 목욕해서 땀을 내면 몸이 상쾌해진다.
꺼꾸로 땀이 나지 않으면 병이 아닌가 의심해 보아야 한다. 피부가 야무지고 단단하여 땀이 안 나오면 병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한다.
태음인은 호흡기와 순환기 기능이 약해서 심장병, 고혈압, 중풍, 기관지염, 천식 등에 걸리기 쉽다. 또 습진, 두두러기와 같은 피부질환이나 대장염, 치질, 노이로제 등도 유의해야 할 질병으로 꼽는다.
소양인은 먹은 만큼 곧 소화해 버리는 성격이나 태음인은 식사를 많이 하는 것에 비해 활동이 적어서 비만하거나 변비가 생기기 쉽다. 항상 움직이고 땀을 내어 비만해지지 않게 하고 변비를 막는 식습관을 길러야 한다. 태음인은 간에 울혈이 생기기 쉽고 이 울혈이 소장에 영향을 주어 대변이 말라붙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변비는 태음인에게 흔히 오나 그다지 대수롭지는 않은 증상이다. 그러나 설사병이 생겨 소장의 중초가 꽉 막혀서 마치 안개가 낀 것 같이 답답하게 느껴지면 중병이다.
얼굴빛으로도 병의 경중을 판단할 수 있는데 태음인의 얼굴빛이 푸르고 희면 조열이 많지 않은 것이고, 얼굴 빛이 누르거나 검붉으면 간에 조열이 있고 폐가 건조한 것이니 조를 치료해야 한다.
태음인의 병은 발산과 통변이 치료의 요령이다. 간의 조열이 병의 원인이기 때문에 땀을 흘리게 하고 변을 내보내서 조를 풀면 병이 낫는다. 땀을 흘리게 하는 것이 치료의 한 목표가 되는데, 이마, 눈섭, 뺨의 어디에서 나오든지 땀방울이 굵고 다소 오래 있다가 들어가야 정기가 강하고 사기가 약한 땀이어서 상쾌한 땀이지만, 만일 땀방울이 적고 금방 들어가면 정기가 약하고 사기가 강한 땀 이어서 좋지 않다.
태음인의 병리와 약리에 대해서는 태양인의 경우만큼은 아니라도 비교적 적게 알려져 있는 편이다. 태양인은 사상인 중 가장 숫자가 많은 만큼 앞으로 약리에 대해 많은 연구가 요청된다.
(4) 소음인
소음인은 음식 소화만 잘되면 건강하다. 소화가 안되고 명치끝이 아프고 더부룩해서 항상 얼굴표정이 어두운 사람은 소음인이 많다. 먹는 양도 적고 빙과류같이 찬 것이나 생맥주 같은 것을 먹으면 설사하기 쉽다.
장에서 잘못되어 설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위가 견디지 못해 설사를 하는 것이다. 위장계통의 질병이 소음인의 대표적인 질병이다.
소음인은 비대하지 않고 몸이 차므로 땀을 많이 흘려서는 안되는 체질인데, 만약 땀이 많이 나오면 병이 생긴 증거이다. 무리한 운동으로 땀을 많이 내면 기력이 달리고 몸이 더욱 차가워져서 병이 생기기 쉽다.
소음인은 비위가 허약한데 이로부터 비롯되는 병이 많다. 다른병이 있더라도 비위가 별탈이 없으면 크게 염려할 바가 없으니, 소음인의 병은 어떤 병을 불문하고 땀이 많지 않고 물을 잘 마실 수 있으면 큰 병이 아니다. 소음인 병에 길한 증상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인중에 땀이 나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물 마시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것이라고 하였다.
물을 잘 마실 수 있으면 비장에 양기가 충분히 있어서 병이 어렵지 않게 나을 수 있다고 본다.
소음인 병에 위급한 증상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열이 나면서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맑은 물같은 설사를 하는 것이다. 소음인이 설사를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설사를 한 달에 두세 번 하더라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하루에 네댓 번 설사를 하거나 혹은 사흘 내리 설사를 하거나 하면 매우 중한 증세이다. 설사가 아니라 굳은 변이라도 하루에 서너 차례 변을 본다면 가벼운 증세가 아니다.
소음인에게 인후의 병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인후의 병은 비록 중하다 하여도 완만하고 치료할 수 있으니 그리 염려할 만한 것은 못된다. 그러나 계속 방치할 수는 없으니 적절한 치료는 요한다.
소음인의 생리, 병리에 대해서는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좋은 처방들이 많이 제시되고 있으므로 치료하기 용이하다.
4. 체질에 맞는 약재와 보약
사상의학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일반 한의학에서 쓰는 방법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원래 한의학은 신농 씨의 (본초), 황제의 (내경), 장중경의 (상한론), 주굉의 (활인서)등을 거쳐 발전해왔고, 우리나라에서는 허준의 (동의보감)으로 동의학의 집대성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제마가 사상의학에서 제시한 병증이론과 치료법은 부분적으로는 이들 증치의학과 일치하는 점이 있어서, 체질병증이라는 관점에서 이것을 계승하고 단점을 보완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병증을 보는 관점이나 그 치료방법이 증치의학의 허실보사라는 원칙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특히 체질별로 쓰는 약재가 정해져 있어서, 맞지 않는것은 처방에 포함할 수 없다.
이제마는 약재의 성질에 따라 각 체질에 맞는 것과 해로운 것을 구분하고, 또 송, 원, 명 대에 의사들이 저술한 저서에서 각 체질에 맞는 처방을 골라서 분류한 뒤 적합한 것이 없는 것은 스스로 적지 않은 처방을 창안하여 남겨 두었다.
그러나 이제마가 말하기를 소음인에 대해서는 병증이나 약리가 거의 밝혀져 있으나 소양인, 태음인, 태양인 순서로 그 밝혀진 바가 적고, 특히 태양인에 대해서는 병증과 약리가 밝혀진 바가 거의 없다고 하고 있다.
체질에 따라 적합한 약물이 있고 해로운 약물이 있기 때문에 인삼, 녹용이 좋다는 말만 듣고 아무에게나 쓰다가는 아무런 소용도 없거나, 심한 경우에는 병을 크게 악화 시키기도 한다. 보약을 잘못 써서 심한 부작용을 일으킨 경우는 주위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흔히 누구에게나 좋은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인삼이나 녹용과 같은 보약도 체질에 맞추어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만다.
태양인의 질병을 치료할때는 태양인은 양이 많고 음이 적으므로 음을 없애지 말고 양을 사하여 음을 보하는 것을 위주로 한다. 태양인은 서있는 자세가 외롭고 다리가 허약한데, 여기서 오는 병에는 오가피, 소나무 마디 등을 쓴다. 태양인의 대표적인 병은 열격, 해역, 반위 등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모과, 포도뿌리, 다래, 합조개, 붕어, 순채나물 등을 쓴다.
태양인은 폐대간소한데, 간의 약으로는 채소, 과일, 조개류를 써서 보한다.
태양인에게 좋은 보약재로는 오가피, 모과, 다래, 솔잎, 붕어 등이 있다.
소양인의 병은 양이 많고 음이 적으므로 음을 실하게 하고 양을 사하고 음을 보하는것을 위주로 치료한다. 소양인은 비가 크고 신이 작은데, 신의 기운을 왕성하게 하는것과 관련된 약재는 숙지황, 산수유, 복령, 지모, 택사, 목단피, 황백, 과루인, 강활, 방풍, 황련, 저령, 생지황, 석고 등이 있다. 맞지 않는 약물이나 음식, 즉 닭고기 (열독으로 발진이 생길 수 있음), 부자, 인삼 (열이 나고 독이 오를 수 있음), 조각 (구역이 날 수 있음), 침향 (구갈을 일으킬 수 있음)등은 처방에서 제외시킨다.
태음인은 본래 피가 탁하고 기가 삽하기 (깔깔하기)때문에 항상 소변과 대변을 잘통하게 하여 치료한다. 태음인은 간대 폐소인데, 폐의 기운을 보하는 것과 관련된 약재로는 맥문동, 오미자, 산약, 질경 (도라지), 우황, 황금, 상백피, 행인, 마황, 의이인, 황율, 웅담, 원지 등이 있다.
감수(가슴이 조이고 답답하고 아플수 있음),계지 (발진이 생길 수 있음), 영사(구갈이 날 수 있음), 석고(손발이 궐랭하게 될 수 있음), 시호(땀이 나고 멎지 않을 수 있음), 황백(소변이 막혀 나가지 않을 수 있음)등은 태음인의 약재가 아니므로 쓰지 않는다.
태음인에게 좋은 보약재로는 녹용, 웅담, 오미자, 맥문동, 갈근 등이 있다.
소음인의 병은 혈이 빠지고 기가 패하기 쉬우므로 덥게 보하는 것을 위주로 치료하는 것이 요령이다. 소음인은 신대비소인데, 비의 기운을 돋우는 것과 관련된 약재로는 인삼, 백출, 감초, 당귀, 천궁, 관계, 진피 (귤껍질), 백작약, 도인, 행화, 포부자, 목향, 정향, 향부자 등이 있다.
갈근(딸국질을 나게 할 수 있음), 감수(구갈이 나고 설사가 날 수 있음), 모밀(부기가 날 수 있음), 대황(설사가 날 수 있음), 영사(기가 거슬러 올라 손발이 싸늘하게 될 수 있음), 마황(구갈과 땀이 많고 오한이 날 수 있음), 석고(가래가 성하고 설사가 날 수 있음), 수은(배가 아플 수 있음), 사군자(딸국질이 날 수 있음), 쇠고기(설사가 날 수 있음), 시호(땀이 많이 날 수 있음), 돼지고기(위장적체나 졸도의 위험이 있음), 황백(구역이 날 수 있음), 황련(머리가 아플 수 있음) 등은 소음인에게는 쓰지 않는다.
소음인에게 좋은 보약재로는 인삼, 부자, 황기, 계피, 당귀 등이 있다.
우리에게는 보통 `병=약` 하는 식으로, 병은 약을 쓰지 않으면 치료가 안된다는 고정관념이 너무 강하게 뿌리박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치심치병하고 생활섭생에 유의 해서 병을 치료하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귀에 잘들어오지 않는다. 몇 첩의 약으로 병이 낫는 것만을 기대하는 것이다.
사상의학에서 보면 이런 사고방식은 그릇된 것이다. 생활태도가 잘못되고 자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당장 하나의 병은 어찌어찌 나았을지라도 곧 다른 병이 걸릴수 있으며, 더구나 장수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니 결코 완전한 치료가 되지 못한다.
원래 사상의학에서는 증과 병을 구별하여 병이 아닌 증에는 약물을 쓰지 않고 또 약한 병에 중한 약을 쓰지 않는 것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일상적인 양생법으로 건강을 얻는 것이라 생각하고 약물을 섣불리 쓰지 않는 것이 좋다.
5. 감정을 다스려 건강을 얻는다.
옛날 의사들은 사람의 마음에서 생기는 사랑, 미움, 욕구,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이 치우쳐서 병이 된다는 것을 모르고 단지 마시는 것과 먹는 것으로 인해 비위가 상하거나 또는 외부의 나쁜 기운, 즉 풍, 한, 서, 습등에 접촉해 사기가 침범해서 병이 된다고만 생각했다.
사상의학에서는, 외적 요인이 병의 원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똑같이 먹고 똑같은 기후에 살고 있어도 어떤 사람은 병이 있고 어떤 사람은 병이 없는 것을 보아도, 단지 외적인 요인만으로 병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먹는 것을 예로 들면, 본래 위장이 냉하고 약한 체질의 사람이 찬 음식을 먹으면 소화불량을 일으키지만, 비위가 튼튼한 사람은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런데 사상의학에서는 비위가 약하다. 순환기나 호흡기가 약하다 하는 것이 단순히 육체장부만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폐비간신의 사초의 장부와 애노희락의 감정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부의 대소가 애노희락의 감정이 적당한가 과다한가에 의해 좌우되고, 거꾸로 애노희락의 감정의 과다가 장부를 상하게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부의 병을 다스리려면 단지 장부의 기운을 다스리면 족한 것이 아니고,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 사상의학에서는 마음을 다스려 병을 다스리라고 하였으니, 우선은 자신의 성정을 다스리는 것이 병을 예방하는 길이요 치료하는 길이다.
태양인은 노여움과 슬픔을 경계해야 한다. 태양인은 성을 낼 때 노여운 감정이 서서히 증폭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분노를 터뜨리고 또 곧 가라앉히고 한다. 성을 내는 것이 분노를 터뜨린다는 표현이 꼭 맞게 광포한데, 그러고선 또 금방 진정된다.
이렇게 분노를 급히 터뜨렸다가 또 급히 거두면 간이 상하게 되므로 노여움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여움이 치솟을 때는 잊지 말고 심호흡을 한번 해보도록 해라. 그런 습관을 길러두면 노여움의 열기가 순식간에 뒷머리까지 치솟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별것 아닌 것 가지고 화내려 했다는 것을 금방 깨닫는 성격이기 때문에 곧 진정될 수 있다.
태양인은 슬픈 일을 당해도 그 때문에 너무 마음을 써서는 안된다. 오히려 화나는 일을 당했을 때처럼 곧 슬퍼하고 곧 잊어버릴 수 있어야 한다.
태양인은 슬픔을 준 사람이나 사건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지 못하고 너무 깊이 간직해서 그 때문에 내장을 상하게 된다. 너무 깊이 슬픔을 간직하면 그 때문에 화나는 일을 당했을 때 분노의 감정이 더욱 거칠게 된다.
이처럼 태양인은 급격한 노여움과 깊은 슬픔을 억누르면 내장이 튼튼해져 건강해지지만, 그렇지 못하면 급격한 슬픔과 깊은 슬픔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서 병이 생기게 된다.
소양인은 이와 반대로 감정적으로 터뜨리는 것은 슬픔이요 깊이 간직하는 것은 노여움이다. 소양인이 슬픈 일을 당하면 극히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슬픔이 북받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러나 슬픔이 오는 것이 급한 만큼 슬픔을 그치고 진정하는 것도 빠르다. 이렇듯 급격히 슬픈 감정에 휩싸이고 또 금방 진정하게 되면 신을 상하게 된다.
소양인은 화나는 일이 있어도 그 때문에 너무 마음을 써서는 안된다. 오히려 자신이 슬퍼하는 방식처럼 얼른 슬퍼하고 얼른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소양인은 화를 내게 한 사람이나 사건을 잊어버리지 못하고 가슴깊이 노여워하는 유형이다. 오히려 슬픔은 밖으로 터뜨리고 노여움을 안으로 삼키는 편이 좋을 것이다. 너무 깊이 노여움을 간직하면 그로 인해 내장을 상할 뿐만 아니라, 슬픈 일을 당할 때 슬픔의 감정이 더욱 커지게 된다.
태음인은 너무 쉽게 즐거움에 빠지고 또 금방 즐거움이 사라진다. 이처럼 즐거움이 격동하기 쉬워서 자주 즐거워 깔깔거리다가 금방 새침해져서는 폐가 상하기 쉽다. 즐거운 일이 생겨도 좀 체격답게 무덤덤하게 자중하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이다.
태음인은 즐거움은 쉽게 표출하고 쉽게 거두는 반면 기쁜 감정은 가슴 깊숙히 간직하는데, 오히려 기쁜 감정은 얼른 희열을 느끼고 그만 냉정할 일이다. 기뻐 들뜬 마음을 너무 깊이 간직하면 내장을 상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더욱 쉽게 즐거워하게 되는 것이다.
소음인은 쉽게 쏟는 감정이 기쁨이고 깊이 간직하는 것은 즐거움이다. 기쁨은 물밀듯이 밀려온다는 표현같이 쏟아졌다가 이내 그치고 만다. 그처럼 쉽게 기뻐 흥분하는 일이 자주 있게 되면, 비를 상하게 될 것이다. 기쁜 일이 있다고 앞뒤 안 가리고 들뜨지 말고, 평소 침착한 성격대로 정말 기뻐할 만한 일인지 따져보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이다.
소음인은 즐거운 일을 당하면 그 즐거움을 금방 표출하는 것이 아니고 가슴 깊숙이 간직하는데, 오히려 기쁠 때처럼 감정을 숨기지 말고 반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너무 깊이 즐거움을 간직하면 내장을 상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기쁜 일을 당할 때 기쁨이 더욱 쉽사리 격동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태양인과 소양인은 항상 분노와 슬픔의 감정을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고 억지로 꾸며서 즐겁고 기쁜 척 가장해서도 안된다. 그렇게 거짓으로 즐겁고 기쁜 척하면, 그 마음이 진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 뿐더러 오히려 분노와 슬픔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태음인과 소음인은 항상 즐거움과 기쁨을 경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슬퍼하거나 성내는 일이 잦으면 그 마음이 진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즐거움과 기쁨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사서의 하나인 중용에서는, `희로애락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을 중이라 하고, 드러나되 절도에 맞는 것을 화라 한다`고 했다. 나면서부터 자기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것이 아니라, 항상 희로애락의 마음을 경계하고 반성함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 다스려지면 신체의 부조화는 저절로 조절된다.
6. 기질상의 단점을 극복하여 장수를 누린다.
어떤 사람은 매사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너무 적극적이어서 문제인 사람도 있다. 무슨 일이든 서둘러 급히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느릿느릿 굼뜨는 한없는 사람도 있다.
이와 같이 벗을 사귀고 일을 처리하고 살림을 살아가고 사람을 모으고 하는 여러가지 일을 하는 데에도, 사람마다 각기 일을 대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차이는 일종의 개성이기 때문에,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측면이 있다.
적극적인 사람은 그 적극성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장점이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단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소극적인 사람이라고 그 소극성이 단점만 되는 것이 아니라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느 한 측면에만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것이다. 일을 망칠뿐만 아니라 더불어 건강을 망치게 된다.
적극성의 측면에서 극단적인 체질은 태양인과 소음인이다. 태양인은 적극성이 지나치고 소음인은 소극성이 지나치다.
태양인은 어떤 일이고 승리할 생각만 떠오르고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적어서 어려움을 과소평가한다. 따라서 어려운 일을 착수하는 데 있어서 머뭇거리는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시급히 일을 추진해야 하는 경우 시기를 놓치는 바보짓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과단성이 일의 내용을 파악하고 난관에 대해 어떤 대비책이 있어서 생기는 적극성이 아니고, 자신이 실패할 리가 없다는 식의 일종의 만용과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이어서, 만약 예기치 못했던 사태에 봉착하면 어떤 대응도 못하고 만다. 충분히 일을 파악하지도 못했거니와 변화에 따른 유연성도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태양인이 일에서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일을 서둘러도 좋으나, 그 일이 자기 능력에 비교해서 아주 대수롭지 않은 정도의 것에 한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일을 착수하기 전에 한걸음 물러서서 충분히 조사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다.
태양인이 보기에는 아주 안전한 일로 보이는 것조차 소음인은 조바심을 친다. 소음인은 충분히 승산이 있는 일만 하려하고, 안전성이 확실한 방법만을 채택하려고 한다. 승산의 가능성을 몇 번이고 저울질해 보고서야 비로소 착수한다. 더 나아가 착수한 뒤에도 계속 잘못하는 일이 없는지 끊임없이 전후좌우 살피고 걱정을 해가며 일을 추진한다.
이처럼 미리 많은 것을 따져보고 충분히 대비한 뒤에 일을 할 뿐 모험을 피하기 때문에 소음인은 실패할 가능성이 적으나, 그 성공은 작은 성공에 그치고 `크게 한 건`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또 너무 이것저것 재보다가 시기를 놓치거나 손해를 입는 경우도 허다하다.
무슨 일에든 신중한 것은 좋으나 일에는 시기가 있는 것이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니 신중함도 지나쳐서는 안될 것이다. 실패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일을 망칠 뿐만 아니라, 머리에 바윗덩어리를 올려놓은 것 같아서 건강을 망치고 말 것이다.
소양인과 태음인은 적극성이나 소극성의 측면에는 그다지 극단적인 성격은 아니나, 일을 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끈기의 면에서는 서로 대조적인 성격이다. 소양인은 시작만 좋아하고 끈기가 없는 성격이 너무 지나치고, 태음인은 새로 무슨 일을 시작한다는 것을 아주 번거롭게 여기나 일단 하고 있는 일에는 지치지 않고 아주 끈기있게 달라붙어 마무리짓는다.
소양인은 마무리지을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일을 벌이지 않는 습관을 들여야 하고, 일단 시작한 일은 다소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극복하고 중단하지 않는 끈기를 길러야 할 것이다. 일을 잘 벌이나 시작하자마자 싫증 반 어려움 반으로 그만두고 또 다른 일을 찾아 벌이고 하는 일이 자주 있게 되면, 어느 일이고 성공하는 일이 하나도 없게 될 뿐만 아니라 건강을 해치게 될 것이다.
태음인은 일을 새로 시작한다는 것에 너무 두려움이나 번거로움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잘 알고 있는 일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또 끈기있게 하지만, 모르는 일은 무조건 어렵게만 느끼고 두려워한다면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남이 하고 있는 생소한 일이나 그게 그거라고 생각해야 한다. 처음 배울 때만 어렵고 귀찮을 뿐 곧 익숙해지는 것이다.
태양인이나 소음인은 일의 끈기라는 면에서는 그렇게 두드러진 성격이 아니다. 일을 시작하는 자체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고, 또 일단 시작한 일에 어느 정도의 지구력은 있다.
거칠고 강한 남성적인 성격과 부드럽고 연약한 여성적인 성격에 대해서 보면, 역시 태양인과 소음인은 대조적이다. 태양인은 남성적인 성격이 지나쳐서 여성적인 성격이 없고, 소음인은 여성적인 성격이 지나쳐서 남성적인 성격이 없다. 매사에 음과 양을 겸해야 조화스러운 것인데,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일도 망치고 건강도 망친다.
태양인은 남자든 여자든 원래 남성스러운 것이 그답게 어울리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여성스러움도 보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소음인은 여자든 남자든 여성스러운 것이 그답게 어울리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남성스러움을 보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소양인과 태음인은 남성적인 성격과 여성적인 성격을 어느 정도 함께 갖추고 있어서 어느 한쪽으로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소양인은 겉을 중시하고 태음인은 안을 중시하는 차이가 있다.
소양인은 자기 일보다 남의 일에 신바람을 내고, 실속있는 일보다 남이 알아주는 것을 기뻐하고, 집안일보다 동네 일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이에 비해 태음인은 너무 실속을 중시해서, 자기 일만 제일로 알고 명분이나 허명을 얻는 일에는 관심이 없어 욕심이 많아 보인다.
태양인이나 소음인은 이 점에서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자기 실속에도 어느 정도 관심이 있고 남의 일이라고 소닭보듯 하지는 않는다. 이와 같이 사상인은 원래 기질적으로 성격상 치우침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장점이 되기도 하고 또 그로 인해 일이 잘못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그런 기질로 인해 마음에 취약점이 있어서 그 취약점을 잘 다스리면 건강을 유지하고 장수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더욱 편중되면 건강을 해치고 오래 살지 못한다.
태양인은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하는 남성적인 성격이다 보니 항상 조심성이 있는데, 한걸음 물러서는 자세로 이 조급성만 안정시키면 오래 살 수 있다.
소양인은 끈기가 없어 일을 그만두길 잘하고, 실속이라곤 없다 보니 두려움이 떠나질 않는데, 밖으로만 눈을 돌리지 말고 안을 살피는 자세로 두려운 마음을 안정시키면 오래 살 수 있다.
태음인은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고 바깥 일을 안하는 버릇을 하다 보니 겁이 많은데, 바깥을 살피는 자세로 겁심을 안정시키면 오래 살 수 있다.
소음인은 제자리에 있으려고만 하고 또 여성적인 성격이다 보니 항상 무언가 잘못되지 않나 하여 마음이 항시 불안한데, 한걸음 나서는 자세로 이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면 오래 살 수 있다.
7. 적합한 운동
공해가 심해지고 현대병이 많아져서인지 요즘은 전례없이 건강에 관심이 높다. 건강식품 산업이 호황을 누리다 못해 사회 문제화되기까지 한다. 약수터마다 장사진을 치고 새벽이면 조깅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저마다 건강법에 대해 지론이 있어서 각기 실천하고 있은 것이다. 혹시 자기에게 맞는 운동방법을 고르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 조언이 참 여러가지다.
어떤 사람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조한다. 운동이란 모름지기 바벨이라도 들고 땀을 뻘뻘 내며 해야 운동다운 운동이 되는 것이며, 그래야 온몸의 노폐물이 다 빠져 나간다는 그럴듯한 이유까지 대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수영이 최고라고 극찬한다. 전신운동이며 단시간 내에 운동량도 크고, 물의 부력을 받기 때문에 육상에서 하는 같은 양의 운동에 비해 몸에 무리가 훨씬 적다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조깅이 제일이라고 한다. 인간은 원시 수렵시대 때부터 생존을 위해 뛰어왔고 본래 뛰어다니도록 신체구조가 되어 있는데, 자동차 문화가 생기면서부터 신체의 모든 불균형이 초래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정도는 비교적 들어볼 만한 얘긴데, 거꾸로 운동 무용론자도 있다.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고 경험상 아침운동을 해보아도 식욕이 오히려 떨어지고 하루종일 피곤하기만 할 뿐이더라는 것이다. 정 불안하면 국민보건체조나 하는 것이 어떠냐는 충고를 덧붙인다.
이렇게 여러가지 주장들을 듣고 있으면,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도무지 판단이 안 선다. 그러면 도대체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모두 옳은 얘기라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건강법은 없으며 자신의 신체적 특성에 알맞은 운동법을 골라야 할 것이다.
태음인이라면 운동량이 많은 것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태음인은 왕성하게 먹어대는 만큼 왕성한 신체활동으로 먹은 것을 내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 일만 실속있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제 몸도 실속있게 챙기는 성격이라, 음식 욕심도 많아서 몸이 너무 비만해질 위험이 있다. 충분한 운동으로 땀을 많이 내면 비만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태음인은 평소에 땀이 많으면 건강하다는 증거인데, 운동을 충분히 해서 땀을 많이 흘려 내놓으면 건강에 유익하다.
바벨 같은 것을 사용하여 힘이 많이 드는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조깅 같은 것을 하더라도 시간을 길게 하고 속도를 주어 운동량을 충분하게 하여야 한다.
이와 반대로 소음인은 너무 격렬한 운동법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느 운동이든 기진맥진할 정도로 해서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운동이 오히려 식욕을 떨어뜨리고 피곤하게 할 뿐이더라는 앞에서 말한 운동무용론자는 아마 소음인으로서, 자신의 신체조건에 비해 운동량이 많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소음인은 원래 기력이 부족해서 항상 과로하여 탈진하는 것은 금기시해야 한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체력소모가 많지 않는 운동법을 택하도록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것을 해서 강철 같은 몸을 만들고 근력을 강하게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신체 각 부위를 골고루 활동시켜 주고 적당한 근력을 유지하여 자세를 유연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이 좋다. 체조나 조깅 같은 부담없는 운동을 하여도 좋고, 동작이 빠르고 체력소모가 많은 운동, 예컨대 테니스 같은 운동을 시간을 짧게 하여 꾸준히 하는 것도 좋다. 운동이 아니라도 체력소모가 심한 운동법, 예컨대 한증 같은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
태양인이나 소양인은 그 중간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소음인처럼 체력이 약하지는 않으나 태음인처럼 구태여 매번 땀을 줄줄 흘릴 때까지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는 스태미너의 측면에서 본 것이고, 그밖에 성격이나 기질에 따라 생각해볼 점들이 있다.
태음인은 승부욕이 강하지 않아서, 경기 자체는 재미있어 할지는 모르나 승부에는 큰 집착이 없다. 남을 이긴다는 것이 그다지 큰 기쁨을 주지 못하는 성격이다. 또 민첩함은 좀 떨어지지만 힘과 체력은 강한 편이다.
이에 비해 소양인은 지구력과 인내심은 좀 부족한 편이나 굳센 성품이고 행동이 재빠른 것이 장점이다. 승부욕도 있다.
그렇다면 태음인은 씨름이나 역도 같은 운동에 알맞은 체질이라고 생각될 것이고, 소양인은 권투나 탁구, 육상 같은 것이 적합한 운동이라 생각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사상의학은 운동선수로서의 적성이라는 문제에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다. 아마 운동선수에게 요구되는 것은 아주 복합적인 능력이어서, 체질만을 가지고 적합, 부적합을 따지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사상의학은 어떻게 하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는가에 흥미가 있을 뿐이다.
사상의학에서 보면 장점이란 어느쪽으로의 치우침이기 때문에, 달리 보면 그것이 또 단점을 결과한다. 자신의 장점이 있다는 쪽으로만 운동을 하면, 오히려 단점을 더욱 강하게 하여 나쁜 결과가 될 것이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길러주고 보완해줄 수 있는 운동을 겸하는 것이 바르다.
태음인은 씨름이나 역도를 하여 땀을 많이 내는 것을 중심으로 삼아야 하지만, 때로는 순발력과 민첩함을 요하는 운동을 하여 약점을 보완해야 하고, 소양인은 용맹스럽고 날랜 성품을 살리는 운동을 중심으로 삼아야 하지만, 때로는 지구력과 근력을 길러주는 운동을 하여야 한다.
구기종목 같은 단체경기를 할 때, 태양인은 물러설 줄 모르는 성격이어서 적극적인 운동에 맞고 또 공격수의 위치에 서는 경우가 많고, 소음인은 격렬한 경기는 싫어하고 또 수비수의 위치에 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신의 신체적 약점과 성격상의 단점을 보완하고 싶다면, 오히려 태양인은 수비수의 편에도 서보아야 할 것이며, 소음인은 오히려 공격에 적극 가담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밖에 태양인과 소양인은 상체는 발달해 있는 편이나 하체가 약하므로 하체를 단련할 수 있는 운동을 해야 하고, 태음인과 소음인은 하체는 발달해 있으나 상대적으로 상체가 허약하므로 상체를 단련할 수 있는 운동을 해야 한다.
8. 재능, 적성, 직업선택
남자라면 자고로 말술이라도 불사하고 쌀가마를 번쩍 들 줄 알아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요즘은 별로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숫컷은 용맹을 상징하고 암컷은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상징하는 것도 옛말이 된 것 같다. 농사짓고 고기잡고 망치 두들기는 것이 생업의 전부였던 시절에는 힘깨나 쓰는 것이 남자다움의 상징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것이지만, 요즘처럼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나 만지는 시대에는 힘이고 주먹이고 하는 것이 별로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되지 못한다. 남자라고 해서 옛날처럼 꼴베고 농사짓고 하는 일에 어릴 적부터 단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리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남자라고 누구나 근력이 세고 튼튼한 것도 아니다.
그런 결과 남녀의 차이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였다. 남녀간에 할 수 있는 직업의 구별도 거의 없어졌다. 예전엔 서로 금지구역이었던 상대편 성의 직업 분야에 서로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여자가 사업가라고 해서 호기심어린 눈초리를 보낼 것도 없고, 남자가 살림꾼이라고 해서 동정의 눈초리로 바라볼 필요도 없다.
성격은 남녀 차도 있지만 이보다는 체질 차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여성스런 남성이 있는가 하면 남성스런 여성도 있다. 부인의 내조를 충실히 해야 제격인 사람이 사업을 한다고 나서면 될 리가 없다. 종내에는 사업은 내 체질에 안맞아 운운하면서 포기하고 만다. 밖으로 뛰쳐나가 무언가를 추진하지 못해 안달인 여자를 집안에만 가두어놓으면, 여류사업가로 나서지 못한 한을 실내 도박장이라도 개설해서 풀려고 들기 때문에 결국 가정의 파탄을 가져올지 모른다.
옛날에는 직업이라고 해보아야 양민은 사농공상 네 유형에 불과하였으나, 현대의 직업은 너무도 많아서 벌어먹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이같이 직업이 다양하다 보니 적성이라는 문제에 많은 관심이 쏠리게 된다.
아마도 현재의 자기 직업에 만족을 느끼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직업은 단지 생계를 위한 자료를 마련하기 위한 수단의 의미에 그쳐서는 안되며, 자아의 실현에서 오는 보람과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이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의 재능을 전혀 살릴 수 없고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일하는 것 자체가 큰 고통이다. 먹고 살 다른 방법만 있다면 언제든지 그 직업을 내팽개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직업이 나에게 맞는 직업일까? 자신의 성격과 취향에 맞는 직업을 가지면 일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이 발휘될 수 있는 직업이라면 성취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어, 그럴 때마다 일에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직업과 관련해서 태양인의 성격 가운데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말이나 행동에 거침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생소한 일도 자신있게 임하므로 머뭇거림이 없고 행동도 시원시원하며, 상대가 누구이든 어려워하지 않고 쉽게 말을 붙인다. 이런 성격상의 장점이 있어 낯선 사람과도 쉽게 친해지므로, 사업상의 거래선을 만들거나 영업을 하거나 할 때 유리하다. 한 직장내의 부서를 가지고 말한다면 영업부서에 적합하다. 해외파견을 하려면 선발대장으로 제격이다. 써클을 가지고 말한다면 섭외부서에 적합하다.
또 과단성이 있고 적극적인 성격이므로, 사업을 한다면 어려움이 있고 생소한 분야에서도 능히 성공할 자질이 있다. 사람을 쉽게 사귀는 점이나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등 성격상의 장점이 있으므로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는 데 유리해서 타고난 사업가의 기질이 있다.
그러나 원래 치밀하지 못하고 독선적인 데가 있으며 특히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거친 성격이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를 따르게 하고 자기 일에 동참시키는 데는 무능하다. 리더로서의 자질이 돋보이나 사실은 반쪽만 있는 셈이니, 성공하고 싶거든 스스로 남의 입장에 서서 남을 배려하는 자질을 기르거나 아니면 그런 자질이 있는 사람을 중용해서 함께 일하는 것이 좋다.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분간하는 재주는 있으나 유능한 사람과 무능한 사람을 분간하는 재주가 없어서 특별한 기준도 없이 자기 취향에 맞는 사람은 유능한 사람으로 착각하여 끌어들이고 좋은 대우를 해주면서 자기 취향과 다른 사람은 무능하게 취급하니,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모으지 못한다. 사람을 사귀고 끌어들이는 재주가 겨우 놀고 벗하고 하는데나 도움이 될 뿐, 일을 소모하는 데는 별무소용이다. 더구나 일이 잘못되면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고 남부터 원망하니, 그나마 모은 사람들도 하나하나 떠나고 만다.
소양인은 옹졸하지 않고 굳센 기상이 있으며 포용력이 있어서 무슨 일을 맡겨도 신뢰가 가는 사람이다. 사욕을 탐하느라 공무를 그르치지 않고 명예를 소중히 한다. 이런 성격은 한 직장 내에서 말하자면 감사부서에 두면 감찰엄무를 엄하게 하고, 수금이나 지출을 맡기면 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 거기다가 부지런하고 충직해서 상사의 총애를 받는다. 실속보다 명예를 중시하고 자기 일보다 남의 일을 중시하는 성격이므로, 사업가로서의 자질은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남들이 보기에 행동에 법도가 있어 보이고 신용이 있으므로, 교육사업이나 금전신용 사업과 같이 자질을 살필 수 있는 사업도 많이 있다. 그러나 끈기가 없어 어려움에 처하면 포기하기 쉬우므로 안정된 직장에서 틀에 박힌 업무나 충실히 하는 것이 안전한 길이고, 사업에 성공하고 싶거든 끈기를 기르거나 자기에게 계속 용기를 북돋아주는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할 것이다.
태음인은 어떤 일을 틀어쥐고 끈기있게 하는 데는 누구보다 뛰어나다. 그러나 행동이 좀 굼뜨고 남보기 답답하다. 이런 성격은 한 직장 내에서 말하자면 총무부서에 적합하다.총무부서의 일은 일정한 패턴이 있어 그다지 생소한 것이 없으므로 태음인이 번거로워하지 않는다. 또 일이 단조롭고 하루 종일 변화없이 오래 붙들고 있어야 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다른 체질의 사람은 곧 넌더리를 낼 일이지만 태음인이라면 오히려 속편하게 생각한다.
남보기에는 이제 별 가망이 없다고 보이는 일도 별 표정도 없이 포기하지 않는데다가, 일을 시작한 뒤에는 차근차근 익혀서 그일에 관한 한 모르는 것이 없는 스타일이므로 사업가로서는 큰 장점이 있다. 음인이므로 진취적이지 않아서 소위 벤처사업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남들이 다 하는 흔한 사업쪽에 오히려 재주가 있다. 음식점이고 양장점이고 식품가게고 한두 번 한두 해 실패해도 결국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이 있다. 그러나 원래 부지런하고 재빠른 성격이 아니므로, 최근에 발달하는 정보통신 분야의 사업이라든지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변화무쌍한 사업에는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거든 발빠른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고 자신은 뒷전에서 관리나 하면 제격이다.
자기 실속은 잘 차리나 남을 위하지 않는 성격이고 자기 일과 남의 일에 대한 구별이 너무 뚜렷하다. 그래서 욕심많게 보이지만, 대신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장점이 있다.
소음인은 신중하고 침착한 것이 장점이다. 아무리 대책이 안 서도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는 행동하지 않는다. 무슨일을 시작할 때는 그 결과를 예상해 보고야 비로소 손을 댄다. 소음인은 세심하게 남을 배려할 줄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재주가 있고, 그래서 자기 하는 일에 사람을 모으는 재주가 있다. 또 태양인과는 달리 사람의 유능하고 무능한 사람을 분간할 줄 알기 때문에, 사람을 모아도 필요한 사람을 모을 줄 안다.
이와 같은 장점이 있기 때문에 한 직장 내에서 말한다면, 기획부서나 인사부서에 적합한 사람이다. 어떤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들을 마련하고 적임자를 배치하고 예상되는 난관에 대비책을 세우고 수지의 균형을 계산해서 맞추고 하는 일들에 유능하다. 다만 원래 소극적인 성격이므로 프로젝트 자체를 결정하는 데는 적임이 아니고, 프로젝트를 기안하거나 그에 부수되는 여러 복잡한 일들을 따지고 계획하는 등의 일이 제격이다.
소음인은 좀처럼 현재의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사업에 뛰어들 사람은 아니지만, 충분히 조사해서 사업을 시작하면 실패하는 일이 적다. 그러나 모험을 싫어하는 만큼 시기를 놓쳐 큰 이익을 보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고, 큰 이익이 남는 일에 인연이 적다. 다만 유능한 사람을 잘 모으는 재주가 있으니, 그 점을 잘 활용하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9. 배우자 고르기
지금도 혼인을 할 때면 궁합을 보는 일이 많다. 궁합이란 신랑될 총각과 신부될 처녀의 사주를 오행에 맞추어 오행관계를 따져보아 길한가 흉한가를 보는 것이다. 옛날에는 궁합이 좀 나쁘다 하여 결혼 전에 갈라서는 일이 많았어도 일단 혼인을 하면 가정이 무너지는 일은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궁합은 미신과 같은 것이라 하여 무시하면서도 결혼 후에 갈라서는 일이 다반사이니, 옛사람이 현명했던 것일까, 아니면 요즘 사람들이 너무 경솔한 것일까?
요즘 이혼을 하는 이유의 대부분이 부부간의 성격차 때문이라고 한다. 서로 좋아할 때는 성격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을터인데 금방 또 맞지 않는다니, 사랑에 눈이 멀어서 상대방을 보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애초에 성격 따위는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학벌과 재산만 본 것인가?
오행이니 사주팔자니 하는 것은 사상의학과는 인연이 없지만, 중요한 이혼사유가 성격차 때문이라니 사상의학적인 관점에서 서로 어울리는 성격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먼저 부부가 같은 체질인 것이 좋은가 다른 체질인 것이 좋은가? 같은 체질이면 상대방을 잘 이해하고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배우자를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이라고도 하는 것처럼, 부부란 자기와 다른 면이 있어야 매력을 느끼고 서로 보완해주는 점이 있어야 발전이 있는데, 그렇지 못하니 그런 측면이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부부가 둘 다 앞으로 전진하려고만 하지 물러설 줄을 모른다거나, 한 달이 멀다 하고 자꾸 새로운 일을 만들고 저지르고 한다면 문제이다. 전자는 태양인 부부이고 후자는 소양인 부부이다. 우선 서로 나아가려는 방향이 항상 같지 않을 것이니 의견충돌로 조용한 날이 없을 것이고, 자꾸 준비없이 서두르니 부실해서 번번히 낭패를 볼 것이다.
태양인의 숫자가 적으니 태양인끼리 부부가 되는 것은 희귀하다. 태양인끼리 부부라도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압도하면 그쪽의 의견으로 항상 정리될 수 있으니 별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항상 서로의 의견이 맞서 동서로 갈길이 다르면 집안이 평안할 날이 없을 것이다. 태양인 부부는 서로 상대방만 탓하지 말고 때로는 자신이 물러서고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
소양인 부부는 둘 다 신중하지 못하고 참을성이 없어서 매사 실수가 많고 부부싸움도 잦을 수 있다. 더구나 가정보다는 바깥일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부부가 모두 가사를 소홀히 하게 되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다투어도 오래 가지 않고 둘 다 부지런하므로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소양인 부부가 원만한 생활을 하려면 어느 한쪽이라도 묵직한 맛을 길러야 좋을 것이다.
부부가 둘 다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거나 또는 나아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겉보기에는 안정적이고 원만한 부부인 것처럼 보여서 성격이 잘 맞는 사람끼리 잘 만났다고 생각될런지 모르지만, 발전이 없어 종래에는 권태감에 사로잡히게 될지도 모른다. 전자는 태음인이고 후자는 소음인이다.
태음인끼리의 부부는 애인 같은 분위기보다는 친구나 동지 같은 분위기가 있다. 원래 묵직하고 참을성이 있으며 남을 간섭하지 않고 또 남이 간섭하는 것도 싫어하므로 별 충돌이 없다. 또 자기 일을 자기가 알아서 잘하므로 가계를 꾸려가고 가정을 안돈시키는 데는 좋다. 반면 서로 부딪치게 되면 고집이 있어서 크게 부딪칠 수 있고, 세심하지 못해서 좀 덤덤한 부부관계가 되기 쉽다. 태음인 부부가 원만한 부부생활을 하려면, 다른 사람들 하는 것처럼 결혼기념일도 자축하고 상대방의 생일도 기억해서 연극구경이라도 일부러 다녀오는 수고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소음인 부부는 비교적 큰 문제는 없다. 서로 상대방의 눈치를 알아채서 배려를 할 줄 알기 때문에, 애초에 애정이 있다면 그 뒤에 다시 크게 충돌하는 것은 흔치 않다. 다만 작은 일에도 감정이 상하여 오래 갈 수 있으므로, 소음인 부부는 어느쪽이든 사소한 일에는 덤덤하게 넘길 수 있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밖에 같은 체질의 부부는 식생활을 조절하기가 쉬워서 건강에 이롭다. 부부가 좋아하는 식품이 상대방의 금기식품인 다른 체질끼리의 부부에 비해, 쉽게 식단을 준비할 수 있다.
이번에는 다른 체질끼리의 부부에 대해 생각해보자. 보통은 이와 같은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태음인과 소음인의 부부는 묵직한 남편에게 여린 아내가 기대는 형상이거나 자상한 남편과 투박한 아내의 형상이어서 좋은 부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양편이 모두 음인이기 대문에 진취적이지 못하고, 소음인 쪽에서는 상대방이 무드없음을 탓하고 태음인 쪽에서는 상대방이 꼬치꼬치 구는 것이 귀찮다고 탓할 수 있다.
태음인과 소양인의 부부는 서로 상반되는 듯한 기질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좋다. 태음인 쪽이 무뚝뚝하고 재치없고 자기만 아는 행동을 해도 소양인 쪽이 그렇게 괘념하지 않고 애교있고 아기자기한 가정을 이끈다. 소양인 쪽이 경솔하여 실수가 있을라치면 태음인 쪽이 막아주고, 한쪽은 바깥일을 중시하나 한쪽은 집안일을 중시하므로 안팎에 두루 결실이 있다.
그러나 상반되는 성격으로 인해 불화가 심해지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여 아주 잘못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애정이 있을 때는 매력인 것이 미워지면 결점으로만 보이는 법인데, 이런 점만 유념하면 원만하게 부부생활을 할 수 있다.
소음인과 소양인의 부부도 성격상의 차이가 있어 서로 보완하는 관계가 되면 바람직하다. 소음인 쪽은 소양인 쪽이 다소 실속없이 바깥으로만 돌아도 태음인과는 달리 어느 정도 이해할 줄을 알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고, 소음인 쪽이 지나치게 소심하게 굴어도 소양인 쪽에서 괘념하지 않으므로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소양인 쪽이 매번 일만 벌이고 거두지 않으면, 태음인처럼 벌인 일을 마무리하는 데 별 흥미가 없는 소음인으로서는 짜증스럽기만 하다. 또 소음인이 돌다리도 불안하다고 자꾸 일 벌이기를 주저하고 물러서기만 하면, 일을 쉽게 시작하지 않는 태음인으로서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일을 쉽게 착수하는 것이 습관인 소양인으로서는 답답해서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소음인은 때로는 소양인의 판단을 믿어도 볼 일이고, 소양인은 반려자를 고생시키지 않을려면 뒷감당 못할 일을 벌이지 않아야 한다.
태양인이 다른 체질의 사람과 부부가 되면, 너무 독선적인 태도를 버리고 가끔은 반려자의 얘기에도 귀기울일 줄 아는 것이 부부생활의 요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