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정기 산행을 나섰다. 며칠전부터 장마철에 접어들어 비가 언제 쏟아질지가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약속된 행사이니 변경하거나 정지할 수 없는 일이다. 준비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회원님들이 각자가 약속을 지키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는...
나도 산악회의 운영을 맡아 보아서 느껴 보았지만 이런 경우 집행부는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책임감이 앞서지만 때론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중간지점에서 버스를 타고보니 30여명의 회원님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하여간 비가 언제 내릴지도 모르는 일인데 다들 열성이어서 아무튼 기분좋은 일이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산은 금산군 남이면에 위치한 성치산이다. 산의 높이는 700미터가 채 되질 못하지만 근처에선 제법 이름있는 산이다.
차 안에선 한달만에 다시만난 회원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고, 최근에 예쁜 며느리를 보았다는 어르신(?)의 끊임없는 음식공세가 이어졌다.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려 두시간이 지나자 금산읍으로 접어 들었다.
알다시피 금산은 인삼의 고장이다. 보이는 산야마다 인삼을 재배하는 곳이고, 읍내에도 인삼과 관련한 시설들로 가득찼다. 우리는 작년에 산행을 다녀오다 이곳에 들러 축제행사를 보았던 일이 있었다. 물론 싸다고 생각하였는지 모두들 조금씩은 구입을 하기도 하였었고...
예전에는 인삼하면 북한의 개성을 남한에서는 금산과 풍기가 유명하였었다. 내가 겪고 알고있는 금산의 사람들은 충청도의 사람들이 그렇듯 대부분 성실하고 품성이 부드러울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이곳을 지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고향이 지금의 인삼랜드 부근이던가? 다름아닌 남부군 사령관이었던 이현상이란 인물이었다.
그건 그렇다치고 요즘은 주변지역인 고창과 진안, 그리고 남으로는 함양에서도 인삼재배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산의 주성분은 사포닌이라고 하였던가? 그 효능에 대하여는 부정하는 사람이 없으나 이렇게 생산지역이 넓어짐에 가격폭락은 일어나지 않는지 모르겠다.
나도 어릴적 집에 인삼장수가 왔길래 작은 인삼 몇뿌리를 얻어서 재배방법을 물어 집근처 밭에다 키워 본일이 있었다. 그늘막을 치고 재거름을 주어가며 하루가 멀다하고 쳐다보기를 일삼았었다. 잘 되었으면 어린이가 기특하다고 신문에 날 일이겠지만, 그러나 대부분이 곧바로 죽었고, 남은 것들도 3년정도 지나자 결국엔 죽고 말았었다. 재배조건이 까다로운데 그중에도 기후가 문제인 것 같았었다.
지나는 차창 밖엔 여기저기 묵은 농지들이 보인다. 인삼은 6년근이 될때까지 재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작물과는 달리 거름을 주지않아 인삼이 토양속의 영양분을 모두 섭취해버려 연작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삼을 재배하고 난 땅은 몇년간 휴경지로 남겨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다 아래 길가에 있는 이정표가 보였다. 진안으로 가는...)
(복분자 나무를 기르고 있었다)
(산을 오르기전 길가의 인삼밭 사진이다)
우리들은 진안과 경계지점쯤에서 차에서 내려 등반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오늘 지나는 산 능선이 아마도 금산과 진안의 경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곳 근처에서도 인삼재배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구름이 잔뜩끼고 언제 비가올지 알 수 없는 날씨였었고 어제 내린비로 습도가 높아 몹시도 후덥지근하고 불쾌지수도 높았다.
그래도 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다소 기온이 낮다는 것과 당장은 비가 오지 않는다는 현실에 만족해야 했다. 산은 밋밋하게 생긴 것이 별다르게 볼거리는 없었지만 나뭇잎이 많이 쌓여있어 걷기에는 편하였다.
30여명의 회원님들이 줄을 지어 올라가다보니 얼마를 가니 대열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성치산 정상에 도착하니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너무 많이 벌어져 있었다. 그래도 연신 땀을 닦아내는 회원님들의 얼굴엔 행복한 웃음이 솟아났다.
산이 그리높지 않으니 평소 산행을 같이하는 회원님들은 그런대로 진행을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 처음 산행에 참여한 신입회원님들이 어떨까?
정상을 지나 성봉으로 가는 길목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었다. 성치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사진도 찍었었고, 다행이 후미까지 별다른 사고없이 무사히 도착을 하였다.
30여명이 점심을 먹기위해 한곳에 자리를 펼치니 마치 시장바닥과 같았다. 산에서 조심스레 끊여먹는 찌개맛은 정말 일품이었고, 집에서 가져 온 여러가지 반찬들이 마치 웬만한 부페음식을 연상케 하였다.
점심을 먹고 다시금 등반길에 나섰다. 성봉을 거쳐 12폭포를 거쳐 내려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출발하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뭇잎 사이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집에다 전화를 하였더니 그곳엔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나.
비는 내리는 것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우리는 성봉 정상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먼저 와서 사진을 찍는 등반객들에게 방을 빨리 빼어달라는 농담도 하였었고...
인삼의 고장인 이곳 산에다 산삼씨를 뿌려 놓았는지 출입금지를 표시한 구역이 보인다. 산에 오르면 산삼이 어떤 것인지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산삼을 구별하는 방법은 인삼과 마찬가지로 4지 5엽이라고 하였었다.
처음엔 잎이 2개, 3개로 자라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가지가 4개가 되고 각 가지마다 5개의 잎이 달린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 눈에 잘 보일리도 없겠지만...
우리는 비가 내리는 하산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비가 내려 중간에 쉬기도 그렇고, 언제 많은 비가 내릴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내려오며 폭포며 아름다운 계곡의 자연을 즐길 수 있었고, 젖은 옷에 무더위를 식히기 위하여 계곡에서 잠시 배낭을 벗고 물에 뛰어 들었다. 물론 어릴적 기분을 내며 개구장이처럼 웅덩이에 물놀이를 하는 회원님도 있었다.
(참깨를 싱어 놓았다. 가뭄에도 제법 잘 자라났고...)
(도라지 꽃이다. 우리는 지나며 장생도라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산을 하고 기다리는 차로 돌아오는 길목 개울가엔 이동 카페 같은 것이 보였다. 무슨 뽑기를 하는건지, 아니면 고스톱이라도 한판 때리는지...처음엔 사람들이 둘러모여 무엇을 하는지 궁금 하였으나 다가가보니 우리가 흔히 보았던 포장마차였다.
막걸리며 여러가지 안주들...그리고 아이스크림 종류도 있었다. 주변엔 가게들이 없어 산행을 마친 사람들이 차를 타기전에 이곳에서 하산주를 즐기는 곳이었다. 하여간 사람들의 삶이란 재미가 있는 것이다.
산 그리고 삶...우리가 살아가는 즐거움의 한부분이 이곳에도 배어 있었다.
등반을 마치고 차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등반 출발지점을 향하여 차를 타고 갈때 보았던 징검다리가 나타났다. 어릴적 개울가 징검다리를 건너던 모습이 연상되었다. 아름다운 추억이었지만, 어쩌다 폭우가 내리면 아슬아슬하게 건너야했던 마음 조림도 있었었다. 다리는 비록 자연석은 아니었으나 일정한 간격의 이런 돌다리를 건너보긴 정말 오랬만이다.
카메라를 재보며 사진을 찍었다.
아름다움은 추억으로 남고, 추억은 기쁨으로 간직된다. 스쳐간 이곳 또한 나의 인생이라는 기억속에서 오랫동안 자리잡고 가끔씩은 생각의 나래를 펼지 모른다.
비는 계속해서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나는 또 오늘 하루를 마음속으로 정리해가고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창가에 앉아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아서 좋은 것이다.
세상사람들은 비오는 날에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는 것을 두고 별로 탐탁히 여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물주가 나에게 부여한 시간이라는 것을 막연히 낭비하지 않았다는 위안이 되는 순간이었다.
비록 이곳 사람들과 대화를 제대로 나누어 보질 못하였지만 그래도 그들이 사는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주어진 여건속에서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방법이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안다.
우리는 아침에 차가 출발하고나서 어느 학교법인에서 온 사람들에게 차안에서 상품(불루베리)을 광고하는 시간을 허용하였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자사의 제품에 대한 최대한의 장점을 이야기 하였지만 우리들은 또 다른 환경을 비유하면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결론을 도출해 내고 있었다.
수많은 산들이 각기 그 형태가 다르고, 오름에 대한 방식도 틀리듯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도 결코 획일적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더우기 갈수록 우리들을 둘러싼 삶의 환경이 팍팍해져 가고 있고, 그 가운데서 우리는 고뇌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차에 오르며 비 묻어오는 건너편 산자락을 올려다 보았다. 우리들이 한걸음 한걸음 어렵게 산을 오르듯 우리의 삶도 그렇고, 힘들게 산을 오르면 언젠가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정상정복의 희열을 맛볼 수 있듯이, 고통과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면 삶의 또 다른 즐거움이 다가오기를 기원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휩싸이며...
* 오는길에 들렀던 식당에서 순대와 국밥을 먹기위해 기다리는 회원님들을 위하여 음식을 손수 나르는 회원님의 모습에선 나보다 남을 위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덧보였고, 오늘산행도 역시나 그들과 행복한 동행을 하였다는 마음 뿌뜻함이...
(함께하신 회원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첫댓글 이젠뭐 전국에 있는 웬만한 산은 거진 섭렵 하셨을듯~ 저는 토욜 경상대 마라톤교실 갔다가 성기님 만나 같이 점심했고
일욜도 가좌산에서 산길마라톤을 비오는 중에 즐겼네요,,언제 시간나실때 탁주한잔 하시죠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