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만은 운동이 ‘보약’
비만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집안에 비만 환자가 있다. 바로 내
어머니이다. 한데 어머니 친구들도 비만한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체지방이 30% (여자 평균은 23~25%) 이상인 경우를
비만으로 정의할 때 40대 이상 여성의 43%가 비만이었다.
어머니 친구인 P씨는 키 159cm에 63kg(체질량지수 24.9kg/m2)이지만
체지방이 34%나 되었고 허리둘레도 82cm나 되었다. 여러 번 살을 빼려고
시도하였으나 번번이 실패를 했다. 최근에는 허리도 아프고 관절도
아프다고 호소하였다. P씨는 결혼하기 전에는 42~43kg밖에 안되어
‘젓가락’이란 소릴 들었다고 한다. 물론 어려서 병치레도 많이
하였다고 한다.
이런 경우 너무 말랐기 때문에 몸은 언제라도 기아(飢餓)에 대비하기
위하여 영양을 최대한 비축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게 된다. 마치 곰이나
개구리가 동면(冬眠)할 때와 마찬가지로 기초대사율이 낮아진다. 또한
여분의 영양분은 가장 저장 효율이 좋은 지방으로 바뀌어 내장지방으로
저장이 된다.
따라서 이런 여성의 경우 임신이 되었을 때 10kg 정도의 정상적인 체중
증가를 훨씬 넘는 20~25kg 정도의 체중 증가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낮은
기초대사율을 갖고 있는 데다 임신 후 과도한 영양 공급과 갑자기 줄어든
운동량으로 인해 체중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주부 비만은
과거 못살던 시기에 영양섭취가 부족했던 사람들이 80·90년대에 영양
과잉을 겪으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빈곤에서 풍요(poverty to
richness)의 병’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저강도 운동으로 기초대사율 높여야
여기에 덧붙여 최근 급격히 불어닥친 비만 치료 열풍이나 빼빼한 사람이
미인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인위적인 기아를 체험하는 등 주부 비만
환자가 늘어가고 있다.
필자를 찾는 젊은 여성 중에는 비만 환자가 아님에도 체중을 감량하고자
상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들 중 많은 사람은 섣부른
초(超)저열량 식사나 금식원에서의 단식 등으로 인위적인 요요증후군을
겪을 확률이 높은 사람들이다.
여성의 비만은 대부분 40대 이후의 연령에서 많이 발생한다. 젊은
가임기(可妊期) 여성에서 발병하는 경우에는 다낭성 난소질환을 한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질환은 가임여성의 1.5~6%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이 경우 50~60% 정도의 환자가 비만을 동반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모증(70%), 무월경(50%), 불임증(70%)을 동반한다.
생화학적으로 난포자극호르몬에 비해 증가된 황체화호르몬, 증가된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이 이같은 증상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불규칙한 월경에 비만이 있거나 털이 많이 난 여성은 이러한 질병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여성비만의 주원인은 영양분을 좀더 저장하려는 생체의 시스템이다.
과도한 영양 섭취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기초대사율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
몸에서 영양분을 주로 소비하는 곳은 근육이다. 따라서 근육량을 늘려
주어야 하며, 덧붙여 근육도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운동이 제일 좋은 보약이다. 저강도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서 기초대사율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비만에 의한
합병증이 있다면 기초대사율을 높이는 약제나, 필요하다면
성장호르몬요법을 써보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무슨 병이든 마찬가지지만 예방이 최고이다. 따라서 젊어서부터
적절한 체중 유지를 해야 하며, 부득이 체중 감량을 하려고 할 때에
무리한 금식이나 절식을 통해서 하면 안되고 운동을 동반하는
체중감량요법을 사용해야 한다.
출처 주간조선
( 남재현 서울 프렌닥터내과 원장ㆍ내과전문의 jhnam@friendocto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