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을 위한 고전소설 에세이 - 류수열 | 나의 리뷰 | 2020-05-16 14:04 |
http://blog.yes24.com/document/12499011 | |
류수열 저 고전소설에 비치는 현대인의 사고.... |
낯선 이야기기의 우물, 고전소설 에세이
저자 류수열 교수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학교 교사를 거쳐 지금은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중, 고등학교 국어와 문학 교과서를 집필했으며 EBS에서도 강연을 했다. 저서로 고전소설을 풀어 쓴 『홍길동전: 춤추는 소매 바람을 따라 휘난리니』, 『흥부전: 박을 타네 박을 타 흥부가 박을 타』가 있고, 한국 고전 시가 해설집도 집필했다.
『청소년을 위한 고전 소설 에세이』는 월간 <독서평설>에 ‘현대의 창으로 바라본 옛 소설’이라는 꼭지에 소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보태고 빼고 기워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의 삶을 고전 소설 작품에 비추어 보거나, 거꾸로 고전 소설 작품을 오늘날 우리의 삶에 비추어 보려는 시도”로 글을 생산했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우리 고전 소설을 제대로 읽었는지, 고전 소설 내용을 어릴 때 인형극으로 보거나 동화 혹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정도만 알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고전 소설의 개별 작품들을 차근차근 읽어가다 보면 작품마다 지니는 고유한 개성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 개성은 그동안 우리가 성급한 일반화로 단정지어 온 부당한 평가들이 얼만 위험했는지를 알려 줄 것이다. 그리하여 낯익음과 공존하는 낯섦, 낯익음 속의 낯섦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소설을 읽는 눈과 인간을 보는 눈, 세상을 살피는 눈이 한층 밝아진 증거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리라 (10) 저자를 따라서 고전 소설을 비판적 안목으로 깊이 읽다 보면 익숙한 듯하지만 낯선 장면과 만나게 될 것이다. 고전 소설에 등장하는 대분분의 주인공들은 재자가인(才子佳人)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춘향전』에 나오는 이몽룡과 춘향, 『구운몽』에 나오는 양소유와 8낭자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하지만 박지워의 한문소설 「광문자전」에 등장하는 광문은 이 유형들과는 다른 인물로 당대의 주류 사고와는 거리가 먼 관점을 지닌 인물로 등장한다.
광문은 거지 떼의 우두머리로 착한 성품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몇 번 오해로 누명을 쓰지만 오해가 풀릴 때까지 자신이 할 일을 묵묵히 함으로써 의로운 사람으로 주변 사람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고, 지체가 높은 사람들도 광문과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 광문은 겸손하고 자기 분수를 아는 인물이기에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결혼을 권한다. 이때 광문이 하는 말을 낯설게 읽어보자.
“무릇 아름다운 여인이란 모든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마찬가지일 테니, 나같이 누추한 사람은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데 어떻게 결혼을 하겠습니까?” (108)
광문의 이 말에서 언뜻 외모 지상주의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낯설게 읽어보면 그의 말에는 남자가 여자 외모의 아름다움에 욕망을 드러내듯이, 여자도 당연하게 남자와 같은 욕망을 드러낸다는 사고가 전제되어 있다. 남존여비 사상이 뼛속까지 배여 있던 조선 시대에 이런 발언은 선구적인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청소년을 위한 고전 소설 에세이』는 청소년에게도 권하지만, 우리 고전 소설을 익숙한 이야기로만 읽은 어른들도 흥미롭게 읽기에 좋은 책이다.
*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