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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 봄꽃이 만발한 어느 3월의 한 낯 사방에는 싱그러움과 들꽃들이 만발했고 조금 일찍 활동을 시작한 나비들도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긴 행렬의 사람들이 먼저 눈에 띄었고, 그 행렬이 어느 거대한 건물로 몰리고 있었다.
그 건물은 아티카 대륙 종합 고등학교(Atica comprehensive school)라고 알려진 이곳은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제국의 이름으로 통합된 뒤에 효율적인 인제의 육성을 목적으로 약 50년 전 설립된 종합고등학교였다.
거대한 외형만큼 많은 재학생수와 모범적이고 훌륭한 기사 졸업생을 많이 배출하는 것을 자랑하는 이 학교에
레온 폰 아이언 하트는 드디어 수많은 역경을 뚫고 방금 도착한 참이었다. 처음 집을 혼자 떠났을 때 근처 여관에서 말을
도둑맞고 무려 보름동안이나 부지런히 걸어 늦지 않고 입학식까지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거의 탈수 직전이고 연갈색의 교복이 좀 허름해졌지만 늦지 않았다는 점을 위안삼아 지친 몸을 이끌고
기나긴 입교 행렬에 몸을 담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달팽이와 마라톤 경주하듯 걸어가던 레온의 차례가 왔다.
학교 정문 앞에는 데스크가 설치되어 있었고, 검은 피부를 가진 바다건너 신성 대륙에서 넘어왔다고 알려진
코디아티족의 남자가 길게 땋은 레게머리를 흔들거리며 깔끔한 갈색 정장 차림에 외알 안경을 걸치고 학생들의
신분증명서와 누스를 확인하고 기숙사 방을 정해주는 일을 하고 있었고, 그 옆에 보조하는 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과 뒤쪽에 선도부로 보이는 남자 2명이 서있었다.
레온은 그 남자 앞에 서서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고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반지를 내밀었다.
남자는 레온의 신분증명서와 반지를 확인하고 얼굴을 한번 보더니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
“거기 수정에 손을 한번 올려봐라.”
많이 노력하고 감추려 하지만 목소리에는 타고난 껄렁거림과 건들거림이 잔뜩 묻어났다. 자세히 보면 몸도 쉴 새 없이 까딱거리고 있는걸 봐서는 이 사람은 뭔가 ‘이런 직업과 맞지 않는 구나’ 하고 생각하며 레온은 수정에 손을 얹었다.
수정은 약하게 푸른빛을 내며 문자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 남자는 수정을 지켜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음 중급 입실론이군, 공부나 마법, 싸이킥은 재능이 없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남자가 레온에게 질문했다. 마법이나 싸이킥 따위 못 써도 되지 않아? 젠장
“예 사실입니다.”
그러자 남자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다시 뒤적였다.
“그래 자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상관없겠지만 마법이나 싸이킥을 조금씩만 사용할 줄 알아도 굉장히 도움이 될 걸세 재능이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노력은 해보게 리처드 디 마그누스 공도 기사이자 초능력자이며 마법사이셨으니까.”
리처드 디 마그누스 공 그는 아티카 종합 고등학교 출신으로 하나로 통합된 대륙에서 가장 유명하고 강력한 기사 중 한명이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대륙력 1457년 대륙 북부에 파견 나갔을 때 악마 추종자들의 강력한 주술사 아이반 보데키아 라는
주술사가 소환한 A급 게이트가 열렸을 때 단독으로 게이트주변의 악마들을 모두 정리하고 게이트를 봉인해 버리는 사건이 있다. 게이트에서 끝없이 쏟아지는 악마들을 모두 물리치고 게이트를 봉인해 버린 그 사건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굉장히 유명한 일화여서 여기저기서 회자되곤 한다.
“예 노력해보겠습니다.”
노력할 생각 따윈 없다. 싸이킥능력이나 마법은 누스를 잘 다루지 못하는 것들이나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싸이커들은 누스를 다루지 못해 그 모자라는 부분은 정신력으로 메꿔서 누스와 비슷하지만 다른 능력을 낸다.
누스는 그저 마음에서 나오는 심력의 힘이어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 이외에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초능력은 물리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순식간에 이성을 잃고 미치게 할 수도 있고,
미래를 조금씩 내다보며 공격과 방어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도 있으며, 눈과 이마 손에서 번개와 같은 불을 뿜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신력을 누스와 융화시키는 것이나 미래를 내다보거나 하는 일련의 행동들은 인간의 정신이 감당할 만한 것이 아니다. 싸이커들은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싸이킥 능력을 쓰면 쓸수록 정신이 붕괴가 된다.
극심한 사람은 광기에 휘감겨 영영 정상적인 활동을 못하게 되는 사람도 있고 존재가 소멸해 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마법은 말할 것도 없이 누스와 함께 가장 긴 시간 인간의 힘이 되었던 학문이었다.
정신력을 이용해서도 모자란 부분을 채울 수 없는 사람들이 누스의 힘에 대항하기 위해서 처음 만들어진 것이 마법이다.
하지만 강력한 주문일수록 길어지는 주문시간과 마법을 쓰기위해서는 굉장한 지식이 필요하며 정신력에도 아주 극미하지만 타격을 주어 반드시 큰 주문을 쓴 뒤엔 안전을 위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점이었다. 이런 중대한 문재를 안고 있는 두 개를 베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정문을 지나 포장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운동장이 나온다, 거기서 대기하도록, 그리고 입학 축하한다. 내 이름은 코피클리 테티스 전투 마법부 교수다, 4년 동안 잘 부탁한다.”
그리고 코필클리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고 레온이 손을 맞잡고 악수를 받아들였다.
짧은 악수가 끝나고 코피클리뒤로 걸어가던 레온이 뭔가 갑자기 생각난 듯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크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대기하던 전 학생이 전부다 들을 만큼 커다란 목소리였다. 코피클리는 당황해서 어서가라고 손을 휘저었다. 갑자기 크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놈이라니 분명 다른 사람이 들으면 교수와 제자 사이에 뭔가 오고간 뒤에 특혜를 준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레온을 쫓아낸 코피클리는 만면에 어색한 미소를 띠며 다음 학생을 바라보며 다시 업무의 정상화를 찾았다.
※
약해, 약해, 약해, 없어, 없어, 없어, 하나도 없어 전부다 약해 누스를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도 의문인 이놈들도 나랑 같이 입학한다고? 웃기지 마! 어째서 이런 학교를 가라고 하신거지 나는 그냥 아버지 한태 베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젠장. 정말 하나도 없는 건가 중급 입실론은, 정말 나와 동급생 중에 한명도 없다면 아버지의 뜻이긴 해도 이 학교를 다니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제고해 봐야할 필요성이 있다. 어째서 이런 쓰레기 같은 학교를 아버지는 졸업…
잠깐, 뭐야 있잖아, 중급 입실론…!
운동장을 처음 본 레온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운동장 전채가 사람들로 꽉 메워져 있었다.
레온은 태어나서 이런 장면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지방의 작은 남작가 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가 사병들을 사열식 때에도 이런 규모를 본적이 없었다. 그 규모에 감탄하고 있을 때 갑자기 수많은 인파가 칼로 잘리듯 반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레온은 뭘까 하고 궁금해 하기도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별 상관없을 거라 생각하고 발걸음을 돌려 지나가려던 찰나 갈라지는 인파 가운데서 여자가 걸어 나왔다. 여자는 검은 장발에 키가 남자만큼 크고 두 자루의 검붉은 검집의 검을 차고 있었고, 특이 하게도 치마와 바지를 동시에 입고 있었다, 아마 격한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자가 멈춰 섰다. 이제야 여자의 얼굴이 재대로 보였다. 그녀의 단정하고 수려한 외모는 모든 것이 가지런하게 정리된 것 같았다. 마치 원래 이목구비는 그곳에 존재해야 하며 그곳 이외에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레온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베아트리체 디 마그누스, 마그누스 가문의 장녀이자 마그누스 류(類) 의 합법적인 계승자다. 너 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너의 이름은?”
그리고 붉은 색을 띄는 검을 뽑아 레온을 겨누었다. 적잖이 당황스럽다. 이건 뭐라고 해야 하면 좋지 갑자기 뜬금없게 걷고 있는 행인에게 아무이유 없이 결투를 신청하다니…뭐지 뭐라고 해야 하지 주변에서도 수군거린다고 이런대서 검을 뽑으면 분명 정상이 아닌 사람으로 오해 받는다니까.
“저…나는 레온 폰 아이언하트…”
뛰었다. 아니 쏘아졌다고 말해야 맞을 만큼 엄청난 속도로 베아트리체가 레온에게 파고들었다.
분명 발밑에서 누스를 터트린 뒤에 그 반발력으로 나오는 속도일 것이다. 베아트리체는 레온에게 가까워지자 왼손에 들린 웅검 니시엔을 먼저 움직였다. 니시엔은 왼쪽다리를 노리고 낮게 날아왔다. 정말 마치 날아가는 듯 한 움직임이었다.
레온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기에 지친 몸이지만 뒤로 크게 점프하며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검을 손에 들었다. 그의 검은 푸른색이 은은히 비쳐 나오는 장검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베아트리체의 오른손에 들린 자검 바니르가 위쪽에서 목과 가슴 사리를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레온은 장검의 가드와 가까운 부분으로 검을 막고, 검을 비틀어 가드로 베아트리체의 검을 받치고 밀며 찌르기를 시도했다. 찔러오는 검에 순순히 맞아 줄 것 같으면 베아트리체는 애초에 결투신청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찌르기가 들어오는 검이 중간쯤 이르렀을 때 검의 중단을 밀고 니시엔으로 다시 한 번 레온의 목을 향해 찌르기를 시도했다. 뒤로 물러날 때다. 망설이지 않고 옆으로 크게 뛴다. 이것은 착지가 중요하다. 방해되는 물건, 사람이 있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하나의 커다란 페이크 모션이다. 착지하자마자 날아오는 오른손 바니르의 머리 내려치기 공격이다. 마찬가지로 검을 받음과 동시에 한발 내딛으며 검신을 타고 미끄러지듯이 베아트리체의 목을 노리고 들어갔다. 생각지도 못했겠지 궁지에 몰린 듯 크게 점프한 뒤에 생기는 허점투성이를 보고 쉽사리 그렇게 커다란 공격을 해오다니… 끝이다.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텁”
무언가 두꺼운 강철이 강철을 잡는 소리가 나며 누군가가 베아트리체의 목을 노리고 들어가던 레온의 검을 잡아버렸다. 레온은 그제야 좀 심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뭐 상대방이 먼저 누스까지 사용하며 달려들어서 흥분했다고나 할까 음 그래도 이렇게 보니까 처음 봤을 때도 커다란 눈이었는데 놀란 눈이 더 커지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귀엽다고나 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쯤 중저음의 목소리가 레온의 생각을 방해했다.
“남자가 숙녀 분에게 이게 무슨 짓인가?!”
뭐지 이 교사…베아트리체는 그제야 레온을 발로 밀쳐냈다. 악 아프다고 이여자야 그렇다고 발로 찰것 까진 없자나 결투를 걸어온 건 그쪽이라고!
“이번엔 방해되는 물건이 많군, 이번 결투는 나중에 다시 하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고 나서는 뒤도 안돌아보고 수많은 인파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내가 이긴 거 아닌가? 자존심이 센 건가, 아니면 인정하기 싫은 건가.
“음 저런 여자가 에프터를 신청하다니 복이 많은 놈이군. 역시 젊음은 좋은 것이야 본 교관도 저렇게 젊었을 적 이 있었지 하지만 본 교관, 아직 늙지는 않았다네, 아하하하하하.”
뭐야 미친 건가, 이 교사 정신이 나갔어.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저게 에프터 신청이라고 생각할 리가 없잖아, 무엇보다 저 여자랑 나는 방금 전까지 싸우고 있었다고, 무시하자 무시. 무시.
“본 교관의 소개가 늦었군, 본 교관의 이름은 레이놀드 디 레티앙. 이 학교의 격투술을 전담하고 있다내, 언젠가 한번 본 교관의 정렬의 붉은 근육을 보고 싶다면 언제든지 격투술 수업을 신청하게나, 하하하하하!”
그렇게 말하면 할 리가 없잖아 그리고 뭐가 정렬의 붉은 근육이야?! 변태야?! 음 위험해 본격적으로 내 인생에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고, 여긴 뭔가 극히 위험한 곳이야.
“예…나중에 기회가 되면 찾아가겠습니다.”
일단 말은 그렇게 하며 얼버무리고 급하게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벋어났다. 레온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지만 주위에서 느껴지는 시선들은 계속 레온을 따라왔다.
※
고풍스러운 느낌이 나는 금술이 붙어있는 검붉은 벨벳커튼에 한 남자가 손을 얹었다. 남자의 다른 손에는 붉은 레드와인을 가득 채운 잔이 들려있었고 잔을 잡은 손에는 대륙연합 기사단의 징표인 금사자가 양각된 화려한 반지를 끼고 있었다.
“올해도 하실 겁니까?”
조용하고 나직한 중저음이 방안을 가득 메웠고, 그 남자 뒤쪽 고급소파에 앉아 홍차를 마시던 노인이 찻잔에서 눈을 때지도 않고 뭔가 큰 결심을 한 듯이 말했다.
“물론이네 서(sir) 발렌타인”
발렌타인이라고 불린 사내도 창밖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커튼을 움켜잡으며 힘주어 말했다.
“저들은 아직 어린애들입니다.”
발렌타인의 말에 노인이 잠시 충격을 받은 듯 멈칫 거렸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홍차를 마시며 말을 이어 갔다.
“그래도 할 걸세.”
드디어 발렌타인이 뒤를 돌아 노인을 바라보며 간절하게 외쳤다.
“교장선생님…!”
“더 이상 듣지 않겠네. 나도 그놈들과 전장에서 썩을 대로 썩은 사람이야. 자네도 알지 않은가, 처음 전장에 나가거나 악마와 대면했을 때의 그 긴장감과 공포, 공포라는 한마디의 단어로는 표현 하지 못할 만큼 이성의 사고가 완전히 그 놈에게 먹혀버리는 그 느낌을…나만 그렇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나는 여기서의 그 경험이 아주 좋은 연습이 되기를 바라내, 내가 바라는 것은 그 한 가지 뿐이야.”
교장의 말이 끝나자 발렌타인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것의 교장선생님의 뜻입니까?”
교장은 일체의 망설임도, 흔들림도 없이 말했다.
“물론이네.”
발렌타인은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실행하겠습니다."
※
입학식의 절차는 어느 학교나 다 그렇듯 간단하며 너무 길었다. 거기다 교장선생까지 가세하면 입학식은 이미
입학식이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역시나 교장은 쓸데없이 미사여구가 많았고, 길고, 지루했다.
교장의 연설을 줄로 만들어서 잇는다면 아마 대륙을 횡단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교장의 연설 뒤에는 학생들의 선언문이 이어진다. 올해 입학하는 1학년들은 앞으로 4년 동안의 각오와 다짐을 낭독하게 되고
재학생 대표는 신입생환영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을 낭독하게 된다. 재학생대표로는 어떤 깔끔해 보이는 남자가
학생회장 이라고 소개하며 나와서는 마찬가지로 너무너무 길고 쓸데없는 말만 하고 들어가 버렸다.
단상 옆에 서 잇는 사회자가 다음순서를 읊어주자 단상 옆에 입학식 때 상을 받는다던지 나가서 뭔가 할 말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둔 곳에서 신입생 대표가 움직였다. 검은 긴 생머리에 남자만큼 큰 키에 수려한 외모가 인상적인 여자였다.
레온은 그 여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베아트리체 디 마그누스였다. 음 그녀가 신입생 대표라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그만큼 그녀가 뛰어나다는 반증이겠지. 그녀 역시 정해진 대본을 단상에 두고 왠지 정독하는 느낌으로 연설을 하고 있었다.
저건 누가 봐도 '나 이런 거 하기 싫은 사람이오.' 하는 것 같잖아 왜 저러는 거지? 아무리 고민해봤자 레온이 베아트리체의 마음을 알 리가 없기 때문에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갔다. 드디어 지루한 입학식이 끝이 나고, 바로 기숙사로 이동 후에 짐을 풀어두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학교의 기숙사는 모두 8개가 있다. 한 학년마다 남자와 여자의 건물이 따로 있으며 맨 앞줄에 3,4학년의 세로지은 4동의 남녀 기숙사건물이 남쪽을 바라보며 위풍당당이 서있었고, 뒤쪽에 1,2 학년들의 오래된 건물들이 마찬가지로 남쪽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하지만 3,4학년의 새로운 기숙사에 햇빛이 막혀 쾌적한 생활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2인실로 꾸며진 기숙사 방에 또 한명의 룸메이트인 곰팡이는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며, 살아있는 생물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햇빛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기숙사 앞에 도착하자 역시 새로운 건물은 뭐가 기풍이 넘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반면 낡고 오래된 신입생들의 기숙사는 뭔가 엄청 심각한 몰골은 아니지만, 칙칙해 보인다고나 할까 뭔가 굉장히 안 좋은 기분이다. 그래도 새로운 기숙사와 규모 면에서는 같다는 게 유일한 위안거리일까? 기숙사로 발을 들여놓기 전 옆에 있는 여자건물도 마찬가지인 듯 여자애들이 들어가길 꺼려한다. 레온도 한숨을 쉬며 기숙사에 발을 들여놓았다. 기숙사 입구에는 친절하게도 푯말에 '여성출입불가' 라고 붙어있었다. 레온이 배정받은 방은 4층 406호였다. 레온은 곧장 복도를 지나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찾았다. 계단은 군데군데 거미줄과 곰팡이로 장식이 되어 있었고. 계단의 나무로 만든 손잡이에는 학교의 상징인 다리가 세 개에 머리는 두 개인 황금 독수리가 왕관을 두 개의 왕관을 쓰고 입에도 각각 월계관과 화살을 물고 있는 조각이 황동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레온은 올라가는 내내 주변을 둘러보다 드디어 자신의 방을 찾았다, 방문은 조금 낡은 듯 하고 406이라는 간단한 철제 표식과 함께 나무로 된 문짝은 역시나 너무나도 고풍스럽게 썩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레온은 헛기침도 하고 마음도 가다듬고 406호의 방문을 열었다. 처음 들어와 본 406 호는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창문을 가운데로 좌우로 간단하고 좀 딱딱해 보이는 침대 두 개와 그 둘 사이 한 가운데 원탁 하나와 의자 두 개가 있었다. 레온은 일단 왼쪽에 보이는 침대에 가방을 던지고 탁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이제 여기서 사는 거야?”
여자의 목소리가 들였다, 레온이 고개를 뒤쪽으로 돌리자 탐스러운 붉은 머리를 허리까지 기르고 얼굴에서 광체가 나듯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미모를 자랑하는 여자가 너무나도 평범한 셔츠 한 장과 딱 붙는 가죽바지 차림으로 팔짱을 끼고 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여기는 금녀의 구역이야, 말만 걸 거라면 검의 모습도 괜찮지 않을까 루비?”
루비 라고 불린 그 여자는 검이다. 레온이 가진 두 자루의 검 중 단검의 모습을 하며 장검인 사파이어의 언니이다. 루비가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얼굴 가득 드러내며 레온을 내려다보고 말했다.
“난 이 모습이 좋아. 그리고 다시 묻자면 이제 이게 네 방이냐?”
레온은 그제야 길고 맥 빠지는 감탄사를 지르고 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그렇지 이제 여기가 일 년 동안 내가 쓸 방이야.”
레온의 말에 루비는 방을 둘러보기를 다시 시작하며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로 ‘흐음’ 거리는 신음성을 내뱉었다.
“너만 괜찮다면 우리야 상관없지만, 난 아직도 반대야.”
루비의 부정적인 말에 레온이 루비를 바라보며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물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데?”
레온이 이렇게 물어보자 루비는 조금 화가 난 듯이 예쁜 얼굴을 찡그리며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아버지의 일을 네 책임으로 돌리고 그 쓸데없는 죄책감을 네 죄로 만들고 그 죄 값을 치르기 위해서 여기에 온 거 잔아. 우리가 그랬잖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루비의 말은 처음에는 차분했지만 끝으로 이를수록 점점커지더니 끝에 가서는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목소리에 힘이 너무 과하게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레온은 그런 거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듯 그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만 그만하자, 이제 그 얘긴 안하기로 했잖아. 나도 힘들어 머리로는 어떡해든 이해했다고 해도 가슴으론 안 된다고.”
“머리로 이해가 됐으면 가슴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이라도 하란 말이야! 네 아버지가! 우리가! 너에게 죄책감을 주려고 너를 보호했을까? 아냐! 그 사람은 절대 그런 거 안 해 네가 더 잘 알 것 아냐! 그건…”
잔뜩 열을 올려 소리 지르던 루비는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레온이 루비를 왜면하고 침대로 가서 누워버렸기 때문이다. 별로 좋지 않은 침대는 레온이 누워 움직일 때 마다 비명을 길렀다. 레온이 떠나버리자 혼자 남겨진 루비는 힘없이 의자에 털썩 앉으며 아무도 듣지 못하게 작게 중얼거렸다.
“네 잘못이 아니란 말이야…”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그래 나도 알아 사파이어도 알아, 그날 이후로 네가 일부러 밝게 생활한다는 것쯤은 알 수 있어 왜냐면 우린 네가 세상에 막 나왔을 때부터 지켜봐왔으니까 그러니까 거짓말은 하지 마, 네 잘못도 아닌 일에 슬퍼하지 마, 주변사람들을 믿어줬으면 해.
‘걱정 마세요 그 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 거예요.’
어느 작지만 따듯한 손이 루비의 어께를 감싸며 머릿속으로 말을 전했다. 손의 주인을 올려다보자 시원한 바다를 그대로 담은 듯 한 머리와 눈을 가진 여자가 있었다.
‘사파이어…’
‘일단은 레온을 믿어주기로 해요.’
사파이어는 루비의 동생이고, 레온이 지닌 장검이다. 그녀는 메우 활발하고 시원한 성격을 가졌지만 쓸데없이
수다스럽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파이어가 레온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입을 벌리는 순간 루비가 화들짝 문 쪽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말했다.
"누군가 온다!"
루비와 사파이어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레온은 루비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상체만 일으켜 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처럼 잠시 뒤 무거운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격하게 문이 열림과 동시에 목소리가 들렸다. 무척이나 우렁차고 힘이 있는 사자울음소리 같은 울림이 있는 목소리였다.
"안녕하신가?! 반갑다네. 앞으로 일 년 동안 잘 부탁한다!"
잠깐만 문을 열면서 인사하면 내 얼굴은 보이냐? 나를 보고 인사하는 거 맞지? 뭔지 이 자식 엄청난 놈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 밖의 우렁찬 목소리의 주인공이 기숙사 방으로 한걸음 들어왔다. 들어오는 순간 레온은 방이 좁다고 느꼈다. 그의 키는 굉장히 커서 190cm 는 되어 보였고, 옷 아래 감추어둔 근육의 양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듯 굉장한 팔뚝과 떡 벌어진 어깨는 한 대라도 맞으면 최소한 뼈 하나는 반납하고 가야 할 것 같았다. 아니 그보다 저 몸에 맞는 교복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주문 제작인가. 비싼 물건인대. 방에 들어온 남자는 레온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가방을 남은 침대에 휙 던졌다. 그리고 침대는 반 뼘 쯤 푹 꺼졌다.
'쩔그럭'
가방에서 쩔그럭 소리가 났다. 이 세상에 쩔그럭 소리가 나고 침대가 저렇게 푹 꺼질 정도의 무언가는 금속 밖에 없다. 가방에 금속성 무언가를 넣고 다닌다는 것인가.
그 남자가 레온에게 다가와서 불쑥 손을 내밀었다.
"반갑다. 내 이름은 타이투스 티그리스 잘 부탁한다."
레온이 그를 올려다보니 이건 온 시야에 타이투스가 꽉 차서 천장과 벽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레온도 자리에서 일어나 타이투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레온도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 이름은 레온 폰 아이언 하트 앞으로 잘 부탁한다."
레온이 처음 그의 손을 잡았을 때 첫 느낌은 마치 사람이 아닌 바윗덩어리와 악수하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손바닥과 손등은 그가 얼마만큼 각고의 노력을 했는지를 반증하는 증거물처럼 마치 거북의 등껍질같이 단단하고 거칠었다. 이 자식 행동하는 것도 비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위험한 놈이다. 혹시라도 싸우게 된다면 도망쳐야지 도망칠 수 있다면. 같은 쓸데없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타이투스가 손을 놓고 자기 침대로 가서 걸터앉아 입을 열었다.
"네가 오늘 입학식전에 그 마그누스랑 싸운 놈이지?"
헉 이 자식 알고 있다니… 어째서 아는 거지? 아 전교생 앞에서 그렇게 싸웠으니 알만도 하지… 근대 진짜 설마 전교생이 다 알까?
"응? 어떡해 그걸알어?"
레온이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타이투스에게 물어봤다.
"너희들 아주 유명해 졌어. 아마 전교는 아닐지라도 동급생 중엔 너희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걸?"
아 저지르고 말았구나. 여기에서 나는 굉장한 소용돌이의 중앙에 서있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구나, 이일은 어찌 해야 하나. 나는 별로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아 이게 다 그 여자 때문이다. 되도록 이면 엮이지 말아야 갰다. 최대한 거리를 두고 혹시라도 다음에 또다시 덤비면 항복해야지.
"그리고 유명해진 만큼 너를 노리는 사람도 많아 질 거야. 이 학교는 기사를 선발하기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곳이니까."
그렇다 이 학교는 철저히 약육강식이다. 입학하기는 쉽지만 한 학년 올라가는 것도,
졸업하는 것도 모두가 만만치 않은 시험을 거친다. 바로 1년에 2회씩 진행하는 학년별 토너먼트와, 전교생 토너먼트로 진급과 이 결정되고 졸업을 하기위해선 반별로 남쪽과 북쪽 그리고 동쪽에 있는 방벽들로 보내지며 이곳에서 수습기사라는 이름을 달고 전장을 체험하고 살아 돌아온 자들 중에서도 성적이 뛰어난 자들만이 졸업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체제이다 보니 학생들 간의 경쟁은 굉장히 치열해서 간혹 진짜 피를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과거의 유명한 사례로 가검 대련 시간에 한 학생이 몰래 진검을 가검 사이에 숨겨두었다가, 한 학생이 목숨을 잃고, 진검을 사용한 학생은 퇴학을 당하는 불상사도 발생했었다.
"너무 유명해 지지 않기를 바라, 내 룸메이트가 어느 날 갑자기 불구가 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그 큰 덩치가 실내에서 기지개를 켜니 더욱 거대해 진 것 같았다.
"그럼 나 먼저 학생 식당에 간다. 가서 자리라도 맞아둘 테니 천천히 오라고. 오늘은 입학식 피로연 이니까 지각해서 모두 모여 있는 자리에 네가 불쑥 들어오면 또 주목 받을 태니까 눈에 안 띄게 조심해."
입학식 피로연? 그런 것도 있어? 왜 나만 몰랐지? 잠깐만 그럼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잖아?
타이투스 잠깐…벌써 나갔어. 빨라! 사파이어, 루비! 너희들은 알았어?
'당연하지.'
'예.'
왜 말 안 해 준거야? 지금 당장 나가야 되잖아! 피곤하다고!
'네가 거기 입학 쪽지를 잘 안 읽은 거겠지. 우리는 다 읽고 알고 있었어.'
레온은 잠시 패닉에 빠진 듯 지금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혼자 지각해서 생길 오만가지 것들이 머릿속을 스치는지 잠시 정신을 빼고 있다가 다급하게 기숙사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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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쓸데 없이 길다고요? 하지만 어쩌겟습니까... 한동안 모아온 건대요;; 위에 삽화라고 불리우는 그림은 예 제가 그렸습니다;;;
모자란 글과 그림이지만... 잘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