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농번기가 끝나고 한가해지면 마을 어른들을 따라 냇가에 나가 다슬기를 줍거나
물고기를 잡았다. 폭포수처럼 촤르륵- 투망을 펼쳤다가 다시 건져 올리면 그물 안에는
자갈과 함께 피라미와 모래무지, 꺽지 등이 파닥거렸다. 어른들은 잡힌 물고기를 펄펄 끓는
솥에 넣고 얼큰하게 매운탕을 끓인 뒤 거나하게 술을 마시며 동네잔치를 벌였다.
그때 먹었던 매운탕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맛집, 바로 정가네 어죽마을이다.
양평에서 잡은 물고기로 즉석 요리, 다른 식재료도 직접 공수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진2동(지하철 분당선 태평역 앞)에 위치한 정가네 어죽마을은
언뜻 보면 어느 동네에나 하나씩은 있는 횟집처럼 보인다. 그러나 식당 앞 수족관의
고기들을 들여다보면 광어, 우럭이 아닌 빠가사리(동자개), 피라미, 누치, 메기 등 싱싱한
민물고기로 가득 차 있다.
정가네 어죽마을은 도심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민물매운탕 전문점이다.
개업한 지 이제 4년이 조금 안됐지만 단골들이 꾸준히 늘었다.
점심식사로 어죽을 찾는 젊은 직장인들이 있는가 하면,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 50~60대
중장년․노년 고객들이 추억을 떠올리며 민물매운탕을 먹으러 자주 방문한다고 한다.

정가네 어죽마을의 주요메뉴는 계절에 관계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잡고기매운탕과
빠가사리매운탕,가을․겨울이 딱 제철인 참게매운탕, 그리고 요즘 젊은 층이 더 좋아한다는
메기매운탕, 겨울철 별미 도리뱅뱅, 미꾸라지 튀김, 점심 요리 어죽 등이다.
특히 어죽은 짬뽕 한 그릇에 불과한 7,000원으로 매우 착한 가격을 자랑하면서도 맛과
영양, 재료는 그 어떤 음식보다 풍부하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 실제로 가게
안에는 어죽과 반주 한 잔으로 하루 원기를 충전하는 이들이 보였다.
신규 창업 식당의 절반이 1년 안에 폐업하고, 다섯 집 중 네 곳이 3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요식업계.하지만 정가네 어죽마을이 이런 부침 없이 순항하고 있는 것은
첫째, 인스턴트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신선한 재료를 직접 구입해 요리를 만들기 때문이며,
둘째, 자신만의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철저한 장인정신 때문이라 하겠다.
정가네 어죽마을의 민물고기들은 경기도 양평에서 직접 잡는 활어상태로 공급받고 있고
어죽에 들어가는 국수 역시 시판 제품이 아닌, 주문형 소면을 수원에서 공급받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매운탕에 꼭 들어가는 수제비도 직접 빚어 숙성시킨 다음 사용한다.
추어탕 못 지 않은 영양 어죽, 제철 참게매운탕엔 알이 한 가득
정가네 어죽마을의 황동룡 사장은 충남 홍성이 고향으로, 어릴 적부터 친구들과 함께
냇가에서 천렵을 하며 매운탕을 끊어먹던 추억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성인이 된 이후,
식당을 개업하기 전에도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민물매운탕을 먹으러 다닐 정도
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민물매운탕 ‘마니아’가 만드는 음식 맛은 어떨까?

깊어가는 가을, 참게가 한창이라 참게매운탕을 메인 요리로 정하고, 어죽과 도리뱅뱅,
미꾸라지 튀김을 추가로 주문하자 한상 가득 다양한 민물고기 음식으로 채워졌다.
참게매운탕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를 내자 향긋한 미나리 향이 얼큰한 매운 내와 함께
섞여 코를 자극했다. 매운탕 속 참게는 알이 꽉 차고 살이 실했다.
참게는 깨끗한 물에서 자라는 민물 게로 크기는 작아도 맛이 좋아서 예로부터 임금
수랏상에 올려졌다. 참게의 풍부한 키토산과 필수아미노산은 간을 해독해주고 성장기
어린이와 노약자들에게도 유익하다.
먼저 참게의 알을 꺼내 먹은 뒤 껍질째 입에 넣고 오도독 오도독 깨물면서 속살을 발라
먹으니 고소한 맛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매운탕 안에는 살아있는 참게와 민물새우 등
여러 가지 재료와 이 집만의 비법 양념장을 넣어 끓일수록 맛이 진해지고 입에 착 달라
붙는다.
부들부들 끓는 매운탕안에 손으로 빚어 쫄깃한 수제비는 참게 매운탕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다. 황사장의 어죽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대부분 잡고기를 넣어 끓이지만,
저희 집 어죽은 다양한 잡고기와 함께 붕어 등을 넣어 그 맛이 더욱 좋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전기 찜통기에서 3시간 이상 끓여내기 때문에 뼈까지 먹을 수 있으니
양양적인 면에서 추어탕 못 지 않습니다.”

미꾸라지 튀김은 가격대비 그 양이 매우 푸짐했는데 살아있는 미꾸라지로 조리하기 때문에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튀김 맛을 제대로 살리고 있었다.
다만 도리뱅뱅은 조금 아쉬운 맛을 냈다. 도리뱅뱅이란 검지손가락 크기의 빙어를 프라이팬에 보기 좋게 빙 두른 후 고추장으로 간을 맞춘 음식인데, 아직 제철이 아닌 탓에 냉동
빙어를 사용해서 그런지 최상의 맛은 아니었다. 제철음식은 이래서 중요하다.
졸여도 짜지 않고 그대로 맛을 유지하는 매운탕이 ‘맛의 비결’
그렇다면 황동룡 사장이 생각하는 정가네 어죽마을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저희 매운탕은 손님이 음식을 다 드실 때까지 불을 켜서 졸여도 짜지지 않습니다.
그것이 정가네 어죽마을의 노하우이고 맛 비결입니다.”
황동룡 사장은 매운탕의 맛을 좌우하는 양념장을 만들기 위해 많은 매운탕 맛집을 찾아
다녔고 전문가에게 사사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민물고기 매운탕 마니아였던 황 사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다시 1년여 동안 연구에 몰두한 결과, 오래 끊여도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내는 양념장을 만들게 되었다고. 황 사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매운탕에 들어가는 수제비의 최적 반죽 비율과 숙성방법을 찾아내 쫄깃쫄깃 맛을 개발해 냈다.
황동룡 사장의 말처럼 참게매운탕은 상 위에서 끓인 지 한참 지났는데도 컬컬하지 않고,
오래 끓여도 그 맛이 짜지 않아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황 사장은 식당을 개업하기 전, 25년간 요식업에 종사해왔다. 따라서 식당에서 고객을
대하는 방법과 음식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을 대해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정가네 어죽집을 운영하는 노하우가 되고 있다.
“손님이 식당을 찾는 이유는 첫 번째로 맛이 있어야 하고 그 다음으로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가네 어죽마을은 작은 음식점이지만 음식 맛과 정성에 있어서는
어느 큰 식당 못지않다.
부부 내외와 홀 서빙을 담당하는 여직원 등 3~4명의 단출한 규모지만 손님에 대한 예절과
서비스 친절도는 매우 높았다.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들의 가장 큰 고충은 가격변동 폭이
큰 식재료를 쓰면서도 음식 가격을 쉽게 조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은 식재료비가 너무 올라 장사를 하고도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골 고객들이 자주 찾아와 웃는 모습으로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그런 불평불만은 싹 없어지지요.”

민물매운탕을 친구들과 함께 즐겨먹다가 매운탕집을 차리게 됐다는 황동룡 사장의 말처럼
정가네 어죽마을의 음식에는 추억과 정감이 넘친다. 오래 사귄 벗들을 불러 정성스럽고
맛깔스럽게 음식을 차려 대접하는 것 같은 훈훈함이 묻어있다. 그래서 식당을 나서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주말엔 그동안 소원했던 친구들을 정가네 어죽마을로 불러내 쌓인
회포나 제대로 풀어야 겠다.’
정가네 어죽마을은?
<주소>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진2동 3009번지 보람빌딩1층
(지하철 분당선 태평역 4번출구)
<전화번호> 031-755-8856
<주요메뉴>
잡고기매운탕(소 3만원, 중 3만5천원, 대 4만원), 빠가사리매운탕(소 3만원, 중 4만원,
대 5만원), 참게매운탕(소 3만원, 중 4만원, 대 5만원), 메기매운탕(소 2만5천원,
중 3만원, 대 3만5천원), 도리뱅뱅(1만2천원), 미꾸라지튀김(1만원), 어죽(6천원)
<운영정보>
· 주방 – 개방형
· 테이블수 – 홀 4인 좌석 12개
· 화장실 – 남녀공용
· 주차장 – 공용주차장(1시간당 1,000원-정가네어죽마을에 대납)
· 예약 – 가능
· 휴무일 – 설, 추석 당일만
· 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 11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