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메보시(梅干)
일본식 도시락을 보면 동그란 핑크빛 장아찌 같은 것이
있다. 이것이 매실을 시소잎으로 물들인 후 소금에 절인
우메보시란 것이다.
한국의 김치와 비슷한 것으로 신 맛이 강해서 입맛을
돋우는 식품으로 일본인에게 사랑 받는 것이라고 한다.
술을 거의(전혀) 안하는 남편이지만 매실이
나오는 6월이 되면 매실주를
담을까 어쩔까를 고민하기도 한다.
때로는 작은 정종잔에다 한 컵 따라놓고
건배하며 억지로 술마시는 분위기를 내어보곤 하지만
술 못하는 내가 두잔하는 동안 남편은 한잔도 비우지 못하면서
맛있다..라는 표현으로 인사성 칭찬을 한다.
얼마나
삭막하고 재미없는 남편일까...걱정하는 사람도 있겠 지만...후후
그래도 거의 30년을 살아왔으니 냄새풍기며 술에 절어서
집에 들어오거나, 길에서 집 못찾아 헤매는 일은 없으니 그런
걱정 안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며 좋아하는 마누라가 되었으니... 이거 술
못하는 남편
흉보는 건가^^??
내가 담근 매실주의 맛을 나는 초코렛 맛에 비유한다. 뒷
맛이 달짝지근하고 감칠 맛나는 것이 초코렛을 좋아하는
나의 표현이다. 내가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매실주가 아닌데...
작년 4월 친구들과 지리산
부근을 여행할 때 미국에서 온 친구가 집 뒷뜰에서 딴
매실로 담근 우메보시를 가지고 왔었다. 흰 밥위에
하나 씩 올려주며 이렇게 먹으면 입맛도 나고 소화도 잘된다고
하였다. 하하..항상 입맛이 좋고 소화 안되는 것을 걱정해야하는
것이 아닌 나지만 좋다고 하니 좋은 줄 알아야지^^*
우메보시는
정말로 장아찌처럼 짜기는 하지만 새콤하면서 뒷 맛이 고소하고
개운한 것이 입맛을 돋우는 것 같았다.
술이 익고
술을 따라낸 후 술에서
건져낸 매실을 버릴 때마다 아까와서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쓰레기통에 버리곤 했는데 작년 친구의 말을 듣고 건져낸
매실에 간장을 끓여부어 그늘진 베란다에 놓고 있었다.
그리고는 잊고
있었다.
청소를 하다가 발견한 매실 항아리를 보고
아, 이거? 한 알 꺼내어 맛을 보니 아직 술 맛이 배어있기는
하지만 장아찌 맛이 나는 것이 무심했던 내 마음에 비해
꽤 먹을 만하다.
일본에서는 우메보시를 오니기리(주먹밥)속에 넣기도
하고 , 죽에 넣어 먹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도시락의
흰 밥 위에 우메보시를 한 개 얹어 놓은 것은 그 모양이
일본의 국기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히노마루벤또>라
부른다고 한다.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을른지는 모르지만 그런대로
밑반찬이 한가지 생긴 것 같다. 내일 아침에는 다른
반찬 없이 흰 밥에 우메보시 한 개만 쿡 찔러넣어줘볼까?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하다.ㅎㅎㅎ
참고: 찜 요리나
츠케모노, 과자 등의 맛을 내는 데에도 쓰인다고 하며 방부제로서의
역할이 되어 우메보시를 도시락에 넣어 상하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식생활 환경이 좋지 않았을
때에는 하얀 밥 위에 우메보시 하나만 넣은 도시락이 많았다고
한다.
또 여름에는 배탈을 방지해주며 식욕촉진작용도 있어
더위 방지에 그만이고 위장이나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1∼2 조각을 맨 입에 씹으면 입 냄새를 제거하는
데도 효과적이고 매실 절임이 조금 지겹다 싶을 때는 고추장에
살짝 버무려 먹으면 매콤달콤한 맛이 식욕을 돋군다고 한다.
최근에는 저염 우메보시가 개발되어 알칼리성 식품의
최고봉이 될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영비
2003.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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