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산불 가축 1300마리 타죽고 집 23채 전소
강풍 탓 19시간만에 진화, 7개 마을 1890명 대피령
지난 9일 밤 9시께 대형 산불이 발생한 울산 울주군 언양읍과 상북면 일대가 10일까지 불길과 연기로 뒤덮여 있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제공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 넣었던 울산 울주군 산불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10일 오후 화재가 진압됐지만 화마가 휩쓸고 간 상북면 향산리와 언양읍 송대리, 직동리, 다개리 등은 거의 폐허상태였다. 이 불로 울주군에서는 가옥 23채가 불에 탔으며 돼지와 닭 등 가축 1300여 마리가 타죽었다.
화재는 9일 오후 8시37분 상북면 향산리 능산마을 근처에서 시작됐다. 소방당국의 진압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람을 타고 인접 지역으로 번지면서 피해가 더 커졌다.
7개 마을 주민 1890여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진 가운데 울산시와 울주군 울산지방경찰청 육군 53사단 등은 총 440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화재 진압과 차단에 나섰다. 그러나 밤이 깊어지면서 헬기 운용에 제한을 받은 데다 초속 18.9m의 강풍에 속수무책이었다.
관계 당국은 강풍이 잦아진 10일 새벽에야 불길을 잡았으며 화재 발생 19시간여가 지난 이날 오후 3시가 넘어 완전히 진화했다. 시는 야간에 불길이 살아나는 것을 막기 위해 오후부터 감시요원을 곳곳에 배치했다. 또 피해 규모를 집계하는 한편 화재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대피령이 해제되면서 마을로 돌아온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였다. 언양읍 직동리 신화마을 주민 이태종(60) 씨는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집이 불타고 소 4마리의 상태가 좋지 않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부산에서 화재 소식을 듣고 급하게 올라온 엄주현(59) 씨는 황급히 몸을 피한 노모(83)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 마을에는 이 씨의 집을 비롯해 민가 7채가 전소됐다. 일부 피해를 본 집도 10여 가구에 이른다.
시 관계자는 불이 난 곳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주민들에게 직접 보상을 해 줄 수 있지만 이번 화재는 기준에 모자라 현재로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9일 화재로 1명이 숨지고 14명이 부상을 입은 포항도 처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북구 용흥동과 학산동 일대 주택가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한 모습이었다.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근과 검게 타버린 나뭇조각, 깨진 장독대 등이 긴박했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주민 박복순(여·67) 씨는 "눈 깜짝 할 사이에 집에 불이 나는 바람에 신발도 신지 못하고 뛰쳐나왔다"며 "숟가락 하나 건지지 못했으니 앞으로 생활할 일이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포항 화재는 중학생의 장난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포항북부경찰서는 A(12) 군을 붙잡아 조사를 하고 있다. A 군은 용흥동의 한 아파트 뒷산 밑에서 친구 2명과 함께 놀다가 1회용 라이터로 나뭇잎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A 군은 불이나자 겁에 질린 나머지 119에 신고를 한 후 현장에서 도망간 것으로 전해졌다.
3월7일 오전 8시21분께 경북 구미시 오태동 한국광유 구미영업소 내 옥외 저장탱크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했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는 한국광유 구미영업소 내 벙커C유 옥외 저장 탱크에서 벙커C유를 출하한 탱크로리가 현장을 빠져 나간 뒤 옥외 저장탱크 상부에서 불이 나면서 발생했다.
사고가 나자, 소방차 20대가 출동해 이날 오전 8시51분에 진화했으며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옥외 저장 탱크는 20만ℓ 저장 규모로 폭발 당시 5천ℓ 정도 탱크에 남아 있었고, 4천ℓ 가량 유출됐다.
옥외 저장탱크에서 불이 날 당시 근처에 탱크로리 화물차가 있었던데다, 다른 저장탱크에 불이 옮겨 붙었다면 대형 화재참사로 이어질 위험도 높았다.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 나타난 남유진 구미시장은 "최근 구미에서 발생한 잇단 사고들이 산업현장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사고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3월9일 오후 포항시 북구 용흥동 아파트단지 주변으로 산불이 번져 포항시는 주민대피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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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9일 오후 3시47분쯤 포항시 북구 용흥초등학교 뒷산에서 큰 산불이 발생해 인근 창포동, 우현동으로 번지고 있다.
불이 주변 아파트단지로 번지자, 포항시는 이날 오후 4시 10분께 인근 아파트 단지와 주택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고 주민 1천여명이 대피했다.
포항시와 소방당국은 소방헬기와 공무원 주민 등 소방인력을 총동원해 산불진화에 나섰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불은 현재 우방아파트뒷산, 포항사격장, 창포사거리, 쌍용아파트 뒷산 등 6곳으로 번지고 있으며 검은 연기가 이 일대 도로와 주거지를 뒤덮고 있다.
포항에선 용흥동 외에도 이날 오후 남구 연일읍 우복리 인주못 실내체육관 인근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포항시청 공무원과 주민들이 총 동원돼 산불 진화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