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독재 회귀를 우려하는 문학인 시국선언
우리는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고향마을로 돌아가 평범한 한 사람의 시민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자 하는 소박한 소망마저 허용하지 않고 죽음의 벼랑으로 몰아가는 비열한 정치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 있었던가. 전직 대통령의 죽음은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비극이며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승리한 권력이 물러난 권력을 향해 집요하게 전개해 온 보복정치, 지난 정권에서 이루어진 성과의 흔적들을 모조리 부정하는 일에만 시간과 국력을 낭비하는 정치,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의 장을 포함해 대학 총장에 이르기까지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들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쓸어버리려는 옹졸하고 졸렬한 정치, 검찰 권력과 보수언론을 동원하여 전직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진보세력을 부패세력으로 몰고 가기 위해 균형감각을 잃어가며 광분해온 정치가 어떤 국가적 비극을 초래하는지 우리 국민들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지켜보았다.
오만한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눈물의 의미를 아직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를 축소하거나 애써 외면하려고만 하고 있다. 국정의 발목을 잡는 돌발변수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가고 싶을지도 모른다. 남북간의 국지적인 군사적 충돌을 포함한 새로운 이슈의 창출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들은 바로 그 점을 이미 꿰뚫어 보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부패한 권력이 엄정한 자기비판 없이 검찰 권력을 휘두르는 적반하장식 정치의 오만함, 바보 소리를 들으면서도 수를 쓰지 않은 우직한 전직 대통령과 겉과 속이 다른 독재회귀 권력의 극명한 대비,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몰염치한 집단과 생존권을 추구하며 피 흘리는 집단의 비극적 대조를 국민들은 보아야만 했다. 우리가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겨야 할 가치를 어느 정권이 망가뜨리고 있는지도 지난 15개월 간 똑똑하게 볼 수 있었다.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퇴행의 수준을 넘어 붕괴 직전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지켜보며 국민들이 쏟아내는 끝없는 비통함은 고인에 대한 애도에 한정되지 않고, 붕괴 직전에 있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책임, 민주주의의 복원을 위한 주권자로서의 고통스러운 자각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권위주의적 치안통치를 강화해 왔다. 정권은 오만했고, 사법부는 ‘법의 정의’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키면서 노골적으로 ‘정권의 안위’에만 집착했다. 입법부를 존중할 의지가 없었던 행정부의 돌격대식 정치행태는 수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여당 내에서조차 쇄신논의가 들끓고 있으며,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행정부의 독선적인 일방주의는 민주주의의 대의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또한 정권을 감시하고 민의를 표출하는 통로인 언로(言路)를 장악하겠다는 정권의 압력은 KBS, MBC, YTN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정권친화적인 인사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언론 본연의 민주적 비판기능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나 언론인을 직접 탄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직접 민주주의의 유력한 통로인 인터넷 공론장에 대한 탄압도 노골화되어 네티즌에 대한 대대적인 구속수사가 진행되는 한편, 여론의 강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각종 언론악법을 통과시키고자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를 극단적으로 억압하고 있다. 지난 해 촛불정국에 등장했던 이른바 ‘명박산성’으로 명명된 컨테이너 박스들, 이번 조문정국에서 서울시청 광장을 빼곡하게 봉쇄한 ‘차벽’ 등의 상징적 의미는 정권의 ‘광장공포증’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권 스스로 국민을 이끌어 갈 자신감이 얼마나 결여되어 있는가를 아주 잘 보여준다.
국민의 소리에 귀를 닫고 있으면 민주적 리더십을 형성할 수 없다. 경찰과 검찰의 물리적 폭력, 국세청을 동원한 경제적 보복은 정치적 정당성의 기반을 흔들게 된다. 공권력이 힘 없고 가진 것 없는 국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주는 버팀목으로 기능하지 않고, 투기재벌의 이익을 지켜주는 일에만 몰두해 있는 동안 공권력은 ‘국가폭력’으로 전화되어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는데도 서민들의 통곡에 귀를 닫고 있는 정부가 이명박 정부 아닌가.
더구나 이 정부 들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이정표가 되어 온 6.15 선언과 10.4 선언 등 남북 간의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이 사실상 폐기되고, 냉전적 대북정책이 강화됨으로써 남북관계가 심각한 대립과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미숙한 대북정책이 초래한 ‘안보위기’에 대한 책임을 자성하지 않고, 오히려 위기감을 부추기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국민의 안위보다는 ‘정권의 안위’에 이 정부의 관심이 더 기울어져 있는 게 아닌가 우려하게 한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민족은 영원하다. 국민들은 5년의 제한된 기간 동안만 정권을 맡긴 것이다. 제한된 시기 동안 국민 모두를 위한 정치를 하라고 위임한 것이지 특정 세력만을 위한 대변자가 되라고 권력을 준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어야 한다고 요청하였지 눈물과 통곡과 원한을 심는 정치를 하라고 권력을 준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끝없는 추모 행렬과 하염없는 눈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성찰하고,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국민의 눈물에 대답하길 바라며 우리 작가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정치보복의 결과로 발생한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하여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여야 한다.
1. 특별검사제를 발의해 이번 사태의 진상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관련 책임자를 엄정히 처벌하여야 한다.
1. 헌법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검찰과 경찰을 포함한 공권력에 의한 치안통치를 중단해야 한다.
1. 언론과 인터넷을 포함한 공론장에 대한 공안탄압을 중단하고 각종 미디어 관련 악법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1.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남북 간 합의사항이자 이정표인 6.15 선언 및 10.4 선언을 계승하고, 냉전적 대북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1. 지난 정부의 국정운영 성과를 모조리 부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편협한 정치, 보복정치와 같은 국정운영 방식을 철회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민주적 리더십을 다시 세워야 한다.
2009. 6. 9
(사) 한국작가회의 시국선언 서명자 일동 강기희 강동우 강상윤 강연호 강영환 강은교 강정규 강형철 고 영 고 철 고광헌 고명철 고봉준 고영민 고영서 고영직 고운기 고인환 고재종 고정국 고증식 고찬규 고형렬 고희림 공광규 곽재구 곽효환 구모룡 구중서 구효서 권덕하 권석창 권선희 권성우 권순긍 권혁소 길상호 김 근 김 산 김 연 김경윤 김경주 김경훈 김광렬 김광원 김규동 김규성 김남일 김다연 김동승 김동윤 김동환 김두녀 김만수 김명기 김명인 김명환 김명환 김민정 김민형 김백겸 김별아 김병용 김봉균 김사람 김사인 김서정 김선규 김선우 김선주 김선태 김성규 김성동 김성장 김수남 김수열 김수우 김순천 김승환 김승희 김영범 김영재 김영주 김영춘 김영현 김영호 김영희 김예강 김용락 김윤곤 김윤호 김윤환 김은경 김은령 김은숙 김응교 김이구 김이정 김익두 김인숙 김인호 김자흔 김재영 김재용 김재호 김재홍 김정남 김정신 김정애 김정주 김정화 김정환 김종경 김종광 김종성 김종인 김종필 김주대 김주태 김준태 김지선 김진희 김창규 김창균 김창수 김춘식 김태수 김태현 김태형 김판용 김하돈 김한수 김해림 김해자 김형수 김형식 김형효 김혜정 김홍신 김홍주 김효사 김희수 김희식 김희정 나종영 나해철 나희덕 남기택 남송우 남정현 남효선 노가원 노경실 도정일 도종환 동길산 류근삼 류보선 류양선 류외향 류정환 마 린 맹문재 문무병 문병학 문순태 문영균 문창길 민 영 민병욱 박 도 박 준 박 철 박경희 박구경 박규리 박금리 박남용 박남준 박남희 박대순 박덕선 박두규 박몽구 박문구 박민규 박방희 박범신 박상률 박상준 박선욱 박설희 박성우 박성원 박성한 박소연 박수연 박승민 박연숙 박예분 박용수 박원희 박인혜 박인홍 박일환 박재연 박정석 박정애 박종관 박종국 박주관 박주하 박진성 박형숙 박호재 박홍점 박후기 박흥식 박희호 방현희 배봉기 배성호 배창환 백낙청 백남천 백무산 백정희 서강목 서성란 서수찬 서안나 서영식 서영인 서영채 서은혜 서정오 서홍관 성낙주 성향숙 성희직 손세실리아 손택수 손홍규 송 언 송기숙 송명호 송주성 송태웅 신경림 신기훈 신병구 신수현 신승엽 신용목 신 진 신현수 신혜진 심영의 심호택 안도현 안상학 안성호 안이희옥 안종관 안학수 양 곡 양문규 양상호 양수근 양애경 양영아 양정자 양진오 양혜원 엄원태 염무웅 오도엽 오민석 오수연 오인태 오종우 오창은 오철수 오태호 용환신 우대식 원명희 원종국 원종찬 위기철 유 민 유 순 유경숙 유금오 유문선 유성호 유승도 유승찬 유시춘 유영갑 유영진 유용주 유재영 유정탁 유종순 유종화 유채림 유형석 윤동수 윤석위 윤석정 윤석주 윤석홍 윤승범 윤영수 윤영전 윤이주 윤정모 윤지관 윤천수 윤흥길 은미희 이가을 이강은 이경수 이경자 이규정 이기순 이기인 이나미 이남희 이다빈 이덕규 이도윤 이면우 이명원 이문재 이병천 이병초 이봉환 이산하 이상국 이상권 이상락 이상번 이상섭 이상실 이선영 이선우 이성목 이성아 이성혁 이세기 이소리 이소암 이수정 이수행 이순원 이승철 이승희 이시백 이시영 이언빈 이언호 이영광 이영미 이영주 이용임 이용한 이용헌 이원규 이원익 이은봉 이응인 이인휘 이장곤 이재무 이재웅 이정록 이종수 이준희 이중현 이지담 이진희 이창수 이하석 이현수 이현식 이현호 이형권 이혜경 이호경 이호철 이희환 임 윤 임동확 임명진 임수생 임정자 임헌영 임형택 임희구 장성규 장시우 장정임 장정희 전기철 전병철 전성태 전정구 전진우 정 양 정강철 정공량 정기복 정대호 정란희 정민나 정수경 정수리 정연홍 정용국 정우영 정원도 정은경 정일관 정일근 정종목 정지아 정진명 정진혁 정홍수 정희성 조 명 조 정 조동길 조동범 조성면 조영옥 조영욱 조용미 조용숙 조재도 조정인 조정환 조진태 조태진 조해일 조향미 조현설 지요하 진은영 진정석 차옥혜 차창룡 채 은 채상근 채정은 채향옥 채희윤 천수호 천승세 최동현 최두석 최성각 최성민 최수철 최승익 최영철 최용탁 최원식 최은숙 최인석 최인호 최일남 최자웅 최장락 최진영 최창균 최창근 태기수 표광소 표성배 피재현 하성란 하아무 한만수 한상준 한승원 한차현 한창훈 함민복 함순례 허 림 허 열 현기영 현준만 호인수 홍기돈 홍명진 홍새라 홍성란 홍양순 홍은택 홍인기 홍일선 홍희표 황광수 황국명 황규관 황병목 황선열 황학주 황현산 (가나다 순, 514명)
※ 편집과정의 실수로 기자회견 시 양문규 시인이 명단에서 빠졌습니다.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 6월 9일 오후 1시 30분 기자회견 전까지 명단, 이후 완료시까지 명단 계속 추가 =====================================================================
권려원 김기홍 김명남 김서령 김양호 김진경 김혜수 노순자 신덕룡 유형종 이 선 이강산 이경재 이용범 이유명호 이은유 이정민 이흔복 장현숙 정세훈 정수자 정지창 정희일 조정애 천명관 한수영 허영선 홍용희 황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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