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민스키 메쏘드(The Kominsky Method).'
넷플릭스를 통해 타이틀을 접하고 코민스키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기에 저런 제목일까고 생각했다.
처음 몇 회를 보면서는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이 TV영화는 시즌 I, II, III로까지 이어지는 호흡이 꽤 긴 시트콤적인 코미디다.
그걸 모르는 상태에서 봤으니 좀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며칠 전 친구들이랑 북한산 산행을 끝낸 후의 막걸리 자리에서 이 영화 얘기가 나왔다.
한 친구는 나보다 훨씬 더 이 영화를 잘 알고 있었다.
친구 말에 이끌리어 이 영화에 관해 얘기를 나누면서 내가 말이 많아졌다.
문득 코민스키의 살아가는 방법, 그러니까 카민스키 메쏘드가 어떤 것인지 하는 게 떠 오르는 것이다.
단편적으로 느껴지는 장면 들, 예컨대 마이클 더글라스(Michael Douglas)가 분한
샌디 카민스키(Michael Douglas)의 처지에서 세금 미납으로 파산 상태에 몰렸을 때,
친구인 노먼 뉴랜드(Alan Arkin)가 아무런 조건없이 30달러가 넘는 거금을 샌디에게 주려고 한다.
하지만 샌디는 절대 그럴 수 없다면서 월 1천달러 씩 갚아나가는 방식을 고집한다.
같은 격의 고집들이라도 노먼이 결국 진다.
또 하나. 전립선 비대증으로 배뇨에 끙끙거리는 샌디는 그 사실을 사랑하는 여자에게 털어놓는다.
여자의 배려가 따른다. sexual intercourse를 포함해서.
Norman and Sandy
영화제목에 카민스키가 나오듯, 이 영화의 타이틀 롤은 샌디 카민스키(Sandy Kominsky)다.
하지만 카민스키의 친구인 노먼은 주인공 못지않은 배역이다.
일견 카민스키와 좀 대조적인 캐릭터인양 묘사되기 위한 배역 같지만, 그렇지 않다.
성격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떤 사안이든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일치를 이룬다. 말하자면 콤비인 셈이다.
어떤 요소 때문일까. 답은 둘다 늙었다는 것인데, 그것 만으로는 설명 안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
개인적으로 나는 노먼의 능청스러운, 혹은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표정 연기가 좋다. 그렇게 느끼는 시청자들이 꽤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영화의 제목에 샌디 카민스키만 넣을 게 아니라 노먼도 함께 넣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이 영화를 접하고 재미있게 그리고 아주 공감해하면서 봤던 장면은
암 투병 끝에 숨진 노먼 아내 아일린(Eileen)의 장례식이다. 미국식 장례가 그렇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그런 장례의 미세한 디테일까지가 담긴 장례식 장면은 뭘랄까, 감동을 안겨주었다.
코미디언 제이 레노(Jay Leno)가 익살스럽게 사회를 보고,
바브라 스트라이샌트 모창가수인 패티 라벨(Patti LaBelle)이 'The Way We Were'를 부르는 장례식.
인생의 마지막 과정으로 고인을 떠나보내는 죽음을, 가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모두
아주 즐겁게 축제의 분위기로 승화시키는 장면이 그랬다.
아일린을 보낸 노먼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침실에 나타나는 아일린과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은
짙은 페이소스를 안긴다.
노인의 삶을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동병상련적인 요소가 많다.
그래서 은근슬쩍한 재미를 안긴다. 이 영화에서는 반가운 얼굴이 한 명 등장한다.
왕년의 헐리우드 인기스타 앤 마거렛(Ann Margret)이다. 앤 마거렛은 이 영화에
마이클 더글러스와 앨런 아킨과의 우정을 위해 우정출연(guest performance) 했다.
친구와의 얘기에서 나는 들어서는 안 될 이 영화의 시즌III 줄거리를 들었다.
노먼(Alan Arkin)이 죽는다는 것이다.
그 애기에 갑자기 슬퍼졌다. 듣지 말았어야 했다. 시즌III를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