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소란스러웠다. 두리번 거리고 수선거리며, 현수막위에 너덜거리며 뿌려지는 비처럼 이곳저곳을 돌며 강의를 했다.
비는 오지 않았다. 보도위를 방황하며 가출해 버린 뿌연 흙먼지가 집 주변을 돌면서 햇살을 핥아 먹고, 나는 다시 학위 논문이란 비천한 표지의 장정에 매달려, 먼지와 나쁜 공기를 뒤접어 써가며 인쇄소 지하실의 붙박이 의자보다 더 텅텅 빈 뇌로 표백제로 논문의 표지 글자를 닦아 내었다. 논문위의 내 이름자가 박혀지기 위한 것인지 지워지기 위한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근 이 주, 하루에 세시간 네 시간 끼니 잠을 잤다. 하루를 때웠고, 등에 난 종창에 손이 가 닿지 않아 또 다른 길고 가느다란 창백한 손을 원했지만.. 남편은 너무 멀리 있다. 나의 그이는.
그 가운데 T.S. 엘리엇의 <황무지>와 김혜순의 <한 잔의 붉은 거울>과 이 성복의 <그 여름의 끝>과 파블로 네루다의 <실론섬앞에서 부르는 노래>를 읽었다. 하루에 걸쳐.
누군가는 믿을 수 없겠지만.. 지하철에서 순대속같이 들어 찬 사람들을 비껴가며, 찬 새벽에.. 마취되어 가랑이 벌리고 반 즈음은 기울어진 금속성의 수술실에 올라가서도
나는 시를 읽을 것이다.
그것만이 위안이 된다. 거의 유일한 위안. 해체되어 둥둥 떠다니는 세상. 영화. 영화. 또 웃고 기대고 먹고 마실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면.. 있다면.. 뇌와 뇌가 부딪혀 파열되고, 혀와 혀가 부딪혀 꼬여지고, 다리와 다리가 부딪혀 하늘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될 수 있다면. 누군가와 그럴 수 있다면..
그러나 깊은 나무 뿌리에서 올라온 그것은 다시 검은 구름으로 가랑이 사이에 걸쳐져 그 모든 것을 막는다. 죄의식이라는 이름의 전차. 그 전차는 욕망의 레일위를 달리지 못하고 쉭쉭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의 다스 베이더의 숨소리를 모방하며 검은 투구를 제 손으로 얼굴위에 뒤집어 써 버린다.
오라 나의 날개여. 찢어져 무뎌져 고이 혀속으로 들어서는 밀랍으로 만든 음식이여. 먹을 수 없는 전시되어져 비닐랩에 쓰워져 질식사하는 하루여.
남편은 내 목숨을 늘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며 더 살아 있을 것을 지시하지만. 육체의 싱싱함은 내게 늘.. 너무 싱싱해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쇠침으로 꾸욱 박아 종이위에 가늘게 펼쳐 놓는 무심함으로 변한다. 등 넝쿨의 속도로 시간을 덮는 육체가 ..
첫댓글 날짜 : 2005.05.31 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