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천도의 공덕 / 대원 스님
(주장자 삼타 후 들어 보이시고)
형상 없는 이것은(勿形段者) 제불(諸佛)의 법인(法印)이요,
역대조사의 안목(眼目)이며, 금일 영가의 명근(命根)이요,
일체중생의 본원(本源)이로다.
금일 선망남제 경주후인 김00 영가는 방금 이 산승이
하나의 게송을 읊어서 전해줬는데 잘 알아들었습니까?
오늘 이 자리에 영가를 비롯해서 많은 선대의 조상과 우주법계에 떠돌아다니는
모든 불쌍한 영가까지 청했습니다.
또 무간지옥에 있는 모든 영가들도 오늘 법사가
이 자리에 청해서 함께 부처님의 법공양을 받고
모든 생사의 고통을 다 여의고 함께 이고득락하는
그러한 기도를 올리는 자리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대중과 모든 영가는 아시겠습니까?
직하에서 바로 깨달아서 알면 생사의 고통을 단박에
이 자리에서 해결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가는 곳마다
아무 걸림이 없는 대안심입명처를 수용하는 자재인이 되는 것입니다.
妙道虗空是祖宗(묘도허공시조종)하니
分明應化不相同(분명응화불상동)로다
若人悟得真常道(약시오득진상도)하면
便識從前舊主公(변식종전구주공)하리라
묘도는 허공과 같으니 이것이 조사의 종법이라
분명히 만물을 응해서 교화하나 모양이 같지 않네
만약에 어떤 사람이 이 참된 도를 깨달아 얻으면
문득 옛날의 본래 주인공을 알게 되리라.
금일 영가는 아시겠습니까?
이 자리의 영가가 분명히 이 산승의 말을 듣고,
또한 이 산승이 말하는 걸 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듣고 보고 한 이 놈이
도대체 무슨 물건인가 한번 깊이 생각해 봐야 됩니다.
一拶當機怒雷吼(일찰당기노전후)하니
驚起須彌藏北斗(경기수미장북두)로다
洪波浩渺浪滔天(홍파호묘랑도천)이요
拈得鼻孔失却口(염득비공실각구)로다
한번 부딪쳐 기연을 만나니 성난 우레 같은데
놀라 일어나 수미산을 북두성에 감추었구나.
넘실대는 큰 파도는 하늘에 흘러넘치는데
콧구멍을 낚아채니 도리어 입을 잃어버렸네.
콧구멍을 낚아챘는데 어떻게 해서 입을 잃는지,
이 말을 오늘 영가는 참으로 귀담아서 잘 들어야 됩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깊이 생각해 보면 금일 영가는
여기에서 모든 지옥 고통도 없어지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일체 번뇌망상의 고통도 없어지고, 나고 죽는 생사의 고통이나
일체의 고통이 없어지고 영원히 편안한 대안심입명처를
항상 굴리고 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남제 경주후인 김00 영가는 마지막 막재를 당해서,
살아생전에 다 이루지 못한 미련이라든가,
오랜 겁을 두고 이 자리에 천도하기까지 모든 인생살이를 살아온
그 보따리는 본래 아무 뿌리가 없는 것입니다.
뿌리가 본래 없는 세계의 마음을 돌이켜서 바로 알 것 같으면,
금일 영가는 오랜 세월 동안 윤회하고 항상 고통을 받고
여러 가지로 살아오면서 말 못하는 모든 문제가 다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래 하기 위해서는 영가가 오늘 이 자리에서 이 산승이 말하는 거를
깊이 돌이켜서 '도대체 듣고 보고 하는 이놈이 무엇일까?' 하고
깊이 생각해 봐야 됩니다. 그거 하나를 놓치면 영원한
생사윤회에 헤매는 것이고, 그거 하나를 가나 오나 않으나 서나
항상 놓치지 않으면 그만 만사 해결이라.
내가 지옥에 가서 보니까 많은 지옥이 있는데,
그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이 있었습니다.
근데 아미타불을 부르니까 모든 게 다 없어져요.
그런데, 염라대왕이나 거기서 다스리는 신,
이런 분들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내가 가만히 앉아서 '무엇일까' 하고
화두를 한참 하고 앉아서 보니까는 아무것도 없어요.
맑은 우주법계에 붉그름한 아침 해가 뜰 때 보이는
그런 자광색 빛만 가득히 차 있지 텅 비어서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서, 아미타불 염불이 참 중요하고,
이뭣고 화두 하나 챙기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하는 걸
아주 실감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천도할 때도 영단에 우리가 그냥 앉아 있는 것보다도
아미타불 염불을 한다든지, 화두를 관하고 있으면 영가가 저절로
천도가 됩니다.
어제도 내가 언양에 가서 천도를 했지만, 나한테 아무 말이 없었는데,
법문을 하는데 그 영감 사진을 보니 자꾸 눈물 흘리고 얼굴이 좋지 않아요.
"이 영가가 필시 좋게 돌아가지 않았는 모양인데요?“ 하니까
눈물 흘리고 울면서, 부인인 할머니도 있고 애들도 있는데
자살해서 돌아갔다는 거야. 그러니까 영감, 할머니가 돼 가지고
왜 그래 서로 자살하도록 사느냐 이 말이야. 요새 그게 큰일이다.
자살 안 하면 헤어진다는 거라. 이게 우리나라의 큰 병이라.
이런 일이 있는 한은 이 나라가 정말로 잘 사는 문명국가가 되기는
어렵다고 그래요.
그래서 내가 일체가 본래 무상하고 허망해서 본래 있는 바가 없으니
거기 집착하지 말라고 한참 법문을 해줬는데,
법문하는 게 그렇게 힘이 들고 목소리가 안 나와.
그런데 한참 법문해주고 나니까 나도 목이 좀 시원하게 터지는 것 같고,
영가도 좋지 않은 불쾌한 얼굴로 울고 이런 게 싹 없어졌어요.
그렇게 돌아가시면 천도를 잘해줘야 될 거 아니야?
영가 천도하는 거 잘못하면 아무 소용없어.
살아있는 사람들이 자기들 손해라. 돌아간 분도 천도 안 되면
고통이 많겠지만, 살아있는 사람 자기들이 신세 망친다는 걸 몰라.
죽으면 없는 줄로 알지? 안 그래요.
그러니 영가가 그렇게 돌아가시면 재를 잘 지내야 될 거 아닌가.
“재 때마다 상주들이 꼬박꼬박 와서
금강경 독경하고 기도 열심히 해줬느냐?“ 하고 물으니까
상주도 고개 푹 숙이고 말도 안 하고 가만 앉아 있고
주지스님도 아무 말도 안하고 눈 감고 앉아 있어.
"필시 안 했구먼.“
그냥 슬쩍 처삼촌 벌초하듯이 천도재를 형식으로 지내면 될 줄 알지만,
왜 그래 하느냐 말이야. 애당초에 하지 말지.
그런 재를 지내가지고 되질 않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지극한 마음으로 재를 올려야 영가가 좋은 데 가지,
지극한 마음이 통하지 않고는 안 돼요.
그래서 내가 상주한테,
"오늘 이 천도라는 게 영가를 천도하는 줄 알지만
당신들을 천도하려고 하는 거야.“
살아있는 사람을 천도하려고 하는 거지,
꼭 죽은 사람을 천도한다 그건 아니에요.
살아있는 사람이 자기들의 마음을 고쳐야 돼요.
여기 부처님한테 와서 자손들은
'내가 일생 동안 부모를 잘못 모셨다.'하고 참회를 하고,
부인은 “여보 내가 잘못했소. 내가 잘못해서 당신이 자살까지 했으니
내가 얼마나 잘못했나.' 이러고 눈물을 흘리고 진심으로 참회를 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재를 지낼 때, 영가가 그 마음을 보고
섭섭한 마음이 없어져요. '정말 나한테 잘못했다고 이렇게 사과를 하고
참회를 하는구나.' 그게 영가한테 곧바로 통해서
그만 섭섭한 마음이 없어지고 원망하는 마음이 다 없어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안정이 돼 가지고 극락세계에 가는 길을 튼단 말이요.
그런데 아무리 재를 지내봐야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는 걸요.
49재를 두 번 세 번 지내는 사람을 봤어요.
처음에 그런 식으로 지내면 잘 될 줄 알지만
지내봐도 아무 소용이 없거든.
그래서 자꾸 딸이 아프고 아들이 아프고 뭐가 잘 안 되니까
무당을 찾아가요. 그 무당이, "절에 가서 천도해 봐야 소용없다.
나 정도 돼야 영가를 천도하지 누가 천도하느냐?“
"어찌해야 됩니까?“ "하루 굿 하는데 500만원만 내. 그러면 다 잘 된다.“
무당 말은 잘 들어. 희한하지.
스님이 돈 가져오라 하면 그만 스님이 돈 달라 한다고...
그 무당이 돈 꺼내는데는 영험이 있어. 희한해.
근데 천도는 안 돼. 거기 무당한테 가서 굿하고 나면,
배가 고픈데 밥을 한번 얻어먹었는데 계속 배가 부르나?
배가 또 꺼져서 배고프면 또 자손을 괴롭히는 거예요.
그러면 또 무당한테 빌어. 아무리 만석꾼 부자라도
3년만 굿하고 나면 기둥뿌리가 절단난다는 거예요.
배가 부를 그때만 괜찮아. 아무 소용없어. 천도 안 돼.
그러니까 무당한테서 세 번 굿을 하는데 돈이 1500만 원이 나갔는데
천도가 안 됐다는 거라. 그래서 어디 가서 물으니까,
"무당한테 가서 하면 안된다. 절에서 천도재를 잘해라.“
"처음에 절에서 했는데요?“
"절에서 했어도 잘못했으니까 다시 해라.“
그래서 다시 절에 천도재 하러 왔는데,
아무리 적게 들어도 일주일 천도 기도를 하려면
1200, 1300만원 들어가야 돼. 그래 안 할 수 있나?
그렇게 2중, 3중으로 왜 그렇게 하냐 이 소리예요.
애당초 처음에 부모가 목숨을 마치고 돌아가서
그걸로 인해서 들어온 부조금을 왜 자손이 챙기고,
부조금 서로 챙기려고 싸움하고 왜 그런 짓을 해요?
그거 챙겨가지고 부자되는 것도 아니고 도리어 하나도 안 돼요.
집안에 손해 봐요. 부조금 들어온 거는
무조건 영가가 가는 길을 밝혀주는데 써야 돼요.
모자라면 돈을 더 내서라도 해줘야 돼요.
그러면 그 사람은 아주 몇 백 배, 몇 천 배 이상 복을 받아서 잘 돼요.
지나가다가 남의 산소에 풀이 났는데,
그걸 보고 '아이고 이 산소는 어째 이렇게 묵어 있나?' 하고
싹 깎아서 벌초를 해주고 갔는데, 밤에 꿈에 영감이 나타나더니
"내가 오랜 세월 동안 살아도 내 집이 그렇게 험해도
내 집을 청소 한번 해 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선생께서 내 집을 청소를 잘해 주셔서
내가 근심이 없고 마음이 편안하고 참 고맙습니다.
내가 이 은혜를 뭘로 갚아줄지, 내가 잘해줄 건 없지만
한 가지는 내가 해드릴 수 있소. 집에 자손이 없네요?
내가 자손 하나를 점지해 주리다.“
그래가지고 그 집에 아들을 점지해줘서 아들을 낳았단 말이에요.
남의 산소를 벌초를 해줘도 그런 복을 받는데,
하물며 내 부모 내 조상을 천도를 지극히 해주면 말할 것 없이
복 받는 겁니다.
그래서, 오늘 이 영가는 49재를 다 하지 않고 막재만 지내는데,
그 막재만 지내는 것도 사정이 있었겠지만,
오늘 그래도 선방에서 공부하는 스님들이 오고,
선방의 보살님, 거사님하고 여러 신도님들이 오셔가지고
지장회에서 함께 독경을 해줄 수 있는 이 복을 만난 것도
엄청난 큰 복을 지은 것입니다.
금일 영가도 지난 세월 오고 가고 하는 속에
모든 얽히고설킨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은 다 소용없고,
되돌아보면 본래 뿌리가 없고 공(空)한 것입니다.
없는 그 마음자리를 들여다보세요. 깊이 들여다보면
금일 영가는 정말로 일체 생사에 걸리지 않고 앞으로
다시 이 재를 마치고 좋은 곳에 가서 태어나면,
이 세상에 다시 올 때는 이 집의 자손으로 태어나서도,
또 인간으로 오더라도 금생처럼 이렇게 살지는 않지.
금생에 본인이 잘 산 게 아니여. 그러니까는
다음 생에는 참으로 좋게 잘 살려고 그 밑거름을 장만하는 것이
오늘 이 재라.
그러니 금일 영가는 모든 생각을 놓고
일념으로 아미타불을 생각하고 부르세요.
우리 열 번만 아미타불을 불러줍시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아미타불 이 하나만 영원히 잊지 말고 일념으로 부르면
금일 영가는 이 세상에서 하늘 땅을 주어도 바꿀 수 없는
영원한 보물을 얻는 것입니다.
踏破草鞋赤脚走(답파초혜적각주)하니
拄杖頭上挑日月(주장두상도일월)이로다
石人無陰樹下行(석인무음수하행)하니
金烏飛上琉璃宮(금오비상유리궁)이로다
짚신을 벗어 버리고 맨발로 걸으니
주장자 머리 위에는 해와 달 같은 눈을 달았도다
돌사람이 그림자 없는 나무 밑을 가니
금까마귀는 유리궁전으로 날아올라가더라
(주장자 삼타 후 하좌하시다)
2010년 7월 10일 학산 대원 대종사 49재 법어
출처: 학림사 오등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