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직접 볶는다는 것
커피를 직접 볶는 카페가 많이 늘었습니다. 잠정적 추계이지만 로스터기를 판매하는 어느 한 회사 대표의 말을 빌자면, 작년에 자신은 평균 한 달에 4~5대꼴인 50대이상 60대 가까이를 팔았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회사는 모두 300대 가량의 로스터기를 시장에 내었다니 그동안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많은 직접 커피를 볶는 카페가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이 됩니다. 로스터기를 판매하는 회사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국내 주자인 디지로스터(이멕스), 스톤로스터(에취알에스) ,프로스타(태환자동화산업) 등 3개 브랜드를 비롯하여, 진작부터 우리 시장에 얼굴을 내어 민 독일의 프로밧이나 일본의 후지로얄 외에도 가란티(터키), 제트로스터(일본), 하스가란티(터키), 토퍼(캐나다), 디드릭(미국), 페트론치니(이탈리아), 본맥럭키(일본) 등 큰 시장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로스터기가 한국의 커피산업에 일조를 하고 있는 셈이지요.
요즘은 손님들에게 커피를 뽑아 제공하는 서비스는 하지 않고, 볶은 커피를 팔기만 하는 가게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 커피기물과 함께 볶은 콩만 파는 가게가 있는데, 커피사업의 새로운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두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높은 지역에 자리를 잡을 경우 사업적인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전문가의 견해도 있는 것을 보면 향후 주목할만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최근 원두커피사업은 커피를 직접 볶는, 즉 신선도를 가장 큰 강점으로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형태의 원두커피 전문점에 창업자들의 관심이 쏠려있습니다. 그러나 장점만 있을 것 같은 이런 형태의 사업에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점과 치명적인 약점이 도사리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선은 투자비의 증가입니다. 로스터기를 들여 놓는데 필요 한 장비 구입자금과 임대공간의 확충, 그리고 수시로 구매해야 하는 생두의 비용 또한 부담스러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볶은 콩을 신선한 상태에서 알맞은 시간 내 다 사용하거나 팔려 나간다면 문제가 없지만 만일 재고로 남는다면 여기서 손실비용이 발생, 가게의 경영을 압박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나쁜 가정이지만, 신선한 콩을 쓴다고 선전은 실컷 해놓고 남은 커피가 아까워서 궁여지책으로 신선도를 무시한 채 손님들에게 재고처리를 한다면 그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뒷일이 감당이 될 것 같질 않습니다.
몇 가지의 예를 들어 말씀드렸지만, 커피를 직접 볶는 사업은 장점도 크지만 결코 쉽지 않은 형태이고, 많은 준비와 연구 없이 쉽게 덤벼서는 안 되는 사업입니다. 결국 투자와 생산 및 관리 그리고 소비와의 삼각관계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풀어 낼 수 있느냐가 이 사업형태의 관건입니다. 자신의 형편에 비해 과다 투자했거나, 부족한 실력 때문에 커피 맛을 잘 낼 수 없다거나, 생산관리를 적절히 풀어 내지 못했을 때 결과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음을 분명히 생각해야 합니다.
이 사업의 매력은 분명히 있습니다. 커피를 볶는 요소만이 커피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아니지만 많이 준비하고, 공부하고, 지속적인 실험과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신선한 커피 맛을 낼 수 있게 된다면,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큰 회사들이 최근 들어 커피를 직접 볶는 일에 투자를 많이 합니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자신들만의 신선 한 커피 맛과 커피콩을 가공했을 때 발생하는 높은 부가가치가 아마 그들이 커피를 직접 볶고자 나서는 이유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스몰로스터들은 어떤 경쟁력은 갖춰야 하며,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까요. 이 시점에서 깊이 새겨야 할 화두입니다. ‘왜’ 그리고 ‘어떻게’라고 말입니다.